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83
382화.
돌로 만든 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콰아아앙!
사방으로 돌조각이 비산했다.
화르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케일은 불로 만들어진 검이 보였다.
그는 하늘을 뚫을 듯 치솟아 오르는 불의 검 뒤편에서 저를 노려보는 하얀 별의 눈동자가 보였다.
케일이 날린 석창은 부서졌다.
그러나 수십 개도 아닌 작은 석창 하나뿐이었기에, 부서져도 케일에게는 딱히 타격이 없었다.
그 순간, 하얀 별과 눈이 마주친 케일의 입이 열렸다.
“론!”
하얀 별이 바람 채찍을 손에서 놓았다.
그때, 바람 채찍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이전과 차원이 다른 거대한 바람 회오리가 된 채찍이 지나간 길을 따라, 하얀 알갱이들이 마치 파도처럼 갈라졌다.
채찍의 길은 최한과 하얀 방패를 교묘히 비껴 나가며 그 뒤의 존재를 노렸다.
최한이 그 바람 채찍을 따라갔지만, 바람은 빨랐다.
하얀 별의 가진 바람 속성 힘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났다.
회오리의 속도와 공격력은 케일의 평소 회오리바람과 비교할 수 없이 강했다.
라온의 곁에 있던 홍의 입이 저도 모르게 열렸다.
“할아버지!”
바람 채찍이, 마치 거대한 뱀과 같은 모습의 채찍이 순식간에 론과 수하인 마법사를 덮쳤다.
콰아앙!
다시 한번 굉음이 들려왔다.
“아버지!”
비크로스가 외쳤고 동시에 론을 향해 달려들던 최한이 멈칫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론이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하얀 방패가 있었다.
하얀 방패는 론을 공중으로 띄웠다.
“제길.”
하지만 론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는 제 텅 빈 두 손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쿨럭! 주, 주군……!”
마법사는 론의 손을 떠났다.
촤아아-
마법 채찍은 하얀 알갱이들을 가로지르며 똬리를 틀듯 론에게서 마법사를 빼냈다.
“…크흐……!”
마법사는 잘린 손목에 포션을 부으며 마법 스크롤을 갔다 댔다.
지혈을 하려는 듯싶었다.
“쯧.”
론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찼다.
‘아깝게 되었어.’
하얀 별이 채찍으로 노린 존재는 처음부터 마법사였다. 그 까닭에 뒤로 몸을 빼며 방패를 딛고 공중으로 치솟던 론은 마법사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주군!”
마법사의 눈동자에 감격이 어렸다.
그의 주군인 하얀 별은 수하들을 잘 돌보지 않는 이였다. 그런 이가 자신은 구해주었으니, 그 충심이 더욱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마법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쿨럭!”
하얀 별은 기침을 토해냈고 그의 입가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수하를 빼내는 동안에도 여전히 케일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뚜욱. 뚝.
하얀 별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려 턱 끝에서 떨어 져내리는 핏방울이 하얀 알갱이들을 붉게 물들였다.
그런 하얀 별의 눈에 검붉은 것이 보였다.
“흐, 흐흐…….”
입을 한껏 벌리고 웃는 얼굴이 보였다.
웃는 입안은 치아와 혀도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 을만큼 검붉은 피로 뒤덮혀 있었다.
그 피는 하얀 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이 흘러내려 옷과 주위를 모두 검붉게 물들였다.
“너나 나나 힘을 쓰면 피 토하는 건 똑같네.”
하얀 별은 저를 보며 웃는 케일이 보였다.
반대로 지금 케일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도 있었다.
뚜욱. 뚝.
용병왕 버드 일리스는 케일의 입에서 떨어진 검붉은 액체가 자신의 어깨를 적시는 느낌에도 하얀 별만을 응시했다.
이곳으로 돌아오는 길. 케일은 일행에게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은 라온이 한 번 더 마법으로 모든 일행의 머릿속에 전해주었다.
‘론이 마법사의 손과 발을 공격하여 텔레포트 마법 실행을 방해한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이뤄졌다.
‘그다음에 내가 석창으로 하얀 별을 친다.’
버드는 케일을 업고 달려가면서 그 설명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그 뒤에는?’
하얀 별이 그 정도로 당할 일은 없지 않은가?
‘글쎄, 하얀 별이 도망칠걸?’
케일은 버드의 물음에 담담하게 답했다.
‘우린 지금 하얀 별을 죽일 전력은 안 돼. 그러니 숨어서 도망가는 모습만 봐도 충분해.’
버드는 그 대화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도망치기는 개뿔이!’
케일을 응시하는 하얀 별은 도망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 정도 석창에 도망갈 리 없지.’
거대하고 날카로운 석창이라도 겨우 하나였다.
저런 바람 채찍과 불의 검을 다루는 이가 석창 하나를 두려워하겠는가.
버드는 이 대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왔다.
움찔.
하지만 곧 그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케일?’
버드 일리스는 눈을 크게 떴다.
“…야.”
케일이 그의 등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물론 멀쩡하게 내려서지 않았다. 버드의 팔을 잡으며 내려서는 케일의 손이 떨렸다.
땅을 딛고 서는 두 다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연기가 야냐!’
버드는 저 떨리는 두 손과 두 발이 연기가 아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왜냐면 제 팔을 잡은 손의 떨림은 연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케일!”
버드는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케일을 다급하게 불렀다.
그 순간, 케일과 버드의 눈이 마주쳤다.
“아직 쓰지 않았어.”
뭐?
버드는 순간 케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쓰지 않았다고?
뭘 쓰지 않았는데?
하지만 버드의 머릿속은 빠르게 케일이 설명했던 작전을 떠올렸다.
이번 작전에서 케일이 힘을 쓰는 경우.
그건 석창뿐이었다.
‘…석창은 방금 전에 쓰지 않았던가?’
버드의 눈동자에 의문이 들어섰을 때.
“이런 멍청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드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바위로 만들어진 거대한 돔의 천장에 뚫린 구멍. 그 구멍 위에 떠 있던 두 용 중 고룡 에르하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케일 님.”
“인간아!”
동시에 버드는 어느새 제 옆으로, 아니, 케일 옆으로 이동한 라온과 최한이 보였다.
그제야 버드는 케일이 말한 ‘석창’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만 깨달은 것이 아니었다.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이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웅-
거대한 진동음이 사방으로 퍼졌다.
쩌저저적.
금이 가는 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거대한 바위 돔.
그 돔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괴되는 것과는 달랐다.
쿠우웅!
돔을 이루던 바위들이 쪼개졌다.
쪼개진 바위들은 거대한 석창이 되어 있었다.
날카로운 촉을 가진 창들이 하얀 별을 겨누기 시작했다.
“…하, 하하.”
하얀 별은 헛웃음을 흘렸다.
조금은, 조금은 피를 심하게 토하는 케일의 상황이 연기는 아닐까, 1%의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심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정말, 정말 진심으로 끝까지 해볼 생각인가 보군.”
온몸을 미세하게 떠는 저 모습은 단순히 눈속임으로 만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왜냐고?
하얀 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이 떨림을 감추기 위해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주먹 쥔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었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말했다.
“당연하지. 끝까지 해야지.”
하얀 별과 케일의 시선이 부딪쳤다.
“네가 땅의 힘을 지니기 전에 말이야.”
하얀 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케일의 옆에 선 용병왕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내가 땅의 힘이 없다는 건, 용병왕에게서 들은 건가?”
“그렇지.”
케일은 가볍게 이를 수긍했다. 그리고 덤덤하게 덧붙였다.
“그러니 그 전에 죽여야 하지 않겠어?”
하얀 별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바람 채찍이 움직였다.
“주군……!”
바람 채찍은 마법사를 곰족들이 있는 쪽에 내려줬다. 그리고 다시 하얀 별의 옆으로 돌아왔다.
불의 검은 여전히 그의 오른손에 자리해 있었고, 그의 옆에서는 거대한 바람 뱀이 끊임없이 소용돌이쳤다.
우우우웅!
거대한 돔은 사라졌다.
대신 수많은 석창이 하얀 별의 불과 바람을 노렸다.
“…인간아.”
케일은 등 뒤에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버드의 다급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야, 이 자식아! 석창이 이런 거란 설명은 안 해줬잖냐! 네 몸 생각은 안 해? 하얀 별이 도망가게 둔다며? 근데, 근데!”
그런데 이 일촉즉발의 상황은 뭐냐고!
절대로 쉬이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버드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최한이 그의 어깨를 잡아왔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들었던 말들. 다 기억하시죠?”
케일에게서 들었던 말들.
버드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최한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달았다.
그 순간이었다.
케일의 잘게 떨리는 발이 땅을 굴렀다.
쿠웅!
하얀 알갱이들이 튀어 오르고 땅이 진동했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모두 물러서.”
케일은 버드의 팔에서 손을 떼며 홀로 꼿꼿이 섰다.
그는 두 팔을 하얀 별을 향해 내밀었다.
휘이이이-
하얀 별의 주위를 감싼 바람이 더욱더 거세졌다.
케일은 그 바람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의 머릿속으로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할 건가?
그럼 해야지.
케일은 최정건이 기록한 ‘영웅의 탄생’을 떠올렸다.
그가 떠올리는 것은 어느 한 페이지에 적혀 있던 내용이었다.
동대륙 공용어로 새겨진 글자들.
최후의 전투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수호자는 분명 무서운 짱돌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기록 아래에는 최정건이 한글로 새긴 문구가 자리해 있었다.
그 글자는 최후의 전투에 대한 최정건의 감정과 생각이었다.
지금의 하얀 별은 하늘 속성의 힘만을 지녔다.
그리고 케일은 땅 속성의 힘을 하나 지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땅 속성 고대의 힘은 오로지 두 개.
버드는 케일에게 물었다.
‘…찾았어?’
하얀 별의 약점을 찾았냐고.
그리고 케일은 답했다.
‘아마도.’
케일의 머릿속에 한글로 적힌 기록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번 전투.
이 전투에서 케일은 ‘아마도’라고 했던 부정확한 대답을 정확하게 바꿀 확신을 얻어야 했다.
땅을.
케일이 땅의 힘을 모두 독차지하면, 그러면 하얀 별의 하늘을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봐야 했다.
왜냐면.
케일은 다른 속성의 고대의 힘도 지녔으니까.
더불어 그의 동료들은 고대의 힘이 아니어도 강했다.
케일은 한 번 더 발을 굴렸다.
쿠웅!
땅이 진동했다.
최정건은 기록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공격해라.”
거대한 석창이 하얀 별을 향했다.
동시에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얀 별의 입도 열렸다.
“움직여!”
“도망쳐라!”
움직여.
케일의 그 말에 평균 9세, 버드, 최한이 먼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고 다른 일행이 뒤따라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은 평균 9세의 뒤를 따라갔다.
케일은 말했었다.
‘우린 지금 하얀 별을 죽일 전력은 안 돼. 그러니 숨어서 도망가는 모습만 봐도 충분해.’
숨어라.
케일이 남겨둔 지시대로, 일행이 하얀 성 안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케일과 하얀 별의 눈이 마주쳤다.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굴었던 하얀 별.
그의 바람 채찍이 거대한 막을 만들었다.
석창을 막을 방패였다.
그 아래 물의 장막이 펼쳐졌다.
불의 검은 사라졌다.
케일과 햐얀 별.
둘은 서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얍삽한 새끼.”
하얀 별이 말했고.
케일이 말했다.
“잘 도망가 봐.”
그리고 이어 땅을 굴리며 석창들에게 명했다.
“끝까지 쫓아가라!”
창과 방패.
이번에는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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