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11)
309화 >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동시에 반색했다.
“고생 끝에 좋은 소식이 온다고. 드디어 ‘바람의 칼날’이 이끄는 까마귀 부족 잔당들을 찾았네요.”
“네 조언 듣길 잘했어. 이번에도 괜한 헛수고가 아닌지 고민했거든.”
각각 연대장과 부연대장으로 개척부대를 이끄는 그 둘은 길고 길었던 이 전쟁이 끝났다는 듯 힘들었던 지난 과거를 떠올렸다.
히다차 부족과 까마귀 부족의 전쟁.
2년 전, 그들은 치밀한 계획으로 상행하는 상단들을 여러 번 습격해 교역소와 거래할 물건들을 약탈해갔다.
하지만, 그들이 한 심증은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물론, 상부에서는 일부러 그 부족들이 약탈하길 기다리며 방비를 허술하게 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대평원 무역 중심지를 장악하려는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꼬리가 길면 잡힌 것처럼 정보감찰부의 활약으로 약탈한 물건들의 출처가 밝혀졌다.
‘하늘의 태양’과 황제 폐하는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이 두 부족에게 선전포고하며 정벌에 나섰다.
2개 사단에 가까운 만 명의 병력이 바로 전장에 투입되면 그 두 부족과의 전쟁은 두 달도 채 안 돼서 끝이 났다.
그야말로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였다.
하지만, 까마귀 부족 대전사 ‘바람의 칼날’과 그의 추종자들이 서부 황무지와 사막 지역으로 터를 옮기며 ‘하늘의 태양’에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추장의 굴복에 내심 불만이 있던 히다차 부족 전사 백 명도 그 무리에 합류해 ‘하늘의 태양’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아예 도망치지 못하게 그들의 은신처를 넓게 포위하자고.”
‘우렁찬 천둥’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맑은 영혼’이 개척부대 참모진들과 함께 작전을 짰다.
“···이들의 구심점인 ‘바람의 칼날’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더구나 까마귀 부족 잔당들한테 길들인 들소도 두 마리나 있으니 포위 작전에 완벽을 기해줬으면 합니다.”
“네, 부연대장님!”
삼십 분도 채 안 돼서 까마귀 부족 잔당들을 소탕할 작전이 세워졌다.
“자! 끝까지 이번 전쟁을 잘 마무리하자고.”
‘우렁찬 천둥’이 개척부대 참모진과 전사들의 사기를 고무시킨 뒤 길들인 들소 등에 올라탔다.
* * *
어두컴컴한 밤.
사막과 황무지로 뒤덮인 대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
한낮에 뜨거웠던 열기는 몸에 한기로 스며들 정도로 쌀쌀했다.
-밤 추위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요.
-덧옷 좀 더 입지 그랬어.
‘우렁찬 천둥’의 걱정 깃든 눈빛에 ‘맑은 영혼’이 작은 미소로 화답했다.
-전투할 때 불편하잖아요. 오늘 하루만 참으려고요.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며 ‘맑은 영혼’이 고개를 들어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쳐다봤다.
‘아름답군.’
그 사이, ‘하늘의 태양’ 개척부대 전사들이 포위 섬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까마귀 부족과 히다차 부족 전사들의 잔당들이 숨어있는 근거지, 황무지 협곡.
마치 아주 오래전에 큰 강이 흐른 듯 협곡은 깊고, 울퉁불퉁했다.
그렇게 개척부대 전사들이 임무대로 각각 자리를 잡으며 공격할 때를 기다렸다.
잠시 후, ‘우렁찬 천둥’의 수신호를 시작으로 개척부대 전사들한테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침입조. 적 제거!
-네, 연대장님!
협곡의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은 동굴로 개척부대 전사 열 명이 몸을 바짝 숙인 채 천천히 다가갔다.
다행히도 동굴 입구를 지키는 까마귀 부족 전사 네 명은 아직 눈치채지를 못하고 있었다.
경계가 허술해진 새벽.
“······.”
활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까마귀 부족 전사들을 향해 개척부대 침입조가 거침없이 화살을 날렸다.
공기를 가르며 매섭게 날아가는 화살은 넷.
잠이 온 듯 길게 하품을 하던 까마귀 부족 전사를 시작으로 나머지 다른 까마귀 부족 전사들이 연달아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동굴 입구를 서둘러 장악한다.
동시에 침입조가 동굴 입구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동굴 안쪽에서 다급함이 묻어나는 까마귀 부족 전사들의 외침이 연달아 들려왔다.
“적이다!”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쳐들어온다!”
히다차 부족과 까마귀 부족 잔당들은 도망치는 게 이골이 났는지, 경계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동굴 안과 바깥에 이중으로 전사들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며 경계를 강화했다.
-적에게 발각됐다.
-다음 작전으로 넘어간다. 동굴 입구를 포위한다!
침입조를 이끄는 소대장이 지시에 개척부대 전사들이 이인 일조로 짝을 지어 각자 눈 여겨봤던 바위 뒤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한편, 침입조의 피리 소리에 후방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우렁찬 천둥’과 ‘맑은 영혼’이 굳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마지막 소탕 작전도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동굴 안쪽에도 전사들을 배치한 거 보면, 역시나 ‘바람의 칼날’이 우리를 애를 먹은 이유가 있어.”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맑은 영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굴 입구를 쳐다봤다.
침입조가 동굴 입구를 장악하는데 실패하자 다음 작전으로 신속하게 넘어갔다.
침입조에 이어 지원조가 방어막으로 방패를 앞세워 동굴 입구를 향해 접근했다.
-잔당들이 동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
-계속해서 지원 사격을 가해.
각 지원조의 소대장들이 수신호로 계속해서 작전 지시를 내렸다.
동굴 입구 주변에는 매서운 화살들이 서로 오가며 소득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맑은 영혼’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다른 출구가 있는 건가?’
* * *
협곡 동굴.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굴 안이 난리가 났다.
“대전사님! 적에게 우리의 위치가 발각됐습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난 ‘바람의 칼날’은 까마귀 부족 전사의 보고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잖아. 다들 경망스럽게 날뛰지 말고, 다른 은신처로 이동할 준비를 해.”
“알겠습니다. 대전사님!”
까마귀 부족 전사가 돌아가자, ‘바람의 칼날’은 동굴 입구가 있는 쪽을 쳐다봤다.
‘안전한 탈출을 위해서 희생이 불가피하겠군.’
최소한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나서야 하겠군.”
잠시 후, 동굴 입구에 ‘바람의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입구는 어느새 적이 쉽게 넘어오지 못하게 방책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방책을 방어 삼아 까마귀 부족 전사들과 히다차 부족 전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전사님!”
‘바람의 칼날’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히다차 부족과 까마귀 부족 전사들이 그를 향해 하나같이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전투 상황부터 보고받은 ‘바람의 칼날’은 차분하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입구가 좁아서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이대로 계속 대치하며 적절하게 반격만 해.”
고개를 돌려 나무 방책에 박혀있는 화살들을 보더니 ‘바람의 칼날’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쓸만한 화살들이 많군. 시간 날 때 저 화살들을 다 수거하고.”
“네, 대전사님!”
그 후로도 몇 가지 지시를 더 내린 ‘바람의 칼날’은 한쪽 끝에 하얀 깃털이 촘촘히 박혀있는 작대기를 들고 동굴 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공격하지 마라! 항복 조건을 말하겠다!”
* * *
날이 밝았다.
강렬할 햇볕이 온 대지를 뜨겁게 만들며 여전히 협곡 동굴 입구 사이를 두고 두 진영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었다.
“······우리의 조건은 간단하다. 우리 부족 사람들을 풀어주는 것, 그리고 너희가 차지한 신성한 히다차 부족과 우리 까마귀 부족 땅을 돌려주는 것, 그 두 가지면 된다. 그럼, 이 지긋지긋한 전쟁은 끝날 것이다. 만일,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속 항전할 것이다.”
하얀 깃털을 장착한 작대기를 들고, 동굴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바람의 칼날’.
그는 수십 번의 항복 권고에도 지금처럼 절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항전을 선택했다.
“죽이긴 안타까운 놈이긴 해.”
‘우렁찬 천둥’이 그를 나름 높게 평가하며 ‘맑은 영혼’을 쳐다봤다.
“그래도 이 전쟁을 끝내려면 ‘바람의 칼날’을 죽일 수밖에 없죠. 순순히 ‘하늘의 태양’의 사람으로서 동화되지도 않을 것 같고. 추후 반란이나 사고를 칠 게 분명해요.”
“하긴, 대평원의 전통에 따라 일반적인 전쟁은 아니긴 하지.”
이번 히다차 부족과 까마귀 부족 전사들의 전쟁은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전멸돼야 끝이 난다.
그걸 잘 알기에 ‘우렁찬 천둥’이 다시금 독하게 마음먹었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다. 저들의 식량이 동날 때까지 계속 압박하며 처리한다.”
“네, 연대장님!”
‘우렁찬 천둥’의 지시가 끝나자, 참모진이 흩어졌다.
그때, ‘맑은 영혼’이 조심스럽게 ‘우렁찬 천둥’에게 의견을 냈다.
“혹시···.”
그녀의 얘기를 다 들은 ‘우렁찬 천둥’은 흔들리는 눈빛과 함께 연신 입술을 매만졌다.
* * *
협곡 건너편, 절벽 위.
히다차 부족과 까마귀 부족 잔당들의 은신처인 동굴에서 여전히 대치 중인 채 사흘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도 허탕인가?’
소대 인원의 개척부대 전사들을 이끌고 온 ‘맑은 영혼’은 절벽 위에서 협곡 아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밤이라 주변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개척부대 전사가 뭔가를 발견했다.
-부연대장님! 저기에 뭔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던 ‘맑은 영혼’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흠칫했다.
-적의 잔당들이 도망친다. 지금 당장 연대장님께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놓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부연대장님!
개척부대 전사 하나가 다급히 뒤돌아 뛰어가 길들인 들소에 올라탔다.
‘맑은 영혼’은 계속 협곡 밑을 내려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까딱하다간 히다차 부족과 까마귀 부족의 구심점인 ‘바람의 칼날‘과 그의 잔당들을 놓칠 것 같았다.
-우리는 협곡 밑으로 내려가 연대장님이 올 때까지 저들을 최대한 지연시킨다.
-네, 부연대장님!
그리고 어느새 ‘맑은 영혼’과 나머지 개척부대 전사들이 들소를 타고 경사가 낮은 협곡을 향해 절벽 위를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 * *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멀리서 열 마리가 넘는 들소가 땅을 거칠게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에 열 명의 전사만 남겨놓고 나머지 전사들을 다 데리고 협곡 반대쪽 연결된 동굴 입구로 탈출한 ‘바람의 칼날’이 차갑게 눈을 빛냈다.
“예상대로 이 지역에도 ‘하늘의 태양 ‘전사가 배치된 것 같군. 하지만, 얼마 되지 않으니 다들 안심하라!”
“······”
순간 무거웠던 분위기가 밝아졌다.
“내가 최선두에서 퇴로를 만들겠다.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이 지역을 탈출한다!”
“네, 대전사님!”
‘바람의 칼날’이 자신과 함께 길들인 들소를 탄 까마귀 부족 대전사를 데리고 협곡 끝을 향해 무섭게 달려갔다.
잠시 후, 저 멀리 협곡 끝에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길들인 들소를 탄 채 돌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람의 칼날’이 그들을 이끄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진한 살기를 내뿜었다.
“맑은 영혼이라··· 아주 대어를 낚였군.”
어느새 그의 손에 쥔 활이 아홉 명의 개척부대 전사들을 이끌고 최선두로 돌진해오는 ‘맑은 영혼’의 향해있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숨통을 끊어주지.’
‘바람의 칼날’이 활시위를 놓자, ‘신의 무기’로 부르는 화살이 칠흑 같은 어둠과 하나 되어 매섭게 날아갔다.
“끝났군.”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