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awaited RAW novel - Chapter 23
23
하지만 상대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총격을 받자마자 재빨리 흩어져서는 주위에 있던 차량 뒤로 엄폐해 응사를 하기 시작했다.
피슝!
티팅! 팅!
파공음을 내며 날아온 총탄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말도 가세를 하며 총격전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편 숨은 쥐새끼들이 있다는 보고에 수색을 지시했던 무하마드는 지하 주차장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에 이맛살을 찡그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잔뜩 화가 난 어투에 우스만은 연신 그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카페테리아에서 조직원들을 살해하고 도망친 놈들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달아나려다가 발각돼 총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쥐새끼들이.”
생각지도 못한 돌발 변수에 자신의 계획에 구멍이 생기자 무하마드는 짜증이 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당장 조직원들을 보내 싹 다 죽여 버려!”
“옛.”
우스만은 무하마드의 말을 실행하러 황급히 달려 나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 허둥거리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무하마드의 입에서 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감히 내 계획을 망치려고 들어.”
이때까지만 해도 무하마드는 혁권 일행이 이번 테러 전체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변수가 될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카캉! 카카캉!
피슝.
와장창!
철컥.
빗발치는 총탄에 차량 유리창들이 박살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총을 쏘던 혁권은 어느새 탄창을 다 썼는지 공이가 빈 공간을 때리자 얼른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재빨리 빈 탄창을 빼내 버리고 주머니에서 새 걸로 갈아 끼우면서 혁권은 옆에 있는 자말을 봤다.
“탄창이 몇 개나 있어?”
보닛 위에 자동소총을 올린 채 방아쇠를 당기고 있던 자말은 시선도 돌리지 않으며 대답했다.
“2개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아 있는 탄창도 금방 바닥이 날 터였다.
“아까 죽인 놈들이 가지고 있는 탄창을 가져올 테니까 잠시만 혼자 버텨.”
“알겠습니다.”
몸을 일으킨 혁권은 상체를 숙인 채 죽은 테러범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파파팍!
총탄이 날아와 박히면서 희뿌연 시멘트 가루를 피워 올렸지만 그를 맞히지는 못했다.
슬라이딩을 하듯 바닥에 엎드린 혁권은 이내 테러범들의 시신을 뒤져 자동소총 탄창을 챙겼다.
머리 위로 총탄이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지만 혁권은 몸을 움츠리지 않고 거침없이 손을 놀렸다.
주머니에 든 예비 탄창과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동소총에 꽂힌 것까지 모두 빼내자 8개가 나왔다.
다시 자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던 혁권은 콘크리트 기둥 뒤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일행 너머에 보이는 화물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걸 발견하고 얼굴을 구겼다.
“자말!”
자말이 고개를 돌리자 혁권은 새 탄창 4개를 바닥에 대고 밀어주고는 소리쳤다.
“놈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어.”
“여긴 제가 막고 있을 테니 그놈들부터 처리하십시오.”
“알았어.”
잔뜩 겁에 질린 일행을 급히 왼쪽에 있는 작은 마이크로버스 뒤로 피하게 한 혁권은 기둥에 몸을 숨긴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다.
잠시 뒤 벨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좌우로 열렸다.
띵.
드르륵.
숨을 죽인 채 전방을 노려보던 혁권은 손에 무기를 들고 험악하게 서 있는 테러범들의 모습이 확인하자마자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카카카캉!
막 밖으로 나오려던 테러범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 해 보고 버둥거리면서 우수수 바닥에 쓰러졌다.
“꾸엑.”
“크억!”
순식간에 탄창 하나를 다 비워 버린 혁권은 허리에 꽂아 둔 권총을 빼 들고는 상체를 숙인 채 앞으로 뛰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는데 테러범들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 뒤엉켜 널브러져 있었다.
타탕! 탕!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적들을 권총으로 확인 사살을 한 혁권은 놈들 중 하나가 메고 있던 크로스백에 시선을 돌렸다.
반쯤 열린 지퍼 사이로 수류탄이 머리를 비죽 내밀고 있었다.
발끝으로 살짝 들춰 보니 가방 안에 10개 이상은 됨직한 수류탄이 한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반짝인 혁권은 망설임 없이 집어 들어 원래 자신의 것이었던 양 어깨에 둘러메었다.
그러고는 테러범들이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도록 바닥에 떨어진 AK 자동소총을 하나 집어 문틈 사이에 끼워 넣었다.
덜컹.
자동소총에 걸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는 걸 확인한 혁권은 재빨리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자말한테로 돌아갔다.
“놈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야 돼.”
혁권의 말에 몸을 돌려 타이어에 등을 기대고 앉은 자말이 또다시 탄창을 새것으로 바꾸면서 입을 열었다.
“출입구를 막고 꼼짝달싹 안 하고 있어서 뚫기가 어렵습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 혁권이 전방을 살펴보자 콘크리트 기둥과 주차된 차량 뒤에 숨어 총을 마구 쏴 대는 테러범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밖으로 나가는 입구를 막고 있기도 했지만 이 상태라면 이쪽의 움직임이 테러범들한테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혁권은 옆으로 매고 있는 가방에서 수류탄을 꺼내 들며 말했다.
“이걸로 처리하자고.”
“어디서 났습니까?”
“아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놈들한테서 빼앗았지.”
씨익 미소를 지은 혁권은 수류탄 2개를 한 손에 움켜쥐고는 가방을 통째로 자말한테 넘겨줬다.
자동소총을 엉덩이 뒤로 돌린 혁권은 수류탄 안전핀을 뽑았다.
상대가 숨어 있는 곳과의 거리를 가늠해 본 혁권은 총격이 잠시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양쪽 손에 든 수류탄을 하나씩 힘껏 집어 던졌다.
옆에 있던 자말도 그와 똑같이 수류탄을 2개 투척했다.
타탁.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수류탄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메마른 소리가 들린 뒤 환한 섬광과 함께 귀를 때리는 폭음이 울렸다.
꽈아아앙!
테러범들의 살점을 꿰뚫는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시 자동소총을 잡은 두 사람은 지체 없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카카카캉! 카캉!
혹시나 운 좋게 살아남은 적이 있을지 몰랐기에 뛰어가면서 총을 좌우로 마구 갈겨 댔다.
적들이 숨어 있던 곳에 도착하자 파편이 온몸에 박힌 채 테러범들이 죽어 있었다.
출입구를 확보한 혁권은 한쪽 구석에서 숨을 죽인 채 싸움을 지켜보던 일행을 부르는 한편 탈출에 쓸 차량을 골랐다.
마침 하드탑이 달린 짐차를 발견하고는 곧장 그리로 갔다.
차 문이 잠겨 있었지만 거침없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차창 깬 그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시동장치를 통째로 뜯어 낸 그는 혹시 몰라 가지고 다니는 맥가이버 칼을 주머니에서 꺼내 전선 피복을 벗겨 낸 뒤 2개를 붙였다.
그러자 스파크가 튀며 엔진 시동이 걸렸다.
부르릉!
“좋았어.”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습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자말이 작게 휘파람을 불며 묻자 혁권은 맥가이버 칼을 집어넣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군대 가면 다 배워.”
“한국 군대는 예비 갱단 양성소쯤 되는 모양이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어렸을 때 오토바이 깨나 훔치고 다녔다는 군대 고참한테 배운 기술이었는데, 짐차가 구형 모델이었기에 다행이었다.
만약 요즘 나오는 차량처럼 시동장치가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었다면 꼼짝없이 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뛰어서 호텔 앞을 가로질러야 됐을 터였다.
“시간 없으니까 어서 사람들부터 태워.”
“알겠습니다.”
이제 이대로 차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짐차 뒤로 가려던 혁권은 뭔가를 발견하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썅!”
자말이 고개를 돌려 혁권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보자 지하 주차장 한쪽 구석에 세워진 콘크리트 기둥 아래 거무튀튀한 색깔의 포탄 서너 발이 전선에 복잡하게 연결된 채 한데 뭉쳐 세워져 있었다.
“설마!”
주위를 자세히 둘러본 혁권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말했다.
“개자식들 처음부터 호텔을 다 날려 버릴 작정이었어!”
지하 주차장에는 폭탄을 설치해 놓은 곳이 2개나 더 있었는데 절묘하게 호텔 건물의 하중 밸런스를 깨뜨리는 장소였다.
폭탄 자체의 위력도 컸지만 만약 이것들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호텔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게 분명했다.
일행도 폭탄을 보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뭘 꾸물거리는 거요. 놈들이 저걸 터트리기 전에 어서 빠져나갑시다!”
모함메드 장관이 다급한 어투로 재촉하자 잠시 고심을 하던 혁권은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일단 사람들부터 태워.”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저것들을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잖아.”
“저희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버려 두고 저희 갈 길이나 가자고요!”
자말이 정색을 하며 말했지만 혁권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척하면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이 다 죽어.”
그러고는 더 말릴 틈도 없이 폭탄이 설치된 곳으로 뛰어갔다.
“저, 저런!”
그걸 보고 모함메드 장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일행도 크게 놀라면서 불안해했다.
자말은 못 말린다는 듯이 머리를 좌우로 내젓고는 개머리판을 내려쳐 하드 탑에 걸려 있는 자물쇠를 부수고는 사람들을 태웠다.
콘크리트 기둥 앞에 도착한 혁권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는 차분히 폭탄을 살폈다.
곡사포용으로 보이는 포탄 4개를 전기선으로 서로 연결한 다음에 그 위에 싸구려 핸드폰을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은 형태였다.
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전기 신호가 보내져 폭탄이 터지는 방식인 것 같았다.
동작 감지기나 수은 그리고 진동 스위치처럼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형태였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위험한 물건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해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자말의 물음에 그는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기폭 장치로 쓰인 이 핸드폰만 제거하면 될 것 같아.”
힐끔 고개를 돌려 폭탄을 살펴본 자말은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었다.
“그것도 군대에서 배웠습니까?”
“뭐, 그렇지.”
“자동차 시동을 건 것처럼 잘돼야 될 겁니다.”
아니면 다 함께 손잡고 하늘나라로 가는 거라는 뒷말을 삼킨 자말을 손에 든 AK47 자동소총을 고쳐 잡으며 다급히 말했다.
“오래 못 버팁니다. 길어 봤자 10분이니까 그 안에 끝내십시오!”
고개를 들어 앞을 본 혁권은 비상구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테러범들이 나타나는 걸 보고 얼굴을 굳혔다.
서너 걸음 앞으로 나간 자말은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카카카캉!
총구에서 불꽃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막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던 테러범들이 뒤로 퍽 나자빠졌다.
“커컥.”
“아악!”
무하마드의 지시에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우스만은 섬뜩한 소리를 내며 날아와 콘크리트 벽에 박히는 총탄세례에 황급히 차량 뒤로 엎드리면서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응사해!”
우스만의 외침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산개한 테러범들이 자말을 향해 마구 총을 쏴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