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r on the Frontier RAW novel - Chapter 70
70. 용성애자, 용혐오자, 용도축자 (4) >
***
의뢰를 수락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덜 중요한 순으로 나열하면 캐시의 소꿉친구이자 나름 친하게 지낸다는 뱀파이어가 어떤 놈인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고, 6대 재벌 후계자에게 빚을 지워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달란트 실물을 찾는 종족에 대한 민준의 관심이었다.
다음날 아침 민준은 1층 서점으로 내려갔다.
“희한한 가족 구성이군.”
상가 주인이 보여준 영상을 응시하며 레이크필드는 안경을 치켜 올렸다.
“하프 엘프 삼형제라고?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세 쌍둥이라기엔 나이 차이가 조금씩 있어 보이는데.”
민준이 물었다.
“오래 걸릴까요?”
“무슨 그런 말씀을. 이런 독특한 가족 구성이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걸세. 저번처럼 고룡이 직접 설치한 결계 같은 것만 없다면 말이야.”
누군가를 찾는 데에는 레이크필드 이상 가는 프로가 없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난 뒤 엘프가 소환한 정령은 한국 땅을 모조리 뒤져 민준이 지목한 대상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자아가 지나치게 뒤틀린 망령이나, 자아가 지나치게 강한 유령에게는 불가능한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민준은 레이크필드의 말을 통해 여자의 정체, 그 윤곽이 더욱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프 아이들을 찾았네. 그런데 어떤 괴물과 함께 있더군.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종족이었는데 정령이 겁을 먹고 도망치는 통에 자세한 생김새는 나도 공유 받지 못했네.”
그렇게 말하며 레이크필드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연고도 없긴 하지만 괴물과 함께 갇힌 것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몹시 걱정되는 듯했다.
“그 애들을 구하러 갈 건가?”
민준은 답을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비슷합니다.”
그러자 레이크필드는 더이상 의문을 품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군.”
민준이 나서면 어떤 방식으로든 일이 해결될 것이며, 그 불쌍한 아이들이 구출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의 말이었다.
***
민준은 서점을 나와 바로 상수동의 한 주상복합으로 향했다.
‘의외로군.’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몸을 숨기는 오크 커뮤니티 대신 이런 고급 아파트에 머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확실히 여긴 엘프들이 많이 사는 장소이긴 해. 그러니 섞여 들면 눈에 잘 안 띄기는 하겠지만···.’
범죄자들이 이런 곳을 피하는 이유는 빼곡하게 깔린 CCTV 때문이다.
미첨가의 후계자라면 여자의 행적을 쫓기 위해 국가에서 통제하는 CCTV 영상 서버에 손을 뻗고도 남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오베르 거미의 생태를 고려하면 사냥감을 유혹하기 위해 밖에 여러 번 들락날락했을 터.
‘투명화 마법을 써서 움직였다가는 이런 고급 건물의 경비 시스템 때문에 난리가 났겠지.’
그런 와중에 미첨에게 뒤를 밟히지 않은 이유는 하나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외출할 때는 또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것도 미첨가의 추적을 피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전혀 다른 외모로.
‘영상 속 순혈 엘프의 육신 말고 다른 형태로도 폴리모프를 하는 중이란 말이야?’
평범한 종족에게는 매우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변신 대상의 형태를 3D 렌더링보다 정밀하게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평범한 뇌를 가진 종족에겐 고역에 가깝다. 민준이 트롤로 변신해서 창천의 둥지에 침입할 때 그 주문을 괜히 젠킨슨에게 맡긴 것이 아니다.
‘한 종류의 의체를 만드는 것도 용외종족에게는 힘든 일인데··· 다른 폼(form)도 만들 수 있다고?’
삐이이이!
정령이 말한 장소는 아파트 최상층 펜트하우스였다. 민준은 엘리베이터가 높이 올라갈수록 머리속을 울리는 기괴한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또 마법이 아닌데?’
메시지 마법으로 대표되는, 배워서 사용하는 의념파가 아니었다.
학습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종류. 생물학적인 뇌파로 대화하는 종족이 근처에 있다.
상층부로 다가갈수록 민준은 짙은 향기를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펜트하우스 현관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는 혀를 찰 뻔했다.
‘가지가지 하는군.’
문에는 그럴싸한 결계가 구축되어 있었다. 마녀협동조합에서 파는 종류가 아니라 술사가 직접 구축한 것이다. 아마도 안에 있을 거미가 설계한 것 같았다.
그런데 구조가 몹시 희한했다.
‘술식 자체는 아주 기초적이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걸 설계한 솜씨가···.’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대부분의 경우 1을 재료로 100이라는 결과값을 내고 싶으면 그냥 1에 100을 곱해 버린다. 그게 고급 술식이다.
그런데 이 결계는 술사가 마력을 응축하는 순간, 0.1초도 되지 않는 그 찰나에 덧셈을 아흔 아홉 번 하는 방식으로 100의 결과값을 내도록 설계되었다. 저급 술식이지만 효과만 보면 고급 술식과 매한가지.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짓을 하려면 뇌가 CPU에 가까운 속도로 연산을 해야 한다는 거다.
‘아니면 아예 뇌 하나가 통째로 마법 연산을 위해 할애되던가.’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민준은 결계를 무력화시키고 안으로 진입한다.
문이 열리자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지독한 악취. 아마도 아파트의 다른 주민들은 느끼지 못할, 민준만이 감지할 수 있는 이종족의 페로몬.
벽 곳곳에는 오크, 인간, 발리엔, 엘프 등 각종 종족이 거미줄에 엉킨 채 벽에 붙어 죽어 있었다. 시체는 온전한 것이 거의 없다. 뜯어 먹힌 자국이 가득하다. 골격을 통해 민준은 그들 전원이 남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민준은 냄새의 진원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쾅!
문이 날아간다.
=안 돼!=
그리고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민준은 굳어 버렸다.
“!”
지금까지 지나친 시신들은 모두 식량으로 활용되었을 뿐 정소는 재활용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하프 엘프 세 형제뿐이다.
그 사이 모두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얼굴은 모두 비슷했다. 에드워드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외모를 넘어선, 그들 모두를 한 종류로 묶을 수 있는 무언가를 민준은 느낄 수 있었다.
오감을 초월한 감각이 그에게 말하고 있다. 저 아이들은 정상이 아니다.
명료한 언어로 의사표현이 가능한 나이처럼 보이는 첫째부터 간신히 걸음마를 뗄 무렵의 셋째까지, 한 마디도 없이 조용히 방 한가운데에 선 채로 민준을 바라본다.
소년들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눈동자.
그리고 그 뒤에는···.
‘저게 대체 뭐지?’
‘창조자’가 품은 선명한 악의를 느낄 수 있는 형체였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를!=
이 ‘둥지’는 철저한 물리 결계로 보호되어 있지만 영적 존재의 침입을 위한 대비는 없었다.
단순하게 먹이감을 유혹하고 포식자는 막아내는, 생존에 필수적인 주문만 집중하여 배운 것인지 아니면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둥지의 주인은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넌 누구냐!=
정신파를 뿜어내는 그것의 전체적 윤곽은 배를 뒤집고 누운 거대한 거미를 닮았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점은 거미가 아닌 다른 생물의 흔적 역시 뚜렷하게 보인다는 거다.
‘······섞여 있다?’
=왜, 왜 안 통하는 거지?=
습한 공기 속에서 짙어지는 향기. 민준을 유혹하려고 하지만 통할 리가 없었다.
그는 얼어붙은 시선으로 상대를 관찰한다.
정령의 말처럼 다리는 여덟 개였다. 그런데 개중 제대로 된 것은 다섯 뿐. 나머지 세 개는 부풀다 만 꽃봉오리처럼, 혹은 진화 과정에서 생략된 흔적기관처럼 흐물대기만 한다.
기능을 하는 다리에는 절지동물 특유의 마디가 보이지만 그 말단에는 발톱이 붙어 있었다. 피부를 덮은 것도 거미 특유의 물렁한 외피가 아니었다. 한 장 한 장을 확실하게 눈으로 구분이 가능한, 광택이 도는 검은 비늘.
그리고 제일 흉측한 것은 얼굴이었다.
그것은 망치에 두들겨 맞은 듯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입술 왼쪽 자락과 왼쪽 눈썹이 뭉개져 맞닿아 있었고, 그 때문에 이빨과 잇몸은 밖으로 드러났다. 본래 콧구멍이 있어야 할 곳에는 길쭉하게 갈라진 분홍 살덩이가 벌렁거렸다.
다만, 상해의 후유증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본래 저렇게 태어난 것이다.
불에 타서 녹고 구겨진 플라스틱 같은 머리였지만, 민준은 전체적인 두상과 무엇보다 그 위에 돋아난 뿔의 형태를 보고 어떤 종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용?’
그랬다.
눈 앞의 생명체는 용과 거미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뒤섞어 버린 결과물처럼 여겨졌다.
‘지독하군!’
민준은 그 모습을 보며 혐오감을 느꼈다.
‘대체 누가? 어떻게?’
그리고 민준은 또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한다.
‘잠깐만··· 저 괴물도 드래곤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누군가 개입한 결과라고 친다면?’
등줄기에 싸늘한 무언가 스치고 지나간다.
돌이켜본다. 근래 그의 주변에 일어난 기괴한 일들. 어떤 것은 연관되어 있고, 어떤 것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사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공통점이 있어.’
하나. 용이 용을 죽이기 위한 바이러스를 개발했다.
하나. 그 바이러스를 탈취하기 위해 용의 레어를 턴 일당이 나타났다.
하나. 용이 용을 살리기 위해 용을 납치하여 용의 망령을 강제로 빙의시키려고 했다.
하나. 용과 외계 생물이 뒤섞인 기괴한 생물이 발견되었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잖아?’
이 모든 사건을 일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다.
드래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가 굳은 안색으로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거미용, 혹은 용거미가 필사적으로 정신파를 내뿜었다. 상대를 유혹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 뒤에 이어진 발악이었다.
=나를 지켜라! 아이들아! 나를 지켜!=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한계에 몰린 정신이 아무렇게나 뱉는 절규에 가까웠다. 태어난 지 열흘도 안 되는 ‘병정’들의 전투능력이라고 해 봤자 지금 상황을 타개할 만한 것은 못 되었다.
삐이이이익!
아이들을 장악하는 여왕거미의 정신파가 울리고 병정들이 제각각의 속도로 민준에게 달려들었다.
어떤 생물의 피가 섞였든, 일단은 지구인 지성체의 피 역시 섞였을 뿐만 아니라 돌도 채우지 못한 어린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세뇌당한 듯 다가왔지만 차마 죽일 수는 없었다.
민준은 욕을 뱉으며 저주를 뿌리지만.
“······!”
평범한 하프 엘프에게 허락되지 않는 강력한 항마력이 주문을 튕겨냈다. 그들 몸에는 아티팩트 하나 찾아볼 수 없음에도.
그러자 민준은 바로 제압 방법을 바꿨다. 그림자가 발치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타고 질주한다. 그것은 덩굴 줄기 모양을 만들며 아이들을 덮쳤다.
그 직후에 본 것 때문에 다시 한번 소름이 끼쳤다. 그림자 채찍은 아이들 몸을 꽁꽁 묶어버렸지만 셋 중에 누구 하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완전히 제압했을 때, 민준은 왜 괴물이 직접 반격하는 대신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푸슉!
배를 뒤집은 거미의 꽁무니에서, 물컹거리는 반투명 구체(球體)가 점액과 함께 쑥 튀어나왔다.
알이었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자 외피 점막이 터지고 흠뻑 젖은 하프 엘프 간난아이의 몸이 드러났다.
네번째 아이.
민준이 문을 날리고 들어선 그 순간 괴물은 하필이면 또 한 명의 병정을 출산 중이었던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또랑또랑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팔다리를 버둥거리지도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차분하고 조용한 눈빛.
‘대체 누가 저런 혼종을 만들었지?’
민준은 혼란을 느낀다.
저 괴물을 대뜸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저주는 통하지 않는다. 한 마리의 용과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굳이 비교하자면 에델리네스를 잡을 때와 비슷한 방법을 써야 할 터다.
문제는 민준의 기억 속에 저런 ‘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젠킨슨 같은 화룡속(屬)으로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창천 같은 뇌룡속도 아니다.
따라서 그를 제일 골치 아프게 만드는 문제는 이것이었다. 저걸 어디까지는 뜯어도 죽지 않을 것이고, 어디까지 찢으면 죽을 거라는 지식이 머릿속에 없다는 것.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모르는 용이라니!’
이백 년 전 스승이 타계한 뒤 근방에서 제일 가는 도축 장인으로 인정받는 자신조차 감을 잡을 수가 없다니.
화가 났다.
이곳에 없는 누군가에게 방향 잃은 분노를 쏟아낸다.
‘그러니까 품종개량도 적당히 해야지! 저런 기형아가 나와서 씨를 뿌리면 뒷수습은 나 같은 선량한 업자들이 뒤집어써야 하잖아!’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주변에서 가장 많은 용을 죽여 봤을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용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자부했다. 자신만큼 큰 규모로 용을 치는 자는 이 행성을 통틀어 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저런 혐오스러운 병신 용이 함부로 가축들과 붙어먹고 새끼를 까고 돌아다니면 확률 상 자신이 피해를 볼 확률이···.
‘잠깐, 뭐라고?’
민준은 더 깊어 지려는 몰입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가쁜 호흡과 함께 민준은 수형자의 사고방식으로 돌아왔다. 수형자의 기억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다.
다시 현실적인 사냥법을 궁리했다.
혼란스러운 기억은 멀리 밀어내면서.
‘해부도를 알 수 없으니 머리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잖아.’
마법을 담당하는 부위의 뇌진탕을 노리다가 아예 뇌를 뭉개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생포하려면, 이 방법 밖에!’
결정을 내린 이상 손속은 빨랐다.
들끓는 검은 증기가 뻗어 나간다.
=꺄아아아악!=
괴물은 여차하면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포기하려는 각오였다. 둥지를 날려 버리려는 기세로 반격하며 기초적인 주문을 퍼붓는다. 모든 생물이 DNA를 퍼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자식을 낳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저 아이들은 괴물에게 있어서 협박 수단에 불과했으며, 훌륭한 병정으로 자라고 나도 생식기능은 없다. 한 번 쓰고 버리는 파수꾼이자 일꾼에 불과한 도구들.
하지만 괴물의 주문은 민준에 의해 모조리 파훼되었다. 수형자는 심지어 그 와중에 그림자를 뿜어 지금 막 태어난 아기까지 회수했다.
민준은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일렁이는 어둠을 칼날처럼 날카롭게 버렸다.
=꺄아아아악!=
괴물의 여덟 다리를, 제 기능을 하는 다리든 흔적만 남은 것이든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자르고 뽑아 버린 후에야 반항을 멈추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잡았다.’
참으로 유쾌하지 않은 일거리였다.
민준의 기분이 이렇게 나빠진 이유가 상대의 기괴한 형체 때문인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범람한 옛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그림자에 묶인 채 자신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이어지다가.
삐이이이···.
아이들을 통제하던 괴물의 뇌파가 멈췄다.
그 순간.
“······으아아앙!”
오늘 막 낳음을 당한 가장 어린 아이가 그제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울음은 사흘 간격으로 태어난 다른 소년들에게 차례로 번졌다.
그렇게 네 명의 소년은 그동안 유예해 놓았던 첫울음을 뒤늦게라도 다 토해낼 기세로 오랫동안 울음을 이어나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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