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awaited RAW novel - Chapter 252
252
연속해서 날카로운 총성이 터져 나오고 곧장 달려오던 uaz-469 보닛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러더니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며 통제를 잃고 차체가 핑그르 돌면서 그대로 뒤집혔다.
길게 숨을 내뱉은 그는 자동소총을 내리면서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운전석에 앉아 있는 백성균을 봤다.
“다시 출발해.”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백성균이 핸드 브레이크를 풀며 가속 페달을 밟자 거친 타이어 소리를 내면서 사륜구동 차가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잠시였고 이내 다른 적들이 따라붙었다.
“뒤에 또 적입니다.”
하킴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자 회색 도요다 픽업트럭 두 대가 맹렬한 기세로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화물칸에 탄 정부군 병사가 자동소총을 이쪽으로 겨누는 걸 보고 그가 크게 소리쳤다.
“숙여!”
말과 함께 뒤편 차창 유리가 적이 쏜 총탄에 맞아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깨져 나갔다.
끼이익. 끽.
차 안으로 쏟아진 총탄에 놀란 백성균이 운전대를 옆으로 트는 바람에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고 타이어가 바닥과 마찰을 일으켜 타는 고무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으으…….”
황급히 몸을 숙였던 혁권은 앞좌석에 어깨를 부딪친 충격에 작게 신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다들 괜찮아?”
“예.”
“아직 멀쩡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총탄이 부하들을 맞히지 못하고 빗겨 났다.
타타타탕!
또다시 총성이 울리고 트렁크 쪽에서 불꽃이 튀자 그는 몸 위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털어 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 이거지.”
그리고는 뒷좌석 시트백 위에 자동소총을 올려 단단히 고정시킨 뒤쫓아오는 픽업트럭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타타탕! 타타탕!
둔탁한 충격이 어깨에 가해지면서 총탄이 뒤로 날아갔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백성균을 제외하고 하킴과 알아바디도 공격에 가세했다.
특히 조수석에 앉은 알아바디는 차창 밖으로 상반신을 거의 다 내밀다시피 하면서 자동소총을 쏴 댔다.
이쪽에서 즉각 응사를 하자 상대의 기세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혁권은 왼편에 있는 픽업트럭 타이어를 노리고 탄창에 남은 총탄을 다 발사했다.
그러자 총탄이 박힌 타이어가 찢어지면서 중심을 잃은 픽업트럭이 크게 흔들리더니 같은 편 차량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끼이이익. 꽈아앙!
힐끔 머리를 돌려 도로 한쪽에 서로 부딪쳐 시커먼 연기를 피워 올리는 픽업트럭들을 본 백성균은 주먹으로 운전대를 가볍게 때리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우! 꼴좋다, 이 새끼들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채 잔뜩 흥분한 백성균의 모습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다 쏜 탄창을 새 걸로 바꿨다.
“아직 다 안 끝났어. 긴장 풀지 마!”
“예.”
백성균이 속도를 내며 앞서 간 화물차들을 거의 다 따라잡았을 때쯤 갑자기 섬뜩한 파공음이 귓가에 울렸다.
쉬이이익!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폭음이 울리며 화물차 바로 옆으로 시뻘건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꽈아앙!
“빌어먹을. 이건 또 뭐야!”
얼룩덜룩하게 위장색을 칠한 T-72AV 전차가 도로 옆 반쯤 부서진 주유소 건물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서는 포탑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걸 발견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성을 내뱉었다.
“끄으응.”
전차라니.
이건 지금껏 상대한 놈들하고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어, 어쩝니까?”
백성균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혁권은 자동소총을 세게 쥐어 잡고는 잇새 사이로 내뱉듯 소리쳤다.
“이제부턴 운에 맡기는 수밖에. 더 빨리 달려!”
쿵, 하고 정신 차리라는 듯 시트를 주먹으로 때리자 백성균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부아아앙.
거친 엔진 음을 토해 내면서 일행이 탄 사륜구동 차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과 함께 두 번째 포성이 울렸다.
육중한 전차가 들썩이며 포구에서 하얀 가스가 뿜어져 나오자 다시 포탄이 도로 한쪽에 떨어졌다.
아스팔트를 깐 도로가 움푹 파일 만큼 커다란 폭발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다행히 차량 대열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까보다 포탄이 훨씬 가까이 떨어진 것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손에 들린 자동소총 따위로는 총탄이 닿지도 않겠지만 아무리 쏴도 전차에 흠집조차 내기 어려웠기에 어떻게든 빨리 달아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침 전방에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했기에 저기까지만 가면 전차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만 들어가면 포격을 피할 수 있어. 더 밟아!”
무전기를 입에다 대고 혁권이 악을 쓰는 그 순간 결국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대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비단 찢는 듯한 파공음에 그는 뒷머리가 쭈뼛 섰다.
아니나 다를까 소리를 따라 시선을 들어 앞을 보자 포탄이 후미에 있던 화물차 짐칸에 직격했다.
콰아앙!
눈앞이 환해지면서 엄청난 섬광과 폭음이 터져 나왔다.
시뻘건 불덩이에 휩싸인 화물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달리는 속도 그대로 차체가 옆으로 뒤집어져 도로에 나동그라졌다.
끼이이익. 쿠쿵!
피격을 당한 화물차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쳤고 이내 연료통에 불이 번졌는지 다시 한 번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며 화염이 차체를 전부 뒤덮어 버렸다.
“흐억.”
“저, 저런.”
온몸으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와 매캐한 연기 냄새에 혁권은 눈을 부릅뜬 채 불길에 휩싸인 화물차를 바라봤다.
그는 다급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백성균의 어깨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차 세워!”
“예?”
언제 또 전차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게 뭔 말이냐는 얼굴로 백성균이 돌아봤다.
“운전석에 탄 일행을 구해야 돼!”
눈앞에서 부하가 죽어 가는 걸 그냥 두고 갈 수 없다는 혁권의 마음은 이해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옆에 있던 하킴이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
“화물차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가 봤자 가망이 없습니다.”
“이대로 놔두고 갈 수는 없어.”
“이미 글렀습니다. 여기서 차를 멈췄다가는 저희까지 다 죽습니다.”
“제길!”
남은 부하들이라도 살리려면 어서 빨리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 시리아 정부군 전차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부하가 죽었다는 생각에 불타오르는 화물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자 하킴이 대신 백성균을 보며 말했다.
“계속 앞으로 가!”
때마침 다시 날아온 포탄이 사륜구동 차 바로 옆에서 터지자 움찔하며 머리를 숙인 백성균은 이를 악물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시리아 정부군 전차가 계속 포구에서 불을 뿜어 댔지만 아슬아슬하게 다 빗나갔다.
그렇게 얼마쯤 가자 낮은 건물들이 하나둘 도로 옆으로 나타나면서 드디어 알레포 시가지로 진입했다.
여기라면 더 이상 전차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정부군과 반군이 한데 뒤엉켜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인 데다 도로가 엉망이었기에 차량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어 만약 공격을 받는다면 더 치명적이었다.
더욱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것은 좌우에 늘어서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었다.
저기에 적이 숨어 있다가 공격을 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행렬 맨 앞으로 나온 혁권은 유리창이 깨지고 벽면에 흉측한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는 건물들을 긴장한 얼굴로 살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예.”
막 사거리 코너를 돌아가던 사륜구동 차가 브레이크 소리를 내면서 급정거를 했다.
끼이이익.
“왜 갑자기 멈춰 서는…….”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바로 세우며 고함을 지르던 혁권은 채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황급히 시트 뒤로 고개를 숙였다.
티티팅! 팅!
와장창.
앞에서 날아온 총탄에 유리창이 폭발하듯 깨져 나가고 차체에 번쩍이며 불꽃이 마구 튀었다.
“아악!”
비명에 고개를 들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백성균의 한쪽 어깨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맞은 거야.”
“크윽. 예.”
“이런.”
얼굴을 와락 구기면서 앞을 바라보자 건물 한쪽 벽면이 허물어져 도로를 막은 가운데 일단의 정부군 병사들이 이쪽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총을 쏴 대는 정부군 병사들도 문제였지만 건물 잔해 때문에 도저히 이 길로는 지나갈 수가 없었다.
“미치겠군.”
반군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교차로를 통과해서 한 블럭을 더 들어가야 했기에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총탄이 쉴 새 없이 날아와 섬뜩한 소리를 내면서 차체를 두들겼다.
이대로 있다가는 앉아서 벌집이 되어 버릴 상황이었다.
-치칙. 왜 멈춘 겁니까!
뒤에 있는 화물차 운전자가 다급히 물어 오자 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무전기 송신 버튼을 눌렀다.
“길이 막혔다. 우회해서 돌아갈 거니까. 차를 후진시켜!”
-안 됩니다.
“뭐야?”
-후방에도 정부군이 쫓아와 총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젠장 할!”
적진 한가운데에서 앞뒤가 다 막힌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다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피슝! 티팅!
“이제 어쩝니까?”
시트 아래에 엎드린 채 하킴이 묻자 그는 고개를 들어 전방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일단 차부터 뒤로 빼.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총알받이가 될 뿐이야.”
“……으윽. 알겠습니다.”
총상 때문에 한쪽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백성균은 이를 악문 채 다른 쪽 손으로 기어를 바꿨다.
“괜찮아?”
“문제없습니다.”
고통을 참으면서 대답한 백성균이 사륜구동 차를 코너 뒤로 빼려고 애를 쓰자 혁권과 나머지 부하들이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자동소총으로 견제사격을 해 줬다.
타타탕! 타탕! 탕!
부우우웅. 부웅.
하지만 총탄에 맞아 여기저기 구멍이 난 사륜구동 차는 엔진소리만 거칠게 들릴 뿐 마음먹은 대로 빨리 움직이지 않았다.
“제발 좀 움직여라!”
상의가 피로 흠뻑 젖은 백성균이 간절한 얼굴로 말을 내뱉으며 가속 페달을 연신 밟아 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보닛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엔진이 그대로 꺼져 버렸다.
“젠장!”
백성균이 황급히 열쇠를 돌려 시동을 다시 걸려고 노력했지만 털털거리는 소리만 날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니미럴!”
“왜 그래?”
혁권의 물음에 백성균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차가 완전히 퍼진 것 같습니다.”
“뭐야? 끄응.”
성한 곳이 하나 없을 정도로 총탄을 이렇게나 많이 뒤집어썼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시리아 정부군을 바로 앞에 두고 차가 움직일 수 없다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퍼퍽! 티팅!
지금도 적이 쏴 댄 총탄이 철판을 뚫고 섬뜩한 소리를 내며 차체에 박히고 있었기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차는 포기해 도보로 빠져나간다!”
“옛.”
혁권은 발밑에 있던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는 이너 핸들을 잡아당겨 차 문을 열었다.
그렇게 열린 차 문을 엄폐물로 삼아 깨진 차창에 자동소총을 걸치고는 정면에 보이는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