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128
129.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1) >
***
세상에 품질이 나쁜 용은 없다.
단지, 앞으로 품질이 더 좋아질 용이 존재할 뿐이다.
드래곤의 퀄리티는 시간이 좌우한다. 심지어 기형으로 태어난 용마저 긴 세월 길러 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보석이 될 정도다. 물론 거기까지 키우는 과정이 워낙 힘들기에 부화 전 살처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기억해라.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드래곤 로드의 시신을 바라보며 민준은 오래전에 스승이 들려준 그 경구를 다시 떠올렸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매만진다. 갈증이 느껴졌다.
‘압도적이긴 하군.’
보존 마법으로 상태가 온전히 보관된 용의 시신을, 그는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강해지며 육신의 가치 역시 세월에 비례하는 드래곤.
그리고 눈앞의 용은 숨을 거두기 전까지 지구 최고령 타이틀을 거머쥔 자였다.
‘지나치게 마른 것이 흠이긴 하지만, 품질은 최상급이다. 골격만 봐도 알 수 있어. 품종 개량을 맡은 장인이 누구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솜씨로군.’
황금색 비늘 한 뼘 아래 펼쳐질 장관이 환영처럼 아른거렸다.
저 정도 연식이면 모든 부위가 최고급. 장담할 수 있었다.
스승이 남긴 경구가 또 하나, 환청처럼 울렸다.
-그리고, 또 기억해라. 용은 버릴 것이 없다.
아낌없이 주는 짐승.
상상해 본다. 잘 손질하면 마법 금속과 동등한 탄성을 보일 근섬유. 헬파이어에 던져 넣어도 연소되지 않는 뼈. 별도 가공이 없어도 그 자체로 최고의 촉매가 될 혈액과, 그들 종족에게 필수불가결한 주식인 고기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드래곤 하트.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용 한 마리를 저리 오래 기르는 건 힘든 일이다.’
그는 손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장인으로서 사명과 도전 의식이 불타오른다. 저 작품의 완성에 기여하고 싶었다.
‘내가 한번 손대 보고 싶다.’
저 귀한 고룡의 사체를 발골하고, 분할하고, 정형하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소소한 작업도 모두 혼자 할 수 있었다.
박피를 하고, 비늘 한 장 한 장을 분류해서 쌓아 올린다. 계량을 하고, 내장을 처리하고,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피를 씻어 낸다. 이 모든 작업이 눈 감고도 가능하다. 절차를 머릿속에서 복기하며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그래, 난 너무 오랫동안 저런 것에서 손을 떼고 살아왔···.
‘아니, 잠깐. 지금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는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매몰되었던 감상에서 빠져나왔다.
‘위험해. 또 과거에 압도당할 뻔했다.’
기억을 되찾는 속도가 빨라지며 되풀이되는 현상이었다.
적당한 과거의 기억이면 모를까, 지금 이것은 너무 먼 옛날의 자아다.
‘지금 순간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충동이야. 억제해야 해.’
과거가 자꾸 넘실거리며 현재를 집어삼키려고 했다.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반길 일이었지만,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욕구는 억눌러야 한다.
지금 당장 옛 습관대로 드래곤 로드의 시신에 손을 댔다가는 경을 칠 테니까.
그렇게 다짐하던 찰나.
=로드!=
또 한 명의 용이 상공에 나타났다. 마력이 대량 소모되는 텔레포트였기에 본체로 나타난 드래곤.
젠킨슨이 그녀를 알아보았다.
“이나이스. 로드의 동거녀로군.”
그녀는 아직 알을 품는 중이므로 원래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다른 드래곤에게 위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런데 모두의 생각과 다르게 이곳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알을 품은 드래곤이, 그걸 팽개치고 나온다? 해츨링도 불안해서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어미 드래곤들의 본능인데.’
=로드, 로드!=
하늘에 드래곤의 구슬픈 정신파가 울려 퍼졌다. 직전까지 함께했던 연인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나이스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슬퍼했다.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것을 보는 다른 드래곤들 표정이 자연스레 숙연해졌다.
민준은 아주 살짝, 방금 전까지 한 생각을 반성했다. 주로 육가공과 관련되었던 그것을.
젠킨슨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이제 한 명만 더 오면 되네.”
그런데, 그 한 명이 한참 더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다.
“이건 늦어도 너무 늦는데.”
그렇게 시간이 더 흘렀지만 마지막 상속자는 깜깜무소식.
결국 고룡들 사이에 논의가 이어졌다.
“타스키오는 여전히 응답이 없나?”
“외계로 나간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마법 통신에 응하질 않는군. 그렇다고 레어에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대로 하염없이 그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드래곤들은 결정을 내렸다. 진작에 독단적으로 용족 회의 불참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로드 사후 몇 차례 연락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은 젊은 용, 타스키오를 제외하고 장례 의식을 진행하기로.
가장 먼저 치러야 할 일은 사인(死因)을 밝히는 것이었다. 로드의 시신을 동등하게 분할하여 나누는 것은 그 후에 진행될 것이다.
모두의 동의를 얻어, 그 일은 어제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던 드래곤들이 맡기로 했다.
“두 분, 부탁드립니다.”
상속자의 청을 받아 앞에 나선 이는 당장(唐裝) 차림의 노인이었다. 어깨 위에 머리 두 개가 달린 샴쌍둥이다. 한 몸을 공유하는 두 명.
그들은 제대로 마법을 쓰기 위해 폴리모프를 풀었다. 그러자 요룡속(妖龍屬) 프리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다. 몇천 살이나 먹은 고룡이었지만 본체로 돌아가도 그 몸집은 화룡의 해츨링과 비슷한 크기.
프리즘 드래곤답게, 비늘은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총천연색으로 반짝인다. 일반적인 지구 생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형광색이 붉은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반짝였다. 민준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저런 식의 지나치게 인위적인 비늘 색을 선호하지 않았다.
관상용 드래곤이라니.
‘저렇게 유전자에 손을 너무 많이 대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지.’
민준의 눈길이 용의 어깨 위에 닿았다. 요룡속 특징인 반투명한 막 재질 날개 말고도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인간 형태 때와 마찬가지로 드래곤의 머리는 여전히 두 개다.
트윈 헤드 드래곤.
저것은 본래 기형의 일종이다. 하지만 머리가 두 개라는 것은 마법을 담당하는 뇌 역시 두 개라는 뜻. 그 상태에서 감각을 공유하는 샴쌍둥이는 다른 드래곤보다 훨씬 정교한 마법을 구성할 수 있다.
저 형제는 그 부분을 강점으로 인정받았고, 따라서 평생 레어 안에 감금되는 대신 정상적인 용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파아앗!
다른 드래곤들이 보존 마법을 거두자 샴쌍둥이가 로드의 시신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는지를 추적하기 위한 마법이었다.
그 주문의 힘이 황금색 비늘 아래 스며든 순간.
“이, 이건?!”
트윈 헤드 드래곤 형제가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때였다.
파아앗!
이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던 드래곤들은, 일제히 머릿속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이미 숨을 거둔 고룡 내부의 무언가가 주문에 반응하고 있었다.
로드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퍼져 나온다.
여기 모인 누구도 지금까지 감지 못했던 것이 시신 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신에 또 다른 마법이?!”
발동되고 나서야, 그들은 거기에 묻은 술사의 지문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잘 아는 자가 설계한 마법이었다.
“로드가 죽기 전에 스스로 걸어 놓은 주문이다!”
그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대들이 이걸 듣고 있다는 건 내가 이미 죽었으며 누군가 장례 의식을 위해 시신에 손을 댔다는 뜻이겠지.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 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내가 떠난 뒤 일을 안배하여 몇 가지 말을 남기고자 한다.
역시나, 익숙한 정신파였다.
누군가 외쳤다.
“이건, 유언이다!”
그 추측에 못을 박아 확정하듯 명백한 의미가 이어서 흘렀다.
-참고로, 이 마법 전언은 현재 시점에서 효력을 지니는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유언장임을 밝힌다.
그 순간 상속자들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아니, 왜!”
“아버지! 미리 언급하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유언을 따로 남기시다니···!”
그렇게 탄식하는 어린 용들은 로드의 피를 이은 자식들이었다. 반면 상속자의 보호자일 뿐, 직접적인 승계권이 없는 전처들의 표정은 환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참관자들은 혀를 찼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군.”
본래 유언 따위를 남기는 고룡은 드물다.
자기중심적인 이 종족은 자기가 죽은 뒤의 세상에 좀처럼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내가 존재해야 의미를 가지며, 내가 없는 세상은 주관적인 의미에서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따라서 유언 없이 죽은 용의 시신과 재산은 드래고닉 코드에 따라 분할된다. 그 오랜 관습법에 따라 직계 자손에게만 동등하게 분할되는 것.
지금 이 자리의 모두는, 로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별 의심 없이 상속자들이 모이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띠링!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음?’
민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폴더 폰을 꺼내 들었다.
절묘하게도, 고룡의 유언이 정신파로 울려 퍼지는 사이 누군가 그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누구지?’
시선이 핸드폰 디스플레이에 고정된 순간.
‘······!’
민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사이, 모두의 머릿속에는 죽은 용이 남긴 전언이 울려 퍼진다. 그것은 음성 언어도, 문자 언어도 아닌 복합적인 텔레파시의 형태로 파고들었다.
-유언자 ‘아게르-피쉬코-코이스-할레키아-류브라이-아젤-아젤-세크나트-코이스-아게르’(주거지: 로스 파드레스 국립공원, 6750 산타 마리아, 캘리포니아, 미합중국)는 위대한 선조의 명예와 의지를 이은 드래곤이며, 완전하고도 온전한 정신으로 본 유언장을 작성하였다. 나는 부당한 외압이 적용되지 않는 순수한 개인적 희망과 소망에 근거, 다음과 같이 뜻을 남긴다.
유언은 드래곤 로드의 본명으로 시작된다. 너무 길어서 아무도 부르지 않았던 이름.
전형적인 옛날 드래곤식 명명법이다. 요즘은 누구도 저런 식으로 이름을 짓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지구에서 보낸 시간은 용의 생애에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하였으나 그사이 쌓인 인연은 절대 얕거나 가볍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게 약소한 보답을 남기고자 한다.
가슴을 졸이며 듣고 있던 상속자들이 옅은 비명을 질렀다.
저 말의 의미는 명백했다.
혈연이 아니라, 인연.
그의 피를 잇지 않은 자들에게도 유산을 남기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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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정에 불만을 토할 자들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모든 유산을 자기들끼리만 나누리라 예상했던 내 아이들이겠지. 그 기대에 본 유언장이 부응하지 못했다면 양해 바란다. 대신 나의 직계 자손은 유언장에 별도 언급된 것 외 모든 재산을 동등하게 분할하여 가질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다음과 같이 나의 뜻을 전한다.
-엘프 입장에서 절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보필한 앨리슨(주거지: 로스 파드레스 국립공원, 6750 산타 마리아, 캘리포니아, 미합중국)에게 650만 불의 양도성 예금 증서와 위원회가 발행한 이민 확약 증서를 남긴다. 그동안 고마웠네, 앨리슨. 이민증을 위원회에 제출하면 원하는 동반인과 함께 이주를 시켜 줄 것이고 정착 자금도 별도 지급될 거야. 부디, 고향에서의 노후가 편안하고 아늑하기를.
-사룡속 브론즈 드래곤 알-사히디(주거지: 11564 리야드, 이스라엘령(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내가 보유한 마정석 장기구매권 중 5%에 달하는 권리를 이양한다. 석유의 시대 종말 뒤에도 수십 년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영지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해룡속 사파이어 드래곤 칼리에테르(주거지: 북해, 북위 54.00° 동경 8.30°)에게는 암스테르담의 사설 미술관을 남긴다. 그녀의 아이가 기뻐하기를 바라며.
-국제형사경찰기구 이능조직대응팀에 5천만 불의 기금을 남긴다. 이 돈은 전액 인권연대 소탕에 사용하길 바란다. 한편, 내 결심이 일부 고룡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자기 영지에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방치한 결과 저들 세력이 매년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라.
-종족 미상 예민준(주거지: 서울시 영등포구 새천년로 9, 대한민국)에게 뉴욕시 웨스트 34번가 사설 금고 열쇠와 그 안의 모든 것을 증여한다. 이걸 심술이라고 생각하지 말게나. 일단 안에 든 것부터 확인하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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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에도 예술가 네트워크, 장학 재단, 국제 구호 단체, 인연을 쌓아 온 드래곤 및 그 외의 종족에게 남긴 유산 목록이 나열되었지만 대부분 금액적인 가치가 명확하게 계산되는 것들이었고, 드래곤 입장에서는 눈이 뒤집힐 만한 거액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딱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누군가 차가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예민준? 이거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백 살도 채 넘기지 않은 젊은 용이었다.
“아버지가 왜, 저자에게?”
하필 저 용외종족에게만···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남겼다.
그리고 정체를 특정할 수 없기에 그들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대체 얼마나 귀한 유품이길래 유언장에 제대로 적지도 않았는가?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민준은 순식간에, 자신을 응시하는 상속자들의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동시에 적개감과 분노,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당혹감이 함께 느껴졌다. 마지막 것은 죽은 아비를 향한 감정이나, 다른 것과 섞여 엉뚱한 방향으로 투사된 것이다.
이어지는 수군거림.
“그러고 보니, 로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바로···.”
드래곤 중 누군가 어제 둘의 회동을 목격한 모양이다.
그러자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 반응을 마주하며 민준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건 위험하군.’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했다.
일단 여기 모인 상속자들이 그에게 반감을 보이는 상황이 위험하다.
그러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해야 하는 입장인데, 민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두 자아가 섞여 아직 혼란스러웠다. 그 여파로 민준의 일부분은 도무지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과거의 그는 이 사태를 그리 위험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부평초 같은 마음은 지금 상황에 도움이 안 되는 걸 넘어서 위험했다.
찌릿!
용들의 맑은 눈동자에 불티가 튄다.
민준은 먼 옛날 이런 시선을 몇 번이나 받아 본 적이 있었다. 몹시 화를 내는 동시에, 그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시선.
적개감, 분노, 배신감, 원망, 그리고 당혹감.
“······.”
간혹 바빠서 축사에 늦게 들어갈 때마다 경험했던, 바로 그 맹렬한 시선이었다.
수형자로서의 판단과 달리 과거에 닻을 내린 자아는 눈앞 광경을 보고도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드래곤 목장을 운영했던 그는 용들의 적극적인 감정 표출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무심하게 속으로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은 채로, 과거였다면 뺨을 긁적이며 이리 말했을 터.
‘···밥 줄 시간이 지났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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