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259
전백이라는 이름은 5성 수련국 비로국(毘盧國)에서는 곧 살육이자 피비린내를 뜻했다.
비로국 치마도(豸魔道)의 천재 제자인 그는 순탄한 수련 끝에 원영기 후기에 이르렀지만 어찌된 일인지 치마도의 보물인 경전을 훔치고 동문과 스승을 배반했다.
그는 치마도의 추격을 받았고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그를 추격해온 동문 중 상당수는 목숨을 잃었다. 허나 한 화신기 수련자의 추격에 전백은 구유(九幽) 황무지까지 쫓겨 간 끝에 간신히 추격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1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다.
그 세월을 그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보다 그가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는 화신기 수준에 이르러 있었고 수많은 독충들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는 곧장 치마도로 향했다. 수많은 독충이 마치 검은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그 공격에 그와 같은 화신기 초기 수련자들도 분분히 죽어나갔다.
치마도 안에는 화신기 중기, 심지어 후기에 해당하는 수련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기어코 치마도를 찾아와 학살을 자행했다. 그를 통해 그가 얼마나 대범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다시 추격을 받았다. 이번에도 그를 추격해오던 화신기 중기 수련자를 죽인 그는 선배였던 상대와 함께 일전의 그 황무지로 들어갔는데 그곳으로 들어간 뒤 두 사람은 종적을 감추었다.
30년 후, 전백은 다시 그 황무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경지는 아직 화신기 초기였지만 그의 선배에 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는 치마도에 대한 복수는 포기한 듯 그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를 전전하며 악명을 남겼다. 그의 손에 죽은 수련자는 이미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화신기 중기 수련자도 그에 대해서는 골치 아파했다. 그는 일종의 법술로 죽지 않는 몸을 가진 듯했다. 매번 거의 죽을 것처럼 보이는데도 실제로 죽은 것은 그가 다루는 벌레 중 하나일 뿐이었다.
결국 그는 우정(雨鼎)을 하나 얻어 선계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선발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선계에서도 당해내기 힘든 사람을 만나 어쩔 수 없이 여러 개의 분신을 잃은 끝에야 회정(回鼎)을 통해 주작성으로 돌아왔다. 즉, 그는 주작성에서 선계로 들어간 여섯 사람 중 가장 먼저 돌아온 자였다.
회정을 통해 전송 중에 그는 한제와 마찬가지로 잘못 전송됐다. 다만 다른 별로 전송됐던 한제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라, 어쨌든 주작성으로는 돌아왔다.
그가 떨어진 곳은 수마해였다.
선계에서 꽤 많은 벌레를 잃은 전백은 수마해에서 다시 학살을 자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마주친 수련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가 기르는 벌레는 수많은 수련자들의 정혈을 흡수한 뒤 번식했다. 그렇게 이동한 끝에 전백은 초나라로 들어왔다.
몇 개 문파를 멸망시킨 것은 벌레들로 하여금 더 많은 피와 살을 흡수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초나라의 수련자들에게 재난이 닥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초나라에 있던 거마족의 사자는 그를 보자마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역시 화신기 경지였지만 그의 수준으로는 다른 사람의 피와 살을 흡수하는 전백에게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재빨리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전백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서 있었다. 그의 사방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벌레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그의 두 눈에 깃든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은 저 멀리 한 문파에 닿았다.
“운천종⋯⋯ 초나라의 최고 문파로 단약 제조에 뛰어나지. 오늘 이후로 그 단약은 모두 나의 것이 될 테지만. 이전에 방문했던 몇몇 문파 사람들이 말하길 운천종의 종주가 상당한 미인이라던데 한 번 봐야겠군. 내 벌레들을 기생시킨 뒤에도 아름다우려나.”
전백은 몸을 훌쩍 날려 운천종으로 향했다. 벌레들은 웅웅 소리를 내며 하늘을 뒤덮었다. 그 기세가 실로 놀라웠다.
“며칠 전 벌레들의 먹이로 준 운천종의 원영기 후기 녀석이 이한제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라던데 우습군. 이한제가 누구기에? 난 들어본 적도 없는데. 게다가 초나라는 겨우 3성 수련국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한제라는 놈이 내 눈에 띄기만 하면 당장 죽여주겠다!
그 뒤에는 이 초나라를 멸하고 구유 황무지로 돌아가 이번에는 꼭 왕충(王蟲)을 탄생시키겠어. 왕충을 몸에 기생시키면 나는 화신기 중기에 이를 테니, 천우 네게는 그때 빚을 갚아주마!”
전백이 냉소했다.
선계에서의 기억은 전백에게는 상당한 치욕이었다.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던 그 천우라는 녀석은 자신이 쫓기고 있는데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 녀석이 홍접의 한쪽 팔을 뜯어낼 줄이야. 이 주작성에서 지금 그 녀석은 이름께나 떨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본디 내가 가졌어야 하는 것이다. 천우, 언젠가 너는 내 앞에 무릎 꿇게 될 것이다!”
그러던 전백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 천우 녀석이 가지고 있던 뇌와는 내 벌레들에게는 천적이라 상당히 까다롭긴 할 텐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구유 황무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왕충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왕충만 손에 넣는다면 그 뇌와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때까지 천우는 피해야겠군. 이 넓은 주작성에서 그야 일도 아니지.”
전백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빠르게 몸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에 운천종 밖에 이르렀다.
운천종은 하얀 구름으로 덮여 있었는데 이는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운천종을 보호하는 진이었다.
내가 바로 이한제다!
전백은 그 하얀 구름을 바라보다가 경멸하듯 픽 웃으며 소리쳤다.
“운천종 녀석들아, 잘 들어라. 보호진을 열고 단약을 내놓아라. 그리고 너희 종주에게 직접 나와 나를 맞이하라 전해라!”
운천종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한참 뒤, 부드러운 목소리 하나가 흘러나왔다. 상당히 허약하지만 굳은 의지가 깃들어 있는 목소리였다.
“화신기 경지이신 선배님께서 이 작은 나라의 작은 종파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만약 단약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분부하십시오. 저희 운천종에서 전력을 다해 선배님의 요구를 충족시켜 드리겠습니다.”
전백은 비웃음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허, 네가 운천종의 종주냐?”
“제가 바로 운천종의 종주입니다. 부디 저희 운천종을 힘들게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모완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이전처럼 여전히 듣기 좋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전백은 코웃음을 친 뒤 말했다.
“아름답다고 소문난 운천종의 그 종주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내 직접 봐야겠구나!”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의 하얀 구름을 매섭게 내리쳤다.
쩌적 소리와 함께 하얀 구름이 곧장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구름은 무너져 내렸다가도 빠르게 다시 모여들었다.
“허어, 이 진법이 퍽 신기하구나.”
“선배님, 이 진은 거마족에서 저희 운천종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설치해둔 겁니다. 거마족을 봐서라도 이러지 마십시오.”
모완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거마족이라⋯⋯.”
전백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사방에 있던 벌레로 이루어진 구름이 웅 소리를 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얀 구름으로부터 쩌적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 결국 벌레들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거의 뒤덮었다.
“거마족이 무슨 대수인가? 운천종 하나 때문에 나와 반목하려 할 것 같으냐?”
전백은 냉소하며 오른손을 다시 움켜쥐었다.
펑!
거대한 소리와 함께 흰 구름이 곧장 무너져 내렸고 그 주변의 모든 구름도 흩어져 버렸다. 고리 모양의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 중앙에서는 한 줄기 빛이 번득이다가 사라져버렸다. 하얀 구름이 흩어짐에 따라 극도로 화려한 영석 누각들이 전백의 눈앞에 드러났다.
끊임없이 이어진 아름다운 영석 누각들의 모습에 전백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눈을 부릅뜬 그는 한참 뒤 하하 웃으며 말했다.
“부귀가 넘쳐나는 모양이군. 영석으로 만든 건물들의 규모가 이 정도나 되다니. 주작성에서 이런 곳은 손에 꼽을 정도지. 하하, 오늘부터 이곳은 이 전백의 것이다!”
운천종을 보호하는 진이 가볍게 부서지는 것을 본 운천종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내려앉았다.
전백은 운천종 안으로 진입했다. 그를 중심으로 수천 척은 모두 검은 벌레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준이 낮은 여자 제자들은 그 모습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전백이 오른손을 꽉 움켜쥐자 운천종의 제자 몇몇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붙잡혀 버렸고 곧이어 들이닥친 벌레 구름에 뒤덮였다. 그 제자들을 뒤덮은 수많은 벌레들은 끊임없이 꿈틀거렸고 심지어 몇몇은 이미 체내로 들어간 상태였다. 비명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그 참혹한 비명이 모든 운천종 사람들의 귀에 들어왔다. 마음이 갈래갈래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만!”
모완이 몸을 훌쩍 날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 곁에는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전백은 흐흐 웃으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몇몇 제자들의 비명이 다시 거세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몸에서 벌레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제자들의 몸은 순식간에 해골과 다를 바 없이 수척해져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모완은 창백한 얼굴로 그 제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고 몸이 살짝 떨렸다. 고개를 들어 전백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온화한 성격의 그녀가 그런 눈빛으로 다른 이들을 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그래, 과연 아름답구나. 네 이름은 뭐냐?”
전백은 눈을 번득이며 모완을 향해 말했다.
모완은 침묵했다.
“허, 말하지 않겠다? 어디 한 번 그래 봐라!”
전백은 웃으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사방에 자리한 벌레들이 웅 하고 퍼져나가 운천종을 온통 뒤덮었다.
전백이 손만 까딱한다면 그 벌레들이 달려들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이 분명했다. 비록 엄지손가락만 한 벌레였지만 그 눈은 피에 굶주린 듯 흉악한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전백의 눈동자도 그 벌레들의 눈동자와 흡사했다.
“그만하십시오. 저는 이모완이라 합니다.”
모완의 마음이 치욕감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눈만 뜬 채 운천종의 제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그녀는 문하의 제자들을 내보냈지만 결국 이곳에 남기로 끝까지 고집한 이도 수천 명에 달했다. 그들이 남은 것은 이 운천종을 그들의 집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위해서라면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다. 죽는다 하더라도 후회는 없었다. 심지어 류비와 송청, 그리고 두 명의 원영기 후기 대장로도 모두 이곳에 남기를 택했다.
“선배님, 무엇을 원하시는 건지 말씀해주십시오!”
백발이 성성한 원영기 후기의 대장로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모완 앞을 막고 서더니 전백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전백은 눈을 번득이며 그 노인을 노려보더니 경멸하듯 말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너희들을 죽이고 단약을 차지한 뒤 이곳을 봉인하여 나의 침궁으로 만드는 거지. 너, 이모완이라고 했지? 너는 내 시녀로는 삼겠다.”
“장난이 지나치시오!”
모완의 곁에 있던 원영기 초기의 노파가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가 원영기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모완 덕분이었다. 그런 모완을 업신여기는 상대의 언행에 분노한 그녀는 수준 차이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전백을 노려보았다.
전백의 피에 굶주린 눈이 번득였다.
“보아하니 내가 너무 인자하게 군 모양이군. 좋아, 운천종을 멸해주마!”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사방의 벌레들이 곧장 윙, 소리를 내며 운천종의 모든 사람에게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 노파는 전백이 손을 휘두르자마자 수많은 벌레들에게 뒤덮여 비참한 비명을 내질렀고 원영까지 산 채로 뜯어 먹혔다.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운천종이 비명으로 뒤덮였다. 모완의 몸이 휘청하더니 다시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 곁에 있던 장로들도 벌레들에 뒤덮였다. 그들은 모두 발버둥을 치며 저항했지만 원영기 후기에 이른 두 명의 대장로만 겨우 대항할 뿐,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목숨이 위험했다. 벌레들은 기이하게도 어떤 법술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모완을 제외한 운천종의 모든 사람이 그 벌레들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문 모완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다.
전백은 흥미롭다는 듯 모완을 바라보며 턱을 매만졌다.
“내가 여태껏 수많은 문파를 제거해오면서 만난 사람 중 너는 네 번째 여자 종주다. 비록 경지는 부족하나 벌레들의 기생처로 삼기에는 적합한 것 같구나.”
전백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순간 그의 손가락 끝에 한 방울 선혈이 맺혔다. 그 선혈은 공중에서 갑자기 펑 하고 붉은 벌레로 변하더니 흉악한 눈빛을 번득이며 모완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그 순간, 모완의 미간에서 갑자기 한 덩이 검은 안개가 솟아올랐다. 그 검은 안개는 작은 마수의 형태로 변해 한 입에 벌레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