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73)
073화
“······.”
그들이 무슨 이유로 찾아왔는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히간 부족이 너무 늦게 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천인장들에게 말했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잠시 후, 마을 안으로 들어온 모히간 부족 사람들을 맞이했다.
인원은 대략 서른 명 정도.
모히간 부족 사람 중에 낯이 익은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모히간 부족과 거래할 때 만났던 추장들.
그리고 피쿼트 부족 전사들한테 쫓겨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에게 도움을 받은 추장도 이 일행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쪽에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푸른 잎’이 흠칫하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다··당신은?”
“또 만나게 됐네요.”
“저번에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헤어져서 아쉬웠는데···”
주위에 있던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푸른 잎’을 쳐다봤다.
“제가 저번에 말한 적이 있잖습니까? 피쿼트 부족한테 쫓기고 있을 때 레나페 부족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아! 그 레나페 부족 사람이 이분인가?”
“네.”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해왔다.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도움을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히간 부족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심안으로 대추장이라고 적힌 늙은 남자가 공손한 자세로 말했다.
“얘기도 없이 무작정 찾아왔는데도, 우리를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자세한 얘기는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 * *
대형 움막.
모히간 부족과 피쿼트 부족은 원래부터 하나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최근까지 두 부족은 영토를 두고 치열하게 전쟁하고 있었다.
모히간 부족 사람들은 피쿼트 부족 마을 한복판에 들어온 게 믿어지지 않는지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편히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잠시 후, 피쿼트 부족 여자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모히간 부족의 대추장과 간단히 대화를 주고받았다.
“···젊은 나이에 레나페 부족의 대추장 됐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현명한 여우는 잘 있습니까?”
“네, 대추장에 물러나 마을에 머물며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
“근데, 피쿼트 부족과 왜 싸운 겁니까?”
미간 주름이 유난히 돋보이는 ‘물의 수호자’가 나를 살짝 떠보며 물었다.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군.’
난 미소를 감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피쿼트 부족이 사납고 악독하다는 걸 대추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하긴, 피쿼트 부족이 약탈을 한두 번 한 게 아니긴 하죠.”
‘물의 수호자’는 내 대답을 알아서 해석하며 판단했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의 수호자’가 뜸을 들이며 다시금 물었다.
“대추장님! 피쿼트 부족 마을을 다 정복한 겁니까?”
“네. 지금부터 피쿼트 부족이 가진 모든 영토는 우리 레나페 부족이 다스릴 겁니다.”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물의 수호자’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
“그··그렇군요.”
그리고선 내 눈치를 한번 보더니 어렵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대추장님! 저희가 피쿼트 부족과 전쟁한 걸 알고 계실 겁니다.”
“네. 오고 가며 두 부족의 전쟁에 관해 얘길 듣긴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찾아온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부족의 터전이었던 땅을 돌려줬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내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모른 척 행동했다.
그때, 연회에 참석한 천인장들이 입을 짜 맞춘 듯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대추장님! 우리 전사들이 피를 흘려 정복한 땅입니다.”
“모히간 부족이 우리 부족과 아무리 우호가 있더라도 그건 아닌 것 습니다.”
특히 ‘발 빠른 사슴’이 큰 활약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직한 곰’이 묵직하게 쐐기를 박았다.
“대추장님! 내··가 죽은 한··이 있더라도 그건 절··대 안 됩니다.”
“······.”
대형 움막 안이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으로 휩싸였다.
대추장인 ‘물의 수호자’가 난감한 눈빛으로 모히간 부족 추장들을 힐끔 쳐다보며 재빨리 말했다.
“그냥 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터전을 돌려주는 대가로 저희가 십 년 동안 식량과 가죽을 주겠습니다.”
“···음!”
만약을 대비해 모히간 부족이 영토 문제를 두고 걸고넘어지며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회의를 통해 결정 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민한 척 행동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건 저 혼자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족 사람들과 긴히 얘기한 뒤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물의 수호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대추장님! 저희 모히간 부족은 예전처럼 레나페 부족과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저희도 십 년은 부족한 것 같으니 우리도 긴히 회의해서 최대 십오 년까지 다시 한번 조정해보겠습니다.”
십오 년이라, 모히간 부족이 우리와 협상하기 전 최대한의 수치로 잡은 게 분명했다.
‘역시 우리가 손해네.’
하지만, 앞으로 두 부족의 우호를 위해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받을 것은 다 받는 게 좋다.
“네. 저 또한 모히간 부족과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 * *
다음날.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대형 움막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신중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
침묵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바심이 났을까?
우리가 마련한 움막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잤는지 ‘물의 수호자’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대추장님! 저희가 밤새 회의한 결과 십오 년 동안 식량과 가죽을 주기로 결정 났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부담스러운 척 말했다.
“근데 우리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받아야죠.”
“알겠습니다. 어쨌든 모히간 부족이었던 땅을 돌려 들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모히간 부족과 쭉 좋은 우호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잠시 후,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피쿼트 부족 마을을 나섰다.
그들을 배웅하며 내 옆에 있던 ‘용감한 늑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굳이 땅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나는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굳이 영토 문제로 모히간 부족과 척을 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두 부족 간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으니까.”
어차피 정복할 영토는 주위에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 영토를 다스릴 사람들이 없었다.
지금 현 상황에서 피쿼트 부족이 차지한 영토를 다스리기 것도 벅찼다.
어쨌거나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 지금은 내정과 안정에 집중할 때였다.
* * *
모히간 부족 사람들이 떠나고 며칠이 빠르게 지나갔다.
피쿼트 부족 마을 옆에 전사들이 주둔할 막사와 훈련장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었다.
새롭게 건설된 주둔지 둘러보며 난 ‘용감한 늑대’에게 보고를 받았다.
“···무기 창고와 식량 창고도 만들었고. 아마 모레쯤에 모든 게 완성될 것 같습니다.”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용감한 늑대’에게 몇 가지 더 지시 사항을 내렸다.
“···울타리는 이중으로 했으면 좋겠군. 망루도 몇 개 더 설치하고.”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천오백 명의 레나페 부족 전사들뿐만 아니라 포로로 잡은 삼백 명의 피쿼트 전사들까지 주둔지 건설에 다 투입했다.
심지어 피쿼트 마을 사람들까지.
그래서인지 내가 예상했던 날짜보다 주둔지 건설이 앞당겨졌다.
주둔지를 만족스럽게 둘러본 나는 곧바로 피쿼트 부족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마을 한복판에 포로로 잡은 피쿼트 추장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모여 있었다.
나를 근접 거리에서 호위하는 ‘세찬 눈보라’가 마치 수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숨통을 끊어 놓겠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다들 앉아.”
“······.”
피쿼트 추장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으며 내 말을 기다렸다.
난 그들이 서명한 가죽을 들고 다시 한번 협박했다.
“···계절마다 마을의 인구를 보고해야 한다. 적정량의 식량과 가죽을 바쳐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전사들을 이끌고 무력을 행사하겠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
“자, 이제부터 자유를 주겠다. 각자 마을로 돌아간다.”
“······.”
웅성웅성!
피쿼트 추장들이 내 결정에 당황하며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입니까?”
“설마 우리를 보내 놓고 죽이는 게 아닙니까?”
추장들 사이에서 우려 섞인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조용!”
“······.”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마을로 돌아가는 너희들을 손끝 하나 건들지 않겠다.”
* * *
피쿼트 추장들이 각자 마을로 돌아가고 난 뒤 며칠이 지났다.
계획대로 주둔지가 건설되자 이곳에 남게 된 오백 명의 전사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대들은 위대한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다. 긍지와 자부심을 잊지 마라. 다음 부대가 교대할 때까지 피쿼트 부족을 잘 다스리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와아아아아아아!
내 연설로 사기가 충전한 레나페 부족 전사들이 함성을 크게 질렀다.
단상에서 내려온 나는 여기에 남아 오백 명의 전사들의 이끌 ‘용감한 늑대’에게 말했다.
“다치지 말고,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으면 좋겠다.”
‘용감한 늑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드디어 모든 인수인계를 끝마쳤다.
전쟁과 전투를 통해 예전보다 능력치가 골고루 올라간 ‘용감한 늑대’는 나 대신 피쿼트 부족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발 빠른 사슴’이 다가왔다.
“대추장님! 전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잠시 후, 천이백 명의 전사들이 진형을 구축하며 피쿼트 부족 마을을 나섰다.
“출발!”
진형 중앙에는 앞으로 나의 충직한 전사들이 될 피쿼트 부족 젊은 남자들이 죽을상을 하며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 * *
퀴리 피 부족 주둔지.
“대추장님이다!”
“우리 전사들이다!”
“피쿼트 부족과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새로 건설된 주둔지에 들어서자 ‘차가운 나무’와 오백 명의 전사들이 나와 전사들을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오셨습니까? 대추장님!”
“주둔지를 제법 잘 만들었군.”
“감사합니다.”
‘차가운 나무’가 곧바로 이번에 선출된 퀴리 피 부족 추장들을 소개했다.
잔뜩 긴장한 퀴리 피 부족 추장들이 무척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왔다.
“···대추장님을 뵙습니다.”
“···우리를 이끌어 줘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이번에 새롭게 조성된 퀴리 피 부족 마을들을 둘러보며 ‘차가운 나무‘에게 보고를 받았다.
“···퀴리 피 부족 사람들을 큰 저항 없이 우리 지시를 순순히 따랐습니다.”
“···겨울이 춥지 않게 바닥은 온돌로 깔았습니다. 기와가 없어서 일단 나뭇가지로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마을마다 우물 두 개를 건설했습니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차가운 나무’의 보고가 끝나자 그에게 의견을 구했다.
“여기에 전사들이 몇 명 정도 주둔하면 될 것 같아?”
잠깐 고민하던 ‘차가운 나무’가 차분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삼백 명 정도면 퀴리 피 사람들을 안전하게 다스리게 있을 것 같습니다.”
삼백 명이라···
아마 ‘차가운 나무’가 최소한 인원으로 잡은 게 분명했다.
“좋아. 여기에 사백 명의 전사들이 주둔한다. 그리고 다음 부대가 교대할 때까지 자네가 여기를 이끌어줬으면 해.”
아무래도 같은 부족 출신인 ‘차가운 나무’라면 별문제 없이 퀴리 피 부족 사람들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는 걸 아는지 ‘차가운 나무’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대추장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 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겠습니다.”
벅찬 표정을 짓고 있는 ‘차가운 나무’를 보며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훈련소로 데려갈 퀴리 피 사람들은 몇 명이지?”
“마흔두 명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군.”
“앞으로도 떠돌이 부족을 계속 흡수하다 보면 지금보다 훈련소에 들어간 전사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 * *
‘아주 큰’ 마을.
“대추장님이다!”
“피쿼트 부족을 정복했다!”
“신의 아들이자 신의 전사인 대추장님이시다!”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훈련소에 남아있던 전사들까지 피쿼트 부족을 정복한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그때, 여자 원로가 다급히 뛰어왔다.
“대추장님! 달이 뜨다가 산통이 시작된 지 꽤 됐습니다. 곧 아이를 낳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