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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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족 구역의 각 종파에서 조직한 수련자 대군은 비상사태를 대비한 전송진을 이용해 한 무리씩 드넓은 바다로 이동해왔다.
고족 구역에서도 세 명의 황존이 이끄는 군대가 전송진을 통해 이동 중이었다.
정말로 전쟁이 발발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태고 신경에 들어간 후 어느 쪽에서 대천존이 나타나는지 또는 어느 쪽의 대천존이 다시 승급하는지에 따라 전쟁이 일어날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도 대천존이 고족 구역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선족에서 대천존이 생겨나거나 기존 대천존이 승급한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태고 신경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선강 대륙보다도 오래됐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허무 안에서 태어난 선조와 고조조차 태고 신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한제는 바닷물의 한쪽에 가부좌를 튼 채 폭풍 안의 거대한 기둥으로 이루어진 문을 보았다. 꼭 닫힌 문은 곧 열릴 참이었다.
한제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수천 년 동안 이 날만을 기다려온 그에게 남은 몇 개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긴 했다.
‘만약 내가 시고 조묘에서 그 계획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태고 신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허나 끝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대치
시간이 흘러 태고 신경이 열릴 때까지 딱 한 달이 남았을 때였다. 고족 구역에서 세 갈래 빛이 휙 날아들었다. 고족의 대천존들이었다. 송천과 현라, 그리고 신비로운 극고 대천존.
순식간에 멀지 않은 곳에 이른 빛에서 모습을 드러낸 송천은 한제에게 공손히 포권을 했다.
“송천, 이존을 뵙습니다.”
극고 대천존 역시 말없이 한제를 향해 포권을 했다.
한편, 현라는 당시보다 적지 않게 나이가 든 모습이었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자신의 제자였던 한제의 강력해진 모습에 기뻐하며 이 선강 대륙 최강자에게 예를 표하려 했다.
한제는 세 사람이 눈앞에 이르렀을 무렵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막 현라가 포권을 하려는 순간, 먼저 예를 갖추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이를 본 송천과 극고 대천존의 심신은 마구 떨렸다. 그들은 지금껏 사제관계가 틀어지는 일을 수없이 봐왔다.
대부분의 제자는 강자로 거듭난 후로는 스승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송천과 극고 대천존은 한제의 태도에서 그가 진심으로 현라를 존중하고 있음을 느꼈다.
한제는 현라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노쇠해 보이는 스승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스승에게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없었다. 설령 자신이 선강 대륙 최강자가 됐다 해도 지금보다 더 강해진 후라 해도 그 은혜를 잊을 수 없을 터였다.
현라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듯 입을 열었으나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을 뿐이었다.
이 일 이후로 송천과 극고 대천존 역시 현라를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대했다. 셋은 대등한 관계였지만 선강 대륙 최강자 한제의 스승이라는 칭호가 이 관계를 뒤바꾼 것이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태고 신경이 열리기까지 보름이 남은 날이었다. 돌연 바닷물의 장벽에서 기이한 변화가 일어났다.
콰쾅!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커진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수련자라 해도 어지간해서는 태고 신경에 발을 들이기는커녕 이 소리만으로도 심신이 무너져 내릴 터였다.
더욱이 이 소리는 갈수록 격렬해졌다. 그리고 이내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변해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수련자라면 법보를 사용한다 해도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됐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태고 신경이 열리기 바로 전날에 이르렀을 때, 이 소리는 공겁기 아래의 수련자라면 심신이 무너져 내리는 걸 막지 못할 정도였다.
바닷물 장벽을 물들인 아홉 색채의 빛이 눈부시게 뿜어져 나왔다. 하늘과 대지,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을 비춘 빛에서는 칼 같은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회오리를 형성하더니 사방을 휩쓸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계속된 굉음 때문인지 아홉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문도 약간 느슨해져 한 줄기 어마어마한 힘이 그 안에서 포효하며 튀어나오려 하는 듯했다.
“⋯⋯뭔가 이상하군.”
한제 곁에서 바닷물 장벽을 바라보던 현라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 태고 신경이 열렸을 때는 일주일 전부터 굉음이 울려 퍼졌건만 이번에는 한 주 빨라.”
현라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더 긴 시간 울리다보니 이로 인해 전보다 훨씬 더 격렬하고 강해. 심지어 스물일곱 개의 별을 완전히 갖추고 융합한 자라도 이 근처로 다가올 수는 없겠어.”
한제 역시 바닷물 장벽을 바라보았다. 고족 구역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온 그는 스물일곱 개의 반점을 모두 갖추고 융합한 사람이라면 선족에서는 금존에 해당하는 수준임을 알고 있었다.
분명 지금까지는 태고 신경이 열리면 공겁기 수련자도 자신의 운을 시험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굉음이 며칠 앞서 시작됐다. 일주일 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인지 현라는 걱정스러웠다.
바닷물 장벽으로부터 시선을 거둔 한제는 뒤쪽 고족 구역에서 수백 명이 질주해 오는 것을 느꼈다. 속도로 미루어 사흘 후면 이곳에 당도할 것 같았다.
다음 날, 굉음은 더욱 커졌고 그다음 날에는 더더욱 증폭됐다. 심지어 하늘과 땅도 불안정해질 조짐이 보였다. 송천과 극고 대천존의 표정이 초조해졌다.
또다시 하루가 지나 태고 신경이 열리기까지 12일이 남은 날,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굉음 사이로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가 울렸다.
“선족 대천존들이 왔군.”
잠시 후, 바닷물 장벽의 다른 한쪽에서 세 갈래 빛이 날아들었다. 구제와 무봉, 도일이었다. 쌍자 대천존은 오지 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사실 쌍자 대천존은 오랜 생각 끝에 태고 신경을 포기하고 선족 구역을 지키는 쪽을 택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연도비 역시 오지 않았다.
선족의 세 대천존 역시 이곳에 이르자마자 바닷물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이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안색이 무거워졌다.
눈빛을 주고받던 세 사람은 바닷물 장벽 너머로 현라와 송천, 극고 대천존을 지나 덤덤하게 앉아 있는 한제를 보았다.
“도일, 이존을 뵙습니다.”
가장 먼저 도일이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이존을 뵙습니다.”
무봉도 묵묵히 예를 갖췄다. 지난 3백 년간 현실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한제는 미소를 짓고는 무봉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네.”
“그렇습니다. 수백 년 만이로군요.”
무봉은 한제의 눈빛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공손히 답했다.
그때, 현라를 비롯한 세 대천존의 뒤편 저 먼 하늘 끄트머리에서 수많은 빛이 나타나 급속도로 다가왔다. 태고 신경에 들어갈 고족 사람들이었다.
거의 동시에 구제 대천존을 비롯한 세 사람의 뒤쪽 허공에서는 거대한 전송진이 하나 나타나더니 수백 개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그 대부분은 한제가 천존열에서 보았던 이들이었다.
양측 수련자들이 나타난 순간 이들에게서 발산된 기운에 공간이 불안정해졌고 바닷물 장벽에서 울리던 소리 역시 다시 한 번 증폭됐다.
하늘과 땅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고 심지어 사방으로 줄기줄기 공간의 균열까지 일어났다.
이 광경에 여섯 대천존의 표정이 급변했다.
대량의 균열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귀신이 우는 듯한 이 소리에 담긴 날카로운 힘은 바닷물 장벽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고족 구역과 선족 구역에서 막 도착해 모습을 드러낸 강자들은 화들짝 놀라 바닷물의 장벽에 담긴, 파멸적인 위력에 몸을 떨었다. 한제와 여섯 대천존을 제외한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여섯 대천존은 이 격렬한 소리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수련자 대부분은 견디기 힘들 것임을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송천이었다. 그는 곧장 몸을 날려 고족 사람들 곁에 이르더니 소매를 휘둘러 거대한 태양을 소환했다. 대천존 태양의 위력으로 다른 고족 사람들이 저 격렬한 소리에 저항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현라와 극고 대천존까지 나서자 이전까지 바르르 떨고만 있던 수백 명의 고족은 굉음 속에서도 무사히 제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선족에서도 마찬가지로 구제를 비롯한 세 사람이 각자 보호막을 형성해 수백 명의 선족을 보호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한제는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덤덤한 눈으로 바닷물 장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 쪽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12일 후 일어날 일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방에 모여든 이들을 둘러보던 한제는 이내 눈을 감았다.
“이번 태고 신경은 뭔가 이상해. 이전과는 전혀 달라! 문이 열리려면 12일이나 남았건만 이 압박감은 지난번 문이 열리기 이틀 전과 비슷한 정도야!”
“이대로 간다면 저들은 이곳에 남아 있을 수가 없어!”
여섯 명의 대천존은 어두운 안색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굉음은 점점 거대해졌다.
태고 신경이 열리기까지 단 9일이 남았을 때, 굉음은 분지 전체를 뒤덮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바다에 인접한 선족 구역과 고족 구역 대륙 가장자리에까지 닿았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여섯 대천존도 점점 버티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콰쾅!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에는 균열이 일어났다. 동시에 여섯 대천존의 보호를 받고 있던 선족과 고족 사람들은 분분히 칠규로 피를 흘렸다.
“아직도 9일이나 남았건만 이건 태고 신경이 열리기 바로 전날에 비할 만한 위력이야! 이대로라면 내일은 죽는 자도 생겨날 거야!
“우리 역시 태고 신경에 들어가기도 전에 부상을 당하게 될지도 몰라!”
“이번에는 많은 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건가⋯⋯.”
무봉은 조용히 중얼거렸고 곁에 선 도일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제는 이를 악문 채 곧장 한 줄기 신식을 내보냈다.
“금존 아래의 수련자들은 속히 분지를 떠나라!”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고족 구역의 세 대천존도 결단을 내렸다. 이내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던 수백 명의 고족 사람 중 삼손칠겁을 마치지 못한 이들은 굉음의 중심에서 멀리 물러났다.
이제 바닷물 장벽 근처에 남은 수련자는 양측 모두 1백 명이 채 안 됐다. 대신 보호해야 할 사람이 줄어든 대천존들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다.
한제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어느덧 아홉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문의 틈은 조금 더 벌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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