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3
492화.
케일의 시선이 조피스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버드와 그를 감싼 오러를 바라보다 손을 움직였다.
‘음!’
케일은 그녀의 손이 향하는 방향을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주술사와 환각사.
그들은 모두 매개체를 가지고 있었다.
호랑이족 가샨은 지팡이가 그 매개체로서, 그가 주술을 사용할 때 쓰였다. 그렇다면 조피스의 매개체는 무엇일까?
사라락-
틀어 올려진 머리칼이 풀렸다.
동시에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걸린 비녀에서 보랏빛이 솟아올랐다.
휘리릭-
버드를 감싸고 있던 밧줄이 풀리던 것도 그 보랏빛이 솟아오른 순간과 같았다.
“매개체는 비밀이에요.”
조피스는 그 말만을 남기고선 다시 우아한 손짓으로 머리칼을 틀어 올렸다.
케일은 잠시 그녀의 머리칼에 꽂힌 나무 비녀에 시선이 갔다가 다시 버드에게로 향했다.
“버드.”
그렌은 어느새 강아지들에게서 벗어나 버드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강아지들은 분위기를 파악한 듯 얌전히 방구석에 모여 주위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렌, 케일한테 설명 좀 해줘.”
버드는 저를 바라보는 케일 쪽으로 턱짓하고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그것보다는 일단 이 일을-”
“그렌.”
버드는 다급해 보이는 그렌을 직시하며 나직이 말했다.
“케일에게 설명해줘. 나는 생각 좀 할 테니까.”
그 모습에 그렌은 고개를 돌려 케일을 바라봤고, 케일은 바로 입을 열었다.
“간략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렌은 잠시 조피스를 바라보았고, 조피스는 검지를 제 입가에 대었다.
“말해야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구분한답니다.”
비밀을 지킨다는 모습에 그렌의 입이 곧바로 열렸다.
“동대륙 북부는 상당히 지형이 험준하고 날씨 또한 춥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찰꾼으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더욱이 그 북부에서 암의 비밀 기지와 더 비밀에 싸여 있는 마계의 문을 조사하러 가야 한다.
“그래서 레인저 부대 전체 인원인 1,001명을 파견했습니다.”
그들은 용병 길드에 있어 꽤나 중요한 이들이었다.
“산악을 비롯한 모든 지형과 날씨에 적응 가능한 스페셜리스트인 용병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전투력도 일반적인 천인대 규모를 넘어서서 웬만한 같은 인원의 기사단 급은 됩니다.”
최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정도의 전력을 지닌 자들이 한꺼번에 실종이 되는 게 가능합니까?”
그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혹시 연락 상의 문제 아닙니까?”
“그럴 리 없어.”
최한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은 이는 용병왕 버드 일리스였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10분이야.”
케일은 그런 버드를 바라봤다.
“천인대 규모의 레인저 부대는 그 안에 백인대로 10개의 대대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백인대는 또 열 명씩 조를 이루며 함께 행동해.”
즉 10명으로 된 한 조가 100개 있다고 보면 되었다.
“그리고 그 10명의 조 안에는 1명의 마법사가 존재하며 그들에게 영상통신구를 제공한다.”
론 몰란의 시선이 버드에게로 향했다.
마법사가 그리 귀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한 조에 최소한 영상통신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를 한 명씩 둔다는 건 상당히 대단한 일이었다.
국가도 아닌 일개의 단체가 말이다.
“더불어 레인저 부대의 모든 조는 활동 기간 내내 영상통신구를 부수지 않고 항시 지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마법사의 마나가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마정석을 지급하지.”
가만히 있던 그렌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영상통신구로 10분마다 보고가 옵니다.”
10명씩. 총 100개의 조에서 10분마다 오는 연락.
이를 받기 위해 레인저 부대와의 통신을 위한 전담 부서가 존재했다.
“그러면 혹시 마정석 양이 떨어진 것은 아닙니까?”
최한이 그렌에게 물었고 그렌은 막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정석의 양이 떨어질 일도 없습니다. 왜냐면 부대의 전략 실행 기간 두 배에 달하는 마정석을 최소한으로 두어 지급하거든요.”
작전 기간이 열흘이라 예상되면, 최소한 20일 이상의 마정석 수량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었다.
론의 입이 열렸다.
“상당한 핵심 전력이군.”
그 정도 규모의 전력이라면, 돈도 돈이거니와 시간과 정성을 상당히 들여 키운 부대일 것이다.
“당연하지. 내가 우두머리로 있을 때 가장 많이 손을 써서 키운 녀석들이야.”
평소라면 으쓱거리면서 대답할 버드의 입가에 미소 하나 없었다.
이는 그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으로부터 5분 전. 연락이 와야 하는데 하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10분마다 오는 연락.
그 연락이 오지 않은 지 5분이 흘렀다.
“이쪽에서 레인저 부대 영상통신구로 연락을 해봤나?”
론이 물었고 그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했고,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일순간에 모든 연락이 끊겼다.
이건 위급한 일이 맞았다.
더욱이 더 위급하게 생각해야 하는 바가 있었고, 그렌의 입을 통해 그 부분이 흘러나왔다.
“1,001명의 레인저 부대는 총 11개 백인대로 나뉘어 북부 산을 여러 방향에서 정찰 및 탐색 중이었습니다.”
“그렇단 말은, 흩어진 백인대 모두에게 일시에 뭔 일이 생겼단 소리군.”
론은 침음을 흘렸다.
북부의 산맥 지대는 상당히 넓다.
더욱이 암의 비밀 기지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은 다양하면서도 험했다. 그렇게 다 흩어진 용병 길드 인원이 일시에 모두 연락이 끊겼다?
그것도 강한 전력을 지닌 집단이?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11개의 백인대라. 한 명은 혼자서 백인대가 되는 건가? 1,001명이라며?”
열 명씩 1조를 이뤄, 그 조가 10개 모이면 백인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백인대가 10개면 천인대가 되었다.
그리 계산하면 1명이 남았고, 그 한 명이 홀로 백인대 몫을 하는 것 같았다.
케일은 자신의 생각을 물었고, 그렌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1,001명 중 한 명. 그 사람은 연락이 끊기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 연락이 끊겼어요.”
“그 사람이 누구지?”
케일의 시선은 버드에게로 향했다. 동시에 버드는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쥐족.”
케일은 쥐족과 드워프의 혼혈인 뮐러가 떠올랐다.
쥐족은 굉장히 손재주가 뛰어난 동시에 덩치가 작고 민첩한 종족이었다.
“그 녀석은 최후방에서 마지막의 마지막을 위해서 버티는 놈이야. 도망치는 것은 제일 잘하는 녀석이지. 그 녀석 연락마저 끊겼어.”
용병 길드에서 도망치는 것으로는 일등이었다.
그 말은 동대륙에서 제일 잘 도망치는 놈이란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놈의 연락마저 끊겼다.
“설명은 이만하면 다 됐겠지?”
버드가 케일을 보며 물었고, 그에 그렌이 반응했다. 그렌은 다시 조급한 얼굴로 무엇이라도 하자고 버드에게 말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버드가 케일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도와줘야겠어.”
“당연한 걸 왜 물어?”
케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가 필요하지?”
“정보.”
케일은 용병왕이 딱히 무슨 정보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었다.
“레인저 부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거지?”
“그래. 용병들이 원래 잘 다치고, 언젠가 임무를 하다 죽는 게 업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잖아?”
버드의 물음에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답했다.
“그렇지.”
당연히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케일의 반응에 최한이 굳은 얼굴로 다가갔다. 용병왕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결국 금지인 마계의 문 근처에 있는 하얀 별의 영역으로 가야 했다.
이는 위험한 일이었고, 당연히 용병왕도 아는 부분이었다.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용병왕이 바라는 바는 그 정도였다.
하지만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넌 갈 필요 없어. 시간이 없어. 할 게 많아.”
“…몰든 왕국 일도 중요하지만, 나는 용병 길드 일이 먼저야.”
“알아.”
툭. 케일이 버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넌 몰든 왕국 일은 뒤로 미뤄두고 가서 레인저 부대 구하러 갈 인원 꾸려.”
“뭐?”
버드의 눈이 커졌다.
“그 인원 준비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그런데 정보 구하는 것까지 하다간 레인저 부대를 구하는 게 늦어질지도 몰라.”
케일도, 버드도.
어느 누구도 레인저 부대 인원이 죽었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버드는 케일의 말을 듣다가 더듬더듬 물었다.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정보인데…?”
“아, 그건 내가 구해다 준다니까?”
버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정보를 구하러 갔다가 레인저 부대 인원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저번에 우리가 갑자기 쳐들어갔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거야.”
하얀 별은 아마도 케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레인저 부대 일로 추론컨대, 상당한 전력을 마련해두고서 침입할 적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을 것이다.
이전 기습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높았다.
버드는 이를 케일에게 언급했고, 케일은 담담했다.
“알아.”
“그런데도 난 안 가도 된다고?”
“어.”
그때.
“케일 님.”
최한이 다가갔다.
“혼자 가시면 위험합니다.”
하얀 별은 저번의 만남 이후 케일에 대한 분노가 끝까지 차올라 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하얀 별이 머물 것이라 예상되는 북부 비밀 기지에 간다?
더욱이 마계와 연결되었을지도 모르는 마계의 문 근처로?
절대 혼자 보내선 안 된다.
“누가 내가 간대?”
최한이 멈칫했고, 케일은 용병왕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번 몰든 일에 할 짓 없는 애들이 있어. 숫자만 많지 딱히 시킬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걔들한테 좀 부탁하지 뭐. 몰든 일하고 아예 상관없는 일도 아니고.”
아.
최한이 그 말을 알아듣고 탄성을 흘렸고, 버드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자들이 누군데?”
“엘프.”
케일의 말에 최한을 제외한 일행들이 움찔했다.
“그리고 엘프랑 계약한 정령들. 그 둘 좀 부려먹자.”
누굴 부려먹어?
모두의 눈이 커졌을 때. 케일은 황금빛 팽이채를 안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놀란 일행들을 보고는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걱정 마. 엘프들이 다칠 일이 아니야.”
조용한 방 안.
갑자기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간지러운 바람이 일행들 주위에 살며시 불었다.
‘혼돈, 파괴! 걱정 마라! 내가 바람 정령들 데리고 가서 제대로 알아가지고 온다! 혼돈, 파괴, 탐색!’
‘어휴. 얘는 갈수록 이상해지네. 아무튼, 케일. 걱정하지 마.’
바람 정령이 부드럽게 말했다.
‘엘프들하고 계약한 바람 정령만 데리고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올게.’
엘프도 북부 산맥을 넘어 비밀 기지에 갈 필요가 없다. 그러니 다칠 일이 거의 전무할 것이다.
바람 정령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으며 레인저 부대원을 찾고 상황에 대해 조사하면 되니까.
‘혼돈, 파괴! 물론 어둠 정령을 처먹은 사자족 왕은 피해서 다니겠다!’
사자족 왕 도르프는 어둠 정령을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정령을 알아볼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그 녀석과 그 녀석의 수하들만 조심하면 될 터.
정령들이 비록 계약자가 없으면 다른 존재에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힘들고, 실체화된 공격을 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건 할 수 있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세계수를 지키는 일인데, 우리도 나서야지!’
‘맞다! 혼돈, 파괴, 보호! 우리 터전을 지킨다! 하얀 별 모가지 딴다! 혼돈, 파괴, 절망!’
‘어휴. 그놈의 혼돈, 파괴는. 아무튼 최대한 레인저 부대 생사에 대해서 먼저 알아볼게.’
똑똑한 놈들.
케일은 저를 따라다니는 세 바람 정령이 작전 수립하는 소리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략을 세우는 것을 들어보니, 이 녀석들도 꽤나 성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 미소는 사라졌다.
레인저 부대 1,001명의 생사가 달린 일.
누구보다도 급히 움직여야 했다.
“엘프 마을에 다녀오지.”
서대륙 엘프들 데리고 와서 동대륙 엘프들까지 끌어들여, 동대륙 북부를 뒤엎어야 할 판이었다.
물론 간 김에 다크엘프들도 데려올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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