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각 마을의 추장들이 그 제안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하는 물’이 공동 움막 안에 추장들을 쓱 둘러보며 말했다.
“하늘의 태양 연맹에 가입하는 것에 찬성하시는 분을 손을 들어주십시오.”
투표는 역시나 거수.
추장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손을 들었다.
대추장을 곁에서 보좌하는 원로들이 손을 든 추장들의 인원을 셌다.
“서른두 표입니다.”
“…음!”
공동 움막에 모인 추장은 마흔둘, 나머지 열 명의 추장들이 ‘하늘의 태양’ 연맹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했다.
모히간 부족의 전통대로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것만큼 ‘하늘의 태양’의 연맹에 가입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그때, 반대를 표한 추장들을 대표해 ‘푸른 잎’이 손을 들었다.
‘노래하는 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반대 의견을 경청했다.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대추장님!”
‘푸른 잎’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를 한 이유를 열정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늘의 태양’의 연맹에 가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우리가 선택 폭을 너무 제한하지 않는 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늘의 태양’에 가입한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를 받아들 줄지 의문도 들고요.”
다른 추장들이 ‘푸른 잎’에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푸른 잎’이 계속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최대한 우리 부족이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아브나키 부족끼리 연맹에 결성된다면 그쪽에도 의향을 내비치는 것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래하는 물’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 말은 두 연맹에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우리 부족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굳이 그 두 연맹이 아니더라도 이로쿼이 부족 연합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되겠죠.”
‘푸른 잎’의 의견에 모히간 부족 추장들이 충격을 받은 듯 공동 움막 안이 술렁거렸다.
“우리가 너무 좁게 생각한 것 같군.”
“그러게 말이야.”
“이로쿼이 부족 연합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노래하는 물’도 머릿속이 개안한 듯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소란스러운 장내를 정리했다.
“…그럼, 여러 가지 이익을 고려해 아브나키 부족, 이로쿼이 연합, 하늘의 태양 연맹에 어떤 조건을 걸지 논의했으며 합니다.”
추장들이 한 명씩 손을 들어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부족은 우리 부족 사람들이 다스려야 합니다.”
“…우리 부족의 안전을 위해 부족끼리 결혼을 추진해 굳건한 동맹을 결성했으면 합니다.”
“…연맹이나 연합에 가입하면 지원할 게 한두 가지 아닐 겁니다.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조건을 건 연맹과 연합에 가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의견이 오고 가며 한동안 회의가 계속됐다.
잠시 후, ‘노래하는 물’이 지금까지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정리했다.
“…최우선의 협의 상대로 아브나키 부족, 다음은 이로쿼이 부족 연합, 마지막으로 하늘의 태양 연맹이 결정됐습니다. 조만간 사람들을 보내 그들과 협의할 테니 다음 회의 때 다시 한 번 논의해서 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추장님! 아주 현명한 결정입니다.”
“좋습니다.”
추장들 모두 그 결정에 동의하자 곧바로 각 연합과 연맹에 보낼 사람들을 정하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모히간 부족 회의가 끝이 났다.
* * *
‘아주 큰’ 마을, 집무실.
건설부에서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철광산을 두 개나 발견했다고?”
‘게으른 비버’가 어깨에 힘을 주며 보고했다.
“네, 황제 폐하! 노천 광산이지만, 제법 많은 양의 철이 매장되어 있는 거로 추정됩니다.”
많은 양이라고 해봤지만, 현재 무기와 농기구 생산량을 고려하면 아마 일 년 치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나 없이도 건설부에서 노천 광산을 찾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크게 칭찬할만한 일이었다.
“게으른 비버와 건설부 사람들이 노천 광산을 찾느라 많이 고생했겠어.”
칭찬에 기분 나빠 할 사람은 없었다.
‘게으른 비버’는 신난 표정으로 노천 광산에 관해 더욱더 열정적인 의지를 보였다.
“하하하! 아닙니다. 황제 폐하의 세심한 가르침 덕분에 노천 광산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천 광산 두 개로는 부족할 것 같아 앞으로 계속 철광석을 찾을 계획입니다.”
순간 고민이 됐다.
시간 단축을 위해 내가 직접 나설지 아니면 철광석을 찾는 일을 건설부에 계속 맡길지.
‘그래, 나 없이도 행정체계가 잘 돌아가는데…믿고 맡기는 게 맞아.’
난 ‘게으른 비버’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기를 더욱 북돋웠다.
“지금 당장 광산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건설부에서 책임지고 철뿐만 아니라 구리, 석회석, 석탄도 꾸준히 찾아줬으면 좋겠군.”
“네, 황제 폐하! 그렇지 않아도 건설부에서 자원 조사부를 따로 만들 예정입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군. 자원 조사부가 꾸려지며 보고해. 바로 승낙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잠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게으른 비버’가 물러나자 집무실에 혼자 남은 나는 이리 부족과 이로쿼이 연합 부족 전쟁에 관한 보고서를 읽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잘 버티고 있긴 하는데…아슬아슬하네.”
까딱하다간 내가 방문하기 전에 이리 부족이 이로쿼이 연합 부족한테 정복당할 것 같았다.
난 다급히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찬란한 노을’을 불렀다.
“네, 황제 폐하!”
“이리 부족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군. 아무래도 서둘러 이리 부족 방문해야 할 것 같아.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려? 모레까지 가능해?”
‘찬란한 노을’이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내일이라도 당장 출발할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위 1%의 천재답게 ‘찬란한 노을’은 솜이 물을 흡수하듯 모든 일을 빠르게 습득하며 처리하고 있었다.
아마 그녀를 내 수석보좌관으로 임명한 게 신의 한 수인가 싶다.
업무를 보는 게 편해도 너무 편했으니까.
“그럼, 내일 바로 출발할 수 있게 해.”
“네, 그 전에.”
‘찬란한 노을’이 손에 쥐고 있던 서류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건넸다.
“황제 폐하를 호위할 명단이에요. 보시고 정정할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혹시나 ‘찬란한 노을’이 명단에 포함될까 봐 조금 불안하긴 했다.
다행히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종이에 적힌 이름들을 보고 난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에 참전할 명분으로 딱 좋군.”
“그럼, 내일 새벽에 출발할 수 있게 바로 준비할게요.”
“그래.”
* * *
다음날.
날이 밝자 이리 부족을 방문할 전사들이 성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인원은 대전사를 포함해 스물다섯 명.
‘용감한 늑대’, ‘우직한 곰’, ‘발 빠른 사슴’, ‘세찬 눈보라‘.
그리고 나머지는 들소를 탈 줄 아는 친위대 전사들이었다.
난 수석보좌관으로서 나를 배웅하는 ‘찬란한 노을’과 대화를 나누며 몇 가지 지시 사항을 내렸다.
“…각 행정기구와 수장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네 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바로 연락하고.”
“네. 황제 폐하! 정보감찰부 전사들을 통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당분간 나 대신 ‘찬란한 노을’이 ‘하늘의 태양’을 이끌어 갈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과 대의원들은 내가 이리 부족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아내인 ‘달이 뜨다’도 내가 들소 무리를 잡으러 가는 줄 알고 있었다.
“……딱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너 자신을 믿어.”
‘하늘의 태양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조금 긴장했던 ‘찬란한 노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이 가득 찬 모습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저 자신을 믿죠. 완벽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테니 황제 폐하께 그저 무사히 잘 다녀오시면 됩니다.”
이제는 농담까지 하는 그녀의 여유에 난 마음 편히 뒤돌아설 수 있었다.
잠시 후, 내가 들소에 올라타자 모든 준비가 끝났는지 ‘용감한 늑대’가 들소를 타고 다가왔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내 허락이 떨어지자 ‘용감한 늑대’가 한 명도 빠짐없이 들소를 타고 있는 일행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출발!”
어느새 진형을 갖춘 들소를 탄 기병대가 황제인 나를 호위하며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개를 돌려 바보같이 웃고 있는 ‘우직한 곰’을 슬쩍 쳐다봤다.
‘붉은 노을’을 만나는 게 그리 좋을까?
‘그나저나 내 계획에 성공하려면 우직한 곰이 멋지게 활약해줘야 할 텐데…’
* * *
대지를 가르는 산(애팔래치안 산맥), 서쪽.
나와 일행들은 엄청난 속도로 대지를 가르는 산을 빠르게 넘어갔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들소를 타고 이동하니 오 일의 거리를 하루 만에 돌파했다.
한 달도 채 안 돼 서스쿼해녹 부족 영토를 지나 쇼니 부족의 영토에 들어서자 난 일행들을 멈춰 세웠다.
“여기서 잠시 휴식한다.”
“네, 황제 폐하!”
‘용감한 늑대’가 내 명령을 대전사와 친위대 전사들에게 빠르게 전달했다.
“…경계조는 주변을 감시하고, 나머지 전사들은 들소들에게 먹이와 물을 준 뒤 휴식한다.”
“알겠습니다. 수장님!”
이제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대전사들과 친위대 전사들이 신속한 동작으로 자신의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근처에 있는 계곡에 가서 물을 먹인 들소들을 나무에 묶고.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 들소들의 먹이로 갖다 준 대전사와 친위대 전사들이 먼저 휴식을 취했다.
경계조는 주변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각자 자리에서 편안한 자세로 경계를 섰다.
한편, 맵 창을 켠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는 정보감찰부 수장인 ‘발 빠른 사슴’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지시한 대로 이로쿼이 부족 연합한테 정보를 흘리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위험하다면 이 계획을 끝까지 반대하던 ‘발 빠른 사슴’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라….”
난 고개를 돌려 이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세찬 눈보라’를 불렀다.
“이리 부족 영토에 도착하려면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
“…….”
‘세찬 눈보라’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확신이 서지 않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별다른 문제 없다면… 늦어도 열흘 안에는 도착할 것 같습니다.”
열흘이라…
약속한 날짜에 ‘붉은 열매’와 이리 부족 전사들을 만나려면 시간이 촉박하긴 했다.
“세찬 눈보라! 무리해도 괜찮아. 오 일. 그 안에 가능할까?”
지금까지 선두에서 일행들을 안내하던 ‘세찬 눈보라’가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 지름길이 있긴 한데…길이 좀 험합니다. 괜찮겠습니까?”
난 고민도 하지 않고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잘됐네. 어차피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 지름길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내가 빠르게 결정을 내리자 순간 ‘발 빠른 사슴’이 울상을 지으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휴우! 괜히 따라온다고 해서 고생만 하네.”
작게 중얼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은 ‘발 빠른 사슴’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했다.
“뭐? 괜히 따라왔다고?”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아! 피곤하다! 저도 좀 쉬겠습니다.”
‘발 빠른 사슴’ 당황하며 재빨리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잠시 후, 휴식이 끝나자 일행들에게 서둘러 출발 명령을 내렸다.
“쇼니 부족 전사들이 많이 기다리겠군. 약속 장소에 전속력으로 이동한다.”
“네, 황제 폐하!”
* * *
이리 호수 서남쪽.
이로쿼이 부족 연합은 최근에 정복한 이리 부족 마을을 임시 주둔지로 사용하며 긴집에서 군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긴집 안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후방을 노리는 이리 부족 전사들이 이제 막 마을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군사 회의를 주최하는 ‘치솟는 불길’이 그 보고에 차갑게 눈을 빛내며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이리 부족을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