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34)
331화 >
‘우렁찬 천둥’이 다급히 물었다.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 수는 얼마고,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얘기해봐.”
“그··· 그게 나체스 부족 왕국도 우리를 잡기 위해 매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복된 전사 수가 최소 백 명, 본대에 지원을 요청했는지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폭탄 설치 조가 적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아군 전사들의 피해는 죄송하지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굳이 폭탄 설치 조를 맡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코 그 임무를 맡겠다고 나간 ‘맑은 영혼’이 원망스러운지 ‘우렁찬 천둥’이 순간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미치겠네.”
‘우렁찬 천둥’은 머릿속이 복잡한지 제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발을 구르며 연신 씩씩거렸다.
만일, 작전을 이대로 진행한다면 ‘맑은 영혼’과 다섯 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폭탄 설치 조가 살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체스 부족 왕국의 ‘위대한 태양’과 그의 호위 전사들을 칠 절호의 기회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폭탄 설치 조의 희생을 감당해야 합니다.”
“뭐? 그걸 말이라고 해?”
‘우렁찬 천둥’이 불같이 화를 내며 그 말을 하는 참모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주먹을 한 대 맞은 참모진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렸다.
“기회는 다시 만들면 돼. 지금은 ‘위대한 태양’보다 형제처럼 알고 지낸 아군 전사들의 목숨이 중요하다. 알아들어?”
“실언해서 죄송합니다.”
입가에 흘러나온 피를 손으로 닦은 참모진은 억울함이 전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 됐어.”
‘우렁찬 천둥’이 그 말을 하고선 나머지 참모진들에게 큰 소리로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계획된 모든 작전을 취소한다. 지금부터 위험에 빠진 폭탄 설치 조를 구하는데, 최우선으로 한다.”
“네, 사단장님!”
“현명한 결정입니다.”
참모진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힘찬 목소리로 그의 명령을 반겼다.
적을 섬멸하기 위해 방어 중심의 진형을 구축하던 개척부대 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구출 작전이다!”
“지원 사격 부대는 후방으로!”
“선봉장을 설 돌격 부대는 앞으로 나와!”
개척부대 전사들은 이미 완전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어서 그런지 갑작스럽게 변동된 작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에 빠진 아군 전사들을 구출하는 것에 다들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기세와 사기가 급격하게 올라가며 개척부대 전사들 앞에 긴 창을 든 ‘우렁찬 천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부터 돌격 부대는 나와 함께 움직인다. 한시가 바쁜 만큼 긴말 하지 않겠다. 다들 다치지 말고, 나를 잘 따라오도록!”
“네, 사단장님!”
“돌격!”
‘우렁찬 천둥’이 앞으로 무섭게 달려가자, 돌격 부대에 배치된 개척부대 전사들이 적의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 기합을 내지르며 그를 뒤따랐다.
그때, 후방에 있던 개척부대의 전사들에게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후방 지원 사격!”
이미 장전한 활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후방 개척부대 전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여기저기서 활줄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오며 그들의 의지가 담긴 화살이 맹렬하게 날아갔다.
“포위된 폭탄 설치 조가 다치지 않도록 해라!”
“목표물을 양쪽 끝이다!”
후방에 개척부대 전사들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거침없이 활을 쐈다.
* * *
‘아주 큰’ 강의 축복인지 주변은 온통 비옥한 땅만 있었다.
산도 없었고, 언덕도 없었다.
그렇게 갈대와 얕은 풀로 뒤덮인 평야 한복판에 폭탄 설치 조를 이끄는 ‘맑은 영혼’이 굳은 표정으로 퇴로를 다급히 찾았다.
“부 사단장님! 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쪽도 막혔습니다. 아무래도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처음부터 매복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습니다.”
퇴로가 없는 완전히 포위된 상황.
더구나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인원이 고작 여섯 명밖에 없는 폭탄 설치 조를 향해 무자비하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창이다!”
“방패를 들어 막아!”
대부분 날아오는 게 조잡한 돌창이나 화살이긴 했지만, ‘맑은 영혼’과 폭탄 설치 조의 움직임을 제한하며 방해하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 몇 명은 용맹함을 증명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고.
“내가 막겠다. 엄호 좀 해줘.”
“네, 부 사단장님!”
검을 든 ‘맑은 영혼’이 근접까지 다가온 세 명의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튀어나갔다.
원형 방어진 한 곳이 비자, 나머지 개척부대 전사들이 그녀가 떠난 빈자리를 재빨리 메꿨다.
좀 전보다 작아진 원형 방어진이 재빨리 그녀를 뒤따르며 ‘맑은 영혼’의 후방 공격을 대비했다.
그때, ‘맑은 영혼’이 발을 빠르게 딛으며 바람처럼 움직였다.
동시에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든 세 개의 곤봉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그녀의 머리를 노렸다.
‘간결하게.’
검으로 그 곤봉들을 단숨에 두 동강을 낼 수 있지만, ‘맑은 영혼’은 그 부딪치는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그녀는 무릎을 굽혀 상체를 아래도 내린 뒤, 동시에 검을 좌우로 빠르게 그었다.
문신으로 가득한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의 배가 가로로 붉은 사선이 그어졌다.
파파파파파팟! 파파파파파팟!
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며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 쏟아진 내장과 피.
그것들을 믿기지 않은 눈빛으로 보던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은 그렇게 뜬눈으로 숨을 거뒀다.
“다친 사람?”
“없습니다.”
어느새 제 위치로 돌아가 원형 방어진의 한 자리를 맡은 ‘맑은 영혼’은 폭탄 설치 조의 전사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사상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도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포위도 아까보다 더 두터워졌다.
까딱하다간 여기서 자신뿐만 아니라 폭탄 설치 조 모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금의 인원으로 포위를 뚫기도 쉽지 않았다.
‘어떡하지?’
‘맑은 영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설치된 휴대용 폭탄을 향했다.
설치된 휴대용 폭탄은 열 개.
아직 심지에 불이 붙이지 않았지만, 만일 그 휴대용 폭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면 그 위력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쓸려나가겠지.’
‘맑은 영혼’은 그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을 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비록 매복된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에게 발각됐지만, 이번 폭탄 섬멸 작전은 거의 완벽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음! 결국, 내 임무는 여기까지인가?’
가뜩이나 최종 목표이었던 나체스 부족 왕국의 통치자인 ‘위대한 태양’이 복수심이 불타오르는 표정으로 가마를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야간 기습을 수십 번이나 당한 그였다.
‘맑은 영혼’은 ‘위대한 태양’의 복수심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폭탄 설치 조 전사들을 쳐봤다.
‘나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수는 없지.’
그녀는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들의 의향을 물어봤다.
“···함께 할 거야? 참고로 산다는 보장은 없어.”
부 사단장의 말하는 의미를 잘 안다는 듯 폭탄 설치 조 전사들 그 누구도 거절하지 않았다.
“부 사단장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퇴로는 전혀 없는 것 같고, ‘하늘의 태양’ 전사로서 여기서 명예롭게 마지막을 장식하겠습니다.”
“부 사단장님! 설마 저를 빼놓고 가시는 거는 아니겠죠?”
“하하하! 오늘따라 본대에서 그 어떤 지시도 내려오지 않는 걸 보면 작전대로 진행하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개척부대 전사의 말에 ‘맑은 영혼’이 본대가 있는 방향을 힐끔 쳐다봤다.
“그러게.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면 큰소리치던 사단장님이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네.”
죽음을 앞둬서일까?
‘맑은 영혼’은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그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환한 미소와 함께 ‘맑은 영혼’이 휴대용 폭탄 설치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때도 무르익었고, 멋지게 불꽃놀이를 만들어보자고. 자네들은 심지에 불을 불어. 그 시간 동안 어떻게든 우리가 버텨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부 사단장님!”
‘맑은 영혼’의 지시 하에 폭탄 설치 조가 다 같이 움직이려는 찰나 갑자기 후방에서 엄청난 기합과 함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발사!”
“돌격!”
‘하늘의 태양’에서 제조한 화살이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을 강타하고 있었다.
특히, 양쪽 끝 진영의 피해가 커서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의 포위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다··· 들 피해!”
“왜 이··· 렇게 사거리가 길어?”
‘맑은 영혼’과 폭탄 설치 조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단장님은 우리를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나 봐요.”
“이 봐! 말은 제대로 해야지. 우리가 아니라 부 사단장님이겠지.”
‘맑은 영혼’은 자신을 놀리는 농담 섞인 말에도, 전혀 싫지 않은 표정을 짓더니 목에 힘을 주며 지시를 내렸다.
“작전이 변경됐다. 우리도 본대를 도와 퇴로로 추정된 곳으로 최대한 많이 이동한다.”
“네, 부 사단장님!”
그녀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퇴로로 추정된 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었다.
중앙에 있던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이 우왕좌왕하며 무언가를 피해 연신 뒤로 밀려났다.
“다 부숴버려!”
“이것들이 기습만 해서 아주 우리를 호구로 봤나 보네.”
“진로에 방해되는 적을 거침없이 베어버려!”
‘우렁찬 천둥’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맑은 영혼’에게도 들려왔다.
한 번 무너진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은 그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충격과 공포가 뒤섞이며 전장이 한순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채 살기 위해 도망쳤다.
그때, 전방의 퇴로가 뻥 뚫리더니 ‘맑은 영혼’의 눈에 온몸이 피로 뒤덮인 ‘우렁찬 천둥’이 나타났다.
“죽는 줄 알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네. 뭘 멍청하게 서 있어? 빨리 나오지 않고.”
‘우렁찬 천둥’ 뒤로 개척부대 전사들이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며 몰아붙였다.
“다들 지친 걸 알지만, 조금만 더 힘내자.”
“네, 부 사단장님! 젖 먹던 힘까지 내겠습니다.”
‘맑은 영혼’과 폭탄 설치 조 개척부대 전사들이 무거운 발을 이끌고 본대가 있는 안전한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그들의 안전이 확보되자, ‘우렁찬 천둥’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개척부대 전사들에게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후퇴!”
일단, 구출 작전은 성공.
밀물처럼 무섭게 돌진하던 개척부대 전사들이 썰물처럼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다.
“적이 추격하지 못하게 막아!”
“지원 사격하라!”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개척부대 전사들이 이번에는 안전한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은 폭우처럼 쏟아지는 그 화살 공격에 감히 추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네, 사단장님!”
폭탄 섬멸 작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우렁찬 천둥’을 따르는 개척부대 전사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 * *
낮에 나체스 부족 왕국 전사들과 한바탕 전투를 치른 개척부대 전사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모닥불이 피어있고, 그 모닥불 주위에는 어김없이 임시 막사들이 원형으로 지어져 있었다.
“충! 경계 이상 무!”
깊은 밤이라, 은신처 주변의 경계도 삼엄했다.
“부사단장은 막사에 있나?”
“있습니다.”
“그래. 수고하도록.”
잠시 후, ‘맑은 영혼’이 쉬고 있는 임시 막사 안은 아까부터 계속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부담스럽게 왜 그래요? 설마 저한텐 고백하려는 거 아니죠?”
“맞아.”
“······”
‘맑은 영혼’의 농담에 그제야 ‘우렁찬 천둥’이 용기 내어 말했다.
“젠장!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다. 맑은 영혼! 남은 여생을 나랑 함께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