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
221화.
중국 사태가 모두 일단락되고 난 이후. 전 세계의 정치 관계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에······. 국제 정치에 있어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념 갈등은 오늘날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내전과 전쟁들에 많은 영향을 미쳤죠. 한국의 경우 6.25 전쟁이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교관을 양성하는 국립외교원. 그 치열한 시험에 합격하고 대한민국의 대외 관계를 책임질 외교관이 되기 위해 1년 동안 빡빡한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연수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교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로 그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던 냉전의 판도가 완전히 무너져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 잃고 강제적인 무장해제 조치를 당했으며, 중국은 다들 아시다시피 기존 인구의 70%를 잃고 완전히 파괴된 국토를 재건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죠.”
교수는 슬라이드로 러시아와 중국의 실상을 알려주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제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다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찾는다 해도 아마 수백 년은 더 걸리게 되겠죠.”
하루아침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리며 강대국이라 칭송받던 그 위세를 잃어버린 두 나라. 그 나라들을 대신해서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러분이 봤을 때 국제 정치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봅니까? 그리고, 한국 정부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교수가 던진 질문. 그 질문에 연수생들의 표정은 복잡하게 변했다. 그리고 교수는 그런 이들의 표정을 보며 만족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5분 줄 테니 조원들과 함께 논의해보세요. 그다음 여러분의 생각을 들어보죠.”
교수의 말에 각자 정해진 조끼리 모여서 연신 머리를 쥐어 싸매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의 정치 판도를 고민하던 연수생들. 어느새 주어진 5분이 지나가고 교수는 조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말해보게 했다.
“저희 조에는 중국을 대신해서 인도가 세계의 공장이라는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인도가 앞으로 전 세계의 신흥세력으로 성장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차지할 것으로 보며, 이와 동시에 동남아의 여러 국가가······.”
“저희 조에서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아진 그룹과 아르고스. 아르카디아라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런 경쟁력 있는 기업들로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일본. 유럽. 아프리카 등 수 많은 나라를 이야기하는 와중에 교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연수생들의 생각을 들었다.
“여러분 모두 다양한 국가들이 향후 국제 정치의 패권을 손에 쥘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가만히 생각들을 들으면서 앞으로 외교관이 될 여러분이 이렇게 유연하고 독특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안심이 되는군요. 이렇게 완전히 기존의 판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는 절대 기존의 상황을 가지고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소말리아가 새로운 패권 국가로 성장할지도 모르니까요.”
교수의 농담에 이곳저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지자 그는 마지막 남은 한 조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 이제 마지막이군요. 점심때가 다 되어서 배들도 고플 텐데. 마지막까지 힘내봅시다.”
교수의 말에 모두가 눈을 빛내며 마지막 남은 조를 일제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발표를 맡은 한 사람이 움찔하더니 이내 자신 없는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나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 저희 조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요······. 앞으로 미래의 국제 정치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한 사람일 것이라고······.”
마지막 조의 발표에 강의실 안의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심지어 교수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는지,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이라고요?”
“네······.”
그의 대답에 강의실 전체가 술렁였다. 하지만, 교수는 손짓으로 소란스러운 소리를 모두 잠재우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전부 조용히 하고······. 자. 부담 갖지 말고 이야기해보세요. 마지막 조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교수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에 용기를 얻었는지, 그는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김민수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십 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그가 이 세계에 미친 영향력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죠.”
세계를 뒤흔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을 소유하고, 세계에 온갖 혁신과 혼란을 불러오는 기술들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며 결국 과거 강대국이라고 평가받던 두 국가를 완전히 몰락시켰다. 일개 개인이 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것들. 하지만 민수가 저지른 일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잇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저희 조는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내놓은 패권은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김민수라는 개인에게 가게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에게는 그런 패권을 유지할 만한 강대한 무력을 개인으로서 가지고 있으니까요.”
“······,”
발표를 모두 끝내고 그는 자리에 앉았지만, 교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이들이 한 말을 곱씹는 듯,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제각각 다른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고심하는 듯, 복잡한 얼굴을 한 이들. 하지만 이 강의실에 있는 이들은 아무도 몰랐다. 마지막 조의 분석대로 앞으로 국제 정치와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대원칙은 한 개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
“······.”
오랜만에 얼굴을 보러 찾아온 아진 그룹의 이준희 회장.
그는 가만히 앉아 핫초코를 홀짝이고 있는 민수를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한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지 않으세요?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세요? 부담스럽게”
어색한 침묵에 민수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묻자 이준희 회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네······. 도대체 정체가 뭔가?”
이준희 회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 획기적인 반도체 설계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던 민수와의 만남.
10살밖에 되지 않은 그가 처음 자신에게 지분 5%를 달라며 거래를 제안했을 때. 그는 우습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가 직접 그 반도체 기술을 만든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아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아진 전자의 지분 5%를 내놓는 것은 말이 안 됐으니까.
하지만, 그때 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기분을 느꼈다. 아진 그룹을 여기까지 키워올 수 있었던 돈에 대한 본능을. 그리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핫초코를 홀짝이고 있는 민수를 보면 그때 자신이 느꼈던 본능이 정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저에요. 혹시 회장님도 무슨 외계인이라느니 그런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문을 믿는 건 아니죠?”
민수의 말에 이준희 회장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외계인이라니 뭐니 하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자네가 지금까지 무언가를 만들고 싶을 때는 언제나 우리의 손을 빌렸지.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스마트폰, 가상현실, 언더월드, 프리덤까지 그 무엇 하나 아진 그룹이 함께 하지 않은 것은 없었어.”
물론 그 모든 것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들이었지만, 아진 그룹은 언제나 민수를 위해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함선들. 자네가 리전과 골고디아라는 부르는 그것들은 우리 아진 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지. 아니, 이 지구상에 있는 어느 국가와도 관련이 없어. 오롯이 자네가 혼자서 만든 것이네.”
상상에나 등장할 법한,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로 나타난 우주 전함의 위용. 그리고 그 전함이 중국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을 보며 이준희 회장은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 세상의 모든 과학 기술을 아득히도 초월한 지식을 가진 민수. 그는 아진 그룹의 도움 없이도 이번에는 스스로 불가능한 기술들을 현실에 구현해냈다.
“이제 아진 그룹은, 아니, 이 세상을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 이상 아진 그룹이 민수에게 이용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을 직감한 이준희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민수가 아진 그룹의 옥좌에, 아니 이 지구 전체의 옥좌에 앉아 모든 것을 지배하겠다고 한다 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 말이 안 되는 일을 가능케 할 힘을 지녔기에,
하지만 민수는 황당하다는 눈초리로 이준희 회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또 뭔 개소리에요?”
“뭐······?”
“혹시 내가 뭐 아진 그룹이라도 먹고 회장 자리에라도 오를 거로 생각했어요? 어차피 제가 가진 아진 전자 지분에다가 미국 정부랑 한국 연기금이 보유한 것들만 합쳐도 이미 회장님 이상의 지분을 장악한 상태에요. 거기에 요즘 이주용 부회장에게 지분 이전하시느라 아진 그룹 내부가 어수선하던데 생각만 있었으면 오래전에 하고도 남았죠.”
장난스럽게 말하며 히죽 웃는 민수를 보며 이준희 회장은 웃을 수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만약 민수가 정말로 아진 그룹을 먹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순식간에 통째로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그런 자리에 오르는 건 싫어요. 지금도 이한수 대통령 생활 고달프게 만들려고 피어슨 대통령한테 미국 대사 자리 주라고 했다가 얼마나 성가신 줄 아세요?”
무슨 연회니 뭐니 외교 공관들끼리의 공식 모임에는 직접 참여하라며 온갖 잔소리를 옆에서 해대는 유진을 피해 도망 다니느라 요즘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진 그룹 회장이라도 했다가는 유진 같은 애들만 수십 명은 달라붙겠지. 그런 상황은 죽어도 사양이다.
“그래서 지금 그냥 유진 보고 미국 대사 하라고 그냥 자리 떠넘길까 고민 중이긴 한데······. 아무튼 저는 그런 자리는 질색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진심이 담겨있는 내 말에 이준희 회장의 눈에 맺혀 있던 두려움의 감정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진 그룹의 자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자네가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뭔가? 그 전함을 보면 이미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이나 이미 아진 그룹을 초월한 것 같은데······.”
그 말에 나는 웃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아진 그룹의 빌딩 최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우리가 지은 이 지하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요. 아직도 확장 중이긴 하지만, 이미 이 도시에 수용 중인 인구만 600만 명이 넘어가고 있어요. 이 언더월드 덕분에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잘 아시죠?”
내 말에 이준희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더월드의 완공 이후, 서울의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전부 바닥을 모르고 주저앉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투기 세력들이 큰 손해를 입긴 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아진 그룹 신입사원의 2년 치 월급이면 번듯한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잖아요? 그 덕분에 결혼율이랑 출산율도 늘어나면서 벌써 정부에서는 통계 발표하면서 신났던데요.”
“······.”
“거기에 아진 그룹 전체가 고용한 직원의 수가 이제 300만 명을 넘어간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대충 대한민국의 가구 중 25%는 아진 그룹이 주는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자네 설마······.”
나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준희 회장에게 나지막하게 물었다.
“제가 예전에 말했죠? 저와 손을 잡는다면 이 회사로 인해 뒤바뀔 세상을 보여주겠다고요.”
아무것도 없던 과거에 나를 위해 착실히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준 이준희 회장. 그리고 아진 그룹 덕분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 아무리 은혜는 잊어버리는 나라 하더라도 그렇게 양심도 없는 인성 파탄자는 아니었다.
“과거에 저를 도와준 대가라고 생각하시죠. 이제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아진 그룹을 건드릴 수 없어요. 그러기에는 이 나라에서, 아니. 이 지구에 너무 깊숙이 뿌리 박았죠.”
아진 그룹이 만약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아마 비단 한국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대공황을 겪게 될 것이다. 아진 그룹이 기침 한 번만 해도 전 세계가 폐렴으로 요단강 건널 수준으로 골골댈 정도로 강대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야말로 한국의 언터쳐블(Untouchable) 이 된 아진 그룹.
“모든 기업가가 꿈꾸는 최고의 이상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어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넘어서, 절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모든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추앙받는 기업이 되는 것. 그 어떤 강대한 권력도 쉽사리 건들 수 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
나는 멍하니 앉아 있는 이준희 회장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아진 그룹은 돈으로 이 대한민국을 장악했어요. 그리고 회장님이 바로 그 권좌의 주인이죠.”
이것이 바로 불과 10살이었던 나와 손을 잡은 그 정신 나간 선택에 대한 보상이었다.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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