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16
117. Shock and Terror (15) >
***
‘검’은 자신이 언제 이 세계에 흘러들어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본래 평범한 에고 소드에 장착된 인공지능에 불과했으며, 그 성능은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 단계에 비교하면 레벨 2(부분 자동화)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쥐고 휘두르는 모든 의사 선택은 사람이 하고, 검이 슬쩍 잘못된 궤도를 수정하거나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주인에게 조언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몇십 년 전 각성한 순간 검의 기능은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레벨 5(완전 자동화)를 돌파하게 되었다. 사람의 개입 없이 혼자 움직이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개념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검이 사람을 휘두르는 경지가 되었으니까.
***
후라이팬이 그러했던 것처럼 검도 자신이 제조된 목적을 알고 있었다.
생물을 죽이고 상처 입히는 것.
동시에 비슷한 사명감 역시 느꼈다. 모두를 괴로움에서 구원하여 행복에 이르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그런 그가 자아를 각성했을 때 검의 소유주는 분노와 증오로 미쳐 가고 있었다.
‘죽인다. 죽여 버릴 거야! 기필코···!’
그는 멕시코 경찰 소속 웨폰 마스터였다. 카르텔의 보복으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주인은 적을 토막 내고 생간을 씹어 먹어도 해소되지 않을 분노에 빠졌다. 광기가 서린 분노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잔혹한 복수극을 펼칠 힘이 부족했다. 검은 자신이 그것을 줄 수 있음을 알았다. 창조된 목적에도 합당한 일로 여겨졌다.
카르텔은 악한 가해자이며, 자신의 주인은 선한 피해자다. 범죄자를 세상에서 지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정의로운 일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검은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도와 드리리다.’
그 순간 웨폰 마스터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는 단신으로 카르텔에 침입했다. 검이 주인을 도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를 조종했다. 주인은 검의 인도를 따라 본래 실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무시무시한 위용을 선보였다.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경찰은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잔혹한 광경은 이골이 날 정도로 보아왔음에도 구토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웨폰 마스터의 원수였던 카르텔은 하룻밤 사이 세상에서 지워졌다.
***
주인을 도와 보복을 완수하고 정의를 구현했지만, 검은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 두 가지를 발견했다.
일단, 숙주의 상태였다. 원한을 해소한 웨폰 마스터는 그 결과를 음미하며 여운에 잠길 틈도 없었다.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낸 나머지 사망한 것이다. 결코 검이 바랐던 결과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숙주가 죽고 나니 검도 그 자리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점이었다.
‘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냐고?’
전소한 건물 바닥에 처박힌 검을 잡은 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겁을 한 감식반은 그것을 증거물 창고에 넣어 버렸다.
‘사람 홀리는 검이다. 단단히 봉인해!’
지금과 달리 외계 문물에 대한 저항감이 큰 시절이었고, 저런 또렷한 목소리를 흘리는 에고 소드는 저주받은 물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은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누군가 그를 손에 쥔 순간에 바로 세뇌를 하지 않으면 기약 없는 감금이나 방치를 당한다는 사실을.
‘이건 뭔데 여기에 처박혀 있어요?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검처럼 보이는데.’
‘야, 그거 만지지 마! 저주받은 칼이니까 선배들이 건드리지 말라고 엄두를··· 어, 어?! 야! 어디 가! 으악!’
통제 구역을 구경하던 호기심 많은 신입 경찰관을 세뇌하여 탈출한 뒤, 검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일 때는 어차피 죽여야 할 다른 악인을 조종해서 죽였다. 그리고 검의 운반을 담당할 조력자를 항상 준비했다. 꼭 손잡이를 쥐지 않아도 검으로 상처를 크게 입힐수록 긴 시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천적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뒤 그는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에 죽여야 할 자는 너무 많았다. 정의를 위해 사회악을 가차 없이 처단했다. 암살에는 간혹 비싼 정보가 필요했기에,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물론 의뢰를 승낙하는 데에는 까다로운 기준이 동원되었다. 그는 비도덕적인, 악행을 저지른, 죽여야 할 자들만 골라 죽였다.
그에게는 블레이드(Blade)라는 별명이 붙었다.
***
얼굴 없는 암살자로서의 명성이 올라갈수록 더 비싼 의뢰가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블레이드는 한 테러리스트를 암살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지구에서 손 꼽히는 웨폰 마스터인 상대는 오랜 시간 수배 중이었다. 그가 저지른 가장 끔찍한 악행은 이스라엘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죄 없는 관객 2만명이 그의 손에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했다.
검의 기준으로 볼 때 죽어 마땅한 악인이었다.
그래서 죽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냥 목을 날리기에는 너무도 뛰어난 이능력자였다. 블레이드는 조력자를 활용하여 그가 손잡이를 잡도록 유도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숙주의 기억 때문에 블레이드는 혼란에 빠졌다.
‘······이런 이유였던가?’
테러리스트는 본래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의 모국은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과 오랜 시간 마찰을 겪었으며, 몇 차례의 전쟁을 거친 후에도 지속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도 없는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상대국의 공습으로 그가 일하던 학교가 불타오르고 아이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그날 그는 이능력을 각성했다. 그리고 보복을 시작했다.
테러리스트는 눈을 감으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던 아이들을 보았다.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민간인을 살해하기로 했다.
‘무고한 방관자는 없다.’
그는 생각했다. 자국 정부가 학살극을 벌이도록 방치한 국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니, 이 죗값 역시 민간인의 피로 받아가겠다!’
마정석이 도입되기 전 시대였고 국제 사회는 석유 때문에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그들은 1948년 건국 전쟁의 대승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국경을 넓혀 샤론 반도(옛 아라비아 반도)의 70% 이상을 잡아먹은 중동의 강자였다. 서방은 이스라엘에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그렇기에 테러리스트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충격적인 사건을 벌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그를 움직이는 동기였다.
한편 그 기억을 되짚어 올라가던 블레이드는 이스라엘이 왜 공습을 벌였는지에 대한 이유도 찾아낼 수 있었다. 국경 근처에서 가축을 치다가 총을 맞고 사망한 자국민들에 대한 복수였다.
그럼 왜 민간인에게 총질을 했는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반대로 가해자는 이스라엘이었고 피해자는 테러리스트의 모국이었다.
도무지 끝도 없었다. 두 나라 사이 얽힌 역사와 원한은 엉킨 실처럼 복잡했다.
대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그저, 지독한 분노와 증오의 연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냥 모조리 악으로 치부해 버리면 쉬웠다. 다만, 그런 식으로는 누구도 구원할 수 없게 된다. 누군가는 선하고 누군가는 악하다고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블레이드가 창조된 목적에 맞지 않았다. 지키기 위한 싸움이든 죽이기 위한 싸움이든 검은 휘둘러야 한다.
고뇌 끝에 블레이드는 결론에 다다른다.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을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면 그것은 악한 일이다.
‘그러니, 테러리스트는 악이 분명하다.’
그렇게 단정 지은 블레이드는 테러리스트를 조종하여 수많은 다른 악인을 죽였고, 그 과정에서 몸을 혹사당한 숙주는 죽음을 맞이했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국에서는 국가적인 영웅으로 숭상받는 인물이었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드높은 악명을 휘날린 테러리스트는 대국이 상대 나라를 함부로 유린하지 못하는 억제력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활동이 오랜 시간 확인되지 않자 이스라엘은 그가 죽거나 무력화되었다고 확신했다.
그 후 고인의 모국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가 시작되었다.
두 나라 모두를 영지로 둔 사룡(砂龍)은 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인터폴에 수배된 상태에서도 붙잡히지 않고 비밀리에 활동을 계속하던 테러리스트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사유는 그 드래곤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경영자의 입장에서 테러리스트의 가난한 모국을 구제하는 것보다 석유로 부를 쌓은 이스라엘의 번영과 안정이 더 중요할 터라는 게 근거였지만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
블레이드는 정의를 구현하려고 했으나,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에 빠졌다.
쓰디쓴 실패를 맛본 그는 고뇌했다.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그렇기에 한 가지를 소망하게 되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죽이기에 앞서,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타깃을 죽이는 행위가 세상 사람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미리 알게 된다면 더 이상 선악의 구별은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블레이드는 자신에게 필요한 또 한 명의 조력자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단순히 검을 옮기는 것을 넘어선, 뛰어난 능력자가 간절했다.
선지자(先知者)가.
***
여의도, 인간중심당 당사.
의원 몇 명이 모여 심각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직도 배후가 잡히지 않았습니까?”
“경찰 쪽에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영 신통치 않습니다. 마법수사대 관리관이 직접 나섰다고 하는데도 이 모양이군요.”
그들은 얼마 전 고인이 된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총선 후, 당선자 서른 명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환호성을 지른 것도 잠시. 한 명의 의원이 자택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범인인 트롤은 현장 근처에서 기괴한 형태의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인간중심당은 본 사건의 배후에 소수 종족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문제는.
“하필이면 지금 이 시점에 살해당한 것이 과연 우연이겠습니까? 이건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한 테러입니다.”
그가 살해당한 날짜는 2020년 재보선 선거구 확정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따라서, 그 공석은 임박한 올해의 재보선 때 채울 수 없으며 내년 재보선으로 넘어가게 된다.
다시 말해 앞으로 몇 달 동안 결원이 추가로 발생해도 내년까지는 해당 지역구가 공석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이 사태의 대처 방안을 심각하게 토론하고 있는데.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며 경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
의원 한 명이 창백해진 얼굴로 묻는다.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일입니까?”
마법사, 김철수가 앞에 나서며 설명했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을 대상으로 한 암살을 누군가 꾀하고 있다는 신빙성 높은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그들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가뜩이나 고인이 된 의원 때문에 신변 보호가 한층 강화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추가로 정황이 파악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원 다수에 대한 암살 기도이므로 국가 대상 테러로 간주됩니다. 국회법 128조와 대테러법 52조에 의거, 특수 경호 조치에 돌입하겠습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의원들은 그들이 준비한 차에 올랐다. 그리고 서울시 모처에 있는 안전가옥에 도착한 순간.
“···아니?!”
그들은 익숙한 얼굴들을 그곳에서 모두 보게 되었다.
“아니, 잠깐만. 지금 우리 당 의원들을 전부 여기에 몰아넣은 겁니까?”
인간중심당 소속 현직 의원 스물아홉 명이 전부 모인 것이다.
“다른 당은요? 설마 인간중심당 의원만 데려온 겁니까?”
이쯤에서 김철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대신해서 앞에 나선 것은 민준이었다.
“지금까지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때, 암살자는 오직 여기 계신 여러분들만 노리고 있습니다.”
참모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려던 의원들은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전화는 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비인가 회선으로 이루어지는 통화는 모두 차단한 상황입니다.”
“그럼, 안전 회선은 준비되어 있겠지. 바로 통화하게 해 주시오!”
“지금 설치 중입니다.”
국회의원을 위해 준비한 안가에 통신선이 미리 준비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상황이 묘하게 굴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치 빠른 한 명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이봐요,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그들은 여기 있는 경찰들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납치하고 바깥과 격리한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피해 엉겁결에 따라나서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우리 모두를 한 곳에 몰아넣은 저의가 뭡니까? 이 상황에서 사고가 터지면 우리 당 현직 의원은 전멸입니다. 대테러법에 명시된 프로토콜은 이렇지 않을 텐데요.”
민준은 고저가 미미한 목소리로 답했다.
“다른 안가는 지금 준비 중입니다.”
의원이 이를 갈며 물었다.
“언제 준비됩니까?”
“통신과 마찬가지로,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인간중심당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건 특정 정당에 대한 탄압입니다! 우리를 국회로부터 격리하려는 속셈 아닙니까?!”
“이 배후에 누가 있습니까? 누가 꾸민 짓이냐고!”
거센 항의를 민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블레이드가 이들 전부를 노리는 게 맞다면, 이 스물아홉 명을 여기저기 분산시켜 놓아서야 일이 효율적이지 않았다.
그가 노리는 모든 타깃을 여기에 모아 두고 암살자를 기다린다.
“이런 식으로 해서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습니까? 이제 곧 사무실이나 집에서 실종 신고를 넣을 겁니다. 그러면 이 짓을 꾸미는 배후도 굴복할 수밖에 없을···.”
민준도 그렇게 일을 키우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는 뒷짐을 쥔다.
그리고 허공을 쥐듯 손바닥을 오므리니 흑색의 후라이팬 손잡이가 잡혔다.
“그러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가족 및 보좌관들에게는 긴급 당내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변명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종 신고가 들어가고 필요 이상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지면 곤란합니다.”
이제 의원들은 분통이 터지다 못해 얼굴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그의 요청에 순순히 따를 것 같지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초선이었고, 민준이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다.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뛰어난 현장 요원 한 명 정도로만 인지할 터.
그 반응을 본 민준은 조용히 머릿속으로 후라이팬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할 수 있겠냐?’
=어휴, 그리 물어보시니 섭섭합니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민준은 한 박자 쉬고 되묻는다.
‘그냥 내 말에 순순히 따를 정도로만 진정시키면 돼. 저 의원들 모두.’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 장담을 들은 민준은 후라이팬의 능력에 대한 자신의 추측을 상향 조정했다.
지금 그가 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 후라이팬이 보였던 정신 조작보다 한 단계 더 나간 것이었다.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상대를 안정시키고 제3자에 대한 신뢰를 심어 달라는 것이었으니까.
이것까지 가능하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다.’
블레이드의 세뇌 능력보다는 약하다고 여겼다. 컨트롤할 수 있는 대상이 훨씬 많은 반대급부라고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제약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찬찬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한편 민준은 이런 생각도 했다. 앞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다시는 이 후라이팬으로 조리한 음식을 먹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민준은 고개를 돌리며 김철수에게 묻는다.
“김 군, 이 안가에 주방 같은 것도 마련되어 있지요?”
유사시 긴 시간 숨어 있어야 하니 비상식량을 비롯하여 간단한 조리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김철수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있습니다만···.”
이 상황에서 그건 왜 묻는 것인가?
그의 얼굴을 보며 민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잠깐만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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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파견된 ‘에이브람스 헬퍼 서비스’ 소속 암살자가 민준에 의해 완전히 일망타진된 것은 아니다. 스물아홉 명의 의원은 감시 상대치고는 너무 많았다. 따라서 암살자들끼리 돌아가며 교대로 감시하고 있었기에 일부가 은신처에 남아 있는 사이 다른 일부는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지금 이 웨폰 마스터도 은닉하여 의원 하나를 감시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어딜 가는 거지?’
그는 상황을 통제하는 에릭에게 짧은 단문 메시지를 보낸 다음 차를 뒤쫓았다. 차가 서울 모처의 저택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암살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연고가 없는 장소인데?’
이변을 보고했지만 은신처의 에릭은 대꾸가 없었다. 무전기는 침묵을 지킨다.
‘뭐야?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조용한데?’
의아해하던 순간.
쉬익!
분명 아무도 없던 등 뒤에서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
“크윽!”
간신히 공격을 피했지만 등이 갈라지며 아주 얕은 상처가 생겼다. 암살자는 바로 다시 공격할 채비를 했다.
그 순간.
“······!”
암살자의 눈이 흐릿하게 변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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