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14
713화.
케일이 메리를 만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알베르 왕세자에게 메리가 머무는 곳의 주소를 받으면 되는 일이지.’
그리고 현재 그가 유령상태이니, 그의 말을 대신 전해줄 존재를 한 명 데리고 가면 된다.
“…드래곤이시란 말씀입니까?”
“지금 그 말을 몇 번 묻는지 모르겠군.”
에르하벤의 고요한 눈동자를 마주한 타샤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케일이 데려올 수 있는 존재는 현재 고룡 에르하벤뿐이었다.
‘변수 확인을 위해 여의주는 한 번쯤 봉인된 신과 부딪치게 해야 돼.’
그 까닭에 여의주는 현재 알베르의 집무실에 있었다. 물론 케일까지 거기 남지는 않았다. 봉인된 신이 케일은 알아볼 확률이 높았으니까.
‘여의주는 죽음의 신이 안배한 물건이니, 나와는 경우가 다르지.’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케일은 타샤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찌하여 메리를 만나시려는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엘프는 물론이거니와 다크엘프도 드래곤을 과하게 좋아하고 떠받치는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타샤는 메리에 대한 걱정으로 에르하벤을 경계하였다.
에르하벤은 그 조심스러운 경계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심부름 왔다.”
“네? 드래곤께서 심부름을 오셨다고요?”
“그래. 케일이라는 녀석의 심부름이지.”
순간, 타샤의 눈빛이 굳어졌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이지?’
얼마 전 하얀 별이라는 녀석이 메리를 만나러 왔다. 메리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공자님’이라고 하며 그를 알아보았다.
어찌하여 지하 도시에서 지냈던 메리가 그를 아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하얀 별은 메리와 둘만의 대화를 청했고, 메리도 이를 받아들임으로서 타샤는 그들 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하얀 별은 알베르와 협력할지도 모를 자다.’
원래 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갑자기 자신을 불러낸 알베르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모님, 하얀 별이 우릴 뒤통수치려고 했더군요. 이건 일단 이모님만 알고 계세요.’
그리 말하고는 집무실에 함께 있던. 백금발의 엘프를 가리켰다.
‘이분은 드래곤 님이십니다. 이분을 네크로맨서에게 소개시켜 주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갑자기 용이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타샤는 아직도 놀라움이 채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용이 케일이라는 존재의 심부름을 왔다고?’
에르하벤은 나름 바짝 긴장한 타샤를 위한 농담이었으나, 타샤는 진담으로 듣고 있었다.
‘으음.’
타샤는 한숨을 꾹 속으로 삼켜내며 여관 최상층 가장 안쪽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여깁니다.”
에르하벤은 고개를 끄덕였고, 타샤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메리.”
곧 소리를 들은 메리가 문을 열 터. 타샤는 긴장을 놓지 않은 채 그 짧은 시간을 어느 때보다도 길게 보내고 있었다.
‘음?’
그런데 이상했다.
“왜 문을 안 열지?”
에르하벤의 말대로 노크를 한 지 좀 되었음에도 메리가 문을 열지 않았다.
‘뭐지?’
타샤는 저도 모르게 문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안이 조용했다.
똑똑똑.
“메리야, 나야. 타샤.”
여러 번 노크를 하고 메리를 불렀음에도 안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타샤는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메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하얀 별이 알베르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혹시 그놈이 메리한테도 뭔 짓을 벌이려고 한 건가?!’
타샤는 얼른 문고리를 잡았다.
“메리! 나 들어간다!”
문고리를 돌렸다.
달칵달칵. 문은 잠겨 있었다.
그때였다.
쾅!
문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타샤의 눈동자가 뒤에 서 있던 에르하벤에게로 향했다. 이미 고룡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뭔 일 생긴 거 아닌가?”
그 물음에 타샤는 대답할 수 없었다.
“비켜보게.”
드래곤에게서 피어오르는 황금빛 마나를 본 순간, 타샤는 곧바로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잠겨 있던 문이 박살 나버렸다.
‘역시 용.’
타샤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속으로 삼킨 채 폭발 여파로 뿜어져 나오는 먼지를 향해 걸어 들어가려 했다.
우우웅- 그러나 그 먼지는 순식간에 드래곤의 손짓에 따라 빠르게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타샤는 문 너머 방안의 풍경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메리?”
타샤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에르하벤은 담담하게 말했다.
“도주 중인가?”
“가출이네요.”
홀로 그 말에 답하는 케일이었다.
‘이건 생각 못 한 광경인데.’
여관의 창문이 뜯겨진 채, 메리가 그 창문을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창문을 통해 도망가려는 의도였다. 왜냐면 메리의 등에는 커다란 짐가방이 들려 있었으니까.
“메리, 또 어딜-!”
정신을 차린 타샤가 기가 차다는 듯, 속상한 얼굴로 성큼성큼 메리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메리는 타샤가 아닌 그녀의 뒤에 선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르하벤 님?”
“호오. 내 이름을 아는가?”
에르하벤은 흥미롭다는 듯 느긋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메리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저를 쳐다보는 로브 속 보랏빛 눈동자를 향해 말했다. 그 태도는 꽤나 호의적이었다.
“‘케일’이라는 녀석의 말을 전하러 왔다. 도망가지 말고, 대화를 해보는 게 어때?”
그 순간, 메리가 즉시 답했다.
“움직이면 도망갑니다.”
“뭐?”
“음?”
타샤, 에르하벤이 순차적으로 반응하며 두 존재의 걸음이 뚝 멈췄다. 메리는 이미 몸의 절반을 창문 밖으로 내다놓은 상태였다.
‘뭐지?’
에르하벤은 메리의 순하고 맑은 눈동자가 날카로운 빛을 띤 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동시에 그 눈동자에 서린 다른 감정도 느꼈다.
‘안타까움……?’
고룡이 처음 만난 네크로맨서는 그를 안타까이 여기고 있었다.
“메리!”
타샤는 놀란 얼굴로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메리를 불렀다. 메리는 어느 때보다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동료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먼저 만나러 가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메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이 말을 해도 되나 안 되나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한 끝에 말했다.
“…보이는 걸 다 믿으면 안 됩니다.”
“뭘 믿어?”
타샤가 말을 걸었으나, 메리의 눈동자는 에르하벤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녀는 몇 번 입을 달싹였으나, 내뱉지 못했다. 잠시 당황하던 메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말을 할 수 없나 보군요.”
그러더니 이내 늘 그렇듯 올곧은 얼굴로 타샤를 바라보았다.
“제가 다 때려 부수고 구하러 오겠습니다.”
타샤는 기가 막힌 얼굴이었다.
갑자기 뭘 때려 부수고, 뭘 또 구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걸 묻기에는 메리의 표정은 단호했고 무엇보다도 지금 메리는 바로 도망가려는 중이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케일은 손으로 눈가를 쓸어내렸다.
“돌겠네.”
알베르를 통해서 듣기론 메리는 타샤의 안내를 받아 찾아온 하얀 별을 만났다고 하였다.
‘하얀 별이 메리를 만나러 온 이유는 한 가지 뿐이지.’
분명 가면을 벗어 보이며 자신이 케일이라고 메리를 속이기 위함일 터. 그는 메리를 시작으로 하나둘 이 시험에 참가한 동료들을 자신의 아래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이리라.
그 때문에 케일은 이 사실을 알자마자 곧장 에르하벤을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이다.
‘물론 메리가 곧바로 봉인된 신을 나라고 믿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봉인된 신이 메리에게 어떻게 말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케일이 아는 메리라면, 섣불리 하얀 별에게 속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의심 중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심이 믿음이 되기 전에 얼른 와보려는 것이 케일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미 하얀 별을 가짜라고 확신하고 있을 줄이야.”
그러니 ‘케일’의 말을 전하러 왔다는 에르하벤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일 터.
왜냐면 현재 메리에게 에르하벤이 전하는 ‘케일’의 말은 가짜 케일의 말일 테니까. 당연히 듣지 않고 피하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케일은 이 상황에서 어쩌나 싶었다. 그때, 에르하벤이 의문 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음. 뭐가 뭔지 모르겠군. 하지만 그 녀석이 한 말은 그대로 전하지.”
“괜찮습니다.”
메리는 바로 도망가려는 듯 몸을 앞으로 숙였다. 에르하벤은 그 뒤돌아선 등을 향해 말했다.
“뒤통수 맞기 전에 먼저 뒤통수 때리자.”
순간 메리의 몸이 멈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뒤돌아 에르하벤을 바라봤다.
“…어떤 표정으로 말입니까?”
메리가 물었고, 에르하벤은 암흑 호랑이를 떠올렸다. 케일의 말을 대신 전하던 암흑 호랑이의 투덜거림을 떠올렸다.
“음. 그 말을 전해준 일행의 말로는 ‘불경한 표정’이라던데?”
슬그머니 메리가 창문 난간 턱에서 한 발 내려섰다. 그러고는 묘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하얀 별이요?”
“아아-”
에르하벤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얀 별 말고 진짜 케일이 말이야. 나도 하얀 별을 만났었는데, 그 녀석과는 달라.”
메리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참고로 한마디를 더 하더군.”
타샤의 눈동자도 번뜩였다. 진짜 케일이라는 존재가 했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녀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의문이 조금 해소되길 바라며 이어질 에르하벤의 말을 기다렸다.
고룡은 상당히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후딱 해치우고 나가자.”
음?
타샤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피곤하고, 쉬고 싶다.”
메리는 두 발 모두 난간에서 내리며 차분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대화를 나눌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허.
에르하벤은 갑자기 이게 무슨 태세 전환인가 싶었지만, 그 역시도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기꺼이 테이블 근처 의자에 앉았다.
메리는 그 맞은편에 자리했고, 에르하벤은 연신 ‘쉬고 싶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정체가 뭐지?’라고 중얼거리는 타샤를 대충 지나치듯 보고는 입을 열었다.
“하얀 별은 현재 로운 왕국으로 흑마법사와 수하들을 끌어들여 난장판을 벌이려고 한다. 이를 케일은 막을 생각이고. 어때? 계속 이야기할까?”
“네. 해주십시오. 그보다 먼저, 케일 공자님은 어디 계십니까?”
에르하벤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방 주위를 가리켰다.
“여기. 이곳에 케일, 그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은 안 보이는 상태거든.”
타샤는 흠칫 떨며 은밀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눈, 코, 귀. 어떤 감각으로도 또 다른 생명체를 탐색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정령이라도 불러 물어보아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메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클로페 경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음?
듣고 있던 케일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클로페? 갑자기 그 녀석 이름은 왜 나오지?
그러다 문득 메리가 마지막으로 클로페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클로페가 한 말이 자동적으로 생각났다.
‘그분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늘 우리를 보고 계시지.’
‘지금도 그분은 이곳에 계시지만 우리의 수준으로는 그분을 볼 수 없다.’
아.
케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메리는 기계처럼 고저 없이 말하고 있었다.
“클로페 경은 케일 공자님에 대해서는 거짓을 언급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케일처럼 정확히는 아니지만, 클로페가 했던 말을 대강 떠올린 타샤가 어쩜 좋냐는 표정으로 메리를 바라보며 탄식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리는 은근히 신이 난 음성으로 답했다.
“그 덕에 속지 않을 수 있었지요.”
…좋은 일이지?
케일은 메리의 말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 케일이라는 녀석이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
“말씀해 주십시오.”
“어둠의 숲.”
메리와 타샤는 에르하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지금 최한이 그곳에서 검은 호수를 처리하는 중이다. 그곳에서 얻은 것들을 네가 가져.”
검은 호수. 그곳에는 시체가 된 드래곤의 죽은 마나와 드래곤의 뼈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알베르 왕세자와 하얀 별이 접선하는 날. 그날 밤, 연금술 종탑에 침투해 죽은 마나를 모두 훔쳐서-”
에르하벤의 시선이 타샤에게로 향했다.
“다크엘프들에게 전달한다. 이는 왕세자와의 거래 내용 중 하나로, 아군인 왕세자와 다크엘프들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다. 그래야 방심한 적을 한 방에 휩쓸어버릴 테니까.”
타샤의 눈이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리는 가볍게 고저 없이 답했다.
“터는 건, 간단합니다. 라온 님과 케일 공자님께 배웠습니다.”
터는 걸 배웠다고?
타샤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고,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그런 타샤를 외면했다.
***
그 시각, 왕세자 궁 집무실에서는 여전히 알베르와 하얀 별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물론 그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얀 별.”
“네, 저하.”
“나는 국왕 폐하 탄신일 행사 기념 전에 모든 것을 확실히 하고 싶네. 그러니 조금 서두르는 느낌이 들더라도 빠르게 일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야.”
하얀 별은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저하의 마음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니 내일 당장 연금술 쪽과 마법 쪽 핵심 인사들을 접선할 수 있겠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하얀 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희는 얼른 로운에 터를 잡고 싶은 마음이라, 언제든 저하께서 편하신 때에 뵈러 올 수 있습니다.”
“아, 왕궁은 좀 그렇고.”
알베르는 씨익 미소를 그렸다.
“혹여나 우리의 만남이 들키면 그렇잖은가?”
“맞습니다.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아니야. 음. 어디 한적한 곳이 좋을 것 같은데, 장소는 내가 곧 정해서 알려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저하.”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하얀 별과 알베르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하얀 별과 알베르는 집무실 문으로 향했다. 알베르는 하얀 별을 친히 배웅하며 친근하게 말했다.
“이 거래는 문서로 남겨둘 생각이야. 계약서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얀 별의 미소가 순간 짙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문서로 남겨져야 완전한 믿음이 생기지요.”
“그렇지.”
알베르는 직접 문을 열며 하얀 별을 배웅했다.
“곧 보세.”
“네. 다시 뵐 순간을 기쁘게 기다리겠습니다.”
하얀 별은 허리를 숙였고, 알베르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종은 곧 그 문을 닫았다. 하얀 별은 굽혔던 허리를 천천히 폈다.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서려 있었다.
문서로 남기면, 그것이 믿음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수도 있지.”
하얀 별은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시종과 함께 알베르의 집무실 앞을 떠났다. 그러면서도 잠시 걸음을 멈춰 뒤돌아봤다.
“분명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집무실에 있는 동안 이따금씩 알 수 없는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하얀 별은 곧 잊었다.
‘이곳은 내 세상이야.’
이 환상은 자신의 것이었기에. 시험의 규칙만 지킨다면 그를 막을 것은 없었다.
달칵.
알베르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검은 천을 걷었다. 여의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접선 때 뒤에 사람을 붙일 건가?”
-당연히.
암흑 호랑이는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에르하벤 님과 또 한 명의 동료가 연금술사 대표 뒤를 쫓을 거다. 그러면 제국 연금술 종탑에 대한 증거 및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터.
“그리고 그다음은?”
-하얀 별을 탈탈 털어야지.
암흑 호랑이는 덧붙였다.
-수도 탄신일 기념행사 전에 다 끝낼 거야.
케일과 암흑 호랑이는 이 세상의 알베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케일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힘을 사용했던 수도 마법 폭탄 테러 사건.
케일의 여정에 시작이나 다름없었던 그 사건이 있던 날.
그날 전에 모든 것을 끝낼 작정이었다.
그러면, 이 세상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새롭게 쓰일 테니까.
암흑 호랑이는 다짐하듯이 중얼거렸다.
-걱정 마. 모든 것은 새로이 펼쳐질 예정이니까.
“그래?”
-이제부터 펼쳐질 일에 무엇을 상상하든, 네 생각보다 꽤 즐거울 거야.
***
“인원은 이게 전부인가?”
-그래.
여의주를 손에 든 케일, 에르하벤, 메리. 왕세자 알베르는 그들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는 타샤에게 말했다.
“가보죠.”
파아앗.
텔레포트 마법의 빛이 그들을 감쌌다.
그들은 오늘 밤 있을 하얀 별 쪽과의 은밀한 거래를 위해 움직였다. 오늘 밤, 케일은 아군의 전력을 대폭 증가시킬 생각이었다.
더불어 연금술 종탑의 추악한 미래를 앗아갈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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