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68
2부 10화
케일의 한쪽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위로 올라갔다. 보일 듯 말 듯 한 그 미세한 웃음을 잡아낸 이가 있었다.
‘무슨 내용이길래-’
주교였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케일에게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사령관의 반짝이는 눈동자. 냉정하고 지쳐 보이던 사령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제 나이 때의 열정이 보였다.
‘이자는 진정한 성자구나.’
신의 말씀을 듣고 저리 표정이 달라지다니.
다음 대 교황 자리를 탐내는 주교였으나, 신관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였기에. 그는 새삼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았다.
-인간아, 주교 표정 이상하다. 좀, 좀 클로페 느낌이 조금 난다!
라온이 아주 귀중한 정보를 알려주었으나, 케일은 이를 흘려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거울의 한 지점을 터치했다.
초대장 내용을 읽어가던 케일이 잠시 멈칫했다.
그는 초대장 한구석에 차지한 도움말을 읽었다.
케일은 깨달았다.
‘…이 세계는 검은 피가 정말 싫구나.’
도움말은 더 있었다.
“으음.”
케일이 유익한 정보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교는 그 진지한 모습에, 자신은 알 수 없는 언어를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 나직하게 탄성을 흘렸다.
투명화한 라온은 케일과 신물, 그리고 두 손을 맞잡는 주교를 번갈아 바라보며 영 찝찝한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케일은 장장 A4용지 3장에 걸쳐 검은 피에 대한 욕과 세계의 현 상황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초대장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흐음.”
초대장의 말미에 적혀 있었다.
그 밑에 처음 보았던 추신보다 조금 더 상세한 추신이 곁들여 있었다.
그리고 추신 아래에는 제약이 적혀 있었다.
“으음.”
거울의 화면이 꺼졌다.
케일은 여전히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거울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령관님?”
“아, 주교님.”
케일은 잠시 초대장 내용에 정신이 팔려 주교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혹시 신물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있을까요?”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건네오는 물음에 케일은 어느 정도는 알려줘야 앞으로 편하겠다 싶어 대충 답했다.
“타 차원의 초대를 받아 그 세계를 방문하여, 음, 일종의 그 세계의 소원을 들어주게 만드는 신물입니다.”
“…….”
주교가 아무 말이 없자, 케일은 설명이 부족했나 싶어 여전히 신물에 시선을 둔 채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이번의 경우에는 멸망해가는 세계를 방문하여 그 멸망 원인을 막아내는 일이 되겠군요. 아마 앞으로 그런 식이 될 것 같습니다.”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더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
주교의 표정이 멍했다.
“…주교님?”
“…네. 사령관님.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주교는 이 신물의 정체를 듣는 순간 깨달았다.
타 차원이니, 타 세계니 하는 상상할 수 없는 아득한 단어들을 듣는 순간.
‘앞으로 사령관이 걸어가는 길은 온 차원을 구하는 일이구나.’
어찌, 이런 일을-
말문이 막혔다.
‘고작 교황 자리 따위가 문제가 아니구나.’
온 차원을 생각하면, 교황 자리는 아주 티끌만큼 작은 위치이리라.
“사령관님.”
“네, 주교님.”
“하시는 일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케일은 새삼 설명해주길 잘했다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교황청에는 알아서 잘 설명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요. 제가 다 알아서, 쓸데없는 시간 낭비 겪으실 일 없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교님. 설명하실 때, 주교님께 드렸던 말씀처럼 상세할 필요는 없고 그냥 적당히 대충 얼버무려서 해주세요.”
“네. 걱정 마십시오.”
“…네. 걱정 안 합니다.”
케일은 갑자기 비장해진 주교의 모습에 작은 불안이 일었으나, 지금은 주교 표정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선을 돌렸다.
“신물은 챙겨가겠습니다.”
“네. 얼마든지 다 가져가십시오.”
음?
뭔가 이상한 소릴 들은 것 같지만, 케일은 일단 말을 이었다.
“타 차원으로 가는 일은 신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저는 오로지 이곳, 휘스시 죽음의 신 신전만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네. 얼마든지 막 사용하십시오.”
“…막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아주 조용히, 아는 이가 없도록 이동하고 싶으니,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게 부탁드립니다.”
만약 주교 자신이라면, 동서대륙 사방팔방에 ‘나 신의 뜻으로 타 차원 간다! 칭송해라!’ 하면서 알려댈 것인데. 눈앞의 청년은 그것을 극도로 꺼렸다.
주교는 진심으로 답했다.
“사령관께서 원하시는 대로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정이 나오는 대로 연락을 드리죠.”
“네.”
케일은 지나치게 수용적인 주교의 모습이 이상했다. 하지만 뜻대로 해준다고 하니 거리낄 없이 없었다.
케일은 신물을 챙겨 들고 투명화한 라온과 함께 왕궁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타, 신전을 벗어났다.
주교를 비롯한 몇 명 외에는 알지 못하는 케일의 방문.
하지만 신물의 존재를 알게 된 교황청에서는 이 방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주교. 그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말 그대롭니다.”
주교는 영상통신구 너머 교황을, 교단 형법부 최고 성기사를, 차기 교황으로 주목받는 3명의 주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신께서는 온 세상을 구하실 분에게 사명을 내리셨고, 우리는 그분의 앞날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주교. 지금 온 세상이라고 하였나?
-주교님. 성자의 출연이 맞습니까?
“성자라.”
주교는 떠나간 케일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작 그 정도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군요.”
-…주교. 모든 사항을 보고하게.
“신의 말씀을 먼저 따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선 조치 후 보고 한다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뚝.
주교는 타 주교가 화를 벌컥 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통신구를 일방적으로 꺼버렸다.
톡. 톡. 그는 책상을 두드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는 해둬야, 앞으로 건들 일이 없겠지.”
신을 위해.
세상을 구할 성자를 위해.
그리고 조금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주교는 막 나가기로 했다.
신물의 소유자와 유일하게 연관된 신전의 책임자이니, 이래도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것은 이쪽이니까.
“흐음. 조용히 알리라고 했지?”
분명 사령관은 알리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알리면 된다고 했다.
즉, 호들갑 떨지 말고 적당히, 하지만 묵직하게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란 소리다.
적어도 주교는 그렇게 알아들었다.
“그건 또 내가 잘하지.”
고아 출신에, 작은 치유력만으로 주교 자리까지 오른 그에게 이 정도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12시.
어느새 자정에 도달한 시각, 주교는 밤의 은밀함을 틈타 신물의 출현과 그 신물의 유일한 주인에 대한 소문을 은은하게 퍼트리기 시작했다.
* * *
“케일 님, 그러면 최대 이동 인원이 10명입니까?”
“그래.”
왕세자가 없는 왕세자 침실.
그곳을 차지한 케일은 텅 빈 수이 칸의 자리를 쳐다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품에 영상통신구를 안은 채 라온이 그를 째려보았다.
“인간아, 나 갈 거다! 우리 빼고 못 간다!”
케일은 눈가를 찡그렸다.
“우리도 갈 거다! 인간은 지켜보지 않으면, 픽픽 쓰러진다! 이 비실한 인간아!”
여기서 우리는 ‘온, 홍, 라온’ 평균 9세 세 명이었다.
최한이 슬그머니 케일의 눈치를 살피다가 라온에게 말했다.
“그래도 거기는 죽은 마나로 뒤덮여서 위험할 텐데.”
“최한아, 죽은 마나를 겪은 경험은 우리도 많다! 다른 초짜들보다 우리가 더 능숙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최한은 라온이 진지하게 말하자, 잠시 멈칫했다. 그 틈을 타 라온은 온이 해줬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케일은 조금 전 영상통신구로 온이 차분하게 했던 말을 라온을 통해 다시 들었다.
“그리고 최한아, 사냥꾼 집단을 상대할 때 대규모 전투가 많을 텐데. 그럴 때는 마법에 능한 내가 유용할 거다. 나는 타 차원 가도 마나라면 조종 가능하다. 왜냐면 백마법 세계의 마나를 아까 전에 유일하게 나만 겪어보면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한의 입이 벌어졌다.
“거기다가 죽은 마나와 독은 다르니, 혹시 모를 어둠 속성 집단과의 전투가 있을 때 독안개가 은밀한 대규모 타격에 아주 알맞은 방법이다. 괜히 검을 빼 들고 마법을 쏘아서 적들의 시선을 모을 필요가 없는 훌륭한 대안이다.”
케일은 덧붙였다.
“…온이 그렇게 말하더군.”
최한은 라온의 고집이 아닌 온의 고집임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누구보다도 라온과 홍을 아끼는 온이 따라가겠다고 했다. 이는 따라가도 되겠다는 온의 판단이 담겨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착한 메리랑 함께 다닐 거다.”
죽은 마나를 다룸에 있어 지금 이 세계에서 최고나 다름없는 메리가 온, 홍, 라온과 함께 한다면.
최한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암튼 그렇게 알아라! 나 없으면 텔레포트도 못 하는 인간아!”
라온이 영상통신구를 품에 안고 냅다 왕세자 침실 창문 너머로 날아갔다. 통보하고 도망가겠다는 제스처였으나.
“난 너 없으면 텔레포트뿐만 아니라, 영상통신도 못 하지.”
라온이 멈칫했다.
케일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영상통신 연결해. 통신할 데가 많아.”
“…알겠다. 암튼 우리는 간다.”
라온이 입술을 삐죽이며 영상통신을 연결했다.
-공자님.
“오랜만이다, 메리.”
메리를 시작으로 케일은 동료들에게 연락했다.
그중에는 동료라기에는 애매한 이도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렇네.”
프레도 공작.
현재 애매한 위치가 되어버린 엔더블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고 있는 뱀파이어 수장. 그가 오랜만에 케일과 영상통신으로 마주 보게 되었다.
-…다른 차원이라. 참 너는 복잡하게도 사는구나.
“너 시간 되냐?”
훅 치고 들어온 질문에 프레도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똑똑한 녀석 한 명 보내주마.
“솔리네?”
-아니. 그 아이는 나보다 똑똑해서 안 되고. 나만큼 똑똑하고 바른 녀석 보내주지. 걱정 말도록. 분명 도움이 될 거다.
믿음직스럽게 말하는 프레도 공작을 케일이 못 믿겠다는 듯 쳐다보았으나, 케일은 프레도 공작이 허튼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곧 왕세자 저하께서 엔더블에 대한 발표를 할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도록. 그리고 헤니투스 영지에서 물자를 대어줄 거야.”
-…….
프레도 공작은 말없이 케일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역시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것은 아들밖에 없구,
뚝.
케일은 영상통신 연결을 꺼버렸다.
“다음.”
“알았다, 인간아! 저 뱀파이어는 갈수록 헛소리가 는다!”
그 뒤에도 영상통신은 몇 번 더 연결이 되었고, 고맙게도 케일의 손을 모두 마주 잡아 주었다.
* * *
“주교님. 도착하셨습니다.”
“…그래.”
주교는 20여 명가량이 들어찰 만한 하얀 기도실 입구를 바라봤다.
달칵.
문이 열렸고, 로브를 써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기도실 안으로 들어섰다.
“사령관님, 오셨습니까?”
“빨리 왔죠?”
“그렇군요.”
후드를 벗어 얼굴을 드러낸 케일이 사뭇 반갑게 주교에게 인사를 건넸다.
케일은 하룻밤이 지난, 다시 자정에 가까워진 시간. 주교를 만나러 왔다.
“그럼, 바로 하죠.”
“네, 사령관님.”
주교는 기도실 벽 쪽으로 물러섰다. 그의 곁에 있던 몇 명의 신전 관계자들도 엄숙한 표정으로 벽에 등이 닿을 듯 뒤로 물러났다.
‘신물이 사용된다.’
오늘 죽음의 신이 내린 새로운 신물이 처음 사용된다.
그 사실로 이곳 신전 관계자들은 심장이 떨리다 못해 손까지 떨려왔다.
케일은 텅 빈 기도실 중앙에 섰다.
고개를 들었다.
천장 중심에 위치한 은은한 하얀빛이 케일의 바로 머리 위에 있었다.
“시작하지.”
그는 동료들에게 말하고는 품 안에서 거울을 꺼내 들었다. 화려한 금장으로 감싼 거울을 보고 잠시 미간을 찌푸렸으나, 케일은 무심한 얼굴로 거울 위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파아아앗-!
거울에서 빛과 함께 화면이 나타났다.
케일의 손가락이 ‘네’에 닿았다.
우우웅—-!
“오오!”
“이런!”
“…오, 신이시여-”
케일을 중심으로 하여 커다란 진이 그려졌다.
그것은 마법진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또한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신전 관계자들은 마치 죽음의 신이 직접 손수 그린 진을 보는 듯했다.
우우웅—
진이 모두 그려지며 완전한 원형을 그렸을 때.
케일은 거울 화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가자.”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동료들이 케일이 있는 진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히히. 인간아, 우리가 지켜준다!
냐아아옹.
냐아옹!
온, 홍, 라온.
“케일 님, 뒤에는 제가 서겠습니다.”
케일의 뒤에 선 최한.
그리고 말없이 케일의 오른편에 서서 씩 웃어 보이는 팀장 수이 칸.
“회춘하자마자, 일이구나.”
쉬라고 해도 굳이 가겠다며 따라나선, 왼편에 선 에르하벤.
현재 인원 7명.
“가자, 메리.”
“네.”
처음 케일이 다크엘프들의 도시로 갔을 때. 그들을 마중 나왔던, 다크엘프 타샤의 오랜 친우이자 전사 중의 전사인 다크엘프 숀. 그가 타샤를 대신해 이 자리에 왔다.
그의 곁에선 메리가 케일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메리. 그곳에서는 네크로맨서가 황제만의 유일한 힘이라고 해.’
그녀의 귓가에 케일이 건네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케일은 메리까지 진 위로 올라선 것을 보고 시선을 진 밖으로 옮겼다.
“가겠나?”
“네.”
아직 진 안으로 들어서지 않은 자가 후드를 벗어 내렸다.
숏컷에 보랏빛 머리칼을 지닌 여인이 무뚝뚝한 얼굴로 진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프레도 공작이 자신 대신에 보낸 뱀파이어였다.
‘어른 용 하나에, 다크엘프 하나, 뱀파이어 하나, 네크로맨서 1명, 소드마스터 1명, 애들 3명, 환생한 애 1명.’
케일은 거울 화면을 바라봤다.
“그래.”
케일이 초대에 답했고, 검은빛이 진에서부터 위로 솟구쳐올랐다.
조금도 불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검은빛이었다. 오히려 따스함을 머금고 있었다.
케일은 제 몸을 감싸는 따스함이 죽음의 신 것이라 생각하자 떨떠름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물은 작동했으며, 곧 검은빛이 사방을 향해 터지며 지켜보던 신전 관계자들의 눈을 어둠으로 가려버렸다.
“어?”
그리고 어둠이 가시고 난 기도실 중앙에는 진과 함께 케일 일행이 사라져 있었다.
* * *
어둠에 감싸인 케일은 죽음의 신 목소리가 들려왔다.
징그럽게 존댓말 하면서 안내하였는데, 저도 모르게 케일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내음은 계속되었다.
조력 집단이라는 정화의 불 교단.
케일의 표정이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도착 장소가 조력자 집단의 중심이니, 한결 일이 편하겠어.’
그는 조금씩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파아아앗—!
어둠이 사라지며 케일의 눈앞에 환한 빛이 조금씩 들어찼다.
깜박깜박.
몇 번 눈을 깜박이자 제대로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대리석 기둥으로 지탱되고 있는 하얀 공간.
그 중심에 있는 원형의 커다란 제단.
케일은 자신이 그 제단 위에 일행들과 함께 서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정화자를 뵙겠나이다!”
“정화자를 뵙겠나이다!”
기다란 붉은 신관복을 입은 수백여 명이 일제히 케일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머리를 땅에 닿을 듯 아래로 숙였다.
-…인간아, 이거 뭐냐?
그러게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