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286
287. 나의 가장 소중한 (22)
***
“좋아!”
교단의 지휘선.
함교에 선 아시프-1은 쾌재를 내질렀다.
“계획대로 되었다!”
자신의 함대 운용에 치명적 약점이 있는 건 위원회도 파악했을 터다.
기껏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다수의 우주 모함을 손에 쥐어 놓고도, 그걸로 펼칠 수 있는 진형이 한 종류 밖에 없다는 부분 말이다.
그래서 창조주는 변화무쌍한 포메이션이 필요한 함대전 대신, 그들의 전함들을 다른 곳에 써먹기로 했다.
전함과는 달리 한 자리에 고정된 타깃··· 즉 행성을 상대로 한 공습전에.
“교황이시여, 항속은 광속의 95%를 유지 중입니다!”
윰투스의 보고에 아시프-1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원회의 상식을 벗어난 지금 속도는 당연히 창조주의 작품이다. 태초의 종족이 지닌 광활하고도 깊은 지식 덕에 가능했던 일.
하지만 아시프-1이 감히 추측컨대, 제한된 재료로 이 정도 개조를 해 내는 일은 민준에게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비유하자면, 증기기관 시대 설비와 재료만을 가지고 ‘완벽한’ 우주선을 제조하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창조주는 전 함대 엔진이 한계 이상으로 성능을 발휘하게 개조했지만, 그 결과물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써먹을 수 있는 건 이번 딱 한 번뿐이라고 하셨다.’
적들은 모르겠지만 도주하던 교단 함대가 방향을 바꾼 지점은 철저한 계산과 시뮬레이션 후 정한 좌표였다.
그들 함대는 이대로 광속의 0.95배에 달하는 속도로 위원회의 본부 행성까지 날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엔진은 사실상 수명을 거의 다 갉아먹는다.
창조주가 굳이 광자포 따위의 무기 대신 엔진을 개조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어차피 이 배의 광자포는 현 시대의 기술로는 최고 레벨이므로, 그걸 굳이 한 번 쏘고 버려야 하는 수준으로 개조하기보다는 차라리 엔진에 손을 대 전장을 유리한 곳으로 옮기는 편을 택한 것.
그 결과, 성계 중심에 도착한 뒤 이 전함들은 행성간 비행이라면 모를까 성계 단위의 장거리 비행은 다시는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상관없는 일이지.’
어차피 전쟁이 끝나고 태초의 종족들이 모두 깨면, 이런 전함 따위는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올 터다.
창조주가 겪은 기나긴 고행과 수난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투 전 머리를 가득 채웠던 고민은 잠시 제쳐둔 채, 아시프-1은 활짝 웃었다.
“아버지여, 제가 갑니다!”
***
시간을 조금 되돌려, 조세징수사령부와 교단의 함대가 충돌하기 전의 시점.
함대와 분리되어 움직인 민준은 고민하고 있었다.
적군의 텔레포트를 막는 왜곡장이 여전히 주변 좌표를 교란했지만 민준이 혼자 움직이는 것을 막을 정도로 촘촘한 그물은 못 되었다. 이전 용릉을 마음대로 드나든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침입에 성공했다.
망령들이 이미 깨끗하게 정리한 (뒤에 자신들도 정리당한) 장소였고 당장 적은 보이지 않음에도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엘라후-프라가로 이어진 문을 향해 심각한 시선을 던진다.
‘이건 좋지 않다.’
혈전이 된 하은성이 관형(管形) 차원을 완전히 틀어막은 상태.
‘나는 애초에 혈류량이 줄고 맥박도 안정화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위원회에 의한 달란트 유출이 멈추면 당연히 이어져야 할 현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결과는 어떠했는가?
민준 생각에 지금 상황은 내출혈과 혈전 응고가 동시에 발생한 것 같은 악몽이다.
‘하은성이 한동안 달란트를 대량으로 흡수한 건 확실해.’
그러니 심장은 잃은 혈액을 벌충하기 위해 피를 과하게 뿜는 일을 반복했을 터.
산 넘어 산으로, 그 과정에서 혈관이 막혀버렸다.
아직 마르지 않은 반대쪽 맥박과 혈압은 지금쯤 최고조로 상승했을 것이다. 길이 막혔는데 펌프질을 더 거세게 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시간이 더 지날수록 심장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어.’
지금 민준이 지칭하는 심장은 엘라후-프라가의 최상류··· ‘근원’이라고도 불리는 장소다.
그곳 내벽에서 잠들어 있는 백성들.
그들이야말로, 왕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다.
‘그들이 더 압박을 받기 전에 혈관을 뚫어야 해.’
민준은 결정을 내렸다.
바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우우웅!
민준은 ‘부활의 성당’에서 사제들이 모아 놓은 대량의 달란트를 회수한 뒤, 여태 그것을 세 번 사용했다.
차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아시프-1의 영혼 파편을 모아 새 육신에 빙의시키기 위해 한 번.
교단 본부를 침공한 고대 종족들 영혼을 강제로 몸에서 분리시키는데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촉수 육신에 깃들어 있던 전처 영혼을 인형 몸에 이동시키는 데 한 번.
그러고 나서 달란트가 일부 남았으나 고의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다면 용릉에서의 싸움이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끝났을 터다. 그냥 바로 카바이트의 혼을 몸에서 뽑아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민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그토록 아껴 놓았던 달란트를, 지금 이곳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위잉! 우우우웅!
민준의 영혼 속에서 빛이 들끓었다. 그것은 열려 있는 문을 향해 어떤 울림을 전했다.
그 부름을, 안에서 버티고 있던 영체가 인식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틀어 막고 있던 달란트 역시 그것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
민준은 감고 있던 눈을 부릅떴다.
이대로 계속 더 진행하면 하은성을 혈관 밖으로 완전히 구해 내고, 막혀 있던 혈관에 다시 정상적으로 달란트가 흐르게 유도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심장에 가해진 압박을 지워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그가 작업을 갑자기 중단한 이유가 있었다.
“이 괘씸한!”
신의 얼굴이 마귀처럼 일그러진다.
휙! 거칠게 고개를 돌리며 한 곳을 바라보았다.
이 인공 행성을 둘러싼 막대한 중력장 일부가 왜곡되고 있었다.
그것은 채굴 기지를 움직이지 않고 외부의 누군가를 들여보낼 길을 내는 작업이었다. 엔델리온 수준에서는 고난이도 작업이라고 할 만한 스펠.
여전히 공간 왜곡장은 펼쳐진 상태이고 아군이라고 해도 이곳으로 텔레포트로 보낼 수 없다. 그리하여 대기권을 뚫고 우주를 가로질러 여기까지 날아온 것이다.
신은 그 병사들의 정체를 확인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식었다. 눈동자에 날카로운 분노가 서린다.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이지만 머리카락이 한올씩 갈라지며 허공에서 출렁였다. 공기가 터지기 직전 상태처럼 팽팽해졌다.
쿠르르르!
고대 종족의 시체 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진 기지 중심부.
이곳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엔델리온의 미니어쳐 같은 생김새의 골렘들이 속속들이 날아 진입하고 있었다.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몸길이가 고작 10미터 남짓한 크기로 제조된 전투 로봇들이었다.
지금도 이곳에는 처형탑이 쏜 파혼(破魂) 공격의 여파가 존재한다. 따라서 현장에 영혼이 없는 골렘을 먼저 보낸 건 당연한 절차였다.
– 끼이익! 끼리리릭!
– 피아식별 완료.
상대가 아시프-666임을 알아차린 골렘들은 즉각 공격을 퍼붓는다.
신은 우습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손을 펼쳤다.
파지직!
민준이 손을 휘두를 때마다 골렘이 종이조각처럼 휘날린다.
그가 허공에 만든 회오리가 기계 장치들을 휘감았다. 그는 악단을 지휘하듯 손을 몇 번 더 저었다.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수십 톤에 달하는 골렘들이 뒹굴고 으스러졌다. 돌풍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금속 재질의 촉수임에도 유연하게 휘고 꺾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골렘의 말단을 한계까지 잡아당겼다. 지지직! 스파크가 튀고 연결부의 회로 및 골격이 드러난다.
이어지는 폭발.
쾅! 콰콰쾅!
그렇게 한 번 정리를 한 뒤에도, 통로를 통해 골렘들이 개미떼처럼 밀려 들었다.
– 끼익! 끼리리릭!
민준이 눈짓을 주는 곳마다 강력한 자기장이 생성되며 골렘들을 서로 끌어당겼다. 먼지가 저절로 엉켜 큰 덩어리를 만들 듯이, 촉수 로봇들은 서로 충돌하며 불꽃을 튀겼다.
으드득! 그대로 길쭉한 촉수가 엉키고, 납작하게 찌그러지며 잘 구겨진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청동색 해일은 멈추지 않았다. 빗물받이 관을 통해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천장에 뚫린 문을 통해 골렘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내렸다. 개체 각각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 멀리서 보면 쓰나미와 같은 풍경이었다.
목적은 뻔하디 뻔했다. 잠깐이라도 신의 움직임을 묶고 방해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골적인 훼방을 받은 신은.
“······!”
일전 촉수왕과의 회담 이후 가장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파도치는 골렘의 무리를 노려본다.
민준이 내면을 태우는 화기를 더 억누르기 어렵다는 판단과, 더 이상 참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품은 그때.
‘그렇군.’
신에겐 분노할 이유가 있었고, 그것을 쏟아부을 대상도 있었다.
남은 것은 이 격노를 표현할 수단과 방법이다.
신은 그것 역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문은 잠시 열린 상태로 두자.’
어차피 영혼도 없는 저 기계 덩어리들은 엘라후-프라가로 들어갈 수 없다.
팟!
신은 그곳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다음 순간.
‘······!’
그는 채굴 기지의 밖으로 이동해 있었다.
캄캄한 우주공간.
민준은 방금 전까지 그가 있었던 소행성을 외부에서 바라본다. 눈동자는 일반적인 생물이 볼 수 없는 중력장을 선명하게 응시했다. 엔델리온이 주문으로 뚫은 좁은 길. 그곳을 통해 골렘들이 진입하는 중이다.
밖에서 본 그 모습은 장관이었다. 엔델리온의 행성과 채굴 기지 사이에는 장애물이 없었다. 촉수별 대지에서 출발한 골렘 부대가 수직에 가까운 행렬을 만들며 위로 진군한다.
그 장면은 하늘을 향해, 그곳에 있는 신을 향해 탑을 쌓는 행위를 연상시켰다.
실제로 그들이 사출되는 장소 근처에는 처형탑도 있어서 땅에서 봤을 때는 고도 차이가 많이 나는 쌍둥이 탑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이 고철 덩어리가 그리도 너희에게 소중하더냐?’
채굴 기지를 지키려는 필사적 시도.
그는 바로 앞에 놓인 인공 행성과 그 너머에 있는 촉수들의 별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신, 채굴 기지, 엔델리온의 모성. 이 셋의 좌표를 차례로 이으면 일직선에 가깝다.
‘그렇게 소중하다면.’
신은 손을 내밀며 생각한다.
‘너희들에게 주마.’
***
엔델리온의 모성.
왕성 내 모처.
– 삐잇! 삐이이익!
“아니?!”
촉수 한 명이 기겁하며 화면을 노려보았다. 그는 지금 골렘들을 모성에서 채굴 기지로 사출하는 작업을 총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왕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냈다. 이 이상의 비보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는 엄하고도 간절한 표정으로.
하지만 그녀의 기대는 이번에도 배반당했다.
신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인공지능이 계산한 골렘 부대 이동 경로값에··· 계속 에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벡터값도 실시간으로 변동 중···.”
대기권 밖으로 쏘아 보낸 골렘들의 목적지, 도달할 장소의 좌표가 계속 변하면서 자연스레 골렘의 이동 속도 및 마력 투입량이 줄어들고 있다.
“아!”
신하는 곧 자신이 뱉은 말의 무시무시한 의미를 깨달았다. 요동치는 감정에 응하여 그의 전신 돌기가 순식간에 오그라들었다.
***
왕실에서 촉수왕의 노호가 울려 퍼지던 그때.
“어라?!”
공격 위성을 통제하는 외우주감시부대 조작실.
그곳의 군인들은 오늘도 대기권 밖을 열심히 감시하는 중이었다.
2인 1조 중 조수 쪽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인공지능의 계산 결과를 몇 번이나 다시 검산하며 확인했다.
“이게 왜 이러지?”
사수가 날 선 어조로 물었다.
“왜? 또 무슨 일이야?”
모성이 평소 택하지 않는 경로로 이동한 탓에 그의 신경은 잔뜩 예민해진 상황.
지금 그들의 별과 채굴 기지 간 거리는 너무 가깝다. 딱 서로의 인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대치한 상태.
그래서 위성을 관리하는 그들 역시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어? 이럴 리가 없는데. 어?!”
조수가 다급하게 촉수를 놀렸다. 허공에서 빠르게 휘적거리는 덩굴 같은 가닥들이 그의 공황 상태를 짐작케 만들었다.
사수는 그에게 쏘아 붙이려다가, 대신 조수가 보는 화면에 외눈 초점을 맞췄다.
그런 찰나.
“······?!”
사수가 멍하니 중얼거린 것은, 모성 전체에 또 한 차례의 경보음이 울리기 직전의 일이었다.
“뭐야. ‘저게’···. 저게 왜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
레이더는 어떤 물체가 그들 모성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표시했다.
본래 한 자리에 고정된 채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되는 직경 3천 킬로미터의 구체.
채굴 기지가 그들의 별 중력 궤도에 진입하여 무섭도록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
차가운 우주 공간.
어둠 속에 부유한 민준은 인공 행성이 촉수별을 향해 나아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곁에는 엘라후-프라가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 전까지 각종 기기에 둘러싸여 있던 모습과는 달리 허공에 뚫린 구멍 같은 형태로.
엄밀히 말하면 물질이라고 볼 수 없는 그 문만 본래 좌표에 둔 채, 인공 행성은 그것과 분리되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민준이 한 일은 간단했다. 기지에는 이미 엔델리온이 펼친 행성급 주문이 존재했다. 별 표면에 어마어마한 중력장을 생성한 스펠. 굳이 민준이 힘쓰지 않아도 내부 동력원을 통해 가공할 마력을 공급받는 구조이기도 하다.
민준은 그 주문을, 비유하자면 ‘해킹’하여 살짝 뒤틀어 놓았을 뿐이다.
평소라면 보다 긴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침 엔델리온이 직접 주문을 변형하여 구조를 노출시킨 상태였다. 덕분에 개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준 것.
그 결과 그전까지 저 금속의 별을 고정하던 힘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자연 상태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가속이 붙은 상태로.
—!
기지가 접근하자 촉수별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촉수별을 보호하던 공격 위성들이 채굴 기지를 향해 일제히 붉은 레이저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주변 궤도에서 정착 중이던 수십 여척의 우주 모함 역시 개입했다.
하지만 거대한 중력장을 버티게 설계된 표면 장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상의 엔델리온 군은 뒤늦게 질량 부여 마법에 개입하려 했지만, 이미 주도권이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간 상황임을 깨달았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굳이 고민해 볼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평범한 국민들 역시 육안으로 이변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인공 행성의 크기가 평소 땅에서 볼 수 있었던 어떤 별보다도 거대해진 뒤였다.
그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 형상이 하늘에서 부풀어 오르는 속도였다.
하늘에서는 불꽃놀이처럼 붉고 푸른 섬광이 쉬지 않고 터지며 산란했다. 그럼에도 채굴 기지는 착실히 가속하며 접근했다. 그 과정에서 궤도가 조금 틀어지기도 했으나,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다시 몸을 꺾어 돌아오는 공포스러운 움직임까지 보였다.
표면이 너덜너덜해진 기지가 촉수별 대기와 마찰하는 과정은 길지 않았다. 그 정도로 엄청난 가속이었다. 그 광경은 지상의 엔델리온들 눈에는 하늘에 달린 화산이 땅을 향해 거꾸로 쏟아내는 빛과 열의 강처럼 보였다.
그 눈부신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채굴 기지는 그들의 별과 정면으로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