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83
강력한 바람층의 보호도 받지 못해서인지 우주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도 그대로 통과했고 그 먼지들은 강력한 폭풍이 되어 이 수련성의 지면을 휩쓸었다.
대지 곳곳에는 균열이 있었고 식물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생명의 기운이 절멸된 채 짙은 죽음의 기운만 풍기는 수련성이었다.
한제의 두 발이 지면에 닿은 순간, 저 먼 곳에서 두 갈래의 빛이 휙 날아들었다.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작았는데 개중 큰 빛의 속도가 월등히 떨어졌다.
평소와 같은 그 빛줄기들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작은 빛은 순식간에 한제의 근처에 이르더니 기괴한 인영으로 바뀌었다. 왜소한 몸에 비해 머리는 지나치게 컸고 머리숱이 매우 적어 머리의 정맥까지 비쳐 보였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머리 큰 소년, 대두였다. 그와 뇌길은 이곳에서 한제의 부름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뇌길 역시 뒤따라 와 한제의 앞에 이르더니 공손한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이번 여정은 순조로우셨습니까?”
대두의 물음에 한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작은 문제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 폐관수련을 할 수련성을 찾기 위해서다. 이곳은 환경이 너무 열악하구나.”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 수련성은 폐허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붕괴가 일어나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한제는 소매를 휘둘러 대두와 뇌길을 휘감은 채 곧장 그 수련성을 떠나 우주로 돌진했다.
우주로 나가자 뇌길은 두 팔과 다리를 펼쳐 엎드리더니 고개를 쳐들며 포효했다. 그러자 그의 몸은 끝도 없이 늘어나 순식간에 1천 척에 달하는 거인이 되었다.
한제가 그 위에 올라 가부좌를 틀자 대두가 그 옆에서 경계를 섰다.
한제 뒤의 그림자에서는 타산이 나타나 대두의 반대쪽 옆에 섰는데 그 표정은 언제나처럼 냉담했다.
뇌길은 포효하며 내달렸다.
이동하는 동안 천운성의 세력 범위에 속한 수련성 출신의 수련자들을 적지 않게 만났는데 그들은 수준 고하를 막론하고 뇌길의 거대한 몸집에 넋을 놓았고 감히 앞을 막아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 대부분의 눈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정도인 뇌길을 탈것으로 쓰는 수련자라면 엄청난 강자일 것이 분명했고 실제로 그 등 위의 세 수련자에게서는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련계에서는 강자가 진리이자 법이었다.
한제는 체내의 원력에 집중한 채 규열기 중기 절정의 수준을 느껴보았다.
‘규열기 초기였을 때에도 고신의 육신과 융합하면 정열기 초기 수련자와도 맞붙을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면 정열기 초기 수련자라면 거뜬히 처리할 수 있겠군. 심지어 정열기 중기 수준과도 붙어볼 만하겠어.’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시 혈조가 정열기 중기였지. 지금의 나라면 당시의 혈조에게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제법 팽팽하게 맞붙을 수 있을 터!’
그때, 저 멀리 1만 리 앞에서 거대한 배 모양의 무언가가 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시커먼 이 배는 길이가 약 3백 척 정도였고 법보의 파동을 지속적으로 발산했다. 짙은 영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이 배 위에는 거대한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는 한 노인이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몸집이 상당히 비대해 꼭 살덩이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 같아 보였다.
그의 곁에는 일고여덟 명 정도 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었다.
속살이 보일 듯한 얇은 재질의 옷을 입은 그녀들은 거대한 몸집의 노인 곁에서 교태 어린 목소리로 끊임없이 재잘댔고 그때마다 노인은 껄껄댔다.
어떤 여인은 술주전자를 어떤 여인은 과일을 들고 있었으며, 아무것도 들지 않은 이들은 비대한 노인 옆에 찰싹 달라붙어 그의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 노인과 여인들 주위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 일곱 명이 서 있었다. 모두 음의에 이른 이들은 마치 시체처럼 꼼짝도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지만 그들에게서는 날카로운 기운이 발산되었다. 그들은 냉랭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한 채 입도 열지 않았다.
배 밖에는 푸른 옷을 입은 1백여 명의 수련자들이 그 육중한 노인을 호위하고 있었다.
노인은 거대한 손으로 곁에 있는 여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더니 낄낄대며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는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돌연 미간을 팩 찌푸리며 전방 어딘가를 노려보았다. 허나 그를 제외하는 주위의 그 누구도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한 상태였다.
노인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술잔을 곁에 있는 여인에게 내밀며 덤덤하게 말했다.
“따르거라.”
여인은 얼른 술주전자를 가져다가 잔을 가득 채웠다.
그때, 저 멀리서 파동이 전해져 오는가 싶더니 거대한 무언가가 돌진해왔다.
“역시나 그자였군!”
노인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또 한 번 잔을 비웠다.
그때, 배 위에 서 있던 흑의의 사내 일곱 명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몸을 날렸다. 일곱 갈래의 빛이 된 그들은 전방을 향해 돌진했다.
“셋을 세는 동안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흑의의 사내들이 내지른 협박에 한제의 두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그 역시 비대한 몸집의 노인의 존재를 파악한 상태였다.
그 노인은 천운성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제에게 거친 언사를 쏟아냈던 그 거구의 수련자였다.
‘너를 상대로 내 힘을 확인해봐야겠구나!’
그때, 대두가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으로 입술을 핥으며 흑의의 사내들을 훑어보았다.
“주인님, 처리할까요?”
대두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과 달리 공손하게 물었다.
“그리해라!”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가 귀에 닿자마자 대두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한편,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뇌길을 냉랭하게 응시하던 노인의 눈빛은 어느 순간 탐욕 어린 눈으로 바뀌어 갔다.
‘거마족을 탈 것으로 삼았다니! 허나 재수 없게도 나를 만났구나! 능천후와 맞붙을 정도였으니 결코 만만한 존재는 아니겠지만 그야 법보 덕이 아니었겠는가? 훌륭한 법보라면 나도 있다!’
노인이 득의양양해 있는 동안, 대두는 몸을 날려 곧장 흑의의 사내들에게 달려들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둘러 그중 한 명을 붙잡으려 했다.
그 순간, 일곱 사내는 빠른 속도로 진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끝에 선 사내의 몸이 순식간에 오그라들더니 급격히 허약해졌고 이어서 그 앞의 여섯 번째 사내가 그렇게 변해갔다. 그렇게 여섯 사내의 원력이 선두의 사내에게 응집되었다.
선두의 사내는 장대해진 채 오른손으로 그린 결인에 힘을 쏟아붓더니 대두를 가리켰다. 순간 검은 호랑이의 허상이 그의 앞에 나타나 포효를 내지르더니 대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귀여운 짐승이로군! 하하하!”
대두는 통쾌하게 웃으며 오른손으로 전방을 움켜쥐었다.
그때, 거대한 배 위의 육중한 노인이 서늘한 눈빛으로 오른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노인의 오른손 앞에 한 줄기 검은 빛이 나타나더니 엄청난 속도로 대두를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한제가 한 발 앞으로 내딛어 순간이동을 했고 다음 순간 대두의 곁에 나타나 심드렁하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검은 빛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덤덤한 눈으로 그 비대한 노인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제 사는 게 지겨워진 모양이지?”
그 광오한 목소리에 노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운 좋게 능천후의 공격을 받아냈다고 해서 감히 내게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코웃음을 친 노인은 몸을 훌쩍 날리며 결인을 그려 앞으로 뻗었다. 그때 그의 뒤에 거대한 비석의 허상이 하나 나타났다. 비석의 허상에서는 온 우주를 뒤덮을 정도로 밝은 금빛이 발산되었다.
“선비멸신(仙碑滅神)!”
노인이 낮게 외치자 비석의 허상이 곧장 날아들면서 매섭게 압박해왔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에는 규열기 중기 절정에 이른 한제의 수준과 고신의 힘이 섞여 있었다.
특히 규열기 중기 절정에 이르자 한제는 거대한 고신으로 변하지 않고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만약 고신의 거대한 몸으로 돌아간다면 정열기 중기 수준의 상대와도 충분히 맞붙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콰르릉!
주먹질 한 번에 폭발음이 사방에 울렸고 우주에 수많은 균열이 일었다. 그러나 그 주먹의 진정한 신통력은 한제의 전방에 허상으로 나타난, 1천 척 길이의 고신의 팔이었다.
“헛!”
한제의 주먹은 고신의 허상과 한제가 동시에 날리기라도 한 것처럼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이에 비대한 노인은 깜짝 놀랐다.
특히 고신의 팔이 허상으로 나타난 순간, 거친 기운이 짙게 퍼져나가 세상을 뒤덮었는데 그 기운에는 지극한 광기와 세상을 파멸시킬 듯한 포악함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힘을 쏟아내야만 고신의 허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주먹질만으로도 그보다 훨씬 실체에 가까운 고신의 팔을 만들어냈다. 지금 한제에게는 이런 주먹질은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부풍자
거대한 비석은 고신의 팔과 부딪히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튀었다.
안색이 어두워진 거구의 노인이 잠시 넋이 나가 있는 사이에 아직 남은 주먹의 위력이 덮쳐들었다.
허나 역시 노련한 거구의 노인은 차게 코웃음을 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아홉 개의 문양을 소환해냈다. 하나로 중첩된 문양들은 한제의 주먹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폭발!”
쾅! 쾅! 쾅!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성난 파도와 같은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노인의 배도 뇌길도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인을 호위하던 수련자들 또한 분분히 뒤로 도망쳤다. 오직 대두만이 비릿하게 웃으며 흑의의 사내들 사이로 들어서서 그들을 무너뜨렸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그중 몇 방울은 소년의 입가에 튀기도 했다. 소년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 피를 핥았다.
한편, 아홉 개의 문양이 폭발했음에도 노인은 화들짝 놀라며 후퇴했다. 그의 앞에서 폭발한 아홉 개의 문양 사이로 한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한제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좀 전의 충격은 한 번의 주먹질로 다 상쇄시킨 한제였다.
‘이제 정말 정열기 초기 수련자를 이길 수 있는 모양이군!’
한제는 여유롭게 그 비대한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노인은 한제에게 이 정도 힘이 있다는 것을 감히 믿지 못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