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1
* * *
주연과 성찬은 유원의 뒤를 따라 걸었다.
편의점이 눈앞에 있었지만, 먹을 것보다는 당장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그 자리에 있다가 다른 괴물을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다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저…… 어디로 가는 거예요?”
“사냥터.”
유원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 안쪽으로 걸어갔다.
특이한 길이었다.
분명 홍대역에 이런 길은 없었는데.
‘진짜로 구조가 바뀌었어.’
홍대역은 더 넓어지고, 더 깊어졌다.
당장 지금 내려가고 있는 계단만 하더라도 주연의 기억에는 없는 계단이었다.
“더 내려가려고요?”
“진짜 사냥터는 지하 2층부터니까.”
2층이 있었던가?
아직까지 지하철에 내려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어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말, 계단은 더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진짜…… 2층 던전이 있었어.’
지하철만큼의 넓이를 가진, 또 다른 지하 던전.
주연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지하 2층의 던전에 도착한 유원은 무기를 꺼내 들며 물었다.
“위험한 건 알면서, 너희는 왜 여기까지 왔지?”
유원의 물음에 주연은 무기를 양손으로 꽉 잡은 채,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은 3번 튜토리얼이 시작된 후로 계속 여기 있어서 모르겠지만, 바깥은 지금 아수라장이에요.”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건 진짜 게임이 아니니까.’
단순한 사냥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3번 튜토리얼은 지금까지의 어떤 튜토리얼보다 복잡하다.
사냥을 통한 아이템의 획득. 그 단순한 목적 하나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모이게 되면, 여러 복잡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리가 만들어지고, 서로를 죽이고 불신하고. 이 작은 구슬 하나를 빼앗기 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죠.”
“너희도 공격을 받고 도망쳤나?”
“네. 그 녀석들도 다 같이 죽고 싶지 않았는지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도 죽을 뻔했지.”
“어쨌든 살았잖아요. 덕분에.”
캬아-.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들어 보는 종류의 울음소리. 주연과 성찬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유원은 익숙한지 그 울음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대신, 유원은 울음소리를 등지고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내가 너희를 죽이고 정수를 빼앗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 있지?”
“네, 네?”
주연과 성찬은 저도 모르게 유원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섬뜩한 말이었다.
지금 이 순간, 적이 된다면 사방에 깔린 괴물보다도 무서운 게 바로 유원이었다.
“다, 당신은 이미 정수를 다 모으지 않았습니까?”
혹시나 했던 성찬의 물음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라면 이미 3번 튜토리얼이 시작되기도 전에 다 모은 상태였다.
“그럼 우릴 죽일 이유가 없을 텐데요?”
“정수라면 더 모으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리고 내가 죽이지 않아도 알아서 죽을 텐데?”
사실이었다.
지금 자신들은 유원이 도와주지 않으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죽을 운명이었다.
“우리에게 바라는 게 뭐죠?”
주연의 물음에 유원은 씩 웃었다.
그녀는 꽤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만약 유원이 둘에게 바라는 게 없었다면 지금처럼 길게 말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나쁜 제안은 아닐 거다. 잘만 하면 정수도 나눠 줄 테니.”
유원의 말에 주연과 성찬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저 이 지하철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는데, 정수도 얻을 수 있다니.
당장 하루 안에 50개의 정수를 모아야 하는 두 사람으로서는 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유원은 성찬을 바라보았다.
“다리는 안 다쳤지?”
“네? 네. 괜찮습니다.”
“좋아, 그럼…….”
유원은 고개를 까닥였다.
“뛰어.”
* * *
샤아아-!
거대한 뱀이 다가왔다.
지하뱀.
지하철 입구에서 몇 번 출몰했다는 녀석이었다. 한 입에 사람을 집어삼키는 괴물로, 현재 알려진 괴물들 중 가장 사냥 난이도가 높은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하뱀을 피해, 성찬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으아아아-!”
상대적으로 스탯 중 민첩이 가장 높은 그였다.
하지만 지하뱀의 속도는 그런 성찬보다도 빨랐다. 거리는 금세 좁혀지고, 성찬은 소리쳤다.
“사, 살려 줘요!”
지하뱀의 머리가 성찬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하뱀의 입이 벌어졌다.
쩌억-.
스걱-.
벌어진 지하뱀의 입 안으로 칼이 들어왔다.
지하뱀의 눈이 몇 번 끔벅였다. 그 직후, 지하뱀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촤악-!
지하뱀의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툭, 투둑-.
데구르-.
정수가 바닥에 떨어졌다.
급하게 뛰어오던 성찬은 바로 자신의 뒤를 쫓아오던 괴물들을 돌아보았다.
‘벌써 저만큼…….’
그 잠깐 사이 벌써 몇 마리의 괴물들이 베어져 피를 뿜었다.
가장 속도가 빠른 지하뱀을 시작으로 이름도 모를 여러 괴물들이 이미 시체가 되어 있었다.
유원의 몸이 위로 날아올랐다.
2미터에 달하는 덩치에 근육질의 몸을 가진 붉은 도마뱀이 유원을 향해 입을 벌렸다.
기다란 칼이 푸른빛을 머금었다. 유원과 도마뱀의 몸이 교차하는 순간, 도마뱀의 몸에 새빨간 선이 그어졌다.
추악-!
도마뱀의 머리가 몸통까지 베어졌다. 유원은 최소한의 칼질로 단숨에 도마뱀의 숨통을 끊어 내고는 쓰러져 가는 녀석의 몸통을 밟아 뛰어올랐다.
툭, 투둑-.
투두둑-.
정수가 바닥에 줄줄 쏟아졌다.
성찬은 서둘러 바닥을 굴러다니는 정수를 주워 담았다.
‘열다섯 마리에 다섯 개…… 확실히 정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
만약, 바깥의 괴물을 사냥했다면 열다섯 마리를 사냥했다고 한들 정수 한 개가 나올까 말까일 것이다.
사냥터가 달라서일까?
좀비나 적당히 덩치가 큰 거미 따위가 아닌, 지하뱀이나 지금 유원이 사냥하고 있는 거대 도마뱀 같은 종류의 괴물들은 다른 괴물에 비해 정수가 나올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았다.
‘게다가 사냥 속도도 엄청나고…….’
대체 이 속도로 사냥을 했다면 유원은 몇 개의 정수를 가지고 있는 거란 말인가?
당장 두 시간 동안 얻은 정수의 개수만 하더라도 오십 개는 넘을 것 같았다.
투둑-.
마지막 괴물이 쓰러지고, 유원은 바닥에 떨어진 정수를 하나 주워 인벤토리 주머니에 넣었다.
새로운 심부름꾼에게 구입한 칼에는 꽤 많은 피가 묻어 굳어져 있었다. 유원은 몸을 돌려 성찬을 바라보았다.
“몇 개지?”
“여섯 갭니다.”
이번 몰이사냥도 역시 성공적이었다.
유원이 방금 전에 주워 담은 정수까지 합쳐 7개.
유원은 5개의 정수를 받아 그중 하나를 건넸다.
“주연이는 좀 늦네요.”
“슬슬 오겠지.”
성찬과 주연의 역할은 하나.
미끼 역할로 인한 ‘몰이’였다.
이곳 지하 던전은 강한 개체의 괴물들이 꽤 많았다.
지금까지 유원은 그 괴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냥했다. 정수가 나올 확률은 높지만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행동력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괴물을 몰이해서 와라. 숫자는 적당히, 열 마리가 넘는 정도로.”
처음에는 그게 무슨 적당히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알겠다.
‘모아 오는 속도가 사냥 속도를 못 쫓아갈 줄이야.’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성찬은 숨을 헐떡이며 유원을 힐끗거렸다.
‘단순히 강한 정도가 아니다. 종부터가 틀려.’
산짐승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봤자다.
자신들이 한낱 산짐승이라면 유원은 그보다 한참 위의 종.
공룡에 비해야 할 것이다.
바깥에는 빠르게 사냥을 시작해 레벨을 올린 강자들이 있었지만, 그래 봤자 무리에서 조금 강한 수준일 뿐.
유원의 강함은 차원이 달랐다.
‘대체 저 많은 정수를 다 어디 쓰려는 건지…….’
그들이 합류한 이후에 이미 유원은 50개의 정수를 모두 모은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도 부족한지, 계속해서 정수를 모으고 사냥을 이어 가고 있었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레벨이 대체 몇입니까?”
“레벨?”
“네. 이만한 사냥속도면 레벨 업도 장난 아닐 거 같은데.”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슬슬 잘 안 올라.”
“네?”
“아마 제대로 레벨을 올리려면 다음 튜토리얼로 가야겠지.”
유원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레벨은 개인 정보다. 혹시라도 남에게 물어보지도 말고, 누가 물어보거든 대답하지도 마. 스탯도 마찬가지고.”
“전에는 체력이 몇이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그럼 그냥 그 팔, 계속 썩게 둘 걸 그랬군.”
“하하…….”
어색하게 웃은 성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세계에서 주민번호나 전화번호 같은 정보들은 하등 의미가 없었다.
앞으로 개인을 나타나는 가장 큰 정보는 레벨과 스탯 같은 것들일 터. 그것을 함부로 묻거나 발설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성찬은 처음 깨달았다.
유원은 다시 몰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성찬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이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모을 수도 있겠어.’
성찬과 주연이 사냥에 합류하고 두 시간.
확실히 사냥 속도가 빨라졌다. 따로 여기저기 움직이며 괴물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진 덕분이었다.
‘반 배 정도는 더 빨라졌다.’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사냥속도가 빨라진 만큼 정수를 획득하는 속도도 덩달아 빨라졌다.
‘심지어 새로운 사냥감이 나타나는 속도가 못 쫓아갈 정도니…….’
지하철보다 더 난이도 높은 사냥터가 없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캬아아-!
사아악, 사아-.
“유원 씨! 여기, 여기요!”
잠깐 쉬고 있는 사이, 주연이 괴물을 한 무리 이끌고 달려왔다.
유원은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었다.
* * *
퍼억-!
손에 쥔 망치가 지하뱀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꿈틀거리던 지하뱀의 숨이 끊어졌다. 성찬은 몸을 떨며 소리쳤다.
“자, 잡았다!”
귓가로 레벨 업 메시지가 들려왔다.
지하뱀을 잡았다. 그것도 주연과 함께, 단둘이서.
유원을 따라다니며 몰이사냥을 하는 내내 두 사람은 한 마리씩 꾸준히 괴물을 사냥했다.
레벨 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유원의 조언 때문이었다.
“레벨 올랐지?”
“응. 너도?”
“정수는…….”
툭-.
지하뱀의 입에서 정수가 뱉어졌다.
이건 온전히 두 사람의 몫이었다. 이 지하뱀은 유원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잡은 것이니.
“다 끝났나?”
잠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유원이 묻자, 성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저희가 가져도 됩니까?”
“그게 마지막이지?”
“네.”
유원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정수들 중, 하나를 주연에게 건넸다.
“너도 마지막이고.”
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50개.
3번 튜토리얼의 통과 조건이었던 50개의 정수를 모두 모았다.
유원을 만나기 전에는 20개에 그쳐 있었던, 원래라면 절대 다 모으지 못했을 것 같던 숫자가 충족된 것이다.
유원은 시간을 확인했다.
[02 : 57 : 15]‘서둘러야겠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2시간이 되면 다음 튜토리얼로 넘어가는 ‘게이트’가 활성화된다.
최소한 그 전까지는 바깥으로 나가야 했다.
“끝났으면 슬슬 올라가지.”
시간을 확인한 유원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드디어 올라가나.”
계속 지하에 있던 성찬은 유원을 뒤따라가며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위쪽은 아수라장이겠지?”
성찬은 지하철 아래로 내려오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한 무리로부터 공격당해 이곳까지 떠밀리다시피 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친구를 잃었고, 지하철역 안에서는 또 한 명의 친구를 잃었다.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니 밖으로 나가는 게 어딘가 겁이 났다.
“아직이라고?”
성찬의 물음에 주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지금은 더 하겠지.”
자신들이 공격받았을 때에는 시간이 꽤 남아 있을 때였다.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사람들은 개수를 다 채우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서로를 공격하고, 불신하고 있었다.
하물며 지금은 3번 튜토리얼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상황.
밖의 상황이 전보다 나아질 이유가 없었다.
“괜찮을까?”
“그러게.”
주연은 앞장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유원을 바라보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