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30)
327화 >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기에 대의회장에 있던 대의원들은 당황을 넘어 충격이 휩싸인 듯 정적이 흘렀다.
‘찬란한 노을’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목에 힘을 주며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황제 폐하께서 지금 두 안건에 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십니다. 해서, 황제 폐하의 지시대로 저희 각 행정기구 수장들은 황제 특별 권한을 발동해 이 두 안건을 처리하겠습니다.”
“······”
웅성웅성!
정적도 잠시 황제 특별 권한 발동에 대의회장이 또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특히, 두 안건에 반대 표를 던진 대의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황제 특별 권한을 발동시킨다니?”
“황제 폐하께서 너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오?”
“대의원들끼리 합리적인 판단과 투표로 결정한 일을 무시하다니···.”
황제를 지지하는 대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황제 폐하가 하신 일에 다 뜻이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추후 황제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황제 특별 권한을 발동한 이유를 조사하면 되지 않겠소.”
그렇다 해도 황제를 지지하는 대의원 중에는 황제 특별 권한 발동에 실망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붉은 머리카락’이 재미있다는 듯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황제 특별 권한으로 두 안건이 통과됐다.
대의원들로서 딱히 할 게 없었다.
그저 그 두 안건이 아무 제지 없이 통과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황제 특별 권한에 문제점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알아봐야겠소.”
“이런 식으로 긴급회의가 마무리될지는 전혀 예상 못 했소이다.”
대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며 대의회장을 나섰다.
그들의 뒷모습에선 여전히 이 결과에 충격에 휩싸인 듯했다.
“정리할 게 많아.”
“그러게. 오늘은 관청에서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아.”
각 행정기구 수장과 부수장들도 오늘 긴급회의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관청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따로 모이겠죠?”
‘발 빠른 사슴’과 나란히 걷던 ‘찬란한 노을’이 대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붉은 머리카락’을 보며 물었다.
“그러겠지.”
“저들의 비밀 대화를 들을 수는 없고. 우선, 저쪽 사람들이 누굴 만나는지 조사해보는 게 좋겠어요.”
“알았어. 인원을 추가로 확보해서 조사해볼게.”
* * *
대의원 건물.
대의회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의원들이 자고, 먹고, 머물고, 회의하는 숙소가 있었다.
대의원 건물이 건설된 이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은 굳이 대의원 정기회의에 맞춰 수도에 올라오는 일은 더는 없었다.
특별한 일은 없는 이상 대의원은 계속 수도에 머물며 지역에 필요한 현안들을 처리하거나 업무를 봤다.
긴급회의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며 대의원 건물 숙소도 하나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황제가 특별 권한을 사용해 그 두 안건을 강행 처리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황제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붉은 머리카락’이 머무는 숙소.
건물 바깥으로 불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에는 천으로 된 막이 처져 있었다.
“더불어 앞으로 황제의 행보에 큰 제약을 받게 될 거고.”
‘붉은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그를 지지하는 세 명의 대의원들이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계획대로 두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요? 대의원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 주요 안건에 대한 반대를 주도한 ‘붉은 머리카락’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금 와서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에 맞춰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죠.”
“역시 대의원이십니다.”
“하하하! 정말 현명하십니다.”
대의원들은 앞 다투어 ‘붉은 머리카락’에게 아부하듯 칭찬했다.
‘붉은 머리카락’은 자신의 속내와 다르게 그저 담담히 그 칭찬을 듣고만 있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
그들의 아부가 끝나자, ‘붉은 머리카락’은 앞으로의 계획을 꺼냈다.
“자, 여러분이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번 황제 특별 권한의 강행 처리로 황제를 지지하는 대의원 중에 실망하는 자는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죠? 대의원님들께서 그들을 은밀히 만나 우리 편으로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또 황제 쪽 대의원들과 친분이 있지 않습니까?”
“최대한 빨리 만나 그들을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들겠습니다.”
“대의원님! 저만 믿고 계십시오.”
그들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붉은 머리카락’이 주의를 시켰다.
“우리를 감시하는 눈이 맞습니다. 너무 급하게 그 일을 추진하면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으니, 신중하고 조심히 접근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의원님!”
그 후로도 ‘붉은 머리카락’이 몇 가지 더 지시사항을 내리고 나서야 세 명의 대의원들이 그의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 혼자 남은 ‘붉은 머리카락’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각 행정기구 수장 직을 약속하며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지만, 이자들은 무능하고, 너무 부패했다.
‘쯧쯧쯧! 내가 황제가 되면 비리를 까발려서라도 저들을 내쳐야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붉은 머리카락’은 자신의 강력한 정적인 황제 폐하를 떠올렸다.
“역시 황제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쉽지 않아.”
* * *
플로리다 중서부 해안가.
강렬한 햇빛과 맑은 바다, 그리고 고운 모래로 뒤덮인 해안가가 내가 이끄는 함대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
다행히 항해하는 중에 허리케인이나 폭우는 만나지 않았다.
선실 밖에선 내가 이끄는 함대를 맞이하기 위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가운 나무’와 ‘하늘의 태양’ 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입니다. 여기!”
“이 해안가 쪽에 암초가 없습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함대가 임시 선착장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너무 급하게 내릴 필요는 없어. 늦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안전하게 정박하도록 해.”
“네, 황제 폐하!”
내 지시에 참모진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잠시 후, 날이 저물며 함대를 운영할 최소한 인원만 남겨두고, 모든 전사가 해안가에 상륙했다.
이어서 무기와 식량, 지원 물품들이 차례대로 하역하기 시작했다.
방문단을 이끄는 ‘차가운 나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해안가에 마련된 임시 막사에서 칼루사 부족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현재 주둔지와 요새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세 추장 중 그 어느 곳도 지지하지 않은 중소규모의 칼루사 부족 마을들을 복속시키고 있습니다.”
역시나 내가 기대한 대로 ‘차가운 나무’는 설득과 위협, 항복과 전투 같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칼루사 부족 마을들을 빠르게 복속시키거나 정복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데리고 온 전사들과 여러 가지 지원 덕분에 앞으로 칼루사 부족을 복속하는데, 더욱 탄력을 받을 거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뛰어난 계책으로 칼루사 부족 내의 내분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었다.
“······저희 ‘하늘의 태양’의 지원을 받는 칼루사 부족 추장이 다른 추장들을 압도적인 전력 차로 제압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두 달 뒤, 칼루사 부족 내전이 끝날 듯합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에 관해 물어보고 답변을 받은 나는 흡족한 미소로 ‘차가운 나무’를 쳐다봤다.
“내가 따로 지시할 것은 없을 것 같군. 수고했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
“칼루사 부족은 사단장이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지금 계획대로 계속 진행해.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차가운 나무’가 계획대로 알아서 잘 알하고 있어서 굳이 지금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가 요청한 대로 칼루사 부족 ‘최고 추장’에 오를 때까지 주둔지와 마을을 돌며 칼루사 부족 사람들을 ‘신의 치료’로 기적을 선보이며 대기하면 될 듯했다.
‘겸사겸사 이 지역에 매장된 자원도 확인해야겠군.’
난 앞으로 일정을 짜며 ‘차가운 나무’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수도에서 연락은 왔나?”
“아직 없었습니다. 아마 이 지역이 워낙 외곽 지역이라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그래. 연락이 오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보고가 끝난 ‘차가운 나무’가 나에게 경의를 표하고, 해안가의 뒷정리를 하기 위해 막사를 나섰다.
“지금쯤 한창 국방부 감찰부가 움직이고 있을 텐데, ‘끓어오르는 불과 물’을 잡았는지 모르겠군.”
* * *
‘아주 큰(미시시피 강)’ 강 하류, 서쪽 수림지대.
무사히 육지로 상륙한 ‘용감한 늑대’ 부대는 정보감찰부가 입수한 지도를 토대로 또다시 세 부대로 나눈 후, 나체스 부족 왕국 각각 세 방향으로 진격해 정복하기로 했다.
세 부대 중 한 부대를 이끄는 ‘용감한 늑대’가 전사들과 함께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지도를 보고 있었다.
지도에 검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이 넷.
지금까지 정복한 마을들.
이젠 ‘위대한 태양’이 다스리는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까지는 다섯 개 마을만 남았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정복되고 있군.”
이틀 전, 다른 두 부대에서도 계획대로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들을 차근차근 정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때, 전방에 인기척이 들리며 마을 정찰을 나갔던 척후 부대가 돌아왔다.
“······수장님! 다른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보다 경비가 더 허술합니다. 전사들도 서른 명이 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공격해도 딱히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척후 부대가 가지고 온 정보를 가지고 ‘용감한 늑대’는 참모진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작전을 짰다.
“전사들의 피로가 누적됐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을 정복해 휴식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소규모의 인원으로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을 바깥으로 끌어내죠.”
“수장님!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유인책으로 마을을 정복하는 게 최고의 작전인 것 같습니다.”
‘용감한 늑대’는 참모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을 정복하기로 했다.
“······작전을 실행한다. 다들 잘 알겠지만, 마을에 진입하자마자 태양족 계급의 사람들부터 사로잡는다.”
“네, 수장님!”
참모진들이 흩어져 휴식을 끝낸 전사들에게 이번 작전에 관한 설명과 함께 전투 명령을 내렸다.
‘용감한 늑대’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전투 장비를 챙겼다.
“개척 부대 활약 덕분에 전투가 쉽군.”
나체스 부족 왕국 북쪽 영토를 개척 부대가 기습과 매복으로 날뛰며 ‘위대한 태양’과 그의 전사들을 온통 그 지역에 신경 쓰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북쪽 영토로 차출되어 나체스 부족 왕국 남쪽 지역 영토에 남아있는 전사들은 얼마 없었다.
“빈집털이가 따로 없군.”
‘용감한 늑대’는 이번에도 나체스 부족 왕국 마을을 손쉽게 정복할 거라 확신했다.
잠시 후, 모든 전투 준비가 끝마친 ‘용감한 늑대’가 드디어 출전 명령을 내렸다.
“유인 부대는 출발! 각 부대는 각자의 위치로!”
“네, 수장님!”
* * *
플로리다 반도 중서부 지역.
친위대 백 명의 호위를 받으며 이틀 동안 자원 탐색을 하며 돌아다녔다.
[띠링!] [천연가스를 발견했습니다.]자원 지도 창에 표시한 것을 확인한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의외로 많네.’
그 밖에도 석회석과 인산염이 플로리다 반도에 많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때, 주둔지에 온 전사와 대화를 하고 있던 ‘세찬 눈보라’가 나에게 다가왔다.
“황제 폐하! ‘끓어오르는 불과 물’과 그의 수하들이 국방부 감찰부와 전사들의 포위를 뚫고, 칼루사 부족 영토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