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50
그 순간, 귀를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이 좁고 긴 통로를 휩쓸며 한제를 혼비백산하게 했다.
통로 안의 수많은 촉수들은 폭풍의 충격에 적지 않게 무너져 내렸고 그 촉수에 얽혀있는 시체들은 모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한제가 신식으로 뒤덮어놓은 비검은 순간 비스듬하게 통로의 벽에 붙어 나아갔고 그러던 중 하나의 촉수가 폭풍에 무너져 내리면서 육벽(肉壁)에 생겨난 미세한 틈을 통해 그 안쪽으로 뚫고 들어갔다. 덕분에 좀 전의 그 엄청난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앞에서는 두 인영이 교차하며 신통력의 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거친 포효와 함께 청수와 금색의 용은 서로를 향한 공격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어떤 변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보 상인의 원신은 잔뜩 오그라든 채 열 개가 넘는 촉수에 얽매여 있었다. 두 눈이 꼭 감긴 그에게서는 조금의 기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촉수는 선원의 힘을 끊임없이 흡수하며 부풀어 올랐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일목자의 주위로 대량의 기포가 떠 있었고 무동선은 그런 일목자를 추격하면서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이 광경을 잠시 살피던 한제의 표정은 금세 구겨졌다.
이 통로의 길이는 당시의 절반도 안 되어 보였으나 전방에는 통로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그 끝, 원래대로라면 고신의 아이가 있어야 할 곳은 완벽하게 막힌 상태였다.
한제는 조용히 몸을 숨기고 이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금룡은 포효하며 현보 상인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자 녀석의 정수리 위에 떠 있는 다섯 장의 부적이 전광을 번득이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됐다.
맞은편에 선 청수는 냉랭한 표정으로 붉게 빛나는 오른쪽 눈을 번득여 붉은 번개를 갈래갈래 쏘아 보냈다.
금룡은 온몸의 비늘에서 빛을 번득이더니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잔금(殘金)!”
그 말과 함께 바르르 경련한 금룡의 온몸에서 비늘이 전부 떨어져나가더니 그 앞에서 맹렬하게 응집됐고 눈 깜짝할 사이 하나의 금색 검이 나타났다.
하늘의 위엄이 흘러나오는 그 검은 진짜 용의 기운을 풍기며 하늘로 솟구쳐 청수에게로 돌진했다.
그러나 청수의 눈빛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의 앞에서는 팔뚝 굵기의 번개가 나타나 곧장 금색 비늘로 이루어진 검을 향해 달려들어 충돌했다.
쾅!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거대한 소리가 망월의 체내에서 울려 퍼지면서 한 차례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 협소한 통로의 육벽은 순간 그 강력한 폭풍에 확장됐고 갈래갈래 균열이 생기더니 초록색 피가 흘렀다.
“크아아!”
금룡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 현보 상인을 가운데에 둔 채 똬리를 틀어 그를 계속해서 보호했다. 어느새 금룡의 몸은 군데군데 찢어지고 망가져 금색 피가 튀었고 이내 뒤로 나가떨어졌다.
청수의 몸 역시 뒤로 밀려났다.
한데 바로 그때, 음울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망월의 포효였다.
“크오오오!”
그 포효에 뒤이어 통로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위에서는 거대한 균열이 하나 생겨나더니 무궁무진한 살기(煞氣)가 풍기는 초록색 피가 흘렀다. 또한 그 균열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청수는 뒤로 밀려나던 몸을 멈추고 곧장 앞으로 달려들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낮게 외쳤다.
“살육계(殺戮界)!”
그 순간, 청수의 긴 머리가 마구 휘날렸고 붉은 빛 한 줄기가 그의 발아래에서 나타나 바깥쪽으로 마구 퍼져나갔다. 청수 특유의 신통력, 살육계였다.
사방으로 퍼져나간 눈부신 붉은 빛이 몸에 비치자 금룡은 전혀 다른 색으로 보였다.
청수가 걸음을 옮김에 따라 그의 발아래에서 나타난 붉은 빛 안에서는 수많은 잔혼이 일렁였다. 그 잔혼들은 청수가 일평생 죽였던 이들로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크오오!”
금룡은 커다란 머리를 들어 청수를 향해 포효했다. 그러자 머리 위의 다섯 개 부적이 급속도로 회전했다.
“잔금(殘金), 형목(刑木), 공수(貢水), 독화(毒火), 장토(葬土), 오행역전(五行逆轉)!”
금룡이 포효한 순간 다섯 장의 부적은 회전을 멈추더니 하나둘 금룡의 몸에 떨어져 낙인처럼 녀석의 몸 깊숙이 녹아들었다. 그러자 극강의 기운이 금룡의 몸에서 폭발했고 녀석은 빠르게 다가오는 청수를 응시하며 입을 크게 벌려 다섯 갈래의 빛을 토해냈다. 다섯 갈래의 빛은 단단하지 않은 금속, 형벌의 나무, 바쳐진 물, 극독의 불, 그리고 선인을 묻은 흙이 됐다. 이 역전된 오행에 이 통로는 모든 것으로 단절된 또 하나의 세상이 된 듯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맞붙던 일목자와 무동선 역시 분분히 뒤로 물러나 이쪽을 바라보았다.
청수는 오른손을 들어 아래쪽을 가리키며 가볍게 외쳤다.
“화지위뢰(畵地爲牢)”!
청수가 일평생 수련한 법술은 스승인 선제(仙帝) 백범의 것을 근본으로 하고 있었지만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그에게는 직접 만든 선술도 있었다.
이 술법은 살육계를 기초로 또 다른 세상을 열어 자신만의 감옥으로 만드는 술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디든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감옥이 될 수 있었고 아무리 놀라운 신통력을 알고 있다 해도 감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청수의 오른손이 아래를 가리킨 순간, 규칙의 힘이 퍼져나갔다. 그 규칙은 바로 감옥의 규칙이었다.
찰나의 순간, 청수를 중심으로 사방의 모든 것이 무형의 봉인으로 뒤덮여 버렸고 역전된 오행도 순간 그대로 멈춰버렸다.
청수는 마치 번개처럼 곧장 금룡의 곁에 이르러 오른손을 금룡의 몸속에 쑥 집어넣었다가 뺐다. 그 손에는 금룡이 칭칭 감싸고 있던 현보 상인의 원신이 들려 있었다.
청수의 손길에 현보 상인을 뒤덮고 있던 수많은 촉수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대량의 초록색 피가 튀었다.
현보 상인의 원신이 돌연 눈을 번쩍 떴다. 그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허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청수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현보 상인을 잡아챈 청수가 막 뒤로 물러나려 한 그때였다. 통로 위쪽에서 나타난 균열 안으로부터 살기(煞氣)가 흘러나오더니 피처럼 붉은 팔 한쪽이 쑥 뻗어 나와 곧장 청수의 몸을 짓눌렀다.
그 팔 안에는 짙은 살기뿐만 아니라 망월의 기운도 가득 어려 있었고 속도 또한 너무도 빨랐다. 게다가 그 안에는 모든 신통력을 가르는 거대한 힘도 배어 있었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몸을 짓눌러오는 그 거대한 팔에 청수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의 수준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힘에 그대로 밀려난 청수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그 거대한 팔은 현보 상인의 원신을 쥐고 힘차게 끌어 올려 균열 안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청수의 서늘한 두 눈이 새빨갛게 변했다. 현보 상인은 그가 선계의 일에 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그런데 그런 자를 이렇게 눈앞에서 다른 존재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백범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그저 부드럽게 달래고 얼러 제자로 거두었던 청수였다.
나천성역의 염뇌자가 공손하게 대했던 그 신비의 인물도 감히 청수를 화나게 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런 청수가 지금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죽어!”
청수는 포효하며 튀어 올랐다. 그의 온몸에서 번득이는 붉은 빛에는 무궁무진한 극의 경계가 깃들어 있었고 두 손이 결인을 완벽하게 그려내기도 전에 각종 신통력이 쏘아져 나갔다. 심지어 그의 앞쪽 허공에서는 한 줄기 균열도 나타났다. 핏줄같이 얇은 균열은 모습을 드러낸 뒤 곧장 거대한 팔을 향해 뻗어 나갔다.
쾅!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수는 그 거대한 팔의 사방에 공격을 퍼부었고 이에 끊임없이 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히 그 얇은 핏줄 같은 균열이 한 번 번득일 때마다 거대한 팔은 한 번씩 경련을 일으켰다.
한제는 이 광경에 찬 숨을 들이켰고 망월의 뼈 근처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갔다.
‘나 이한제는 세상을 떠돌면서 군자처럼 군 적이 없다. 하지만 내게 은혜를 베푼 청수 사형의 저런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청수는 거의 발광에 가까운 포효를 끊임없이 내질렀다. 이 광경을 본 금룡은 두 눈이 바짝 졸아들었으며 일목자 역시 찬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 오기 전 가문의 대장로께서 왜 청수를 쉽게 건드리지 말라고 귀띔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무동선의 표정에도 변화가 일었다. 청수와 그 앞의 얇은 붉은색 균열을 본 그는 심신이 격렬하게 떨렸다.
청수가 거대한 팔을 향해 공격을 하고 있던 그때, 그의 오른쪽 눈이 펑 하고 터졌다. 그 피와 살점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와중에 전부 극의 경계가 되어 그 팔에 떨어졌다.
이에 거대한 팔은 바르르 떨렸고 이내 현보 상인의 원신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줄곧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금룡은 눈을 번득이며 현보 상인의 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은 거대한 꼬리로 청수를 후려치려 했다.
그때 망월의 기운을 풍기는 그 팔은 다시 한 번 손을 뻗어 이번에는 청수를 움켜쥐었다.
청수의 오른쪽 눈은 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하나 남은 눈으로 광기 어린 눈빛을 드러내며 결인을 그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순간 호풍(呼風)이 발휘됐고 검은 바람 속에서 여덟 마리의 흑룡이 나타나 포효했다.
여덟 마리의 흑룡이 발휘하는 위력은 비록 백범의 아홉 마리 흑룡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전까지의 일곱 마리보다는 몇 배나 강했다.
“캬오오!”
여덟 마리 흑룡은 포효하며 현보 상인의 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흑룡들은 폭풍을 일으켜 현보 상인의 원신을 금방이라도 흩어버릴 듯 약화시켰다. 그 후 호풍은 결인을 이루더니 끊임없이 봉인을 쏘아 보내 혼절한 현보 상인의 원신을 입구의 회오리 쪽으로 보냈다.
현보 상인의 원신이 그 회오리에 들어가려는 순간,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재빨리 현보 상인의 원신을 쥐고 빠르게 뒤로 물러나 다시 회오리 밖으로 빠져나갔다.
조금의 막힘도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된 상황이었다. 청수의 신통력과 한제의 행동이 아주 절묘하게 맞물려 이뤄낸 성과였다.
고신의 괴뢰술(傀儡術)
통로를 떠나기 전 한제는 청수의 왼쪽 눈 안에 깃든 광기에서 자신을 향한 믿음을 목격했다.
‘청수 사형,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오리 밖으로 빠져나온 한제는 현보 상인의 원신을 저물대에 집어넣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미간의 세 번째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미간에 숨겨진 본원의 힘을 세 번째 눈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에 실어 회오리로 쏘아 보냈다.
“크아아아!”
금룡은 포효하며 곧장 방향을 틀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허나 입구의 회오리 밖으로 빠져나온 순간 금룡이 마주한 것은 한제의 세 번째 눈에서 발산된 붉은 빛이었다.
금룡은 그 빛 안에 깃든 충격적인 힘을 느꼈다. 그 힘은 그를 위협하기에는 미약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이에 금룡은 일순 몸을 움찔하고 말았다.
한편, 한제는 거대한 금룡의 머리를 본 순간 심신이 진동했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금룡의 위압감에 찬 숨을 들이마신 그는 상대가 움찔한 틈을 타 뒤쪽의 육벽(肉壁)으로 숨어들어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그가 향하는 곳은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이었다.
도망치는 와중에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한제는 이전에 그가 사방에 남겨두었던 비검들을 감지한 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이를 악물었다.
그 무렵, 정신을 차린 금룡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금룡에게 한제는 한 마리 개미에 불과했다. 그런 미물이 지금 그의 앞에서 현보 상인의 원신을 갖고 도망치는 중이었다.
한제를 추격하던 금룡은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
강력한 원력을 품은 포효에 전방의 육벽은 진동했고 도망치던 한제 역시 경련을 일으키며 피를 토했다. 만약 고신의 육신을 가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방금 금룡이 내지른 포효에 그는 곧장 무너져 내렸을 터였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욱 속도를 높였다.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