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14
315화
-구워어어!
동굴이 떠나갈 듯한 소음이 터진다.
소리에 집중할 여력은 없었다.
언럭키가 활을 쥔 손으로 사방을 겨눴다.
-피피피핑!
기관총처럼 발사되는 화살들이 요리조리 휘어지며 지룡들에게 꽂혔다.
커다란 동굴을 가득 채운 지룡의 숫자는 총 9마리.
벨라가 신위를 발휘해서 두 마리를 대상으로 힘겹게 탱킹하고 있었고, 나머지 수십 마리의 해골 병사들이 7마리의 지룡들을 묶었다.
-쾅! 쾅!
지룡이 한 번 전진할 때마다 해골 병사들이 부서지고 주저앉았다.
놈들이 느려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돌파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추가로 소환한 해골 기사들과 데스나이트들이 여기저기 돕고 있었지만…
“아세린님.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해골 기사랑 데스나이트가 방어에 중점을 둔 놈들이 아니어서요. 오래 버티진 못할 거예요.”
“지금 진짜…말할 시간도 아껴가면서…움직이고 있거든요!!”
아세린은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휙휙 움직이며 칼을 휘둘러댔다.
지룡 한쪽에 참격을 날리고, 해골들이 위험한 것 같으면 순식간에 박차고 나아가 다른 쪽에 딜을 보완해주는 등.
최소 2인분은 하고 있었다.
“잘 하고 계시네요.”
-피피피핑!
“…….”
차분하게 활을 놀리는 언럭키를 보며 아세린은 바쁜 와중에도 어이가 없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거면 본인은 도대체 뭐야?’
아세린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다니며 2인분을 하고 있다면, 언럭키는 혼자서 10인분. 아니 그 이상을 해내었다.
쏘아지는 화살 한 발 한 발이 포격 같은 위력을 지녔는데, 그걸 초당 3~4발씩 쏘고 있으니…
실제로 9마리나 몰려든 지룡들의 HP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해골들이 버텨주느냐, 그 전에 다 뚫리고 여기까지 몰려오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상황.
-띠링!
[레벨업!]언럭키를 비롯한 파티원 전원의 몸에서 빛이 터졌다.
“푸하아아….”
동시에 아세린이 두 검을 던지듯 내려놓고는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고생하셨어요. 벨라님도요.”
언럭키가 아세린과 벨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영상은 잘 담았습니다. 제가 이런 PD로서의 역할밖에 못해서 죄송하네요.”
뒤에서 다가온 컵라면이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전투 능력이 없다시피 한 그였기에 이런 상황에서 놀기만 하는 게 면목이 없었다.
“뭘요. 애초부터 컵라면님에게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요.”
던전 찾는 능력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는 평소에 놀고먹어도 괜찮다.
그 덕분에 무려 올마스터의 비기를 찾지 않았던가!
게다가 영상 촬영하는 그의 능력은 이용승도 인정했을 정도다.
이렇게 찍는 영상들이 미튜브에 올라가면 조회 수 꽤나 뽑아오겠지.
* * *
뭐든지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부터는 아무리 빡세도 해볼 만하다고 느껴진다.
지룡 몰이사냥도 그랬다.
언럭키 파티는 그 후로도 계속 몰이로 지룡을 사냥했는데, 꽤나 수월했다.
‘후. 힘들어.’
여전히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만큼 힘들긴 했지만, 아세린은 처음보다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언럭키를 믿는 마음이 컸다.
설사 뚫린다고 해도 언럭키가 처리해주겠지 하는 마음!
‘근데 진짜 사람인가? 사냥하는 AI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데.’
바쁜 와중에도 힐끔 뒤를 돌려 언럭키를 쳐다봤다.
평온한 표정과 가만히 있는 다리. 그에 반해 손은 쉴 새 없이 활을 쏘면서 해골들을 지휘하고 회복까지 시켰다.
처음엔 신궁의 능력만 쓰는 것에 집중했던 언럭키였지만, 그 역시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나중엔 해골들의 진형도 돌보면서 회복도 시키는 등, 전체적인 판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같이 다니면서도 같은 유저가 맞나 싶었다.
분명 처음 봤을 땐 나름 경쟁 심리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와서 떠올려보면 얼굴이 부끄러웠다.
‘이제 다른 파티는 절대 못 가겠네.’
아세린은 원래 빅드래곤 길드원이다.
언럭키가 빅드래곤 길드와 친하기도 하고 옆에서 배울 겸 그녀가 파견 나와 있는 형식이었다.
다만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기약 없는 파견을 나와 있고 싶달까.
필요하다면 길드에서 나올 각오도 있었다.
다만 길드장인 로버트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해서 길드에 여전히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거지, 이미 마음은 언럭키 파티로 완전히 넘어갔다.
솔직히 이런 사냥들을 하다가 다른 파티로 간다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이다.
-띠링!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
또 한 무리의 지룡들을 잡으며 경험치가 확 올라갔다.
꿀 던전이라고 하더니, 몰이 사냥까지 하니까 효율이 말도 안 될 정도였다.
힘든 만큼 보상도 확실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 보면 그녀나 벨라도 300레벨을 찍는 게 그리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저기가 보스룸이네요.”
아세린이 저 멀리서 굳게 닫혀있는 웅장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로 가자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다들 실수로라도 문 안 열도록 조심하세요. 알았죠?”
그녀가 한 번 더 강조하듯 말했다.
이미 들어오기 전부터 보스룸은 들어가지 않기로 얘기가 되었었다.
리베르타 길드가 그저 그런 곳도 아니고, 길드장과 간부들을 비롯한 1군은 전원 300레벨이 넘는 네이밍들이었다.
그들조차 수십 번이 넘는 도전 끝에 포기한 곳이니, 아무리 정예라지만 소수인 언럭키 파티는 포기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추가로 두어 번 전투를 진행하면서, 일행은 보스룸을 지나쳐갔다.
아니. 가는 줄 알았다.
언럭키가 순간 우뚝 그 자리에 멈춰섰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싶더니…
-덜컹
-쿠르르릉!
보스룸을 밀자 그대로 열리며 파티원들이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어, 언럭키님!??”
“한 번 잡아보죠. 제가 월드 사가 하면서 보스를 놔두고 간 적이 없는데, 그냥 두고 가려니까 찝찝하네요.”
“아니…!”
* * *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꼭이요!
이 던전에 대해 알려준 리베르타 길드의 토리놀은 보스룸만큼은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거기 보스한테 저희 길드가 전멸한 게 몇 번인지 몰라요.
-걔가 그렇게 센가요?
-말하면 입만 아픕니다. 그냥 못 잡는다고 봐야 해요.
일반몹인 지룡은 이름만 용인 것에 비해 허당이었지만, 보스몹은 달랐다.
[보스 몬스터 : 대지 드래곤 – 라키아스]-레벨 : 329.
무려 진짜 드래곤인 것!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말만 50번은 들은 것 같은데….”
아세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토리놀은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신신당부를 했었다.
언럭키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자기 일도 아닌데 그렇게 경고를 해 준 것이다.
그렇기에 파티원들은 괜히 호승심을 안 부리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설마 언럭키가 저길 손을 댈 줄이야.
“할 만할 겁니다. 마냥 생각 없이 들어온 게 아니거든요.”
언럭키가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 라키아스를 보며 말했다.
대지 드래곤이라는 이름답게, 놈은 땅을 뚫어내며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놈이 강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뿔이에요.
-뿔?
-예. 정수리 쪽에 길게 솟은 두꺼운 뿔 하나가 있는데, 그걸로 온갖 마법을 써댑니다.
일반 지룡들과 다르게 라키아스는 다양한 마법들을 펼친다.
지진을 일으키고 땅을 뒤집어엎으며 돌로 된 가시가 치솟기도 했다.
안 그래도 물리력이 강하고 튼튼한 놈인데 주변으로는 쉴 새 없이 마법까지 몰아친다.
-지룡과 달리 그런 마법들은 뒤에 있는 원거리 유저들을 살살 녹여버려요. 그렇다고 전원 탱커랑 근접 딜러로 모여서 간다고 크게 다를 건 없고요.
드래곤이라는 이름답게 넘치는 마력과 강력한 마법 공격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언럭키 파티도 보스는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 시험으로는 최고의 상대네.’
쌍검을 뽑아 하늘을 향해 나란히 세웠다.
하이엘프 초월자. 유디스가 전수해 준 기술.
멸마천공섬.
그녀가 이 기술을 썼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리바 델 레이의 군대와 추기경에게 둘러싸여 죽기 직전의 상황이었음에도, 딱 칼질 한 방으로 보스몹을 반죽음 만들고 군대를 와해시켰다.
아마 놈이 급하게 도망치지 않았다면 칼질 두 방에 잡혔겠지.
지금까지는 배워놓고 굳이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라키아스가 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시점에 맞춰, 언럭키가 두 검을 크게 휘둘렀다.
거대한 참격 형태의 오러가 나란히 쏘아져 간다.
유디스가 했던 것처럼 땅에 크레이터를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땅을 쭉쭉 갈라내며 쏘아졌다.
‘라키아스가 유일하게 빈틈이 있는 시간은 보스룸에 진입한 직후랬지.’
그때는 땅을 뚫고 소환되는 과정이기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리베르타 길드는 그렇게 했음에도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나는 다르다.’
멸마첨공섬은 초월 등급 스킬이다.
들어본 적도 없고 얻어본 적도 없는 스킬을 처음 써 본 효과는 굉장했다.
-서걱!
라키아스의 뿔이 거의 다 잘려 나갔던 것이다.
“뿌, 뿔이!!”
아세린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토리놀에게 듣기로는 그렇게 때려도 끄떡없던 뿔이라던데, 언럭키의 한 방에 거의 다 잘려나갔다.
-그아아아아아!!
완전히 소환된 라키아스가 고통스러운지 괴성을 질렸다.
놈의 뿔이 한 번 번쩍이자 땅에서 흙으로 된 가시가 솟구쳤다.
파티원들이 훌쩍 뛰어 피했다.
“아. 완벽히 잘라낸 게 아니라서 마법은 쓸 수 있나 봐요.”
아세린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언럭키 역시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말로만 하지 않았다.
“아직 한 발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빙혈용검을 집어넣은 채, 성검만 들고는 앞으로 훌쩍 뛰었다.
멸마천공섬이 있기 전에는 필살기 역할을 하던 기술.
성검에 내장된 ‘검신의 분노’를 펼쳤다.
동굴 저 위쪽에서부터 반투명한 거대한 검이 생성되더니, 그대로 라키아스에게 내리꽂혔다.
정확히 말하면 놈의 정수리에 있는 뿔이었다.
가장자리 부근만 남아있던 뿔이 그 일격으로 뚝 하고 잘려나갔다.
“뿔 제거했습니다. 이제 레이드 해보죠. 어떻게 다른가 한 번 지켜봅시다.”
리베르타 길드는 저 뿔만 자르면 놈이 마법을 쓰지 못할 거고, 그러면 계속 두들겨 패면서 레이드를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정작 너무나 단단한 뿔이라서 실행하지 못한 방법이었기에, 머릿속으로만 정립된 이론이었다.
그 순간 라키아스의 몸이 우뚝 멈췄다.
큰 충격을 받아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모양인데, 이 틈을 놓치면 안 된다.
파티원 전원이 말하지 않아도 그걸 눈치채고 달려갔다.
놈이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한 방이라도 더 많이 때려야 한다.
그때, 멈춘 채로 몸을 덜덜 떨기만 하던 라키아스가 바닥으로 무너지듯 털썩 드러누웠다.
-띠링!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
“……??”
“???”
뭐야.
뿔만 자르면 그냥 죽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