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80
679화.
달칵.
바이올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우우—우우–
여전히 마법진에서 토해내는 진동음으로 공간은 잘게 진동했으나, 바이올란은 여유로웠다.
“어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힐스만 부단장을 본 이가 없다고 해.”
힐스만은 당황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아니, 저는 그때 늦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제 자택으로 가서요! 아시잖습니까, 저 혼자 사는 거요!”
그녀는 당황한 듯한 힐스만 부단장을 응시했다.
바이올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말 내가 우습나 보구나?”
마법진이 감싼 공간.
무슨 마법이 담겼는지 알 수 없지만, 요동치는 마나만 보아도 그 위력은 상당할 것으로 충분히 추측 가능했다.
“어제 오후 7시. 힐스만 경은 자택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나갔지. 그리고 정확히 9시. 영주성으로 네가 들어섰지.”
“제가 바로 그 힐스만입니다!”
정말 억울하다는 듯.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힐스만의 표정은 진짜 같았다.
“단지 그 두 시간 동안 제 행적을 본 사람이 없다고, 저를 의심하시다니요! 그리고 정말 확실합니까? 분명 제가 자택으로 들어간 것, 음식을 하려고 불을 뗀 것. 본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저를 본 사람이 없다고 확신하십니까? 바이올란 님답지 않
은 생각이십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묻지.”
바이올란은 찻잔을 집어 들며 물었다.
“힐스만 경. 자네가 단장이 되면 내가 무엇을 해준다고 하였지? 우리 사이의 계약을 기억하겠지?”
그녀의 눈빛은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기억해내야 할 거야. 그렇지 않다면, 자네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마나에 짓눌려 터져 죽을 테니까.”
힐스만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하.”
그는 짧게 탄식을 흘렸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축 늘어지듯이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고는 바이올란 공작 부인을 바라봤다.
“없습니다.”
“…뭐?”
공작 부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반면 힐스만의 눈동자는 굳건했다.
“계약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진실되었고, 힘이 넘쳤다.
“누구보다도 이 헤니투스 영지와 가문, 그리고 품위를 아끼시는 분께서 저와 거래를 한다구요?”
말도 안 된다는 듯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작부인께서는, 아니, 영주 대리께서는 결코 영지 기사단장직을 두고 거래를 하실 분이 아닙니다. 바센 도련님이나 릴리 아가씨가 영주가 되길 원하시는 분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이 헤니투스 영지의 행정과 병력이 깨끗하게 유지되길 원하시지 않습니까.”
바이올란의 입이 열렸다.
“그래… 나는 그러길 원하지.”
힐스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이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힐스만 경은 나와 거래를 했지.”
음!
힐스만의 눈동자가 커졌다.
“바이올란 님! 저는 권력을 탐하지 않습니다! 저를 왜 자꾸 시험하십니-”
“저 힐스만이 단장직에 오른다면, 그에 버금가는 실력이 생긴다면 주군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바이올란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는 케일 헤니투스 도련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그녀는 1년 반 전쯤 힐스만 부단장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케일과 함께 해리스 마을에 다녀온 그는 밤낮으로 검을 휘두르길 몇 달. 그 이후, 기사단장은 허락해주지 않는다며 그녀와 데르트를 찾아와 말했다.
‘케일 도련님이 영주가 되신다면, 기사단장으로서 충실히 주군을 모시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이 영주 자리에 오르셔도 기사단장의 일은 제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 하겠지만, 마음의 주군은 따로 모시고 싶습니다.’
모든 게 기억나지 않지만, 꽤 특별한 기억이라 정확히 기억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참, 그 지위 좋아하는 힐스만 부단장답지 않은 말이었지.”
원래 힐스만과 썩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증명했다.”
힐스만은 이후 변했다.
“누구보다도 훌륭한 헤니투스가의 기사로서 수많은 전투에서 제 몫을 하였다.”
헤니투스 영지에서 펼쳐졌던 많은 전쟁들. 케일과 그의 동료들이 한 일이 많았지만, 그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싸웠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그는 케일이 아닌 헤니투스가 전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함께 들은 데르트 공작은 힐스만이 진정한 기사가 되었다고 하였다.
“힐스만 경은 이 영지, 이 영지에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소중하다고. 자신의 사명을 이제 알 것 같으니, 검이 혹은 방패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꼭 자신을 찾아달라고 했지.”
달칵.
바이올란은 찻잔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에 내 곁에 세울 이로 나는 힐스만 경을 택했다.”
아무리 차를 마셔도 그녀는 제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너는 우리 헤니투스가의 검이자 방패인 자를 흉내 내고 있다. 용서할 수가 없구나.”
케일을 방패 공자라고 하였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검과 방패가 되고자 하는, 그리된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헤니투스가의 기사를 지키는 것은 바로 헤니투스가의 당연한 의무였다.
“힐스만 경은 어디 있지?”
“어디 있냐니요, 여기 있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콰앙!
그 순간, 테이블이 들썩였다.
힐스만 부단장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바이올란 공작 부인에게로 향했다.
마치 독수리의 발톱처럼 억센 손이 재빠르게 향한 곳은 바이올란의 목덜미였다.
콰아앙!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바이올란 공작 부인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여유롭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손에 닿는 것을 쓰다듬었다.
특유의 서늘함을 지녀야 알맞은 비늘은 이상하게도 따뜻하고 몽글몽글했다.
“고맙습니다.”
“아니다, 우리 인간의 엄마야! 나 이 정도는 한다!”
검은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온은 제 등을 쓰다듬는 바이올란의 손길이 사뭇 기분 좋은 듯 방긋방긋 웃었다.
그 순간,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쉽네.”
바이올란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라온 님. 저자를 부탁합니다.”
우우-
마법진과 함께 공명하며 라온의 마나가 공간을, 힐스만을 압박하듯 휘몰아쳤다. 바이올란은 라온의 방어 안에 있음에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용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잡는다! 넌 누구냐?”
어휴.
한숨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힐스만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힐스만 경은 살아있어.”
“뭐?”
그는 고개를 연신 가로저으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자택 지하실에 가면 잠들어 있을 거야. 살펴보니 헤니투스가에 상당히 충직한 사람 같아서, 최대한 상처 없이 곱게 기절 시켰어. 내가 왜 힐스만 경 같은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겠어.”
“…넌 누구지?”
“바이올란 공작 부인.”
힐스만의 탈을 쓰고서 희미한 미소를 짓는 이는 같은 외양을 지녔음에도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그 분위기에서 바이올란 공작 부인은 연륜을 느꼈다. 또한 적의가 없었다.
“흐음. 데르트 그 자식은 배우자 운이 좋나 봐.”
“무슨 소리를.”
“글쎄. 흐음. 이 광경을 누군가 보고 있을 것 같은데. 케일 헤니투스도 보고 있는 건가?”
힐스만의 탈을 쓴 자는 라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온의 목에 걸린 영상통신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씨익. 라온은 힐스만의 얼굴로 짓는 저 낯선 자의 미소가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바이올란 공작 부인. 그리고 아기 용님. 난 말이야, 정말 조용히 구경만 하다가 가려고 했어.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봐야 할 것 같았거든. 하지만 아쉽게 되었어.”
그는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나는 드러나면 안 되는 인간이거든. 그만 가야겠네.”
“누가 보내준다는 거냐! 인간이 너 잡으랬다!”
그는 라온의 말에도 영상통신구를 가만히 응시했다. 상대방 화면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검은 영상통신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뭐야?
“이런, 이런.”
그는 고개를 연신 가로저어댔다.
“케일 헤니투스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영상통신구 너머 케일은 생각했다.
‘이 미친놈은 뭐야?’
그리고 바이올란도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그녀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가 찼다.
도망?
그딴 건 저놈에게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그때, 다시 힐스만의 탈을 쓴 놈이 입을 열었다.
“왜 쥐새끼가 여기 있어?”
그의 시선이 바이올란에게로 향했다.
입은 웃지만 그 눈빛은 차가웠다.
“데르트, 그놈은 도대체 어딨어?”
그가 그 말을 남긴 순간, 케일은, 바이올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케일은 데르트 공작과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역시 이상했던 게 맞았어……!”
죽은 척을 하겠다는 알베르에게 데르트 공작은 말했다.
‘무의미한 희생은 싫어합니다.’
‘의미 있는 희생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에 제가 했던 말을 케일도, 저하께서도 귀담아들으시겠다면. 이 일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회의 때. 데르트 공작은 말했다.
‘…의미 있는 희생이라면, 후대를 위해 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그 뒤, 케일은 최한과 라온에게 말했었다.
‘왜 굳이 거짓을 말하지?’
그가 말한 대상은 힐스만. 그리고 아버지 데르트 공작이었다.
“…고작 그 짧은 사이에……!”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저하! 괜찮으십니까?”
성자 잭이 황급히 알베르에게로 다가갔다.
“괜, 괜찮습니다.”
알베르가 간신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드래곤 밀라가 성자와 알베르 사이에 서며 성자와 하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그때, 하나가 입을 열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어딨지?”
순간 성자 잭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알베르가 보았다.
“어딨습니까? 저하라면 아실 텐데요?”
“하나.”
성자는 거침없는 동생을 말렸다. 그는 드래곤의 눈치를 보며 알베르의 안색을 살폈다.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왜 케일을 찾는가?”
피를 토했지만, 조금 진정이 된 듯 알베르가 하나를 보며 힘겹게 내뱉는 말에 성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한테 기쁜 일이 생겨서. 하나가 이를 케일 공자님께 말씀드리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성자 잭이 하나의 손을 잡았다.
“아, 진짜.”
하나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성자의 손을 더 꽉 잡아주었다.
성자는 환하게 웃으며 알베르를 바라보았다.
“이제 태양신께서 저에게 정화의 힘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리 동생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진정한 치유의 힘을 알려주셨습니다.”
“진정한 치유……?”
“네.”
성자 잭이 알베르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리. 순리의 존재를 도우라 하셨습니다.”
평소보다 더 따스한 미소가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태양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순리로서, 태양신께서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따스하게 감쌀 힘을 주셨지요. 하나도 이 이야기를 빨리 케일 공자님께 하고 싶었나 봅니다. 어찌나 공자님을 찾던지.”
뭐?
알베르의 눈동자가 커졌을 때.
뿌우우우—-뿌우우—-
뿔피리 소리가 퍼슬시 전체를, 일대를 다 뒤덮을 정도로 울려 퍼졌다.
펄럭.
창밖으로 기사단장이 로운의 기사와 병사들을 데리고 출정하고 있었다. 그 뒤를 위퍼 왕국과 정글의 지원군이 따랐다.
저 뿔피리 소리.
그것은 전쟁을 알리는, 최고 등급의 신호였다.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최한!”
그의 머릿속에 어떤 말이 떠올랐다.
이 방으로 들어서던 방문자가 했던 말.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오신만큼 소란스러워 기사단장과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알베르는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 앞에 선 존재.
조금 전 그 말을 내뱉은 자.
“데르트 헤니투스를 잡아!”
쾅!
천장의 구석이 부서지며 그곳에서 최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검이 데르트 헤니투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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