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643
이에 그는 전송진 10리 안쪽에 들어왔을 때부터 신통술로 모습을 바꾸어놓은 상태였고 지금 그 상태로 빛기둥 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모든 수련자들이 끊임없이 빛기둥 안으로 달려듦에 따라 빛기둥의 빛은 더욱 짙어졌다
서자봉 또한 빛기둥에 진입했다. 그때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제를 바라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전송진 가장자리의 붕괴가 미친 듯이 확산되며 눈 깜짝할 사이 빛기둥이 있는 쪽으로 좁혀져 왔다. 붕괴를 대가로 전송진은 한계를 초월하는 전송 능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빛기둥 안으로 녹아들었다.
하늘로 솟아오른 빛기둥이 막 흩어지려던 찰나, 그 안에서 일전에 한 줄기 은색 빛으로 변했던 양의의 수련자가 크게 외쳤다.
“선배님의 존함을 알려주십시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허목.”
한제는 빛기둥과 함께 사라져가던 순간 답했고 서자봉은 눈을 번득이며 속으로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허목⋯⋯.”
“이 큰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빛기둥이 사라지던 순간, 그 안에 있던 모든 수련자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그들은 허목이라는 이름은 마음 깊이 새겨 넣었다. 그 이름은 평생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을 터였다.
맥역편(陌域篇)
빛기둥이 사라진 순간, 그 전송진이 있던 조각은 사방에서 다가온 고리 모양의 파문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삼켜졌다. 온 뇌의 선계는 균열 속에서 불어온 바람으로 가득 차게 됐고 그 서늘하고 음산한 바람은 점점 짙어지고 또 점점 많아지다가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진 채 사방을 휩쓸었다.
선계 안의 조각들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남은 조각은 스무 개가 채 되지 않았다.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속, 쩌적 소리와 함께 검은색 얼음 결정이 나타나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곧이어 남은 조각들은 이 얼음 결정에 봉인되어 버렸고 그 조각들에 매여 있는 뇌광의 사슬은 가장자리에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얼음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곧이어 모든 뇌광의 사슬도 얼음 사슬로 변해버렸다.
뇌의 선계를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수련자들은 날아가던 자세 그대로 또는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이 음산한 바람 속에서 얼음이 되어 버렸다.
또한 더러는 무너져 내렸지만 아직 흩어지지는 않은 터라 육신과 피 안개 상태로 얼음 속에 굳어 있어 무척 끔찍해 보였다.
그중 어느 조각 위에는 중년 수련자 하나가 얼어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비검 한 자루가 언 채 허공에 떠 있었다.
주위의 수련자들도 법보가 얼음에 봉인된 채 굳어져 있었다. 심지어 몇몇은 신통술을 발휘하던 도중에 얼어버린 탓에 법보의 빛이 미약하게 번득이고 있기도 했다. 이는 뇌의 선계에서 유일한 빛이었다.
음산하고 차가운 바람에 얼음으로 봉인되면서 뇌의 선계는 붕괴가 멈췄다. 검은 얼음만이 후대 사람들에게 이곳에 어떤 변고가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한 줄기 검광이 얼음으로 봉인된 뇌의 선계를 가로질렀다. 사방의 얼음층들도 그 검광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 검광은 술이 나부끼는 긴 검의 허상으로부터 발산되고 있었는데 그 검의 끝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역시 허상이었는데 그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드리운 채 저 멀리 사라져갔다.
★ ★ ★
그 무렵, 나천성역의 4대 구역 안에서는 1백 개가 넘는 고리 형태의 파문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나타났지만 시간상으로는 동시에 나타난 파문이었다.
각 파문 속에는 수련자가 한 명씩 있었는데 이들은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곧장 각자의 가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뇌의 선계에서 있었던 일들은 이들의 입을 통해 나천성역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수많은 소문 속에서 유독 한 사람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고 이에 나천성역에서는 더 이상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허목!
뇌선전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금지에 발을 들이고 사자를 죽인 자들을 처벌하려 들 터였다. 이에 해당 수련자를 구성원으로 둔 가문들은 연합해 함께 투쟁하기를 택했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뇌선전의 금지에 난입했던 일에 대한 처벌을 면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허목이라는 이름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뇌의 선계에서 구출된 이들의 입을 통해 허목의 행동은 끝도 없이 과장됐으며 심지어는 결국 어느 누구도 허목이라는 이가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춘 자인지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허나 그를 다시 봤다는 사람이 없어, 그의 정체는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 ★ ★
나천성역 서쪽 구역.
이 광활한 우주와 널찍하게 퍼져 있는 성운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은 사람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서쪽 구역은 바로 나천성역의 동서남북 4개 구역 중 각종 마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또한 나머지 세 구역과 비교해 수련자는 가장 적은 편이었다. 특히 이 서쪽 구역의 약 7할 정도는 매우 위험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수들이 서식하고 있어 수련자들이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었다.
나천성역 수련자들은 이곳을 맥역(陌域)이라 불렀다.
수준 높은 수련자나 단약, 혹은 법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있는 자만 맥역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깊숙한 곳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맥역 중앙부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카만 우주가 있었다.
이 우주에서는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놀라울 만큼 어둡고 두려울 만큼 고요했다. 아주 오랫동안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 같았다.
이곳은 맥역의 최중심부는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 돌연 빛이 하나 나타났다.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잠시 후 눈부실 정도로 밝아지더니 순식간에 사방을 환히 밝혔다.
허나 보이는 것은 우주 속의 안개층뿐이었다. 이 안개층은 빛을 두려워하는 듯 환한 빛이 터져 나오자 물러났고 눈 깜짝할 사이 반경 1만 척의 터를 내어주었다.
반짝이는 빛은 빠르게 확대됐고 결국 1백 척 길이의 고리형 파문이 됐다. 이 파문은 진동하면서 서서히 응결되더니 마침내 한 사람이 나타났다.
나타난 사람은 바로 한제였다.
한제는 나타나자마자 신중하게 주위를 살폈다. 사방에 드리운 빛의 파문이 퍼져나가면서 그는 사방의 모든 광경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는데 빛이 사라지자 1만 척 밖의 안개가 꾸물거리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제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온몸의 솜털이 쭈뼛 섰으며,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원신 속 천둥번개의 위엄을 불러일으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두 개의 번개 공을 만들어냈다.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밝은 번개 공이 그의 두 손에 응결됐다. 덕분에 사방은 다시 환히 밝혀졌고 꾸물대며 다가오던 안개도 급격히 다시 1만 천 밖으로 물러났다.
한제는 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주위를 살폈다.
“생명이라도 가진 듯 기이한 안개로군.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한제는 쥐고 있던 번개 공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번개 공은 천둥소리와 함께 전방으로 날아들었고 그러자 안개들이 밀려나며 길이 생겼다. 한제는 그 길을 따라 나아갔다.
허나 도저히 끝이라고는 없을 것만 같은 길이 이어졌다. 번개 공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도 안개 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주위를 감싼 안개가 너무도 기이해 한제는 감히 신식을 펼칠 수도 없었다. 신식을 펼치는 순간 안개가 급변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 직감은 모호했지만 강렬했다.
한제는 사흘을 내리 비행한 후에야 잠시 멈추었다. 그러나 안개층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없었다.
잠시 마음을 다잡은 한제는 다시 발을 내딛었다. 순간, 파문이 그의 발아래에서 줄기줄기 생겨났다.
그는 침착하게 세상에 녹아들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한 걸음, 곧바로 다음 걸음을 내딛었다. 이번에는 그의 발아래에서 나타난 파문이 더욱 많았고 그것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을 때 한제는 세상에 녹아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염뇌자 덕분인지, 한제는 지금까지 시도한 것중 가장 빨리 그 느낌을 찾아냈다. 그의 원신은 세상에 녹아드는 경험을 여러 번 시도해 보면서 그 느낌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상태였고 육신 역시 그랬다.
세 번째 걸음을 내딛을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문만이 줄기줄기 일렁일 뿐이었다.
잠시 후, 사방의 안개는 빈 공간을 빠르게 흡수했고 다시 철저한 어둠이 되어 버렸다.
한제는 자신이 얼마나 멀리 이동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안개가 있었다. 허나 이전보다는 훨씬 옅어진 상태였다.
한데 순간 그의 표정이 급변했다. 앞에 암적색 벽이 있었던 것이다. 이 벽은 살이나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했고 어찌나 큰지 한눈에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방금 세상에 녹아들었을 때 자신의 수련성을 떠올렸으나 어떤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고 결국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이 벽을 본 순간, 한제는 세상에 녹아든 상태로도 이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음을 직감했다.
벽은 계속해서 꾸물거렸고 돌기와 혹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있었으며, 이 또한 꿈틀거렸다.
한제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벽을 따라 위로 솟구쳐 올라가려 했다. 한데 그가 몸을 날린 순간, 벽이 격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그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균열이 나타나 검은 안개를 분출했다.
그는 안개를 피해 균열이 나타나지 않은 벽에 착 달라붙었다. 이 검은 안개는 강력한 힘으로 솟구쳐 나가며 전방의 안개층에 섞여들었다.
안개는 1각 정도 분출되다가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분출을 멈추더니 벽에 나타났던 균열도 맞물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끝도 없이 이어진 육벽의 위쪽을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한 몸을 날려 막 맞물려가는 균열 안으로 들어섰다. 균열은 그가 들어선 순간 완전히 맞물렸다.
균열 안으로는 매우 좁은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한제는 빠른 속도로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균열은 마치 한제를 뒤쫓는 것처럼 그의 뒤에서 빠르게 맞물려왔다. 그는 감히 뒤돌아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통로는 생각만큼 길지는 않아서, 잠시 후 출구로 빠져나오게 됐다.
한데 그가 빠져나온 그때, 귓가에 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한제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곳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하늘에서는 별빛이 빽빽하게 들어찬 채 반짝여 눈이 부실 정도였고 전방의 허공에는 대륙이 하나 떠 있었다. 한눈에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대륙이었다.
먼 곳에는 갈포를 입은 평범한 외모의 사내가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나뭇가지처럼 굽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손에는 기이한 법보를 들고 있었다. 주둥이가 긴 주전자 형태의 법보는 그 높이가 허리께에 이를 정도로 컸다.
허 하는 소리는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한제를 보더니 몸을 훌쩍 날려 달아났다. 마치 한제가 무시무시한 마수라도 되는 것처럼…
한제가 보기에 사내의 체내에는 아무런 영력도 없었다. 그러니 선력이 존재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날 수 있는 것을 보면 일반인은 아닐 터였다. 게다가 사내의 얼굴에 새겨진 문양은 어딘가 낯익었다.
한제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사내를 뒤쫓았다. 그리고 그가 몸을 날린 그때, 뒤쪽의 균열은 완전히 맞물려 사라졌다.
사내의 눈에 담긴 두려움은 더욱 짙어졌다. 한데 도망치던 그의 얼굴에 새겨진 문양이 갑작스레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미간까지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의 미간에서 일곱 개의 잎이 달린 식물이 나타났다.
그 식물이 잎을 펼치자 기이한 힘이 사내의 전신을 뒤덮었고 사내는 속도를 올리더니 순간이동을 발휘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