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6
475화.
알베르는 곧바로 케일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하얀 별이 로운으로 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알베르는 하얀 별이 올 상황에 대한 준비는 해두었으며 추가적인 방비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묻고 싶은 것은 하얀 별이 오냐 안 오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케일 헤니투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사막에서 일어났다는 대폭발.
그리고 꼬질꼬질한 행색이지만 지금 그의 침실을 차지하고 있는 멀쩡해 보이는 케일 일행들.
마지막으로 사라진 하얀 별.
모든 이야기의 내막이 궁금했다.
“그게 말이죠.”
케일은 이 일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알베르에게는 설명을 해주어야 할 일이기에 케일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저는 있는 그대로 말하겠습니다.”
난감해하면서도 사뭇 단호한 태도에 알베르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는 일행들을 관찰했다.
타샤 이모를 비롯한 다크엘프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태연한 케일의 태도로 보아, 어디 다친 것은 아니고 따로 움직인 것 같았다.
‘최한도 멀쩡하고, 비크로스라는 자도 멀쩡하고 어린애들이나 네크로맨서도 괜찮아 보이고.’
다 상태가 좋았다.
‘그런데 표정들이 다 왜 저래?’
그러나 일행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이상했다.
패배의 아픔도 승리의 기쁨도 보이지 않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요상한 표정이었다. 붉은 묘족 아이만이 꼬리를 살랑이며 쿠키를 먹어댔다.
-왕세자야, 맛있다!
보이지 않지만, 위대하고 귀여운 용도 괜찮아 보였다.
알베르는 방안의 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케일을 응시했다.
“저하.”
“…그래.”
사뭇 비장한 케일의 모습에 알베르도 절로 긴장이 되었다.
“편히 말해봐.”
“…제 원래 계획은 전에 말씀드렸던 작전과 비슷한 방향이었습니다. 다크엘프들이 만든 ‘가짜 지하 도시’를 하얀 별이 땅의 힘이 있는 곳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었죠.”
케일은 하얀 별을 가짜 지하 도시로 끌어들여 그의 앞에서 땅의 힘을 선수 쳐 가지는 장면을 연출할 생각이었다.
이미 케일이 로운 왕국에서 땅의 힘을 가졌지만, 사막에서 그런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하얀 별이 로운 왕국 서북부에 땅의 힘을 찾으러 침입할 일이 없어질 것이기에 택한 방법이었다.
물론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지하 공동을 무너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하얀 별과 그의 세력에 일정 부분 피해 입힐 작정이었습니다.”
이미 알베르도 아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는 케일에게 물었고 곧 케일의 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실패했습니다.”
침울한 얼굴로 케일이 내뱉는 말에 알베르는 몇 초간 침묵했다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 늘 성공할 순 없지.”
알베르는 제 말에도 아무 말이 없는 케일의 모습에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케일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알베르는 그런 케일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늘 자신만만하거나 태평한 놈이 저런 꼴을 보이니 정말로 보기 싫었다.
“지금껏 자네가 한 일도 충분히 엄청난 일이야. 그리고 다 살아 돌아왔으면 됐어. 내가 한 말 기억하지 않나? 안 될 것 같으면 로운 왕국으로 돌아오라고.”
“…기억합니다.”
케일이 심각한 얼굴로 기억난다고 답하더니, 입을 다시 꾹 다물었다.
알베르는 그 모습에 새삼 이 녀석이 이제 막 성인이 된 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늘 성공만 하던 놈이니, 이리 실패한 것이 답답하고 화나겠지.’
그는 이제야 방 안의 요상한 분위기가 일행들이 케일 눈치를 봐서 생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알베르는 문득 떠오른 것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내가 보고 받기로는, 사막에 죽은 이가 발견되었다고 하던데.”
“저희 쪽이 아니라, 하얀 별 쪽입니다.”
“그래? 아주 실패한 것은 아니군.”
알베르는 심각해 보이는 케일을 위로하기 위해 조금 더 과장되게 말했다.
“하얀 별 쪽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면 자네 계획대로 하얀 별 세력에 피해를 입힌 게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음?
알베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케일의 행동에 위로하던 것을 멈췄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단 말인가?
“저하.”
“그래. 격식 차리지 말고 편히 말해. 형이라고 부르면서.”
사뭇 다정히 대해 주었다.
하지만 케일은 그런 다정한 말 따위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제 할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알베르는 이때 이 방의 요상한 분위기가 자신이 생각하던 상황 때문이 아님을 알아채야 했다.
“제가요. 하얀 별을 하나도 못 속였습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린가?”
“아니, 아까 제가 원래 계획했던 게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케일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보아도 조금 전에 겪었던 하얀 별과의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죠. 하얀 별이 지하 도시가 ‘가짜’인 걸 단박에 눈치챘습니다.”
알베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말은 자네의 계획이 전부 소용없는 일이 되었단 말 아닌가?”
“그렇지요. 그 때문에 하얀 별은 죽음의 땅에 그가 찾던 힘이 없단 걸 알고, 마지막 단서인 로운 왕국 서북부로 올 겁니다.”
아.
그제야 알베르는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래서 자네가 하얀 별이 로운 왕국으로 곧 쳐들어올 것이라고 한 거군.”
“네.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
또 말할 것이 하나 더 있단 말인가?
알베르는 당장 하얀 별의 침입에 대비해 더 세밀한 방어 계획을 세우고 싶었지만, 케일의 이야기를 무엇보다도 먼저 들어야 했다.
그는 케일의 이어질 말을 심각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곧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런데 또 속이긴 속였습니다.”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알베르의 표정에 물음표가 들어찼다.
“아니, 저하. 정확히 말하면 제가 속인 게 아니고요.”
케일은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찼다.
“하얀 별 그놈이 지 혼자서 알아서 속아버렸습니다.”
“응?”
“저는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뭔 소리야?”
알베르는 종잡을 수 없는 소리에 점점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아니, 그러니까. 케일 네 말대로라면 넌 속일 생각이 없었고 속일 행동도 안 했는데 하얀 별이 저 혼자 알아서 속았단 소리 아냐?”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역시 현명한 로운의 별이시군요.”
“헛소리 집어치우고.”
알베르는 점점 성질이 나기 시작했다.
“뭔데? 하얀 별이 혼자 알아서 속은 게 뭔데?”
그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다시 한번 방의 분위기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케일, 최한, 비크로스는 물론이거니와 묘족 온, 그리고 해맑던 홍마저 상당히 찜찜한 얼굴이 되었다.
-왕세자야, 하얀 별 미친 것 같다.
심지어 귀여운 용마저 험한 말을 내뱉었다.
-근데 왕세자야! 왜 내가 말 걸 때마다 입꼬리 씰룩이나?
크흠.
알베르는 귀여운 용이지만, 위대한 용이기도 하기에 얼른 표정을 바로 했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곧 허물어졌다.
“저하, 하얀 별이 말이죠. 제가 아주 오랫동안, 한 몇백여 년 동안 이 사람 저 사람 빙의하며 하얀 별의 뒤를 쫓아왔고. 모든 준비를 마친 지금에야 하얀 별의 앞에 나타나 그를 막으려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깜박깜박.
알베르의 기다란 속눈썹이 두 번 팔랑팔랑 날갯짓을 했다.
그 뒤에 그의 입이 열렸다.
“뭔 헛소리야?”
순간 그는 케일이 말한 단어들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더듬더듬 자신이 들은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니까 하얀 별은 네가 빙의를 하면서 수백 년 살아온-, 그리고 하얀 별을 죽이려 하는 그런, 뭐, 그런 걸로 안다는 소리야?”
“네. 저 혼자 북치고 박수치더니 그리 결론을 내리더군요.”
허!
알베르는 탄식을 흘렸다.
“뭐, 뭐 그런 모지리 같은 놈이-”
그는 저도 모르게 하얀 별을 향해 내뱉으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알베르는 그제야 최한, 비크로스, 온과 홍이 짓고 있는 찝찝한 얼굴의 정체를 깨달았다.
알베르의 표정도 비슷해졌다.
그는 케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영 떨떠름한 어조였다.
“…네가… 그, 수백여 년 빙의해온, 그런 정도로… 보이진 않는데?”
니가? 정말 너를 보고 하얀 별이 그런 모자란 착각을 했다고?
알베르의 표정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케일은 그 표정을 마주하자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내가 뭐 어때서?’
그도 하얀 별이 그런 착각을 한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막상 저런 반응을 마주하자 울컥했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하얀 별처럼 그런 착각을 안 하려면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했다.
케일은 쿨하게 말했다.
“그렇죠. 저는 그냥 한가한 백수로 보이죠.”
그것도 아니다만.
알베르는 튀어나오려는 반박을 그냥 삼켰다. 누가 보아도 한가한 백수가 아니건만, 틈만 나면 백수를 얘기해대는 이놈이 이제는 안쓰러워 보일 뿐이었다.
‘나중에 백수 시켜줘야지.’
불쌍해서라도 백수의 맛이라도 보게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알베르는 안쓰러운 의동생의 꿈에 대한 결심을 한 번 더 확고히 다지며 입을 열었다.
“…너 아니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솔직하게 생각하면, 하얀 별이 그런 착각을 한 것도 어느 정도 말이 되긴 해.’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케일이 해온 업적들은 너무나도 컸으니까. 하지만 알베르는 하얀 별은 모르는 케일의 면모를 알고 있었다.
‘하얀 별을 막기 위해 수백여 년간 빙의를 해왔던 인물이라면. 그런 사람이 소중한 이들을 곁에 두겠어?’
케일 곁에는 점점 더 그의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 목숨을 망설임 없이 내던지는 게 케일 헤니투스였다.
수백여 년간 하얀 별을 없애겠다는 한 목표를 위해 내달려온 이가 보일 행동이라기엔, 케일은 다정했고 정이 많았으며 지금의 삶을 어떻게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 거렸다.
백수라는 노후의 꿈을 위해 재물을 악착같이 뜯어내는 놈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빙의자면 뭐 어때?’
솔직히 말해서 알베르 크로스만은 지금 케일 헤니투스가 중요하지, 자신이 잘 몰랐던 2년 전, 망나니로 유명했던 케일 헤니투스는 별 관심이 없었다.
빙의가 사실이라면, 헤니투스 공작가에는 큰 슬픔이겠으나 알베르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냉정해 보일지라도, 그게 솔직한 알베르의 마음이었다.
알베르는 가만히 케일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하.”
“그래.”
‘너 아니지?’라고 물은 알베르를 향해 케일은 입을 열었다.
“…설마 하얀 별의 그 해괴한 착각을 믿는 건 아니시겠죠?”
저하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는 겁니까?
케일의 눈동자가 그리 말했고, 그 불경하고 삐딱한 눈빛에 알베르의 표정이 구겨졌다.
“아니. 전혀 안 한다.”
“그렇죠?”
케일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속마음은 차분하게 주변을 살피고 싶었다.
‘굳이 다 진실을 알 필요가 없지.’
하얀 별은 다 틀리고 ‘빙의자’ 그것 한 가지만큼은 맞췄지만, 케일은 그 하나의 진실을 라온과 최한을 제외한 이들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진실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니까.’
케일의 시선이 방구석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용 혼혈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시선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지?”
알베르는 제 물음에 답하지 않고 영상통신구를 여러 개 주섬주섬 꺼내 드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이게 조금 전에 에르하벤님이 보내주신 영상통신구거든요?”
에르하벤은 혹시 모르니 왕궁으로 오지 않고 두보리 영지에 남아있겠다고 하며 메리의 해골 몬스터들이 가져다준 영상통신구 겸 영상저장구를 마법으로 케일에게 전달했다.
“일단 이 영상통신구 속 내용으로 보아, 하얀 별은 동대륙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바로 로운에 온다는 건 아니니까.”
“그렇죠. 그런데 말입니다.”
“또 ‘그런데’ 냐?”
알베르의 얼굴이 다시금 구겨졌을 때, 케일은 닫힌 침실문을 확인하고는 라온에게 영상저장구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일단 보시죠.”
우우우웅-
작은 소리와 함께 저장구 위로 화면이 떠올랐고, 하얀 별과 사예르의 대화가 알베르의 눈앞에 펼쳐졌다.
-…마계의 문으로 가봐야겠어.
-…저쪽에서 준비한 놈…
-또 다른 세상의 힘을 받은 건…
무너지는 지하 도시의 여러 시끄러운 소리 사이로 하얀 별과 사예르의 대화가 이어졌고, 그럴수록 알베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깟 얼마 안 되는 죽은 마나 연기보다 케일 헤니투스를 알아보는 게 급해.
마침내 하얀 별의 말이 모두 끝나고 화면에 적막이 내려앉았을 때, 알베르는 굳은 얼굴로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 헤니투스, 저들이 왜 마계의 문을 언급하였고, 저들이 말하는 ‘저쪽’은 무엇이지?”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똑똑한 사람이라 금방 중요한 맥을 잡을 줄 알았다.
“저하. 마계의 문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고대의 자료요. 그리고 현재 다크엘프 몇 명은 북쪽으로 가 있습니다.”
“…북쪽?”
“네. 그곳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산 현자가 있거든요.”
가장 오래 산 현자.
그건 세계수였다.
안 그래도 세계수를 만나러 가야 했던 케일이었다.
그는 본인이 가기 전, 타샤에게 먼저 부탁해 세계수가 있는 엘프 마을로 가 제 말을 세계수에게 전달해달라고 하였다.
다크엘프와 엘프들이 사이가 썩 별로라고 해도, 케일이 보낸 이이니 잘 대해줄 것이다.
알베르는 케일의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며 침을 삼켰다.
‘저쪽.’
마계의 문을 언급하며 하얀 별이 표현한 단어 ‘저쪽’.
그 글자가 자꾸 그에게 하기 싫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그때, 그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왜?”
“크로스만 왕가에 고대 기록이 있습니까? 아니면 초대 크로스만 왕가에 대한 기록이나요.”
“…왜 그런 걸 찾지?”
“저하.”
로운 왕국에 바위가 상징인 곳은 단 세 곳이었다.
귀족 가문 중에서는 헤니투스 가문과 스텐 가문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곳은 ‘로운’.
바로 왕국이었다.
대리석과 화강암.
두 절벽 사이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
지금도 왕궁 가장 높은 곳에서 펄럭이는 깃발에 그려진 문양.
그것이 크로스만 왕가의 상징이자 로운의 상징, 그 자체였다.
태양신의 가호를 받았다 알려진 크로스만 왕가.
그것도 그저 한낱 믿지 못할 전설일까?
케일은 알베르를 보며 무심히 말했다.
“제 생각에는 필요할 것 같아서요.”
톡. 톡. 톡.
알베르는 소파 팔걸이를 제 검지로 한참 동안 두드렸다.
톡!
마침내 검지가 멈췄고, 그의 입이 열렸다.
“네가 필요할 것 같은 자료를 모두 준비해두지.”
“감사합니다.”
케일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얀 별은 어딘지 모르겠지만, ‘저쪽’에 뭔가를 묻고 알아봐야 한다고 했으니 곧바로 로운 왕국으로 오진 않을 겁니다.”
“그래.”
알베르도 케일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보고를 이어나갔다.
“서대륙으로 돌아간 용병왕이 하얀 별의 두 번째 비밀 기지 근처로 정찰꾼을 보낼 겁니다. 하얀 별의 움직임이나 비밀 기지의 움직임을 최대한 관찰할 터이니, 변화가 생기면 바로 로운에 알리겠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로운 왕국에 하얀 별이 침입해오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오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케일을 알베르는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알았다. 어디 갈 데가 많나 봐?”
케일은 입꼬리를 올렸다.
“네. 많습니다.”
“그래. 가봐. 자료는 빨리 준비해 놓을 테니, 빨리 돌아오라고.”
“네.”
곧 채비를 마친 일행들이 케일 곁으로 모여들었다.
라온이 다가와 물었다.
“인간아! 우리 어디 가나?”
“타샤 이모가 계신 곳으로 가는 건가? 현자를 만나러?”
알베르가 뒤이어 물었고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용 혼혈과 케일의 눈이 마주쳤다.
“북쪽의 현자 말고도 현자가 한 명 또 있죠.”
고대의 끝과 그 이후 시대의 시작을 겪은 이.
드래곤 로드 쉐리트.
“그 사람을 만나러 갈 겁니다.”
용 혼혈이 떨리는 눈동자로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무심하게 말했다.
“라온. 네 검은 성으로 가자.”
“오! 우리 집 말인가?”
어둠의 숲에 자리한 검은 성.
“좋다! 얼른 가자!”
케일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안색의 용 혼혈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곧 환한 빛과 함께 그의 몸은 어둠의 숲으로 향했다.
“어서 와.”
눈을 뜬 그의 앞에는 검은 성의 홀에 자리한 로드 쉐리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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