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85
185. 공연기획 (6)
“그래서 오사카는 ‘제이슨 러브’에 모였고 도쿄는 ‘재선 러브’에 모였다고 하네요. 둘 다 샤이닝로드 시절의 팬들이 사실상 주축이고요. 절반 이상은 신규 팬이지만 초기에 팬카페를 만든 사람은 그들이라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이고요.”
“팬클럽 하나로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그런 것 같아요. 더구나 얼마 전, 후쿠오카 콘서트 직전에 ‘구주의 제이슨’이라는 팬카페가 생겨 사실상 세 개라고 하네요. 다 따로 만들어서. 거기도 본토와 따로 논다고 하니까요.”
“주고쿠의 히로시마는 없대요?”
“거기는 그냥 관서의 오사카로 모인다고 하고요.”
마치 한국의 영호남과 수도권이 따로 모이는 것이나 마찬가지 모양새였다. 세 개로 팬클럽이 나눠지면 팬미팅을 해도 세 군데서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이주나씨의 생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 그냥 따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셋으로 나눠도 회원이 3000명 이상은 될 것도 같으니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도 팬클럽이 커지면 영남지부, 호남지부가 따로 있기도 하니까요. 모든 행사를 서울에서만 한다고 불만이 생겨서 따로 나가기도 하고요.”
아예 처음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샤이닝로드의 팬에서 연결이 되는 상황이라 그런 갈등마저 이어지고 있었다. 한 번 분열이 된 상황이라 봉합이 되지 않고 있었다.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를 해보죠. 결론을 빨리 내려줘야 문제가 커지지 않을 것 같군요.”
박재선도 심각할 수가 있기에 날을 잡아서 창단식을 하러 가기로 했다. 창단식과 팬미팅을 겸하면 될 것도 같았다.
“그리고 마닐라와 하노이, 호치민도 팬클럽 만들겠다고 하고 있고 방콕과 자카르타, 대만, 싱가포르도 있는데 회사에서 승인만 해주면 자체적으로 만든다고 하고요. 반면에 홍콩과 중국은 팬카페도 금지가 되었고요.”
중국은 점점 이상한 세계가 되는지 외국 연예인의 팬카페 활동이 금지되었다. 물론 외국 연예인의 반중국 발언도 문제가 되지만 사실 중국을 비판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다 생기면 팬클럽들의 팬미팅만 해도 한 달은 걸리겠는데.”
“이번 일본 OST 콘서트와 이번 앤 플로린의 콘서트를 통해 팬의 숫자가 배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유럽에도 속속 팬카페가 개설이 되고 있어요.”
이주나가 여기저기 새로 생긴 팬카페에 대하여 언급했다. 아이튜브에 여러 공연 영상이 올라가면서 세계 곳곳에 팬이 급증했고 보통 몇 백 명이던 회원수가 이제는 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유지한 팀장과 김운찬, 조현민, 강진희는 모처럼 실장들이 모이는 회식자리를 갖게 되었다. 김운찬이 박재선과 같이 일본에 갔다가 돌아온 것을 기념하여 갖는 자리이기도 했다.
박재선은 직원의 해외출장 시에 출장비를 충분히 주는 편이라 남는 출장비로 동료에게 한 턱 내기로 했다.
“10월 25일부터 연습생 모집이 시작되었고 1차 심사를 진행 중이죠? 지원한 애들 중에 쓸 만한 애들은 좀 있어요?”
김운찬은 식사가 시작되자 그 일의 책임자인 유지한 팀장에게 물었다. 사무실의 인원들은 콘서트 준비를 하는 상황이지만 유지한이 이끄는 AR팀은 연습생 모집을 준비 중에 있었다.
유지한의 밑에 정규직 트레이너와 프리랜서 트레이너가 8명 있고 그들이 1차 심사를 하고 있었다.
“괜찮은 애들도 몇 명 지원한 것 같아. 완성도와 잠재력으로 평가를 하여 이원화를 하여 리스트를 만들고 있지. 일단 대표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야지.”
유지한의 말에 조현민 실장이나 강진희 실장이 의아한 기색으로 바라보았다.
“중고 신인의 경우 연습생으로 2년 이상 있었기에 완성도가 높지. 응모한 애들의 실력만 놓고 보면 오래 연습생을 한 애들이 평균적으로 높아. 하지만 그런 애들은 실력이건 컨셉이건 어쨌든 맞지 않아서 데뷔조에서 탈락한 애들이 대부분이야. 반면 이제 막 시작한 애들이나 생짜들은 미숙하지.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면 오래된 애들만 뽑히는 사태가 벌어지지.”
“그러면 데뷔 준비조와 육성반으로 나눠 선발하는군요.”
“1차 선발을 하여 대표님에게 보고하고 대표님이 검토하여 확정을 하고 2차 오디션 일정을 통보하기로 했어.”
“그러면 사실상 대표님이 선발을 결정하는 것이군요.”
조현민 실장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유지한 실장이나 다른 트레이너들은 예심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연습생 선발에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지. 오디션도 그 때문에 오후 다섯시부터 여덟시까지 진행을 하기로 했고 1주일에 이틀을 한다고 하니.”
박재선의 일정이 바빠 오후에 하기로 했다. 물론 학생들 시간을 고려한 것이라 하지만 박재선 때문이기도 했다.
“원래 JS엔터의 출발이 대표님의 음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후에 대표님이 만든 노래를 불러줄 아티스트를 모으고 관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 기조는 연습생을 선발하고 새로운 아이돌을 데뷔시키는데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김운찬 실장이 유지한 팀장의 말에 반박을 했다. JS엔터는 다른 기획사와 출발 자체가 달랐다. 비슷한 곳을 찾는다면 유희성의 유성엔터가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런 기조가 정상은 아니지만 박재선은 그 기조를 고수하고 있었다.
“혹시 트레이너들이 뭐라고 합니까? 뭔가 불만이 있어요?”
김운찬이 다소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그건 대표인 박재선에 대한 불신이고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사실 트레이너들을 유지한 팀장이 추천하고 박재선이 면접을 하여 채용한 상황이지만 박재선에 대한 접점이 별로 없었다.
“우리야 박 대표님의 능력을 알지만 그들은 아직 아니죠. 더구나 워낙 외부 소문이 좋지 않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으니 믿음이 가지 않기도 하고요.”
강진희 실장이 다른 회사 매니저나 트레이너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현장에 나가면 그들과 같이 대기하는 상황이니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외부 소문이 좋지 않다니 뭘 말하는 겁니까?”
“그거야 워낙 많지만 대표 맘에 들지 않으면 누구도 영입하지 않고 노래도 대표가 만든 노래 아니면 부를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직원도 능력보다 대표에게 딸랑거리는 사람으로 뽑는다는 말도 있고요.”
“어이가 없네. 강진희 실장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지는 않지만 외부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사실 우리 회사에 오려는 사람은 많지만 받아주는 경우는 극소수이잖아요. 연예인이나 직원이나.”
강진희 실장의 설명을 들으면 연예인도 박재선이 맘에 들어 하지 않으면 거절하고 직원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평판과 인성인데 꽤 이름 있는 트레이너 중에 몇몇이 온다고 의중을 밝혔다가 내가 거절한 것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났어. 뭔가 한 가지씩 흠이 있었고.”
사실 트레이너 중에 상당수는 전직 아이돌로 데뷔한 자들이었다. 3군에도 들지 못해 1~2년 활동하다 해체가 된 아이돌 그룹 출신들이 결국은 트레이너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박 대표님 어디서 듣는지 모르지만 좋지 않은 소문을 들은 사람은 칼 같이 잘라내는 편이고. 그러니 이름이 있는 자, 실력 있다고 하는 자가 대부분 탈락했어. 떨어진 사람이 말 잘 듣고 아부하는 자들 뽑는다고 소문을 내는 상황이지.”
유지한 팀장이 보충설명을 했다. 강진희 실장은 그런 설명에 대충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있다고 그걸 당사자나 외부에 밝힐 수는 없는 일이고 조용히 탈락시키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인데 적반하장으로 험담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보너스를 지급한 후에 소문이 더 안 좋아졌어요. 아마도 배가 아픈 것도 같고요.”
강진희 실장은 그런 사실을 말하고 이번 연말에도 보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 기대가 되지만 더 좋지 않은 이야기가 돌까 염려를 했다.
박재선은 오철환 감독과 성지은을 보면서 뭐라고 대답을 할지 난감했다. 그 두 사람이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이런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고 있었다.
조연, 그것도 약간 바보스러운 역할을 하라는 상황이었다. 다른 드라마 관계자라면 말을 꺼내는 순간 화부터 내야 하지만 이번에 맡을 역할은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였다.
“설마 양석길로 출연해 달라고 하는 말인가요?”
그러면서 성지은을 보았다. 생글거리면서 박재선을 보고 있었다. 물론 연기력 있는 조연은 조금 모양이 빠진다고 기피했고 경력이 없는 자들은 연기력이 딸려서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당장 촬영이 임박해지자 급할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말을 하더니 결국 이런 방식으로 보복을 하고 있었다. 일종의 심술인데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외모 괜찮고 연기력이 되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신인 중에 한다고 해서 시켜보면 영 느낌이 살지 않아요. 더구나 마지막에 성연이 준호와 결별하면서 최후로 보루로 생각할 정도이니 어느 정도 매력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좀 어려워요.”
좀 망가지는 역할이라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실제로는 멋있는데 자괴감에 사로잡혀 바보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미남 배우는 기피했다. 찌질한 고구마 연기를 해야 했다.
“주말에 콘서트를 한다고 하지만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박 대표님이야 연기력이 되기에 어렵지 않을 것도 같은데. 거기다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보고, OST를 만들려면 현장 분위기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니 방문도 해야 할 것이고. 카메오로 출연하는 기분으로 나와.”
성지은은 즐거운 표정으로 부연설명을 했다. 엘프의 여왕에서 성지은이 박재선을 바라보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정 반대의 역할이었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고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 중에 하나잖아. 주연보다도 더 임팩트가 있는 역할이고. 사실 양석길 사라지면 드라마 자체가 안 되잖아.”
“개런티 얼마 줄 건데요?”
“중요도건 출연빈도건 대략 7위이고 그 정도라면 1500만 원 정도인데 2천만 원까지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박 대표님이야 개런티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드라마가 성공해야죠.”
오철환 감독이 입가에 미소를 억지로 지우면서 당위론으로 밀어붙였다. 스토커 기질마저 있는 양석길의 찌질함은 자칫 무겁거나 막장으로 가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해. 멋진 실장님도 좋지만 이런 역할도 한 번 해봐야지. 아마 가장 동 떨어져 있으면서도 가장 주제를 관통하는 역할이잖아.”
박재선은 오철환 감독이 내미는 출연계약서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누군가 하긴 해야 하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내키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러니 하겠다는 소리가 선뜻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못하겠다고 하면 이율배반적인 행위였다.
“천우현 선배는 어때요? 그 선배라면 잘 할 것 같은데. 최근에 재기하기 위해 나오는 것 같고 비중 있는 역할 찾던데.”
박재선은 미남배우이지만 4년 전에 음주운전으로 인해 세간의 평가가 추락한 한 배우를 지목했다. 음주운전이지만 음주운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에서 문제가 된 사람이었다.
술 먹고 대리 불러 귀가를 하다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어 제대로 주차를 시키기 위해 음주운전을 했다. 그걸 신고하고 인터넷에 공개한 사람이 대리기사였다.
나중에 아파트와 주변의 차량 블랙박스를 공개하여 어쩔 수 없이 안전을 위해 운전을 한 것이 밝혀졌지만 음주운전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불가항력으로 무죄라고 판결이 내려졌지만 음주운전자란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천우현도 괜찮지만 굳이 그를 캐스팅할 이유는 없지. 괜히 네 작품에 똥물을 튀길 필요는 없잖아.”
성지은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괜히 자기발등을 찍은 기분이 들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으면 결국은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혼자 지랄발광을 하는 경우가 많아 촬영도 따로 몰아서 하면 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장점도 있었다.
“말이 씨가 되었네요. 어쩐지 그 말을 들을 때 소름이 돋더라니. 아휴, 한데 이거 세미 베드신도 있는데.”
“그래서 기대가 되기도 해. 하필 망상 속에 메이드 복을 입은 하녀로 등장해야 하니.”
망상을 하는 장면이 몇 개 있었고 그것도 성적인 판타지이기에 그 대상인 성지은과 촬영을 해야 했다. 전에 찝쩍거린 성지은과 밀접촉하는 장면이라 난감하기도 했다.
“망가지는 역이지만 나름 순정남이지 않습니까?”
박재선은 더 말을 해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머쓱하니 웃고 말았다. 그러다가 굳이 성지은이 이런 자리에 동행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보다가 자신을 추천한 것이 성지은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