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06
관리인의 시선이 유원의 손가락을 따라 올라갔다.
그의 눈에 보이는 건 대여소의 낮은 천장뿐이었다.
‘천장……?’
높긴 하지만 어지간한 랭커들은 뛰어서도 올라갈 수 있는 높이.
이만한 높이를 올라가겠다고 태양마차를 빌리는 미친놈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눈앞에 있는 자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최상위 하이랭커였으니.
‘하늘로 올라가겠다는 건가, 지금?’
저 텅 빈 하늘에 대체 뭐가 있다고.
관리인이 위를 올려다보며 잠시 의문을 품었다. 유원의 눈에는 그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보이는 듯했다.
‘뭐, 이젠 알려져도 상관없으니까.’
눈치를 채고 말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급한 건 태양마차였다.
“좀 서둘러 주지?”
“아, 아! 예!”
유원의 재촉에 관리인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가 불분명한 터라 제대로 된 이용료는 측정되지 않았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 동안 태양마차를 사용할지는 유원이 정할 몫이었다.
“여기 준비됐습니다. 이용료는 일단 1,000포인트, 최고 이용료로 측정해 놓았습니다. 나중에 거리를 따져 일부 환급을 해 드리…….”
“여기 있다.”
[3,00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관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300만 포인트.
레플리카 버전의 태양마차 하나를 사고도 조금 남을 만한 금액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주십니까?”
“조금 더 챙겨 넣었어.”
툭, 툭-.
유원은 관리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참에 새 걸로 하나 더 사라. 중고 말고.”
“예, 예에?”
팟-.
유원은 준비된 태양마차에 올라탔다.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마차가 시동을 시작했다.
이윽고 출구를 통해 마차가 밖으로 나오는 걸 바라보며 관리인은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300만 포인트가 결코 적은 포인트가 아니라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새 걸로 하나 사고도 남겠지.’
뻔뻔해 보이긴 했지만 유원도 미안한 건 알았다.
300만 포인트면 지금 타고 있는 중고 대신, 올림포스에서 새로운 레플리카 버전의 태양마차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할 터.
수고비까지 더해 충분한 값이었다.
그리고 유원이 굳이 그만한 값을 치른 이유는 하나.
치이이-.
하늘로 끝없이 올라가던 태양마차의 바퀴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시작이군.”
태양마차의 아래를 내려다본 유원의 눈에 장난감처럼 작아진 도시가 보였다.
태양과 가까워지는 마차.
제아무리 뜨거운 불꽃을 뿜어내며 하늘을 난다 해도, 결국 이 태양마차 역시 헤파이스토스를 비롯한 랭커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아이템에 지나지 않았다.
치이이이-.
바퀴가 서서히 녹고,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관문의 시작이었다.
“‘문’을 발견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당시에는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가장 처음, 다음 층으로 향하는 문을 찾아낸 건 ‘이카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 대단하지 않은 랭커였다.
“나와 아버지는 100층에 있는 던전을 공략하던 중, 한 미궁에 빠졌다. 출구가 어디인지, 끝이 있긴 한 건지 알 수 없는 미궁이었지.”
그는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날개를 만들었다.
특별한 비행 스킬이 없었던 그로서는 그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가 갇힌 미궁은 하늘 높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으니까.
“날개를 만들고 하늘을 날아 겨우 미궁을 탈출했다. 그렇게 높이 날아 본 건 처음이었지.”
보통의 랭커들은 위로 향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더 이상 ‘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고, 남아 있는 건 그저 끝없는 하늘뿐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100층.
이 탑에 그보다 더 높은 세계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랭커들은 거기서 만족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미궁을 탈출하며 하늘을 날던 중 하늘에 떠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문이 있었다.”
문.
하늘에 있을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그건 상징적인 이름일 뿐이었다.
“뭐에 홀린 듯 올라가다 보니 그대로 타 죽을 뻔했지. 거기서 포기했다면 아마, 너희도…….”
“말이 많아, 왜 이렇게.”
“야, 야. 이 새끼 취한 것 같은데?”
“술을 또 얼마나 먹인 거야?”
뭐, 어쨌든 요점은.
‘그 무엇이든 위에 있다는 거지.’
치이이이-.
태양마차가 타들어 갔다.
밀랍으로 만든 이카로스의 날개가 녹아내렸던 것처럼, 이 태양마차 역시 열기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만한 열기를 버텨 내려면 가짜가 아닌, 진짜 태양마차를 가져왔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서.”
유원에게는 열기를 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얼려.”
-알겠습니다.
쏴아아-.
스산한 냉기가 태양마차를 감쌌다. 아서의 얼음은 타오르던 태양마차를 식히는 걸 넘어, 오히려 그 안을 춥게 만들었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올라.
“마지막 추진력은…….”
화르륵-.
유원의 손안에 불꽃이 모여들었다.
[‘불의 심장’이 ‘성화’와 반응합니다.]심장에서부터 뿜어지기 시작한 불꽃.
태양마차의 후미를 향해 뻗은 손바닥을 통해 강렬한 불꽃이 뿜어지고.
화아아악-!
잠시 동력이 멈췄던 태양마차가 위로 더 높게 날아올랐다.
아서가 만들어 낸 냉기가 뜨거운 열기로부터 태양마차를 보호하고, 유원이 태양마차를 위로 끌어올렸다.
물론.
화르륵-.
아서의 냉기로는 태양마차를 다 보호하지 못했다.
서로 반대되는 속성의 마력.
유원의 불꽃이 아서의 마력을 몰아냈다.
아서의 얼음을 녹이지 않으려고 했으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간 추진력이 떨어진다.’
불꽃에 타들어 갈수록 태양마차가 위로 올라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대체 얼마나 많이 올라왔을까.
이제는 도시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세상이 작게 느껴질 즈음.
‘보인다.’
저 하늘 위.
푸르게 빛나는 작은 아지랑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서.
팟-.
유원이 태양마차를 버리고 높게 뛰어올랐다.
[‘하늘걸음’이 발동됩니다.] [5초 동안 이동 속도가 100% 상승합니다.] [5초 동안 하늘을 밟을 수 있습니다.]헤르메스의 발걸음에 내장된 스킬.
유원은 그 스킬의 효과를 빌려, 5초 동안 하늘을 밟았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닿는다.’
유원이 손을 뻗었다.
이 탑의 진짜 하늘. 세상의 위로 향하는 유일한 문.
하이랭커들 사이에서는 ‘신이 되기 위한 바늘구멍’이라 불리는 곳.
웅-.
유원의 손끝이 그 아지랑이에 닿고.
[신위(神威)를 검증합니다.]이내, 유원의 몸이 그 아지랑이를 통과해 하얀 세상에 도달했다.
[신위(神威)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신위(神威).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탑의 시험을 1층부터 99층까지 모두 통과해 100층에 도달하는 것. 즉, 랭커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
그게 바로 신위의 조건이었다.
신화(神話).
말 그대로 신의 이야기였다.
진짜 중요한 건 바로 이거였다.
1층부터 100층까지. 플레이어로서 탑을 오르며, 어떤 시험을 거치고 어떤 삶을 살았느냐.
어떤 이야기를 썼느냐.
스으으-.
유원을 둘러싼 새하얀 세상 위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유원이 지금까지 써 온 삶.
그것이 하나둘 눈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가장 먼저 나타난 색깔은.
치익-.
‘보라색.’
지긋지긋한 보라색이었다.
하늘이 그려졌다. 확실히, 유원에게는 푸른 하늘보다는 저 보랏빛의 하늘이 더 익숙했다.
그만큼 저 하늘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이었다.
치익, 칙-.
흡사 붓칠이라도 하듯 유원의 눈앞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이번에 나타난 건 거대한 기둥이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높은 기둥. 그리고 그 기둥에 깔려 있는 외신들.
그 옆으로, 여의봉과 손오공.
그리고 그 손오공과 등을 맞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지긋지긋하네, 진짜.”
기억났다.
잊을 수가 없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손오공과 싸우던 도중.
하늘이 보라색으로 뒤덮이고 외신들이 나타났다. 싸움을 멈춘 유원과 손오공은 그렇게 나타난 외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스윽-.
그다음 장면이 그려졌다.
“결국 이렇게 모이긴 모였군.”
“많기도 하네.”
“많기는. 살아남은 게 이게 전부라는 건데.”
수천 명의 랭커들.
그들이 한데 모여 있는 장관 속.
유원은 관심이 없다는 듯 바위에 누워 여전히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저게 전부였지.’
외신과의 싸움이 시작되고 백 년.
살아남은 랭커의 숫자는 고작 수천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내게 생각이 있다.”
오딘과 미미르를 비롯한 랭커들이 시계태엽을 계획하기 시작한 게.
어차피 이번 생은 망했다는 데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가 다음으로 이어졌다.
“어쭈? 버텨?”
김명훈의 주먹에 얻어맞는 자신의 모습.
어느새 꽤 된 일이었다. 처음 시계태엽을 사용해 돌아왔던 순간이었다.
“내일이었던가, 오늘이었던가.”
“뭐?”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김명훈과 진행된 튜토리얼. 그리고 그 튜토리얼의 끝에서 얻은, 단풍이 부화했던 알.
알에서 부화한 단풍과 올림포스 부수기, 라그나로크, 천마대전.
그리고-
“그러고 보니 한 명 더 있었군.”
자신을 돌아보던 어리석은 혼돈의 모습이 이 세계에 비춰졌다.
“김유원.”
어리석은 혼돈과의 재회.
유원은 저 순간을 잊지 못했다. 미래에는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녀석이지만, 잠깐이나마 유원은 손에 땀을 쥐며 긴장했다.
그만큼 어리석은 혼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마아아아-.
어떻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울음소리.
거대한 염소가 유원을 향해 보랏빛의 눈동자를 빛내며 나타났다.
‘슈브 니구라스.’
어리석은 혼돈에 이어. 슈브 니구라스와의 싸움까지.
지금까지 유원이 겪어 온 일들이 이 세계에 기록되어 펼쳐졌다.
이쯤 되니 유원은 자신이 지금껏 어떤 이야기를 써 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시계태엽으로 돌아오기 이전까지도 기록해 놓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회귀 전이나 후나, 유원의 삶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내 삶은 전부 저 녀석들과 관련되어 있다.’
오래전.
유원이 살아온 이야기의 이름은 ‘방랑자’였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며, 외롭게 싸우고 살았기 때문일까.
당시 유원이 쓴 신화는 이름부터가 차갑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꽤 마음에 드네.”
유원은 눈앞에 펼쳐진 자신의 이야기를 보며 눈동자를 빛냈다.
[신화(神格) – ‘실패한 이계의 대적자’를 시작합니다.]실패한 이계의 대적자.
이 탑의 바깥. 이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 들어온 이계의 신들.
아우터 갓.
그들과 싸워 실패했던 대적자의 이야기.
현 시점에서는 결코 쓸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계태엽을 통해 돌아온 유원의 이야기를, 이 세계는 모두 알고 있었다.
화아악-!
한 순간.
유원의 눈앞에 펼쳐졌던 모든 풍경들이 지우개로 지워 낸 듯 다시 하얗게 변하고.
[시험을 시작합니다.]‘신이 되기 위한 바늘구멍’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