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214
214. 정규앨범과 단독콘서트 (2)
박재선은 방안에서 혼자 있지만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난감했다. 그의 앞에 뭔가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반물질사념체, 귀신이 박재선을 빤히 보고 있었다.
가고시마에서 아시아뮤직페스티발의 공연을 마치고 난 후에 철수를 하다가 접한 귀신이었다. 난데없이 귀신이 등장하자 놀랐지만 부작용이 걱정되어 흡수하지 않기를 바랐다.
결과적으로 흡수를 하지 않아 다행인데 문제는 그 귀신이 박재선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같이 다닌다는 사실이었다. 살아있을 때 어떤 존재인지 모르지만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귀신이었다.
복장을 보면 2차 세계대전 전후에 죽은 귀신으로 보였다. 신식 복장이지만 어딘지 조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스커트도 종아리 중간까지 내려왔고 상의에는 레이스까지 달려있었다.
흡수를 하지 않으니 후유증은 문제가 아닌데 시각적으로 문제가 컸다. 특히 혼자 있거나 잠자리에 들 때 계속 지켜보는 것이 끔찍했다. 그렇다고 흡수하기도 꺼림칙했다.
박재선은 몇 번 사념체의 잔존 기억을 살피기도 했지만 흡수할 때처럼 선명한 기억은 읽을 수가 없고 그저 단편적인 것만 몇 가지 알 수 있었다.
‘그냥 흡수를 해?’
그런 생각을 하자 귀신의 몸체가 흡수되려는 기색이었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자 다시 멈추게 되었다.
‘단편적인 것만 살피면 화가인 것도 같은데. 가고시마 해변에서 이젤을 앞에 둔 장면이 보이기도 했고. 그런데 해안에 온갖 군함이 보이기도 했고.’
군함이 다니는 상황에서도 한가하게 그림을 그리는 여자라면 꽤나 부유층이었을 것도 같았다. 마지막에는 하늘에서 비행기가 나타났고 그 폭격으로 죽은 것도 같았다. 그저 단편적인 기억이니 그것이 끝인지 중간인지 애매했다.
박재선은 몸 상태를 살피면서 고민을 했다. 이대로 귀신과 같이 다닐지 그냥 흡수할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냥 떼어낼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한 번 다가온 귀신은 떼어낼 수가 없었다. 바로 흡수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면 이름도 없는 무명화가일 것인데.’
젊어서 죽었다면 변변한 작품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니 아무리 재능이 좋아도 무명일 수밖에 없었다.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자들이 한이 남아 귀신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몸 상태라면 받아들일 여지는 있는데 그냥 받아들이자.’
박재선은 눈을 질끈 감고 그런 결심을 했고 그러자 귀신이 몸 안으로 흡수가 되었다. 상당히 강한 기운이었다. 전에 흡수한 기운 중에 가장 강한 기운은 원귀가 되었던 박진성인데 그에 버금갈 정도였다.
‘뭐야? 가고시마에서 폭격으로 죽은 군인들의 기운마저 흡수한 것인가? 한귀였는데 전장에서 죽은 원귀를 흡수하여 더 강해진 것인가? 물론 폭격으로 죽은 것이니 순수한 한귀라고 할 수도 없겠군.’
미국의 폭격으로, 그것도 처음 가고시마를 폭격한 2월에 죽고 말았다. 전시라서 폭격이 있을 것이라 했지만 그런 사실을 믿지 않고 평상시처럼 생활했는데 진짜로 폭격이 이루어지니 대비도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이노우에 스미꼬라? 귀족가의 여자인가? 이노우에 후작이란 자가 있었던가? 상당한 고위직으로 보이는데. 그건 잘 모르겠군.’
스미꼬는 전쟁이 한창인 시절에도 그림을 그리면서 전장에 나간 약혼자를 기다리는 귀공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여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 해변에 위치한 저택에서 해군대장인 이노우에 후작의 보호아래 여유 있는 일상을 보내었다.
‘그림을 꽤나 잘 그리는 것 같군. 거기다 검술의 대가였다니? 그것도 이도류의 대가인가?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가문의 검술 스승이란 자들과 같이 훈련을 하다니?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을 당할 수가 없었군. 저택에 폭탄이 떨어져 모든 사람이 다 폭사를 하고 말았으니.’
그 저택이 있던 곳이 바로 아시아뮤직페스티발이 개최된 장소였다. 그렇기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었다. 만화가에 이어 화가까지 흡수해서 그런지 미술에 대한 시각이 다르게 느껴졌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마저 생기고 있었다.
박재선은 몸 상태를 살폈다. 강한 기운을 받아들였지만 다행히 몸에 큰 무리가 간 것은 아닌지 멀쩡했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어떨지 모르지만 그것도 시간이 가면 알려질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전처럼 해결하면 되었다.
‘이게 득인지 실인지 모르겠군. 음악, 연기, 연출, 문학, 격투기, 만화, 미술, 심지어 검도까지. 물론 연습을 해야 습득을 하겠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전문가의 수준이라니.’
박재선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좋기에 그 재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음악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겠지만 성과는 더 클 것 같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박재선은 정규앨범을 준비했다. 기존에 발매한 12곡에 신곡 4곡을 합해 16곡을 넣기로 했다. 발매한 후 대략 3주 정도만 방송에 나가기로 했고 그 이후에는 전국을 순회하는 단독콘서트를 준비했다.
방송에 나가는 것은 시간만 많이 잡아먹는 일이고 박재선처럼 이미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경우에는 크게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굳이 길게 활동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1위 후보에 오르면 나가야 하지만 단독 콘서트 같이 기존에 일정이 잡힌 경우에는 신인이 아닌 경우에 나가지 않고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보내거나 뮤직비디오를 내보내면 되었다.
“총 12개 도시에 2개월에 걸쳐 30회의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실내 공연장 위주로 하고 한 곳에서 최소 2회를 공연하도록 하고 서울의 경우는 4회, 광역시는 3회 정도를 할 예정입니다.”
다행이라면 서울의 경우 시작과 끝으로 나눠 2회씩 할 예정인데 돔 구장을 이용할 수가 있었다. 홈팀의 원정경기가 잡힌 시점으로 대관을 할 수가 있었다.
“이틀 공연하고 이틀 쉬는 개념인데 상황에 따라 3일 연속 공연할 때도 있고 하루를 쉬거나 사흘을 쉬는 경우도 있군요.”
“그렇습니다. 사흘연속 공연을 하면 부담이 되겠지만 그럴 경우 게스트 공연을 넣어 중간에 휴식을 갖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독 콘서트라고 해도 게스트가 필요했다. 환복을 하거나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다른 공연자가 매워야 했다.
“일단 대관 상황에 따라 변경이 되겠지만 이대로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무대 준비는 예당이 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무대세트, 조명, 음향, 특수효과까지 일괄로 맡기기로 했고 기존의 자료를 토대로 무대세트를 디자인할 것입니다. 국내 어지간한 공연장 자료는 다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고 오케스트라는 별도로 준비해야 하죠?”
박재선은 앨범 준비를 하면서 콘서트도 준비했다.
“네, 이운열 단장의 SBC 오케스트라는 동원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청라교향악단과 교섭 중인데 세션을 15명가량 추가로 모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의 단원이 실력이 부족한 면도 있고 일부 악기는 없는 경우도 있고요.”
유희정 팀장이 보고를 했다. 그런 내용 자체는 다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를 3개월가량 통째로 렌트하는 개념이고 그 기간 동안 연습비나 추가적인 비용을 전부 다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단독 콘서트인데 굳이 오케스트라를 동원할 필요가 있는지요? 밴드 세션에 색소폰이나 바이올린 정도만 추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밴드를 섭외하면 좋지만 한국은 실력 있는 밴드가 세션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세션을 섭외하여 밴드세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오케스트라가 낫죠.”
박재선은 밴드가 가진 일종의 고집을 알기에 그들을 고용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언더에서 실력 있는 밴드를 발굴하여 고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쉽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밴드세션으로 활동하는 그룹도 많은데 한국은 무조건 보컬로 활동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코러스와 안무를 맡은 예술단은 강희자 예술단이군요.”
“기존에 쓰던 곳도 SBC와 연결이 되어 있는데 평일과 주말 전부를 다 사용하기에 일정이 맞지 않아 다른 업체를 골라야 했습니다. 그들도 공연 계획이 있지만 우리와 계약할 수 있다면 취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계약을 하면 객원 단원을 추가하여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합니다.”
실력이 좋은 프리랜서를 고용하여 프리마돈나 역할을 시킨다고 했다. 그런 실력자는 전속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두 곳은 해외 공연까지 염두에 두고 계약을 하기 바랍니다. 국내 순회 콘서트가 끝나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순회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것도 국내 콘서트를 하는 동안 준비해야 합니다. 대략 5개 도시 10회 공연 정도로 생각 중입니다.”
“그 점도 이미 말해놓은 상황입니다. 그들도 장기 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입니다.”
박재선은 콘서트를 할 때까지 제대로 준비를 할지 걱정이 되었지만 연습을 제대로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몇 사람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있었다. 바로 그동안 드라마 제작을 하느라 수고한 사람들 중에 박재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모인 자리였다.
오철환 감독과 최영진 감독, 성지은과 한지영이 그들이었다. 나머지 인원은 직접적인 친분이 없기에 굳이 부르지 않았다.
“오철환 감독님. 드라마 성적이 꽤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결국 20화로 편집한 것 같습니다. 감독님은 16화 대본을 20화로 만드는 능력자 같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하면 꼭 분량이 남았다. 물론 유지은의 ‘사랑스러운 엘프의 여왕’은 중간에 대본을 수정했고 박재선의 ‘이별의 시간’도 일부 수정을 했지만 역시 20화로 편집을 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물론 시청률이 좋아서 방송국에서도 환영하는 편이지만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오철환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 현재 14화까지 방송이 되었고 시청률도 27%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사랑스러운 엘프의 여왕과 비슷한 추세이긴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드라마가 10%대 이상을 기록하는 상황이라 상승이 쉽지 않았다.
“그보다 양석길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아요. 이번 드라마가 성공하는데 가장 공이 큰 것 같아요. 성연보다도 더 사람들이 잘 아는 것도 같고. 가장 유명한 캐릭터죠.”
옆에 있던 성지은이 얼굴에 웃음기를 담고 그 사실을 언급하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박재선은 달리 뭐라고 할 수가 없어 그저 웃고 말았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에 모두 다 양석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최 감독님은 얼마 전에 촬영을 다 마쳤죠?”
“그렇습니다. 12화까지 방송이 되었고 26%까지 시청률이 올랐습니다. 지금 마지막 18화를 편집 중에 있습니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잘 마무리를 지었으면 합니다.”
그리 잘 아는 사이가 아니기에 그 정도로 격려를 해주었다.
“한지영씨의 연기에 다들 놀라는 것 같더군요.”
“제 연기보다 대본이 좋고 최영진 감독님의 연출이 좋아서 그런 거죠. 거기에 제 분량이 많아 돋보이는 것도 있고요.”
한지영이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대답을 했다. 사실 이번 드라마로 한지영은 최고의 연기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성지은이야 원래 정상급 연기자이기에 달리 평가가 올라가지 않았지만 한지영은 주연급이지만 연기력에서 다소 의문을 표하는 실정이었다.
“이번에도 OST 성적이 괜찮은 것 같아요. 두 분도 한동안 OST로 활동을 하실 거죠?”
성지은이나 한지영도 각기 주연들의 테마송을 불렀다. 성지은은 가창력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뛰어나 제법 인기를 얻고 있고 한지영은 아이돌 출신답게 가창력도 뛰어나서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