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02
103. Shock and Terror (1) >
충격과 공포였다.
배우, 곽도출은 며칠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내의 엄포를 들은 뒤 머릿속을 잠식한 불안 때문이다. ‘그 여자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 후회하며 몇 번이고 자책한다.
하지만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줏대도 없고, 매력도 없고, 강단도 없는 만만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무릎 꿇고 빌며 애원을 하면 넘어가 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곽도출은 두려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씨발, 사람이 사랑 좀 할 수도 있지!’
그는 아내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긴말 않겠어.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당신 발로 기자들 앞에 나서서 고백해. 지금까지 그 반쪽짜리 엘프 년이랑 어떻게 놀아났는지, 당신이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지 그 입으로 까발려. 그럼 조용히 이혼하는 거로 끝낼게.’
요즘 만나는 애인과의 밀회 현장을 아내에게 들켰을 때, 곽도출은 지금까지 그랬듯 싹싹 빌었다.
아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만 상황은 간신히 수습되었다. 그녀는 반쯤 포기한 듯 말했다. 이번에만 봐주겠다고. 이걸로 정말 마지막이라면서.
하지만 며칠 뒤. 곽도출은 이번엔 염탐꾼 고스트가 붙지 않도록 퇴마 부적까지 완비한 숙소를 새로 마련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애인과 다시 만나다가 또 적발당하고 말았다.
그 얼빠진 여자가 설마 사설탐정까지 써서 뒤를 쫓을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것이다.
아내는 이번엔 정말 이혼하겠다면서 그를 ‘협박’했다. 그런데 곽도출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조건을 덧붙였다.
불륜 고백 기자회견이라니.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당신이 저지른 짓 뉘우치고 반성하는 뜻에서 마지막 기회 주는 거니까. 안 그러면 그 전에 끼고 놀다가 나한테 걸린 년들 사진까지 다 언론에 터뜨릴 거니 기대해.’
그간 쌓아 올린 전적이 목 밑의 칼날이 되어 춤추고 있었다.
‘거기다가 당신 불법 도박한 거, 음주 운전 걸린 거, 술 먹고 사람 팬 거··· 지금까지 우리 아빠 덕분에 덮은 거잖아? 그것도 다 터뜨릴 거야.’
최악의 상황이었다.
불륜 스캔들 하나만으로도 배우 생활이 끝장나기 충분하다. 그런데 아내는 그 이상으로 치명적인 패를 몇 개나 쥐고 있었다.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는다.
이 와중에도 자신을 가르치려고 드는 콧대 높은 성질 못 버리고 ‘회개할 기회’를 준 게 다행이다. 정말 아니꼬우면서도 다행이었다. 그나마 대책 세울 시간이라도 벌었으니까. 그녀가 바로 언론사로 직행했으면 손을 쓸 도리도 없었을 것이다.
‘어떡하지?!’
이혼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기자회견을 하면 장인이 불처럼 화를 낼 게 뻔했다. 아내는 양심 고백을 기다리며 아직 장인에게 일의 전모를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시간 문제다. 귀책 사유가 있는 그는 알거지로 쫓겨날 것이며 장인과 아내 명의로 된 재산은 한 푼도 챙기지 못하리라.
어차피 돈 때문에 꼬신 여자였다. 장인의 입김이 커리어에 도움 될 거라는 계산도 있었고 실제로 큰 영향을 끼쳤다. 애초에 사랑 같은 건 한 적 없다. 그러나 이혼하고 싶지도 않다. 밥줄 끊긴 채 빈털터리가 될 수는 없으니까.
충혈된 눈으로 곽도출은 궁리했다. 이 위기를 빠져나갈 방도를.
‘······!’
그리고 어떤 방안을 떠올렸다.
몇 가지 사소한 것만 버리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양심과 도덕, 인간성 같은.
이 결혼은 파탄이 예정되어 있다. 단언컨대, 불가피하다. 다만 아내의 재산을 지키고 업계에서 매장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혼인 상태를 끝내는 방법도 있었다.
장인은 이 상황을 알 필요가 없다. 언론도 알 필요 없다. 아내가 이혼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지금 타이밍이 적기였다.
결심을 내리고 며칠 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초조한 표정으로 다크 웹에 접속해서 주소를 입력한다. 이곳에 접속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에도 거금을 써야 했다. 하지만 일이 성사된다면 더 큰돈이 나갈 것이다. 그는 오늘을 위해 아내 명의로 대출까지 받은 상태다.
곽도출은 하얀 화면에 채팅 창 하나만 박힌 사이트에 접속한다. 불안 속에서 눈을 깜박였다. 맞게 들어온 것인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상대가 먼저 채팅을 입력했다. 외국에 소재한 회사였기에 상담원은 영어를 썼다.
번역기를 거친 어색한 한국어 문장이 떠올랐다.
-상담원: 안녕하세요. 헬퍼 서비스에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내가 당신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수 있습니까?
대충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는 의미는 통했다. 그는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다.
-나: 의뢰를 넣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번역되었는지 반응이 빠르게 돌아왔다.
-상담원: 훌륭한 선생님.
뜬금없는 칭찬을 받은 곽도출은 당황했지만 곧 그것이 ‘Excellent, sir.’의 오역임을 알아차렸다.
상대의 채팅이 이어졌다.
-상담원: 우리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그렇습니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옵션이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가 필요합니까?
곽도출은 고민했다. 다크 웹상 흔적은 추적이 힘들다고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어를 명시하는 것이 괜찮을까?
주저하는 걸 눈치챈 듯 상대가 선수를 쳤다.
-상담원: 우리는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우수한 운영 시스템을 보유합니다. 우리의 고객들은 그중에서도 ‘보관’과 ‘청소’ 서비스에 가장 긍정적인 피드백을 선사했습니다. 두 개 중 당신이 원하는 서비스가 있습니까?
곽도출은 추측한다. 보관 서비스라는 것은 아마도 납치를 말하는 걸 테다. 그 맥락으로 보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는 청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음이 분명했다.
-나: 청소.
-상담원: 탁월한 선택. 우리는 그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상담원: 더 나아가기 전에 결제 정보가 필요합니다. 가상 화폐와 연동된 페이팔 계정을 알려 주세요.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상담원: 확인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몇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목표물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다음 양식에 맞춰 제출하세요. 종족이 트롤인 경우 150%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집단 이민 대상 종족이 아니거나 이능력자인 경우 계약이 파기될 수 있음을 상기하십시오.
그는 미리 준비한 파일을 넘긴다. 내용을 검토하는 듯 잠시 채팅이 멈췄다. 곽도출은 마른 침을 삼키며 기다린다.
드디어 응답이 돌아왔다.
-상담원: 문제없습니다. 이제 일정 및 제한 사항에 대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요소가 수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첫째, 언제까지 이 계약을 종료하기를 원합니까?
데드라인을 묻는 것 같았다. 한시가 급하기에 곽도출은 최대한 빨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요금이 올라가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자 상담원은 이번엔 그가 생각하는 제한 사항을 물었다. 곽도출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예상했다는 듯 전과 비슷한 형식으로 옵션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상담원: 청소가 끝난 뒤의 모습을 직접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확인하겠습니까?
-상담원: 청소 과정에서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까?
-상담원: 청소 과정에서 폭발물 사용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상담원: 목표물의 ‘몸통(the body)’이 필요합니까?
-상담원: 목표물의 조직 샘플을 받으시겠습니까?
-상담원: 청소 후 의학적 확인 서류가 필요합니까?
-상담원: 공공장소에서의 청소 작업이 필요합니까? 목표물과 청소 작업에 대한 정보를 미디어에서 크게 다루기를 희망합니까?
-상담원: 진짜 청소부 대신 누명을 씌우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모든 선택 사항을 답하고 나서 상담원이 책정한 요금은 그의 예상보다도 더 비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이 끝나면 그가 유력한 용의자로 꼽힐 것이다. 사실은 오크 커뮤니티에 가서 약에 취한 불량배들에게 몇 장 꽂아 주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는 대신 이들에게 컨택한 것은 그만큼 뒤처리가 깔끔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채팅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모든 조율이 끝나자 곽도출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간편하고 쉬운 일이었다.
***
민준은 요즘 심기가 영 불편하다.
그 원인은 영 진척이 없는 수면 중 최면 요법에 있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수형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 시절을 다루는 꿈이다. 하지만 윰투스는 좀처럼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그 덕에 민준은 지금까지 델 꿈만 열여섯 번을 꿨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다른 사건을 다루는 악몽도 몇 번씩 꿨지만 비교적 최근 사건의 발현 빈도가 높았다.
그가 만족하지 못하자 윰투스는 기가 죽었지만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총대주교는 한 번에 삭제된 기억을 건드렸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는 민준의 손으로 죽였다.
총대주교가 깊숙한 영역을 건드릴 수 있었던 건 그의 신성력이 폭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성력이 폭주한 이유는···.
파앗!
민준의 손에서 찬란한 빛이 일렁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채를 담아.
‘윰투스의 신성력을 폭주시켜야 할까?’
총대주교는 다시 죽기 직전 기준으로 백만 정도의 달란트를 영혼 속에 품고 있었다.
윰투스에게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런 무식한 방법밖에 없는가? 깊숙한 내면에서 무언가 이런 선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엘라후-프라가 교단이 태초의 종족을 깨우겠다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직관적인 거부감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뭔가 하나가 빠진 기분이었다. 기억을 되찾고 동족들을 깨우기 위한 중요한 요소.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한 개의 열쇠··· 그것이 아직 없다. 그걸 손에 넣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될 것 같다.
미치겠는 건, 그게 뭔지 기억이 안 난다.
띠리리-!
생각에 빠져 있던 민준은 달란트를 다시 집어넣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형님, 접니다.
정팔의 기운 빠진 목소리가 들린다.
-요즘 많이 바쁘시다면서요? 죄송합니다. 혹시 오늘 잠깐만 시간 되시겠습니까?
민준은 고민하지 않았다.
“그래, 간만에 얼굴이나 보자.”
***
퇴근 시간이라기엔 좀 이른 타이밍에 정팔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얼굴은 영 좋지 않았다. 잦은 악몽 때문에 안색이 초췌해진 외계인과 핼쑥해진 오크가 마주 보고 앉는다.
정팔은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초조하게 물었다.
“형님! 사실 이렇게 여쭤보는 것도 실례겠지만···.”
“뭔데 그래?”
“저, 혹시 저주 같은 거 걸렸습니까?”
전후 사정 설명도 없고 맥락도 없이 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연유를 묻는 대신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언한다.
“아니, 그런 거 안 붙어 있다.”
그러자 정팔은 눈에 띄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휴우! 다행입니다. 혹시나 해서요.”
“무슨 일인데?”
그러자 정팔은 최근에 매달려 있던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았다.
“뉴스 보셨죠? 곽도출 죽은 거요.”
민준은 고개를 젓는다. 그는 요즘 TV를 켤 여유도 없었다. 그러자 정팔이 설명했다.
“사실은··· 제가 그 인간 신변 보호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의 눈앞에서 곽도출이 아내에게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것도 단칼에 목이 베여서.
“······.”
트라우마 때문에 민준은 인상을 찌푸린다. 실제로 목이 잘린 적은 없지만, 잘라 내라면서 소리치고 싸운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애써 머릿속에서 그걸 털어 냈다.
“그 여자, 곽도출이를 죽이자마자 온몸의 뼈가 부러져서 쓰러졌어요. 그대로 실려 갔죠. 그러고 현장에 남은 흉기를 수거하려고 감식반이 손에 쥐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 감식반도 갑자기 회까닥 돌아서 옆에 있던 마법사를 찔렀다고 한다.
경찰은 그들이 갑자기 미쳐 버린 이유로 저주를 의심하고 있었다.
저주라는 것은 무언가에 접촉한 형태로 발동되기는 하지만, 때로는 한 장소에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걸리기도 한다. 정팔은 그 가능성을 두려워한 것이다.
“바로 찾아뵙고 싶었는데 저도 그사이 어지간히 들볶였어야죠.”
그 사건 이후 내부적으로 얼마나 털렸는지 한탄이 이어진다. 민준은 정팔이 유달리 피곤해 보이는 이유가 저주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 며칠 누구는 원하지 않는 잠을 너무 오래 자서, 누구는 잠이 너무 부족해서 시달린 것이다.
아끼는 동생의 상태가 영 나쁜 걸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민준은 조용히 지하실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낸다.
그러자 즉시 무형무색의 성스러운 힘이 방 안을 채웠다. 오크는 설명에 집중하느라 갑자기 몸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나중에 그 감식반 작자도 취조를 했는데··· 이러더라고요. 그 검을 잡는 순간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답니다.”
“목소리? 누구? 설마 그 검?”
“제가 이걸 이야기 안 했군요. 현장에서 발견된 그 흉기, 에고 소드 같습니다. 그런데 감식반 말로는 그 칼이 흘리는 목소리가 너무 경건하고 거룩하고 마치 신의 음성같이 느껴졌다는 겁니다.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민준은 고개를 갸웃한다.
“검을 잡은 사람을 홀린다고? 그건 보통 저주로는 불가능한데. 그 물건, 아무래도 지구에서 보기 힘든 고성능 에고 소드 같군.”
“근데 찔린 마법사 말로는 거기에 저주 같은 거 안 걸려 있다고 했거든요. 영체 감식 마법에도 반응하는 게 없어서 싸구려 칼이라고···.”
“그럴 리 없어. 엄청나게 강력한 저주가 걸려 있거나, 엄청나게 강력한 영혼이 깃들어 있거나 둘 중 하나야. 마법사 실력이 모자라서 못 알아본 거지. 내가 볼 때는 후자일 가능성이 커. 마인드 컨트롤 이능력을 보유한 영혼이 거기 봉인되어 있을 거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팔이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 그쪽 세계는 잘 모르지만, 영체 감응 마법이 그리 어려운 주문입니까? 원래 잘 틀려요?”
“그렇지는 않아. 그래서 좀 이상하긴 하군. 영혼이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장담을 했다니. 하지만 내 말이 맞을 거야. 홀리면서 지껄였다는 언변을 보면 인공지능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워. 영혼의 격이 너무 커서 탐지를 피했겠지. 아마 내 눈에는 보일 거···.”
거기까지 말하던 민준이 잠시 입을 닫았다.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언변. 하지만 그 안에 깃든 영혼도 감지되지 않는 에고 소드.
기이한 조합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았다.
민준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렴풋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고 있었음을 자각한다. 각성은 다소 둔탁하고 느릿했다.
“형님?”
정팔이 의아한 듯 묻지만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삭제된 것이 무엇인지 필사적으로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러던 찰나.
“······!”
그의 뇌리에 한 줄기 번개가 내려친다. 동시에 두 눈에서는 불똥이 튀었다.
민준은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 어떤 물건을 떠올렸다. 그리고 외쳤다.
“···맞다, 후라이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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