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4)
004화
다행히 처음에 만났던 돌창 같은 무기를 든 남자들은 보이지는 않았다.
마침 입구 주위로 사람들이 없었다.
심호흡을 한 뒤 가죽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뒤에 있던 여자애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잘게 떠는 그녀의 손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마··마코! 오··카다!”
“······”
예상대로 그녀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언어가 들려왔다.
하지만, 두려움이 가득한 그녀의 눈빛에서 진실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번에는 손짓을 사용하며 말했다.
“마코! 오카다! 사마카! 라키!”
“······”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주위를 경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내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다리 쪽에 난 상처.
그러고 보니 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병원에 가서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다시 여자애가 그 상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처 때문에 나가면 안 된다고?”
“으따!”
대화는 여전히 안 됐지만, 진심은 통하는 걸까?
그 여자애가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투박하게 만든 나무 그릇 두 개를 들고 가지고 왔다.
하나는 물, 또 하나는 죽 같은 거로 보이는 음식.
한 눈으로 봐도 비위생적인 나무 그릇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나 보고 먹으라고?”
내가 먹는 시늉을 하자 그 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따!”
“······”
순간 고민됐다.
며칠 만에 깨어났는지 모르지만, 뱃속이 꺼질 정도로 무척이나 배고팠다.
‘당분간 식량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몰라. 일단, 먹어 두는 게 좋겠지.’
하지만, 그 전에 이 음식과 물에 이상한 약이나 독을 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낯선 곳에서, 그것도 처음 본 사람이 무작정 선의를 베풀며 음식을 건넨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난 의심의 눈초리로 소녀에게 먼저 그 음식과 물을 먹어보라고 손짓했다.
쌍꺼풀이 유난히 짙은 소녀가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소녀는 손에 든 물그릇과 음식 그릇을 연달아 입에 가져가더니 아무 이상 없다는 듯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치켜세웠다.
“······”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니 어색한 침묵 속에서 잠시 기다렸다.
‘이상한 걸 타진 않았나 보네.’
난 그녀의 두 손에 든 나무 그릇을 건네받은 뒤 물부터 입안을 헹구듯 천천히 마셨다.
딱히 배가 아프거나 목이 따갑거나 하지 않았다.
의심한 게 민망할 정도로 그냥 깨끗한 물이었다.
어느 정도 물로 갈증을 씻어낸 나는 죽으로 보이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다.
‘신중하게 행동해서 나쁠 것은 없지.’
나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녀가 건네준 나무 숟가락으로 천천히 죽을 먹기 시작했다.
‘옥수수죽인가?’
간이 없어서 조금 밋밋하기는 하지만, 입안에 고소함이 맴돌 정도로 맛있었다.
어느새 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깔끔하게 죽을 해치웠다.
그런 나를 보고 소녀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르크! 마코!”
“······”
손짓으로 소녀가 더 주겠다는 말에 아직 배가 다 채워지지 않은 나는 부끄러움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나무 그릇을 받은 소녀가 몸을 돌려 움막 안쪽에 있는 토기 항아리 쪽으로 걸어갔다.
‘옥수수죽이 아직도 따끈한 걸 보니 방금 만들었나 보네.’
그때, 바깥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죽을 퍼담으려던 소녀도 깜짝 놀랐고, 그 죽을 기다리던 나도 놀랬다.
재빨리 몸을 돌려 가죽 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쳐다봤다.
아까 봤던 사람들이 사방으로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었다.
‘저놈들은 뭐야?’
대략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젊은 남자들이 곤봉 같은 무기와 돌창을 들고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생김새와 옷차림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거의 비슷했다.
다만, 머리스타일이 달랐다.
고슴도치 머리가 아닌 해병대 머리스타일이라고 할까?
그것보다는···
‘모히칸 머리스타일?’
게다가 얼굴에는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위장크림을 한 듯 분칠하고 있었다.
아다다다다다다다! 아다다다다다다!
침입자로 보이는 그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냥감을 찾는 듯 두세 명씩 짝을 지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첫 희생자가 나왔다.
무기를 들지 않는 늙은 남자.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곤봉에 얼굴 반쪽이 처참하게 함몰되어 그 자리에 바로 쓰러졌다.
퍽! 퍼퍼퍽! 퍼퍼퍽!
확인 사살을 하듯 침입자들이 미동도 하지 않은 늙은 남자를 머리가 깨질 정도로 두들겨 팼다.
눈앞에서 처음 본 살인 현장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왔다.
솔직히 무서웠다.
꽤 오랫동안 태권도와 합기도를 수련하며 운동했지만, 누군가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수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는 대련을 해봤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머릿속에서 위기를 알리는 강한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저들은 침입자다.’
아군은 모르겠지만, 누가 적인지 한눈에 봐도 구별할 수 있었다.
그사이, 몇몇 침입자들이 도망치는 젊은 여자들을 하나둘 붙잡기 시작했다.
울고 불며 겁에 질린 젊은 여자들이 무릎을 꿇은 채 반항하지 않겠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리고 몇몇 침입자들은 늙은 남자들을 찾아 움막을 뒤지고 있었다.
“우카류! 마카! 메리나!”
“아카!”
침입자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거침없이 지시를 내리자 그를 따르는 젊은 남자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때, 움막 안에 있던 소녀가 문틈 사이로 바깥 상황을 봤는지 공포로 가득한 표정과 눈빛을 짓고 있었다.
“피쿼트! 아카리! 모코!
“······”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았다.
그녀를 진정시킬 시간도 없이 나는 고개를 돌려 바깥 상황을 쳐다봤다.
늙은 남자 몇 명이 움막에서 끌려 나와 또다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퍽! 퍼퍼퍽! 퍽!
바닥에 무릎 꿇은 여자들도 좀 전보다 늘어났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공포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어댔다.
그리고 움막을 뒤지던 침입자들이 점차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이상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퀘스트: 포악한 피쿼트 부족의 전사들을 처리하라] [보상: 소정의 경험치]난 놀란 표정으로 눈앞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메시지를 멍하니 쳐다봤다.
‘이건 또 뭐야?’
머리를 다친 것도 아니고, 바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상한 환상과 환청 같은 증상이 보이자 내 뺨을 가볍게 쳤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재빨리 가죽 문을 닫고 어찌해야 할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소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
그녀가 울먹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금 타다 만 장작을 손에 들었다.
‘지금 당장 바깥으로 도망친다면 침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어.’
일단, 안에서 해치운다.
인원수는 많지만, 침입자들은 165cm도 안 되는 작은 사람들이었다.
‘계획만 잘 세우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저 인원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었다.
몰매에는 장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순순히 당할 수는 없었다.
저들이 지금까지 한 행동을 보면 나를 살려줄 것 같지는 않고.
적절하게 치고 빠지거나 도망치는 작전으로 침입자들을 상대할 생각이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어느새 침입자들이 내가 있는 움막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가죽 문을 다시 닫고 저들을 어떻게 쓰러뜨릴지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그리고 그들의 인기척이 가까이 들려올수록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며 손에 땀이 났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흥분을 가라앉으려고 노력했다.
그때, 가죽 문이 열렸다.
“······”
문 옆쪽으로 숨어있던 나는 누구라도 들어오길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나라도 바로 들어오지 않겠지.’
움막 안에서 나와 함께 있던 소녀는 문 사이에 있는 침입자들을 보고 짧은 비명을 지르며 공포로 가득한 눈빛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침입자들이 순간 방심했을까?
삼인 일조로 된 침입자 한 명이 곤봉을 들고 움막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뒤통수가 보이는 침입자의 머리를 나무 장작으로 힘껏 내리쳤다.
‘퍽!’
강한 타격음과 함께 나무 장작이 산산이 부서지며 정신을 잃은 침입자가 앞으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입구 안으로 돌창을 들이민 침입자가 멈칫거리는 게 보였다.
난 지체없이 돌창 끝 창대를 낚아채 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창대를 놓지 못하고 움막 안으로 순식간에 끌려온 침입자가 나를 보고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난 끌려온 힘을 역이용해 왼손과 함께 창대를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침입자의 턱을 향해 강하게 올려쳤다.
퍽!
턱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기절.
침입자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마라카라! 마라카라! 마카!
“······”
밖에 있던 침입자가 주위의 동료를 부르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난 바닥에 떨어진 곤봉과 돌창을 차례대로 집어 들었다.
꽤 무거운 나무로 만든 곤봉은 사각팬티 안에 빠지지 않게 잘 걸쳐 넣고, 두 손으로 재빨리 창을 들었다.
내가 수련했던 창과는 느낌부터 달랐지만, 충분히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움막 안에 있던 소녀를 바라봤다.
소녀는 단번에 침입자 두 명을 쓰러트린 나를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여기에 있어. 내가 저들을 다른 쪽으로 유인할게. 그때 도망쳐.”
“······”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손짓으로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바깥에서 침입자들이 더 많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 아다다다다!
난 창끝을 문밖으로 내밀어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좌우로 빠르게 휘저었다.
문밖에 있던 침입자가 내가 공격한 줄 알고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깥으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나처럼 돌창을 쥔 침입자가 내 생김새와 신체를 보고 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머리 하나 정도 작아 보이는 침입자가 가소로워 보였을까?
침입자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난 눈앞에 침입자가 멈칫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로 공격했다.
앞으로 나아가며 바닥을 쓸어담듯 창대로 침입자의 다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갑작스러운 공격에 눈앞에 있는 침입자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난 다시 한 번 몸을 날려 창을 위아래로 강하게 내려쳤다.
퍽!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침입자가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정신을 잃었다.
셋을 순식간에 처리한 나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좌측에 다섯 명, 우측에 여섯.
그리고 앞에서 일곱 명이 나를 향해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포위되면 안 돼.’
움막 – 위그웜(wigwam), 미국 북동부 유목 생활을 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움막 집. 여러 그루의 묘목을 휘어지게 한 후 꼭대기를 함께 묶은 뒤 마른 풀이나 나무 껍질로 벽을 만든 돔형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