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2
571화.
케일은 당황한 얼굴로 암흑 호랑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게 뭔일이냐 싶은 이는 케일뿐만이 아니었다.
“…미친.”
박진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세상이 이렇게 변한 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박진태였다.
땅을 구르며 여기저기 다쳤던 이철민이 어느새 다가와 박진태에게 말했다.
“대장님, 지, 지금 저 괴물이 자기 이름을 소개한 겁니까? 아, 알베르 뭐?”
괴물의 이름을 더듬거리듯 말하며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이철민이었다.
그는 외국식의 낯선 이름보다 괴물이 괴물 같지 않은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크르르-”
“끼이이!”
박진태는 맛보기 1등급 괴물들의 등장에 밀려 뒤로 물러서 있던 2등급 괴물들의 울음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끄르르!”
“크으-”
괴물들이 저마다 억눌린 울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박진태는 기가 찼다.
“하!”
마치 괴물들이 우왕좌왕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괴물들도 당황한 것 같아 보였다.
박진태는 자신의 속내를 입 밖으로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 돼?”
그때, 박진태는 등 뒤에서 소름이 끼쳐 올랐다.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음!’
하지만 뒤로 돌아서지 못했다.
몇 번 겪은 압박감이었으니까.
이철민과 박진태는 자신들을 지나쳐 암흑 호랑이와 가까이 있는 케일에게로 달려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록수 형!”
최한이었다.
최한의 놀란 목소리가 박진태와 이철민의 귓가에 들려왔다.
또, 암흑 호랑이와 케일의 귀에도 그 목소리가 들렸다.
암흑 호랑이가, 알베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록수? …형?”
그 순간, 알베르는 케일의 눈가에 스치는 난감함을 보았고 이내 호랑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호랑이의 입이 열리며 꽤 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음. 록수 동생이군.”
록수 동생.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저마다 놀라움에 입을 벌리거나 다물어버렸다.
지켜보던 이성원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미친. 무슨 전래동화도 아니고!”
호랑이가, 그것도 1등급 괴물 암흑 호랑이가 인간보고 동생이라니!
뭔 이런 경우가?
그때, 더 기가 찬 말이 들려왔다.
이성원은 당황해하던 김록수의 얼굴 위로 피어오르는 미소를 보았다.
“그럼, 알베르 크로스만 형님으로 모시지요.”
“그래, 동생아.”
둘의 곁으로 다가온 최한이 그 모습을 기가 찬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지켜보던 많은 이들 중 이성원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누나… 이게 무슨 일이지?”
“…나도… 모르겠다.”
그때, 김민아의 오빠, 김민준이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은 넓고, 놀라운 일은 많군요. TV가 있었으면 특종감인데…….”
이씨 남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에도 암흑 호랑이와 케일은 대화를 나눴다.
“록수 동생. 대화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자리를 만들죠.”
***
“이게 네가 만든다던 자리냐?”
암흑 호랑이의 검은 눈동자가 주위를 둘러보며 황당한 빛을 띠었다.
“자린데요?”
그때, 들려온 뚱한 목소리에 알베르는 케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르다 못해 볼품없는 외양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창백한 안색의 케일도 참 약해 보이고 보기에 가끔씩 안쓰러움이 밀려올 정도였으나, 눈앞의 이 모습만 하지는 않았다.
‘못 먹은 모습이야.’
풍족하고 돈이 많은 케일 헤니투스가 끼니를 잘 못 챙기는 것과는 달랐다.
볼이 홀쭉한 탓에 광대뼈가 도드라져 한층 날카로워 보이는 그 모습은 알베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유독 이 녀석이 심한 모습이지만, 다른 이들도 비슷해.’
알베르는 아까 전 건물 창문과 옥상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많은 이들이 마른 상태였다.
물론 체격 좋은 이들도 꽤 있었지만, 아닌 이들이 더 많았다.
“무슨 생각하십니까?”
그때, 알베르는 케일의 목소리가, 아니, 록수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만든 자리가 참 볼품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
“이게 어때서요?”
“지금 다 우릴 보고 있거든?”
알베르의 말에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2등급 괴물들은 여전히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벽을 만들듯 빙 둘러 있었다.
현재 케일은 그 괴물들의 벽과 건물 사이. 조금 전까지 맛보기 1등급 괴물들과 싸웠던 공터의 중앙에 앉아서 알베르와 마주하고 있었다.
알베르는 어디 조용한 공간이라도 갈 줄 알았건만 아주 탁 트인 곳에서 자리를 만든 케일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다.
하지만 곧 그는 상황을 이해했다.
“하긴 여기가 가장 조용하겠군.”
인간도 괴물도 모두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 이곳이었다.
목소리만 낮춰 조용히 대화한다면 다른 이들은 들을 수가 없었다.
“야, 김록수.”
알베르는 케일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들 중 한 명, 박진태였다.
박진태는 저를 쳐다보는 암흑 호랑이의 눈빛에 멈칫하면서도 케일의 목소리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죠?”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박진태의 시선이 아직 건물 공터 주변을 둘러싼 2등급 괴물들에게로 향했다.
“안전한 거 맞아?”
케일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앞으로 5시까지는. 이 알베르 크로스만 형님이 공터에 자리를 잡고 계시는 한, 2등급 괴물들이 공격해오지 않습니다.”
케일의 머릿속에 그와 관련된 기록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케일은 그 세 가지를 토대로 확신을 담아 말했다.
“5시까지는 안전하니, 사람들 보고 푹 쉬라고 하세요.”
박진태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케일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그가 보여온 것이 있었으니까.
“알았다.”
“네. 푹 쉬세요. 나중에 싸워야 하니까.”
그리 말하며 케일은 묘한 미소를 띠었다. 박진태는 왠지 모르게 뒷목이 섬찟해져 왔지만 이내 그 감각을 무시하고 건물로 돌아갔다.
암흑 호랑이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당사자들만 남은 건가?”
케일, 최한, 알베르만이 남았다.
그때, 최한의 입이 열렸다.
“…저하.”
최한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알베르가 호랑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최한은 결국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신과 거래를 하신 겁니까?”
알베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순간, 알베르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볼 수가 있었다.
“빌어먹을.”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케일.
“왜-!”
그리고 처음 보는, 화를 내며 다가오는 최한의 모습이었다.
“어?”
알베르가 저도 모르게 얼빠진 대답을 하였고, 그에 화를 내려던 최한은 이내 꾹 참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저로 충분했는데, 어찌하여 수명을-!”
“어?”
다시 한번 얼빠진 반응에, 최한은 저도 모르게 다시 울분이 차올랐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이 또 죽음의 신과 거래를 했다니!
알베르는 분명 수명이나 그에 버금가는 것을 내놓아야 했으리라.
최한은 이를 생각하자 마음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 빌어먹을 죽음의 신!”
결국 욕을 하는 최한에게 어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태양신이랑 거래했는데?”
“네?”
“음?”
최한과 케일의 시선이 동시에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그 번뜩이는 눈빛에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며 지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성자 잭을 만났지.”
그는 케이지가 자신의 천막을 찾아왔고, 더불어 그녀가 전달자로서 성자 잭과 연결시켜 주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크로스만 핏줄과 연계된 저주를 돌려주는 것으로 나는 케일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치를 얻기로 했다. 오로지 나만 너와 대화가 가능하게 하는 장치라고 하더군.”
그 장치는 바로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영상통신구였다.
“나는 영상통신구를 주길래, 자네랑 영상통신을 할 줄 알았지. 하지만 그건.”
알베르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수면 유도 장치라고 하더군.”
“…수면 유도 장치요?”
“그래.”
그 영상통신구를 품에 안고 있으면 5분 이내로 잠이 들고, 한두 시간 동안 잠이 든 상태가 된다고 하였다.
“나는 꿈속에서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하더군. 그 말에 오로지 나만 자네와 대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들었지.”
“아!”
“음?”
케일이 탄성을 흘렸고, 알베르는 그런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최한이 대신 답했다.
“저하. 여긴 시간선이 다릅니다.”
“시간선?”
케일이 이어 말했다.
“여기보다 저하가 있는 세상이 시간이 더 빠릅니다. 여긴 이제 이틀쨉니다.”
“뭐?”
알베르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상황을 납득했다.
“…확실히 저하가 잠든 시간 동안 이곳에서 암흑 호랑이로서 지낸다면, 딱히 크게 문제 될 일은 없겠군요.”
알베르가 그쪽에서 잠자는 한두 시간이 여기서는 몇 시간이 되겠지만, 이쪽에서 겪을 긴 시간이 꿈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으리라.
“음, 시간선이 다르다니. 그래도 꿈속이면 무방할 것 같군. 내가 있는 현실에 영향을 줄 것도 아니면서 자네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알베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갈기가 바람에 멋스럽게 휘날렸다.
“아무튼 눈 뜨니 이 상황이었어.”
케일은 가만히 지난 전투를 복기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어.’
암흑 호랑이와 대화 중 암흑 호랑이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었다. 케일은 그때 알베르가 암흑 호랑이로서 눈을 떴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또 다른 것들을 더 추측할 수 있었다.
‘지구에 나타났던 괴물들은 분명 마계나 봉인된 신과 관련이 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하나 더.
‘죽음의 신과 태양신. 신들이 지구의 상황에 끼어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 증거가 바로 눈앞의 맛보기 괴물 우두머리이리라.
‘어쩌면 의사소통이 되었던 유일한 괴물.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을지도.’
케일은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에 멈칫하는 최한의 어깨를 볼 수 있었다.
왜 저러나 싶어 시선을 돌렸다가 호랑이의 검은 눈동자가 최한을 뚫어질 듯이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스승님은 수명으로 거래했나 봐?”
“으음.”
최한은 알베르의 시선을 외면했고, 암흑 호랑이의 거대한 얼굴이 구겨지며 흉악한 인상을 만들었다.
아주 살벌했다.
“스승님과 한번 깊은 대화를 해야겠어.”
“으음.”
최한이 알베르의 시선을 다시 외면하며 케일을 쳐다봤다. 어찌 좀 해달라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알베르도 최한을 쳐다보다 케일을 쳐다봤다.
“자. 나는 대강의 설명을 마쳤으니, 이제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지.”
“으음.”
이번엔 케일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랑이는 히죽 미소를 그려보였다.
“내가 시험이나 봉인된 신 이런 것들은 그간 대충 들어서 알아.”
호랑이는 주변을 눈에 담았다.
그가 있던 세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이 상황은 단순한 시험이 아닌 것 같다만.”
괴물을 떠나, 무너졌더라도 건물과 도로, 인간들의 복장과 생김새. 그들이 쓰는 능력.
모든 것들이 알베르가 있는 세상과 같지 않았다.
“그리고 왜.”
가장 중요한 것.
“최한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호랑이가 조금 더 케일에게로 다가갔다.
검은 눈동자에 케일의 모습이 모두 비쳤다.
최한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떡하지?’
온갖 생각이 들었을 때, 알베르가 나직이 물었다.
최한이 걱정하던 그 질문이었다.
“왜 자네는 다른 모습이지?”
케일은 아무 말 없이 알베르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알베르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직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자네를 잘 알아.”
그래서 알아챌 수 있었다.
“아까 피를 토하면서 싸우던 자네의 모습은 단순히 시험을 대하는 모습이 아니었어.”
그가 아는 케일은 정이 많아 보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냉정했다.
아까 전투 중에도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오랫동안 알아온 만큼 그 표정 아래에 스며든 절박함을, 어떤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여긴 케일 헤니투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
“여긴 어디지? 분명 너와 관련이 있을 텐데.”
알베르는 케일에게 물었다.
“나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나?”
그는 저를 가만히 응시하는 케일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성실히 듣지.”
알베르는 조금 전 전투할 때의 케일을 떠올리며 덧붙였다.
“무엇이라도. 자네가 말하는 것이라면 말이야.”
그 순간, 케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 눈동자만큼은 다른 겉모습과 달리 케일 헤니투스와 똑같았다.
언제 떨렸냐는 듯 차분해진 짙은 암갈색 눈동자는 한참 동안 알베르를 응시했다.
“저하.”
한참 만에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래.”
알베르는 케일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케일은 한 번 입을 열자,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알베르는 무슨 말이라도 열심히 듣겠다는 듯 자세를 바로 했다.
짧은 정적 뒤 케일의 말이 이어졌다.
“라온은, 온, 홍은 잘 있습니까?”
“…어?”
“애들 말이에요. 잘 있습니까?”
알베르는 순간 김이 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답했다.
하긴 케일 헤니투스가 자신을 보자마자 묻지 않았다는 게 이상한 질문이었다.
“잘 있다. 최한이 말해줬겠지만, 처음에는 좀 많이 혼란스러워하다가 내가 잠들기 전만 해도 다 부순-, 으음. 아무튼 끼니는 론 몰란 가주가 잘 챙겨주고 있어.”
“그렇군요. 잘 먹습니까?”
“그래. 네가 밥 잘 먹어야 한다고 했다고 밥은 아주 잘 챙겨 먹고 있지.”
“그렇군요. 전 빙의자입니다.”
“…어?”
순간 알베르는 제 귀를 의심했다.
호랑이 귀라서 이상한 말이 들렸나 싶었다.
알베르는 담담한 케일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 담담한 얼굴로 케일은 이어 말했다.
“저는 2년 전 케일 헤니투스 몸에 빙의했습니다.”
“…어?”
호랑이의 입이 벌어졌다.
케일은 툭 내뱉었다.
“참고로 전 지금 보이는 이 세상에서 36살까지 회사 다니다가, 어느 날 케일 헤니투스 몸에서 눈 떠 2년째 케일 헤니투스로 살고 있는 김록수입니다.”
알베르는 똑같은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
암흑 호랑이는 멍한 표정으로 케일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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