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36
이상했다.
살아 있을 리 없는 제우스와 헤라클레스가 화해했다니.
“내가 알던 미래에서는 제우스가 죽었다.”
“뭔 소리야?”
손오공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니 확실했다. 그가 온 세계에서 제우스는 살아 있었다.
“원래라면 헤라클레스의 손에 죽었을 제우스는, 지금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혀 있다. 내가 미래를 바꿔 그를 살린 셈이지.”
유원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오공은 머리를 긁적이며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 뭔 말인지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다른 상황도 더 말해 봐라. 최대한 자세히.”
“다른 상황이라면, 어떤 거?”
“올림포스에 관한 거나, 삼귀자에 관한 거.”
유원은 자신이 일으킨 굵직한 사건에 관한 걸 물었다.
기억을 더듬던 손오공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하나둘,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큰 틀 안에서 흐름은 변화가 없었다.
굵직하게 달라진 건, 역시 헤라클레스와 제우스의 관계 정도였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생각을 정리한 유원이 입을 열었다.
“첫 번째는 네가 살던 미래가 내가 바꾼 현재의 영향을 받아 즉각적으로 바뀐 것이고.”
“오, 그거 그럴 듯한데?”
“……두 번째는 네가 사는 세상과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다른 세상이라는 거지.”
“분리된 세상?”
“평행이론이라나…… 모르겠다. 나도 너무 너무 예전에 들은 거라.”
복잡한 생각에 유원은 머리를 저었다.
자신도 이런데, 손오공이야 오죽할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미래를 바꿀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곳을 바꾸면, 그쪽도 바뀔지도 모른다.’
가능성.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지금껏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행동들이, 사실은 열매를 맺고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지금 이곳에서 잘하면.
어쩌면 자신이 있던 미래까지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자세한 건 나중에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재회의 반가움은 여기까지.
꼬르르륵-.
손오공은 배꼽에서 울리는 시계에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에 밥 구경 좀 하자.”
* * *
보글-.
고기를 넣고 끓인 탕이 보글보글 끓었다. 분신을 풀어 산짐승을 잡아 온 손오공은 대뜸 사슴의 뒷다리를 잡아 뜯기 시작했다.
우직-.
게걸스럽게 식사를 시작하는 손오공.
우마왕은 함께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둘이 아주 비밀이 많더구나.”
“푸흡!”
손오공은 입에 넣고 씹던 음식을 우마왕의 입에 뱉어 냈다.
순식간에 침과 씹던 고기에 얼굴이 범벅이 된 우마왕은 표정 없이 손등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그러자, 손오공이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 뭐, 뭔, 무슨 비밀?”
제 딴에는 최대한 침착한다고 한 것 같은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긴.
애초에 마력으로 목소리까지 차단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유원과 손오공이었다.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었고,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 알고 있군.’
유원은 우마왕의 말에 박혀 있는 가시를 발견했다.
그는 단순히 ‘비밀이 있다’고 말을 꺼낸 게 아니었다.
그 비밀이 무엇인지까지 알고 말을 꺼낸 것이었지.
“다 들으셨습니까?”
“엿듣는 게 실례라는 건 안다. 미안하구나.”
손오공이 뱉어 낸 침과 고깃조각을 소매로 닦아낸 우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니, 의심을 했다는 쪽이 더 정확하겠지.”
“절 말입니까?”
“그래.”
우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은 공평하다. 시간이란 것도 마찬가지고. 재능이란 것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지.”
그것은 모두가 유원을 보며 드는 의구심이었다.
랭킹 100위권 안쪽의 하이랭커, 탁탑천왕.
유원은 그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상태였다. 그것은 단지 재능이 뛰어나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이었다.
유원은 이제 막, 50층에 도달한 플레이어일 뿐이었으니.
“그런데 넌, 그 한계란 게 없는 것처럼 보이더구나. 게다가 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 무얼 목적으로 막내를 구하려고 제 목숨까지 거나 싶고…….”
의심.
그리고 호기심이 들기에는 충분한 상황.
“그래서 엿듣게 됐다. 이 얼간이 동생이 펼친 벽 정도는 내게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이내, 우마왕의 시선이 손오공에게로 향했다.
손오공은 죄라도 지은 듯 시선을 피했다.
아니.
정확히는 한 가지 질문을 피하려 하던 것이다.
“네가 있던 곳에는, 내가 없더냐?”
하지만 결국 우마왕은 그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없었습니다.”
체할 것 같이 답답한 가슴을 두들기며 손오공이 눈을 번뜩였다.
“이제, 있게 만들 거지만.”
“……그래?”
우마왕은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밤하늘이 유난히 어두웠다.
당장 오늘 내일만 생각하는 자신과는 달리, 눈앞에 있는 손오공은 그보다 훨씬 먼 나중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천 년 조금 넘게 기다렸는데, 넌 그게 아니었나 보구나.”
지금 당장 다시 만났다고 해도, 먼 미래에는 자신이 죽고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우마왕의 가슴은 간질였다.
아마 그 사실을 알기에 손오공 역시 지금 이 순간 그리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리라.
“이기자꾸나. 그 아우터인가 하는 놈들과의 싸움에서도. 그리고 천계와의 싸움에서도.”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을 먼저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천계와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일 뿐.
“그리고…….”
우마왕이 국자로 팔팔 끓고 있는 탕을 한 수저 떠냈다.
“서로 사는 시간은 달라도 다시 만나서 반갑구나. 미래에서 온 막내야.”
쪼르르르-.
“많이 먹어라.”
* * *
식사가 다 끝나고 늦은 밤.
우마왕은 잠에 들었다. 의외로 그는 꽤 잠이 많은 편이었다.
식사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꽤 나누긴 했지만,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이나 밀려 있던 이야기였다.
대화는 해도 해도 부족했다. 밀린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 채워 나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보니 좋으냐?”
유원이 쌀쌀한 밤공기를 헤쳐 걸어왔다.
집 밖에 앉아 있던 손오공은 그답지 않게 복잡한 얼굴이었다.
“좋지.”
“하던 대로 해라. 그렇게 어색한 얼굴 하고 있지 말고.”
“내가? 그래?”
“넌 예전부터 표정은 못 숨겨.”
손오공의 단순함은 유원이 알고 지낸 자들 중 최고였다.
그는 늘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얼굴 위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늘 신이 나 있던 녀석이 웬일로 이런 표정일까.
“큰형님 때문이냐? 아니면 나 때문이냐?”
“큰형님. 너야 뭐, 어색할 게 뭐가 있냐.”
“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도 아니고, 못 볼 것 같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니 이게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고…….”
다른 세계 속의 사람.
그 어색한 느낌에 손오공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또 그런데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게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손오공.
반갑고도 어색한, 그 상반된 감정에 그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토록 보고 싶던 가족이 살아 돌아왔다.
반가웠지만, 이 세계에서의 우마왕은 아직 죽지 않은 상태였다.
유원이 그를 구출해 천계의 감옥에서 처형당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지.
“아무튼 다 좀 복잡해. 막상 나와 보니 여기가 내가 알던 세계가 맞나, 싶기도 하고.”
유원과 손오공이 살던 세계는 이미 아우터에 의해 원래의 색깔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황폐해져 버린 세계였다.
그런 만큼, 손오공은 지금 보고 있는 이 숲과 하늘 역시 자신이 알던 것과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도 확실히 좋네.”
손오공은 차가운 밤공기를 깊게 들이쉬었다.
“냄새도 좋고.”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공짜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들이, 훗날에는 돈을 주고도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된다.
이제 막 이 세계로 돌아온 손오공은 그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유원은 그 감상을 깨지 않기 위해 잠시 손오공을 내버려 두었다.
잠깐의 침묵.
구름 사이에 비춰진 달빛을 눈에 담고 있던 손오공에게 유원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할 일은 기억하고 있겠지?”
손오공은 자신과 함께 계획을 수립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심지어는 유원과 함께 시계태엽을 사용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었으니…….
“넌 그걸 다 기억해?”
잊고 있었다.
손오공은 머리가 그리 똑똑한 편이 아니라는 걸.
큰 틀 안에서 뭘 해야 하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더라도 세부적인 것까지 기억하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오행산 안에 몇 년을 갇혀 있었는데.”
과거로 돌아올 사람들 중, 손오공보다 유원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이유.
그중 하나는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시계태엽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힌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그걸 다 기억해? 안 그래?”
“그래. 뭘 기대하겠냐.”
“그리고 여기 오기 전에 오딘이 그러더라고.”
한숨을 쉬던 유원은 오딘이라는 이름에 눈을 반짝였다.
“오딘이?”
“혹시라도 돌아온 내가 오행산에 갇혀 있고, 계획대로 네가 날 구하게 되면, 이미 넌 많은 걸 계획대로 이루었을 테니 그 흐름을 내가 망치지 말라고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손오공의 힘은 분명 대단했다. 그는 괜히 단신으로 천계에 쳐들어가 난동을 부린 게 아니었다.
손오공과 천계의 전투를 두고, 랭킹 관리국은 이렇게 말했다.
천계라는 거대 길드와 손오공 한 명의 싸움.
그 싸움은 백 번 중 아흔아홉 번은 천계가 승리하겠지만, 백 번 중 한 번은 손오공이 이길 수도 있는 싸움일 것이라고.
손오공의 문제는 그 백 번 중 한 번을 믿고 무작정 달려드는 것이지만, 손오공의 힘은 그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앞으로 머리 아픈 건 네가 해라. 괜히 내가 실수해서 뭐가 잘못되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손오공은 씩 웃으며 옆에 놓아둔 여의봉을 움켜쥐었다.
“난 언제나 그랬듯, 때리고 부수는 것만 열심히 할 테니까.”
묶여 있던 오행산에서 이제 막 풀려났다.
나타태자와의 싸움은 짧았고, 아직 그는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였다.
때려 부수는 것.
그것은 손오공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달리 말하자면, 손오공은 고작 그 재능 하나 때문에 이곳으로 돌아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었다.
불사(不死).
그 사기적인 능력 하나만으로도 손오공의 존재를 설명하기는 충분했기에.
‘이상적이다.’
이렇게 두 명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 생각을 여러 번 해 왔던 만큼, 유원은 지금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2할.’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계획들이, 이제는 정말 가능한 단계까지 올라왔다.
유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괜찮냐?”
“내 몸을 몰라서 그러냐?”
“하긴.”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괜한 걸 물었다.
그렇다면.
“그럼 내일 당장, 네가 할 일이 있다.”
“할 일? 뭔데?”
“천계.”
그 말에, 손오공의 눈이 반짝였다.
“내일 박살 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