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74
673화.
창과 방패의 대결.
그 결과는 당연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허무하게 창이 패배했다.
“크윽!”
콰아앙!
창은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거대한 방패를 뚫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하얀 창은 결국 튕겨져 나와버렸다.
‘제길!’
그 창의 주인도 당연히 그 방패에 담긴 완력에 뒤로 밀렸다.
이를 지켜보던 병사 중 한 명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
“결국 또-!”
또.
결국 이번에도 밀려나는 건가?
“…미, 미친!”
하지만 곧 병사의 입에서 이어지는 것은 놀람을 담은 경악이었다.
방패 너머 사자용의 붉은 눈.
그 눈동자는 밀려 나간 창의 주인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 아래.
“나는 아직 팔팔해서요.”
거대한 몸체를 지닌 베이지색 용이 그 몸을 그대로 방패와 부딪쳤다.
콰아아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방패를 잡고 있던 사자용의 팔 하나가 방패 밖으로 튀어나오며 드래곤의 몸체로 향했다.
그 앞발에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자리해있었다.
촤아악!
순식간이었다.
날카로운 손톱은 밀라의 베이지색 비늘을 찢었다.
“밀라 님!”
알베르가 저도 모르게 놀라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담겨 있었다.
“어찌하여, 공격을 그냥-”
그냥 방관하는 겁니까?
분명 알베르는 밀라가 사자용의 공격을 알아챈 듯 시선을 힐끗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밀라는 사자용의 공격을 알고 있음에도 피하거나 막지 않았다.
“한 번 더 가죠. 꽉 붙잡아요.”
대신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의 몸체를, 그리고 앞발을 이용해 사자용에게 달려들었다.
“윽!”
알베르는 황급히 몸을 숙이며 떨어지지 않기 위해 드래곤의 등 위에 바짝 붙었다.
그 순간 그는 생각했다.
‘상당히 저돌적이다.’
마법?
무기술?
밀라는 그딴 것은 쓰지도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몸으로, 그 거대한 몸체로 사자용과 쉴 새 없이 부딪쳤다.
마법의 종족 드래곤.
그 이름에 걸맞게 고룡 에르하벤조차 본체를 드러내 싸울 때, 마나를 제 주위에 둘렀다.
그러나 밀라는 마나조차 두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알베르는 또 다른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지상 최강의 종족 용.
그 이름은 단순히 마법만을 뜻하지 않았다.
그들의 타고난 신체적 특성.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강했다. 밀라의 싸움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무식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방어와 회피는 생각하지 않는 저돌적인 공격.
그렇기 때문일까?
콰아앙, 콰앙! 쾅! 쾅!
끊임없이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에르하벤조차 이렇게 쉴 새 없이 사자용을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물러섰다……!’
공중에 떠 있던 사자용.
알베르는 그 괴물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촤악! 촤아아-!
그만큼 드래곤의 비늘은 공격에 베이고 찢겨졌다.
그러나 반대로 괴물 사자용의 방패는 물론이거니와 그 몸체의 비늘은 찢겨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알베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역시, 평범한 괴물이 아냐.’
드래곤의 비늘을 찢겨내는 손톱.
드래곤의 비늘처럼 생겼지만, 드래곤보다 더 단단하며 어떠한 공격에도 찢겨지지 않을 것 같은 비늘.
사자용이 가진 강함은 단순히 ‘등급 외 괴물’이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기이했다.
그러나 봉인된 신이 머무는 곳을 지키는 마지막 수문장이라고 한다면, 그 기이함은 설명되었다.
콰아앙!
“괜찮으십니까?”
다시 한번 부딪치는 순간, 알베르는 밀라를 향해 결국 묻고 말았다.
괜찮냐고.
상처들이 계속 생기는데, 이렇게 싸워도 되냐고.
알베르의 시선이 잠시 아래로 향했다.
쥐 죽은 듯이 누워있는 고룡 에르하벤의 거대한 몸체가 보였다.
‘에르하벤 님의 상태는 진짜 죽을 위기는 아니지만, 아주 좋지 못해.’
그런데 여기서 밀라마저 그렇게 된다?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밀라 님, 계획대로 하셔야 합니다.”
이번 공격에는 계획이 있었다.
‘저하. 적당히, 하지만 치열해 보이게 싸우다가 라쉴이나 밀라 님이, 혹은 두 용 다 도망을 가버리면 사자용은 위험한 존재가 없다고 판단해 공격을 멈출 겁니다. 그리고 딱 그 시기에 저하가 큰 공격을 받은 척, 부상을 당한 척하면 됩니다.’
분명 공격은 적당히, 그럴듯하게 보이도록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알베르가 보기에 밀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쉬지 않는 격렬한 공격에 알베르는 간신히 붙어있는 것이 다일 정도였다.
“밀라 님, 적당-”
그때, 밀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세자, 보이지 않나요?”
생각보다 차분한 음성. 알베르는 격렬한 공격을 하는 이가 맞나 싶은 담담한 어조에 멈칫하였다.
‘보이지 않냐고? 무엇이?’
그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폈다. 격렬하게 부딪치는 사자용과 밀라.
그리고-
‘웃는 건가?’
용 혼혈 등 위에 올라선, 검은 투구를 쓴 드래곤 라쉴.
그는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에 끼어들 틈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잘게 들썩이는 어깨. 갑옷으로 가려져 있지만 분명히 보이는 저 움직임은 웃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미쳤나?’
저 용이 미쳤나?
약간 그럴 것 같아 보이는 용이라,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알베르는 드래곤 라쉴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
촤아아아-
비늘이 또 찢겨졌다.
“…피가-”
그런데 피가 안 난다.
그리고 이상하게 상처의 수가 늘지 않는다.
알베르는 그제서야 베인 상처 위에 자리하는 미약한 베이지색 기운을 볼 수 있었다.
‘…이어붙이기!’
밀라의 특성 ‘이어붙이기.’
케일에게 얼핏 들었던 용의 특성이 비로소 떠올랐다. 부러진 것을 붙이진 못하지만, 찢겨지거나 깨진 것을 이어붙일 수 있는 능력.
알베르는 탄성을 삼켰다.
‘이렇게 싸우는 것이 이 드래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건가!’
그때, 밀라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 중에서 근력, 지구력 훈련을 한 용은 나뿐일 거예요.”
밀라는 타고난 신체를 더 갈고 닦는 훈련을 계속해왔다.
자신이 가진 특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 결과였다.
“난 지치지만 않는다면. 계속 부딪칠 수 있거든요.”
드래곤의 비늘은 단단한 만큼 쉽게 뼈까지 그 공격의 여파가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비늘의 상처를 끊임없이 회복할 수 있는 밀라의 힘은 결코 쉬이볼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자신의 특성을 무시하고 쉽게 여기던 자들은 자신과 싸우면 늘 먼저 지쳐 떨어져 나갔다.
결코 먼저 쓰러지지 않는 힘.
“그게 얼마나 무서운데.”
그때였다.
“정말 무시무시하네.”
질린 듯, 흥미롭다는 듯. 상반된 감정을 담은 목소리가 밀라의 귓가에 들린 순간, 그녀는 괴물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검은 투구의 라쉴을 볼 수 있었다.
“크크큭.”
라쉴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최한인 척 연기해야 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 이 정도 모습은 제대로 분간이 안 갈 터.
그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 꼰대, 생각보다 웃긴 특성을 가졌잖아?’
라쉴은 밀라의 싸움을 보자 손끝이 근질근질했다.
웃긴 특성이다.
아주아주 무서울 정도로 웃긴.
무투술을 익힌 라쉴이 보기엔 너무나 마음에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참지 못하고 당장 이 괴물 놈에게 달려들어야만 했다.
최한이 건네준 검이 괴물에게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큭, 크크큭! 아예 막지도 않아? 크크큭!”
검과 괴물의 옆구리가 부딪쳤다.
하지만 금 하나 가지 않았다.
왜냐면 오러도, 마법도, 특성도. 무엇 하나 검에 담기지 않았으니까.
“쯧.”
라쉴은 짧게 혀를 찼다.
최한인 척 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의 가장 큰 제약은 라쉴이 자신의 기운을 일으킬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잘못하다간 그의 회색 마나나 특성 ‘불굴’이 발휘되어 하얀 별이 이 속임수를 알아챌지도 몰랐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피하십시오!”
알베르의 외침과 함께 라쉴은 검에서 시선을 떼었다.
밀라의 비늘을 베던 괴물의 손이 라쉴을 움켜쥘 듯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콰아아앙!
라쉴의 입이 열렸다.
“오. 안 구해줘도 되는데?”
검은 뼈만 남은 용 혼혈의 앞발이 사자용의 손을 막아섰다.
“빌어먹을. 제대로 해.”
“위대한 이 몸에게, 뼈만 남은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라쉴의 장난기가 섞인 말에 용 혼혈은 짜증이 치솟았다.
‘이놈은 지금 저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에르하벤과 사자용의 싸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인물 중 하나인 용 혼혈은 사자용이 분명 마법이나 다른 특출난 힘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사자용의 신체적 강함을 누구보다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에르하벤은 죽은 척 중이지만, 사실 그는 특성과 마법, 신체를 다 사용했음에도 결국 시간 끌기밖에 못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할 일이-”
“난 지금 꽤 진지한데?”
“뭐?”
용 혼혈의 시선이 자신의 어깨로 향했다. 라쉴의 투구 안 모습이 얼핏 보였다.
‘음!’
검은 투구 안. 라쉴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내가 말이야.”
라쉴은 중얼거리듯 용 혼혈에게 속삭였다.
“내 특성은, 나한테 불리한 환경일수록 힘을 발휘하는 그런 거거든?”
불굴이라는 특성은 그래서 강했다.
라쉴의 성정과도 궁합이 맞았고.
“내가 지금 그걸 쓰면 안 되는 상황 아냐? 최한인 척 하다가 뒤로 빠져야 하니까.”
“…그래서?”
“그런데 지금 특성이 자꾸 사용되려고 한단 말이지.”
“뭐?”
라쉴은 침을 삼켰다.
“내가 제어하는 데에 땀을 빼야 할 정도로, 지금 내 특성이 현재 상황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단 소리야.”
특성 ‘불굴’이 시전자인 라쉴의 제어를 넘어설 만큼, 현 상황에 강하게 반응했다.
“나도 알아.”
라쉴의 시선이 사자용에게로 향했다. 괴물의 빨간 눈동자가 얼핏 그를 담았다.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저 괴물 새끼가 얼마나 강한지. 위대한 이 몸이 제일 잘 안다고.”
라쉴이 마법, 무투술, 특성을 다 사용해도 몸에 흠집 하나 낼 수 없다고. 그의 특성 불굴이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이런 놈을 잡아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이런 괴물 새끼한테 흠집을 낼 수 있는 게 저 녀석이고?
라쉴의 눈동자가 하얀 갑옷을 입은 자에게로 향했다.
“재밌어.”
아주 재밌었다.
신전을 지키는 가디언 사자용. 그 괴물을 반응하게 하는 것은 고룡 에르하벤 혹은 드래곤 밀라와 라쉴의 합동 공격 정도의 강함이었다.
그런데 그 용들은 지금 저 괴물과 맞설 수는 있으나 상처 하나 낼 수 없었다.
“정말 세상은 희한하단 말이지.”
그래서 재밌는 세상이기도 했다.
“가볼까?”
“당연.”
라쉴과 용 혼혈은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밀라도 그 거대한 몸체로 다시 한번 사자용에게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밀라의 몸이 사자용과 부딪쳤다.
“크윽. 이번엔 안 놓쳐요.”
그녀의 두 앞발이 사자용의 방패를 붙잡았다.
사자용의 붉은 눈동자가 번쩍이며 그녀를 바라본 순간, 괴물은 흠칫 뒤로 물러서며 한쪽으로 몸을 틀었다.
콰아아앙!
“크읍!”
용 혼혈이 신음을 참으며 단단한 검은 뼈째로 사자용의 오른쪽 옆구리와 부딪쳤다.
“윽, 자, 잡았다, 몇 초 못 버텨……!”
그리고 그의 앞발이 날카로운 손톱을 지닌 사자용의 남은 한 팔을 붙잡아 매달렸다.
두 거대한 존재들이 사자용의 몸에 들러붙은 순간.
사자용의 시야에 검은 갑옷을 입은 라쉴의 모습이 담겼다.
라쉴은 갈기로 가득한 사자용의 얼굴로 검을 든 채, 날아들었다. 아니, 마치 로켓처럼 쏘아져 나갔다.
“크하하하! 베어내지 못하면, 뭉개주면 될 터! 얼굴을 뭉개주마!”
사자용과 라쉴.
그 사이에 놓인 최한의 검. 라쉴의 손에 들린 그것은 앞뒤, 양옆으로 시야가 가로막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우우우웅-
라쉴의 검에서 회색빛 기운이 치솟아 올랐을 때.
“…….”
그 순간, 사자용의 입이 벌어졌다.
“!!!”
라쉴의 눈동자가 커졌다.
‘미친!’
사자용의 입안에 붉은 무언가가 생겨나고 있었다.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와 같은,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은 불길하고 사이했다.
라쉴의 입이 열렸다.
“늦었어, 새끼야.”
씨익.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 순간.
라쉴은 정면을 응시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자용의 어깨 너머였다.
“정말이지, 재밌단 말이야.”
사자용의 등 뒤.
괴물이 하찮다고 생각해 신경도 쓰지 않았던 누군가가 그곳에 자리해 있었다.
그 누군가의 손에 들려져 있던 창은 사라졌다.
철컥.
대신 총구가 사자용의 등으로 향했다.
-알베르 크로스만 님. 준비 끝났습니다. 유일하게 ‘사자용’의 비늘을 꿰뚫을 수 있는 무기. 그 힘을 총알에 담았습니다.
8개의 드래곤 날개가 달린 사자용.
그 틈에 조금 모습을 드러내는 사자용의 등.
총구는 그곳을 겨냥했다.
알베르 크로스만의 이마에 한 줄기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 태랑의 목소리가 알베르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이제 쏘십시오.
알베르의 검지가 움직였다.
타앙—!
한 번의 총성이 퍼슬시 창공 위에 울려 퍼졌을 때.
사자용이 멈칫하며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을 때.
푸욱.
총알은 날개들 틈 사이를 지나 사자용의 비늘에 박혔고.
알베르는 입을 열었다.
“폭발.”
-탄환을 폭발시킵니다.
콰아아아앙!
괴물의 등에 박힌 탄환이 폭발함과 동시에 밀라와 용 혼혈, 라쉴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때였다.
“크아아아—-!”
처음으로 괴물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됐다……!’
그 순간,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총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마주해야 했다.
“…위험물 포…착…….”
사자용은 중얼거리며 천천히 뒤돌아섰다. 새빨갛던 눈동자가 검붉게 변하며, 사이한 빛을 뿜어냈다.
“…반드시… 척살… 위험 등급 논외…….”
괴물의 눈동자에는 오로지 알베르만이 담겼다.
씨익. 알베르의 한쪽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진짜 통하네. 그냥 내가 잡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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