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4
“빼앗아 가 보든가.”
당당한 유원의 태도에 당황한 건 오히려 포세이돈이었다.
그의 행동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저기 있는 제우스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뭔가 더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이렇게 유원이 당당하게 나오니 당황한 건 오히려 포세이돈이었다.
분명 실력 자체는 아직 자신이 월등했다. 하나 유원에게는 판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장면까지도 그가 그려 놓은 판 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세이돈은 덜컥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세다, 역시.’
애초에 이 싸움은 자신의 승리일 수밖에 없다.
유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싸움이 끝난 뒤, 유원을 공격할 경우 그가 나설 가능성이 농후했다.
더군다나 자신은 이 싸움이 끝난 후, 다시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벼락과 바다의 돌을 손에 넣을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반드시 지금이어야 한다.’
“네가 한 말이다.”
쏴아아아-.
포세이돈을 중심으로 수분이 모여들고, 뭉쳐 있던 마력이 흩어져 대기 중에 퍼져 나갔다.
“후회하지 말거라.”
꾸득, 꾸드득-.
포세이돈의 마력이 유원의 몸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특별한 스킬이 아니었다.
수압(水壓)이었다.
‘시작했나.’
길게 싸울 필요는 없었다.
아니.
길게 싸웠다가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 승부는 최대한 짧게 가져가야 한다.
포세이돈 역시 그걸 알고 있을 터.
파앗-.
사방에 퍼진 물결 사이로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뻗어 왔다. 동시에 유원의 몸에 둘러진 갑옷, ‘트라이앵글’이 반응했다.
웅-.
대기 중에 흩어져 있던 수분이 흔들렸다.
포세이돈의 영향력과 트라이앵글의 영향력이 부딪친다.
잠시간 발이 묶인 수분.
잠시 멈칫하던 포세이돈은 이내 다시 삼지창을 움직였다.
부우웅-.
쩌어엉-!
땅을 내려찍은 창끝이 바닥을 세 갈래로 갈랐다. 헤라클레스에게 가세해 제우스와 싸우고 있던 하데스가 포세이돈의 행동을 눈치챈 건 바로 그때였다.
“포세이돈!”
하데스가 몸을 틀었다.
제우스와의 싸움은 잠시 헤라클레스에게 맡겨 두면 될 일이었다.
지금의 제우스는 헤라클레스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유원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올림포스의 입장에서는 난감해질 수 있었다.
‘저 멍청한 자식이.’
하데스의 반응에 포세이돈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나 하데스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시간은 정말 많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기이이잉-.
잠시 멈췄던 마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글, 보글-.
바다가 꿈틀거린다. 살아 있듯 흔들리던 바다는 곧 화가 난 것처럼 움직였다.
창끝을 따라 움직이는 물결.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정면 돌파뿐이다.’
단숨에 유원을 짓눌러 죽이고, 그가 가진 것들을 빼앗는 것뿐.
촤아아아-!
거대한 파도가 몸을 덮쳐왔다.
그것을 괴물의 입처럼 유원을 집어삼켜왔다.
트라이앵글의 힘이 있더라도 상대는 포세이돈이었다.
테세우스처럼 손쉽게 마력을 흩어 버릴 수 없는 상대.
‘정면 돌파라…….’
포세이돈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손바닥 위처럼 훤히 보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지금처럼 시간이 없을 땐, 돌아가는 것보다는 직진이 정답일 테니까.
그렇다면 이제 그 수에 자신이 대답을 내놓아야 할 때였다.
파직-.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벼락.
녀석이 말하고 있었다.
싸울 수 있다고.
‘……받아 보자.’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제아무리 포세이돈이라 해도 트라이앵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중에 제대로 힘을 뿜어 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손에는 물 속성의 상극이 되는 아이템인 벼락이 있었다.
파지지직-!
[‘벼락’을 생성합니다.] [‘퀴네에’가 ‘벼락’과 반응합니다.]검게 변하는 손안의 벼락.
유원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퍼어어엉-!
포세이돈의 파도가 유원을 덮쳤다.
* * *
퍼어엉-!
파도가 땅 위로 떨어져 내렸다. 거센 물살은 바위를 가루로 만들고, 지면을 아래로 내려앉혔다.
한 번의 손짓으로 풍경을 뒤바꾼 포세이돈.
하데스는 그런 포세이돈을 향해 달려 나갔다.
“포세이돈!”
콱-.
하데스는 포세이돈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평소 그가 다루던 마력에 비하면 부족하긴 하나, 이 정도 위력이면 하이랭커 몇 명쯤은 납작하게 짓눌러 죽일 정도였다.
“기어이 네놈이, 이런 짓을…….”
유원은 올림포스의 은인이었다.
그로 인해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길을 찾았고, 탑을 피로 물들 거대한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
불가능에 가깝던 올림포스 부수기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유원을 포세이돈이 제 손으로 죽이다니.
하데스의 눈이 분노로 일렁거렸다.
그런데.
“……아니야.”
“뭐?”
하데스는 포세이돈의 표정을 살폈다.
포세이돈의 눈이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그가, 자신에게 멱살이 잡힌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실패다.”
“실패?”
하데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유원이 있던 자리.
거대한 물살이 내려앉았던 그 자리에, 선이 하나 생겨나 있었다.
익숙한 장면이었다.
‘설마…….’
포세이돈의 물살을 한 손으로 막아 내 바다를 가르던 제우스.
그의 모습이, 한 명의 사람 위에 겹쳐져 보였다.
쏴아아아-.
갈라진 물살 속.
유원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데스는 오싹 소름이 돋았다.
-직접 보고도 못 믿겠군.
김유원과의 첫 만남.
그 첫 만남은 지금 생각하면 참 볼품없었다.
-이런 녀석이 정말 제우스의 벼락을 막아 냈다니 말이야.
잔뜩 기대를 하고서 만났던 녀석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다.
‘그랬던 녀석이 아레스를 잡았고, 헤라클레스를 설득했다. 그리고 판도라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지. 그리고 지금은, 포세이돈에게 살아남았나.’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모든 싸움은 마치, 저 녀석이 그린 그림처럼 움직였다.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머리가 비상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재능이 뛰어난 게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짙어진 마력의 농도.
그 잠깐 사이, 녀석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미 완성된 녀석이었다.’
하데스는 확실히 결심했다.
김유원과는 절대 적이 되지 않기로.
땅이 한 번 더 뒤집어진 건 그때였다.
콰앙-!
우지끈-!
제우스의 몸이 유성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하데스는 저 멀리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발견했다.
‘저쪽도 끝났나 보군.’
몸 곳곳에 전격으로 인한 화상이 생기긴 했지만 헤라클레스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다.
반면, 제우스는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었다. 의식이 없는 건지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헤라클레스.’
1차 기간토마키아 이후, 헤라클레스는 활동을 멈춘 상태였다.
그런 만큼 그의 랭킹은 삼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언정, 그보다 더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웬걸.
천 년이라는 시간은 하데스가 알고 있던 헤라클레스를 완전히 바꿔 놓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땅한 아이템도 없이 저런 실력이라. 저 녀석도 괴물이군.’
제우스나 포세이돈이 없더라도 아직 올림포스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았다.
모든 게 엎어졌으니,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때였다.
화악-!
활짝 열리는 하늘.
뿌옇게 끼어 있던 먹구름이 걷히며, 그 위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내려왔다.
“왔군.”
유원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 싸움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길드.
또한, 이 싸움에 끼어들 가장 깊은 명분을 지니고 있는 길드.
키히히히힝-!
수십 마리의 백마를 선두로, 수 척의 거대한 배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아스가르드.’
그들은 올림포스 부수기를 알고 있었다. 또한, 아스가르드는 2차 기간토마키아의 존재를 알고 경계를 하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이걸로 마무리인가.’
유원은 포세이돈의 얼굴을 살폈다.
하얗게 질린 얼굴.
그들의 등장이 포세이돈에게 의미하는 건 하나뿐이었다.
‘또다시 갇히겠군.’
예상보다 조금 늦어, 포세이돈이 잠시 날뛰긴 했지만.
아스가르드는 한 번 풀어 준 죄수에게 결코 자유를 주지 않는다. 싸움이 끝났다 판단된 이상, 아스가르드가 포세이돈을 다시 잡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빠득-.
포세이돈의 이가 갈렸다.
결국 벼락도, 바다의 돌도 손에 넣지 못했다.
제우스를 잡은 건 헤라클레스였다.
감옥 밖으로 나왔던 이 절호의 기회를, 자신은 조금도 살리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포세이돈은 조심스레 삼지창을 움직였다.
이 자리를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강렬한 한 방이 필요했다.
우우웅-.
창끝에 모여드는 마력.
그 마력의 흐름과 그 속에 담긴 적대에, 지상으로 내려 오던 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키히히히힝-!
수십 마리의 백마.
발키리들 사이를 향해, 포세이돈의 창끝이 움직였다.
푸화악-!
수십만 톤의 물이 창끝을 따라 위로 솟아 올랐다.
전열이 어지럽혀졌다.
‘됐다.’
포세이돈은 그 물살에 올라탔다.
아주 잠깐이지만 시간을 벌었다.
자리를 벗어나는 데에는 그 잠깐이면 충분했다.
촤아아-.
물살에 올라탄 포세이돈의 몸이 미끄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거리.
그렇게 포세이돈이 아스가르드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어딜 가려고-!”
번쩍-!
포세이돈의 머리 위로, 푸른 전격이 터져 나왔다.
쾅-!
“커억!”
머리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포세이돈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의 마력으로 움직이던 물이 흩어지고, 포세이돈의 몸이 볼품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유원은 한숨을 쉬었다.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스가르드는 바보가 아니었다.
죄인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삼신 중 한 명인 포세이돈.
그런 포세이돈을 잡기 위해, 고작 발키리 부대만 보냈을 리 없었다.
당연히 그와 급이 맞는 랭커를 보냈을 터.
유원은 방금 전, 포세이돈의 머리를 냅다 내려찍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설마, 토르가 올 줄이야.’
황금색의 머리카락. 날렵한 턱선에 구렛나루와 이어진 단정한 수염.
한 손에는 묠니르를 손에 쥔 아스가르드의 하이랭커.
오딘의 아들, 토르가 발키리와 함께 이곳에 온 것이다.
‘확실히 토르라면 포세이돈과 급이 맞다. 랭킹도 엇비슷하고…….’
다만, 큰 전투에 지친 포세이돈과는 달리 토르는 지금 쌩쌩하다는 게 다른 점일 뿐.
토르는 단숨에 포세이돈을 제압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장이 엉망이군.”
이미 원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변해 버린 전장이었다. 마치 기간토마키아라도 일어난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 아스가르드가 맡은 역할은 어지럽혀진 전장의 정리였다.
죄인 포세이돈의 소환.
그리고 더 큰 죄인, 제우스의 확보.
토르는 그 두 가지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녀석 잘 챙겨라. 또 언제 다시 내빼려 할지 모르니까.”
“예!”
“제우스의 신병은 꼭 생존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만약 저항하거든 헤라클레스와 하데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장을 크게 훑어보던 토르와 유원의 눈이 마주쳤다.
“네가 김유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