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죽음의 협곡 전투가 이틀 뒤에 펼쳐진다.
케일은 그전까지 남은 시간을 바삐 보내야 했다.
“…하아.”
그래야 하는데.
케일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최한, 이 견적서는 뭐지?”
케일은 제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을 흔들었다. 펄럭펄럭. 힘없이 흔들리는 종이 위에는 여러 표에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왕궁의 일부가 부서졌고 그에 대한 복원 비용이 적힌 종이였다.
“…….”
최한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케일은 한숨과 함께 또 다른 종이를 들어 올렸다. 그 종이도 힘없이 펄럭였다. 종이는 메리의 앞에서 흔들렸다.
“왜 갑자기 귀족 세 명이 드러누웠지?”
순수하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힘이 궁금하다고 해서 조금 보여주었습니다.”
메리는 퍼레이드가 끝나고 난 후, 왕궁에서 열린 작은 연회를 떠올렸다.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기에 작게 열린 축하연에서 메리는 세상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질 경험이었고, 정신이 없던 메리는 타샤 덕분에 테라스에 나가 잠시 쉬고 있었다.
그때 테라스로 귀족 세 명이 들어와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며 제 힘을 궁금해했다. 그래서 자신과 친해지려는 줄 알고 조금 힘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케일 공자님을 버리고 같은 편이 되자고, 그러면 케일 공자님을 무너뜨리고 우리가 권력을 함께 쥘 수 있다고 했습니다.”
흐흐흐.
케일은 등 뒤로 억눌린 웃음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왕세자 알베르가 제 집무실 책상에 엎드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저건 누가 봐도 웃음을 애써 참는 몸짓이었다.
케일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래서?”
검은 로브에서 심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귀족 세 명을 향한 의구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저는 ‘적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적이 될 수도 있고 이제 한배를 탈 수도 있지요’라고 했습니다.”
접근한 귀족 세 명은 수도, 중앙에 터를 잡은 귀족 파벌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메리를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그러나 메리에겐 권력을 두고 벌이는 귀족의 대화가 다르게 들렸다.
“공자님을 무너뜨린다는 말에 저는 암이 보낸 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불굴 연합이요. 그렇지만 공자님이 싸우면 안 된다고 해서 결박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절했습니다.”
메리는 힘없이 픽픽픽 연속으로 기절하던 세 명을 떠올렸다.
“이상한 분들이었습니다.”
메리는 그리 약하면서 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자들의 용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아.”
케일은 깊은 한숨을 흘렸다. 그는 알베르의 숨넘어갈 것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른 척하고 최한을 쳐다봤다.
최한의 경우는 흔한 클리셰였다.
“귀족 자제 한 명이 너한테 장갑을 집어 처던졌다고?”
최한은 이번에도 고개를 숙여 보였다. 대신 다른 사람이 답했다.
“네! 공자님!”
힐스만 부단장이었다.
“축하연 때 갑자기 아일란 후작가의 후계자가 최한에게 소드 마스터가 맞냐면서 한번 자기랑 붙자고 장갑을 집어 던지지 않겠습니까?”
케일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판타지 세상에서 연회가 펼쳐지면 꼭 주인공과 같은 강자에게 덤벼드는 귀족 자제들이 있었다.
아일란 후작가.
동남부 최고의 무가이자 로운 왕국 최고의 무가라 불렸던 곳이었다.
“그래서? 최한이라면 무시했을 텐데?”
“그렇죠! 공자님의 명을 기억하고 우리는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귀족 자제가 갑자기 헤니투스 백작가를 욕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뭐라고?”
“무가라더니 그 가문 사람들은 힘도 없고 돈만 많다고요. 거느린 사람들이 강해서 보호만 받는다고요.”
뭐, 틀린 말도 아니네.
케일은 딱히 욕 같지도 않았다. 헤니투스 가문 사람들이 검은 다루지만 특출하게 강한 사람도 없었다. 릴리에게 가능성이 보이지만 아직 가능성일 뿐이었다.
그리고, 돈 많고 거느린 사람들이 강하다.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
생각보다 화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힐스만은 아직도 분하다는 듯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최한이 대결을 받아들였죠! 그렇게 싸우다가 어쩌다 보니 대결을 하던 궁 연무장의 일부를 부쉈습니다! 그 공자가 너무 약했거든요!”
푸하하하.
알베르 왕세자의 웃음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케일의 귓가를 두드렸다. 힐스만은 말을 이었다.
“물론 아일란 후작께서 나타나셔서 그 귀족 자제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최한에게 사과를 하고 헤니투스 가문에도 사과를 하겠다고 말씀하셨죠. 곧 가문에 서한이 갈 겁니다!”
케일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이 두 사건에 대한 평을 내렸다.
“…내 팔자야.”
알베르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인간! 역시 내가 제일 낫다!
라온의 말도 배경음악처럼 케일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최한과 메리가 덜커덩거리며 고개를 들어 케일을 쳐다봤다.
왕세자도 입꼬리를 매만지며 웃음기를 머금고서 케일을 바라봤다.
“어디 가게?”
왕세자의 허물없는 물음에 케일은 심드렁한 얼굴로 답했다.
“바람 좀 쐬고 오게요.”
“오, 나도 산책 좀 할까?”
알베르는 뚱한 케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북쪽 가는데요.”
“뭐?”
케일의 산책은 조금 범위가 넓었다.
“반나절이면 갔다 옵니다.”
브렉 왕국으로 가기 전, 케일은 북쪽에 다녀와야 했다. 고룡 에르하벤의 부탁 때문이었다.
동대륙에 남아 케일 대신 돌기둥이 있는 리브엔 지역의 역사를 알아볼 에르하벤. 그는 서대륙에서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케일이 대신하기로 했다.
“엘프들한테 갔다 와야 하거든요.”
북쪽.
지금도 하얀 눈 폭풍이 가득할 호수.
그 밑에 있는 세계수와 엘프들을 보러 가야 했다.
“…반나절 안에는 오나?”
“네.”
물론 라온과 함께면 충분했다.
“그럼 그동안 브렉으로 떠날 준비를 해놓으면 되겠군.”
왕세자의 말에 메리와 최한, 힐스만의 표정이 달라졌다. 케일은 그들을 쭉 둘러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되겠군요.”
케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떠났다.
***
세계수가 존재하는 호수 아래 엘프 마을.
“…여기! 또 모아뒀어요!”
어린 엘프 사제는 치렁치렁한 소맷자락에서 고이 꺼낸 주머니를 케일에게 내밀었다.
찰랑찰랑. 동전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케일의 귓가를 두드렸다.
“세계수께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제 생각엔 또 돈주머니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구해뒀어요. 불바다는 안 되니까요!”
밝은 미소와 함께 케일을 반기는 어린 사제의 모습은 꽤 친밀함을 담고 있었다.
“…음, 고마워.”
케일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돈주머니를 받아 챙겼다. 물욕 없는 엘프의 돈이니 가져도 상관없겠지.
케일은 돈주머니는 굳이 거절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대신 그는 품에서 작은 보석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안내 부탁해.”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세계수께서 기다리고 계셔요!”
어린 사제는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케일은 어린 엘프의 뒤를 따라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오! 라온 님, 못 본 사이에도 여전히 귀여움이 파격적일 정도로 위대하십니다!”
“이렇게 또 라온 님을 살아생전 뵙는군요! 이 몸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위대하신 라온 님!”
등 뒤로 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깨를 쫙 펴고 날개를 파닥이던 라온은 짧은 앞발을 내밀며 말했다.
“나 바쁘다! 좀 이따가 해라!”
그리 말하고는 얼른 케일의 뒤로 날아갔다.
케일은 따라오는 라온을 힐끗 보고는 라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계수에게로 향했다.
그는 에르하벤의 부탁 말고도 세계수에게 물을 것이 있었다.
스스스스-
거대한 나무들의 잎사귀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를 내는 곳. 그 중심에 있는 평범한 나무.
케일은 저번보다 한층 더 멀쩡해진 세계수를 볼 수 있었다.
“세계수야, 잘 있었나?”
라온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세계수의 가지가 슬쩍 흔들렸다.
저번에 케일에게 세 가지를 말해주며 가지 세 개를 떨어뜨렸던 세계수.
라온의 부모를 찾아라.
고대의 힘을 세 개 모은 존재가 있다.
심판하는 물을 찾아라.
케일은 세계수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케일 님, 저번처럼 대화를 하시면 돼요.”
“이제는 대화가 되나 보군.”
세 가지 사실을 알려준 이후, 세계수는 잠시 잠에 빠져들었다. 어린 엘프는 희미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짧은 대화는 되십니다.”
케일은 천천히 세계수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무 기둥에 손을 가져다 대며 눈을 감았다.
-오랜만이구나, 케일.
세계수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케일은 다른 한 손으로 작은 보석을 내밀었다.
“에르하벤 님께서 만드신 물건입니다. 엘프 마을과 세계수 님을 보호할 목적의 방어 마법이 담겨 있습니다.”
세계수 가지 하나를 빼앗긴 에르하벤은 세계수가 있는 곳의 방어 마법진을 더 강화시켜야겠다 생각했고, 이를 케일에게 부탁했다.
“라온이 설치할 겁니다. 금방 할 겁니다.”
-그런가. 고맙군. 에르하벤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게.
평이한 대화를 하는 것임에도 세계수의 목소리는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케일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이를 알아챈 듯 세계수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회복 중이야. 상당수 회복했지. 올해 안으로는 원상태가 될 걸세.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사실 세계수가 정정했다면 기존에 있는 방어 마법진을 강화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약해졌기에 에르하벤은 방어 마법진 강화를 택했다.
-묻고 싶은 게 있는 얼굴이군. 할 말이라도 있나?
케일의 어깨가 멈칫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답을 안 해주셔도 됩니다.”
케일의 목소리만이 들리는 어린 사제 엘프는 ‘저번과 같은 일’이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가지가 떨어졌던 일.
어린 사제는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덜컥거렸다. 라온도 사제의 옆에서 그때를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지.
케일은 세계수의 대답에 입을 열었다. 그는 라온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꼬아서 물었다. 그래도 세계수는 알아들을 테니까.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합니까? 심판하는 물 말고요.”
심판하는 물 말고 찾아야 할 존재.
그건 라온의 부모였다.
케일은 괜히 입술을 깨물었다. 웬만하면 묻기 싫었지만 묻지 않고는 방도를 찾기가 힘들었다. 특히 전쟁 중이라 더 그러했다.
-이건 답해줄 수 있겠군.
케일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미약하지만 조금 힘이 담긴 세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네가 듣고 싶은 답은 아니지만, 내 상태로는 이게 한계다.
내가 듣고 싶은 답이 아니라고?
-왕은 자연의 인정을 받은 자.
갑자기 왜 ‘왕’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그는 세계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원래 죽었어야 할 존재가 살았다.
나무에 닿아 있는 손이 움찔했다.
케일은 라온의 부모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다른 답이 들려왔다.
1권에서 원래 죽었어야 할 존재.
라온 미르.
-자연은 그 존재를 인정했다.
원래 죽었어야 하지만 살아난 존재를, 자연은 인정했다.
-운명을 비튼 자. 그것만으로도 자연은 잊힌 자격을 다시 얻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변수, 불가사의, 믿을 수 없는 일.
툭. 케일은 제 종아리를 두드리는 촉감을 느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고개를 숙이자 라온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보였다.
“인간, 무슨 일 있나?”
그 순간, 케일은 세계수의 목소리가 희미해지며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이니까.
불가사의와 변수의 연속. 그것이야말로 자연이었다.
‘설마?’
케일은 자연이 인정할 만한 왕의 존재를 떠올렸다. 1m 20㎝를 조금 넘는 통통한 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 왜 그렇게 보나?”
케일이 아무 대답도 못 했을 때, 어린 사제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세계수께서 다시 잠드셨습니다.”
“…알아. 다음에 또 뵈러 오지.”
라온이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앞발로 땅을 통통 두드려 댔다.
“아쉽다! 나도 세계수랑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겠지?
케일은 엄한 생각을 하는 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리 없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자신은 너무나도 큰일을 시작부터 벌여 버렸다.
…용 하나 살린 게 큰일이 될 일은 없잖아?
드래곤 로드.
케일은 그 단어를 차마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하고 삼키며 라온에게 말했다.
“얼른 돌아가자.”
“알았다! 얼른 가서 라크 볼 거다!”
케일은 자신이 건넨 에르하벤의 보석을 들고 방어 마법진으로 날아가는 6살 용의 통통한 뒷모습을 보다가 머릿속 생각을 애써 저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그리고 반나절이 흘러 불굴 연합과의 전투가 하루 남은 때. 케일은 라온과 함께 텔레포트 진 위에 섰다.
그가 이번에 갈 곳은 로운 왕국이 아니었다.
***
파아앗!
케일은 감았던 눈을 떴다. 투명화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오랜만이다!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작은 천막 안. 그곳에 그려진 텔레포트 마법진.
마법진에서 내리는 그를 반긴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다들 오랜만이군요.”
로잘린과 라크. 두 사람이 케일을 반겼다. 아직 최한과 힐스만, 메리 등은 오지 않은 상황. 로운 왕국 사람 중 가장 먼저 은밀히 도착한 케일을 로잘린과 라크가 맞이했다.
두 사람이 꽤 오랜만인지라,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내 사라졌다.
“오랜만이에요, 공자.”
로잘린은 웃고 있지만 어딘가 살짝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로잘린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케일을 쳐다보지 못하는 라크가 보였다.
늑대 소년 라크.
그가 케일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케일은 멈칫했다.
‘혹시 혼자 두고 간 시간이 길어서 기분이 상했나?’
케일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공자님.”
“그래, 라크. 오랜만이다.”
희미한 목소리에, 케일은 라크의 앞으로 다가가 저보다 더 키가 크지만 어린 녀석의 구부려진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툭툭. 그의 손이 라크의 움츠러든 어깨를 두드렸다.
“혼자서 고생 많았다.”
케일이 말한 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응?”
케일은 한층 더 키가 커진 라크의 얼굴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소년의 눈동자가 케일을 향했다. 라크는 망설이다가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광폭화가 안 돼요.”
뭐?
갑자기 뭔 소리인가?
광폭화.
수인들이 가장 강해지는 순간이었다. 동물의 특성과 인간의 특성, 모든 것들이 극대화되는 순간.
그게 안 된다고?
분명 첫 광폭화도 지났는데?
케일의 머릿속에 의문이 일어났을 때, 라크는 입술뿐만 아니라 떨리는 손끝을 감추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어, 어서 빨리 늑대왕의 후계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원래라면 펜드릭을 잃고 절망 속에서 성장해야 할 라크.
“…저는 강해질 수 없나 봐요.”
그때와 지금의 라크는 달랐다.
강해지고 싶은 지금의 라크는 갑자기 광폭화가 되지 않았다.
케일은 다시 저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 숙인, 키만 큰 작은 소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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