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27
27. 27. 또 다른 행운 (2)
“어쨌든 에러가 난 원인을 조사해야 하니 신고는 해야 합니다. P304 중계소에서 로그기록을 받아서 제출해야 합니다. 아울러 무인사서함의 당시 오퍼레이팅 리포트도 받아서 제출해야 하고요. 이거 자료 준비 비용만 2천 코인은 깨지겠는데요. 손해가 얼마야? 에러 내역 분석도 별도로 해야 하고.”
모든 것은 워프통신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 그것이 모두 비용이었다. 워프통신은 일반 통신과 달리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워프만큼 비용이 소요되었다. 광년 단위의 거리에서 소식을 주고받으려면 통신으로 해도 1년 이상이 소요되니 공간이동 방식인 워프를 이용해야 했다.
워프통신은 저장매체에 파일을 넣어서 워프를 시켰고 그것을 수신하여 열람을 하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재전송했다. 행성마다 워프센터와 워프통신 기지국이 있고 그곳에서 외부로 나가는 워프통신을 관장했다.
“그나마 2급 관리품목이라 다행이지. 1급이었다면 워프 추적명령이 떨어져. 그러면 추적비용으로 20만 코인을 납부하는데 회사가 망하는 수가 있어.”
하지만 그런 워프오류는 곧 잊히고 말았다. 워프 배송업체는 다소 손해를 봤지만 보험으로 처리를 했기에 큰 타격은 없었다.
그렇게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한 생체나노머신의 워프 유실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들 배낭을 메고 낑낑거리면서 뱀사골 입구에서 등산로를 따라 이동했다. 등산은 뱀사골에 갔다가 다시 입구 야영장 쪽으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였다.
“뱀사골은 피아골, 노고단, 천왕봉 등과 더불어 지리산의 유명한 명승지 중에 하나입니다. 원래는 뱀사골에서 피아골로 넘어가는 것을 계획했는데 갈 수가 없다고 해서 중간에 다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강성필이 나서서 어느 정도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등산로 휴식년 때문인가요?”
“정답, 맞습니다. 등산로 휴식년 제도로 인해 일부 등산로가 일정기간 폐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을 했다. 박재선이나 강성필, 조윤희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멤버들은 짐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숨을 헐떡이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고작 3~5㎏의 짐을 더 휴대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개인용품을 가진 상황에서 추가한 것이니 만만치가 않았다.
“너무 힘든 것 같은데 저한테 주세요.”
박재선은 최대윤에게 다가가서 짐을 들어준다고 했다. 최대윤은 강성필과 비슷한 나이로 가요계 선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너무 힘든 기색이라 챙기기로 했다. 한 때 파워로커였지만 지금은 나이 들어 힘들어 했다.
“대윤이 형님은 좋겠네요. 박재선씨가 가요계 선배라고 챙겨주기도 하고요. 나는 그런 사람도 없고 안타깝네요.”
오영석이 힘들다면서 그런 후배가 없다고 타박을 했다. 오영석도 나이가 마흔에 가까웠다. 하지만 곽부성도 비슷한 나이이기에 연기자 출신일지라도 챙기기는 다소 애매했다. 또한 조윤희는 여자이기에 그걸 기대할 수는 없었다.
“넌 그 나이에 골골대면 안 되지. 나 때는 말이야 ….”
“하여간 그놈의 ‘나 때’, 꼰대 아니라고 할까봐 또 나오네.”
짐을 박재선에 넘긴 최대윤이 오영석의 앞에서 홀가분한 기색으로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둘이 어떻게든 분량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내가 네 나이 때는 군장을 메고 달렸어. 성필씨 알죠? 리얼맨에서 백리행군 완주한 것을요?”
“5㎞ 가다가 뻗어서 60트럭으로 이동하고 다들 복귀할 때 합류한 것을 다 아는데 무슨 구라를? 그런 조작방송을 해놓고 뻔뻔하게. 같이 갔던 유지석이 치를 떨던데, 뭐.”
“뭘 말이야?”
“형 때문에 유격 장면 절반을 다시 찍고 각개전투를 세 번이나 뛰었다고 하던데. 유격장에서 중간에 사라져서 낮잠을 잤고 각개전투에서는 형만 슬로비디오를 찍어 결국은 다른 사람들까지 슬로비디오를 찍었다던데.”
“야, 어디서 그런 유언비어를 살포하는 거야? 너 유지석한테 확인할 것인데 책임질 수 있어?”
“씰데없는 소리 그만 해.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맨날 하냐. 이제 두 번만 더 들으면 100번은 채울 것 같다.”
강필성이 중간에 끊었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편집할 때 잘라내야 하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리얼맨’은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한 예능이기에 방송 자체가 불가능했다.
야외 촬영을 하면 가장 골치 아픈 것 중에 하나가 볼일을 보는 것이었다. 그나마 남자는 낫지만 여자는 더욱 곤란한 면이 많았다. 또한 산에 갈 경우에 금연이지만 그것도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쪽에 숨어서 담배를 태우는 경우도 많았다.
“잠시 끊고 갑시다.”
등산로에서 쉬기 좋은 공간이 나오자 오영석이 쉬자고 요청했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한쪽으로 몰려가서 담배를 피웠고 일부는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볼일을 보기도 했다.
박재선도 갑자기 장시간 촬영을 하는 것에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목이 말라 물을 조금 많이 마셔서 그런지 몰라도, 갑자기 요의를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볼일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으슥한 곳을 찾아서 이동했다. 몇몇 남자 스태프는 빤히 보이는 곳에서 몸만 돌려서 볼일을 보고 있지만 연예인이 그럴 수는 없기에 등산로를 벗어나 보다 안쪽으로 이동했다.
등산로 옆으로 빠져나가자 수풀이 우거져서 전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잘 살피니 큰 나무 아래로 공간이 보여서 앞으로 나갔고 곧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다다랐다.
박재선은 일을 보는데 뒤에 맨 배낭이 거치적거려서 벗어야 했다. 점퍼를 입었는데 배낭 때문에 벌리기가 어려웠다. 배낭을 벗고 점퍼까지 벗어서 한쪽에 두고 볼일을 보는데 뒤에서 뭔가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마터면 맞을 뻔 했군. 누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거야?’
누군가 산속으로 쓰레기를 던졌다고 생각하면서 옷을 추스르고 한쪽에 둔 점퍼와 배낭을 챙겼다. 그러다가 쓰레기가 뭔가 궁금해서 살피니 반짝이는 것이 칡넝쿨 위에 있었다.
마침 돌아가는 방향에 있어 가까이 다가가 뭔가 살피니 가로세로높이가 15㎝ 정도 되는 작은 상자였다. 만일 재수 없이 맞았다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순간 소름이 끼쳤다. 혹시 카메라맨이나 스태프가 촬영 장비를 실수로 날려 보낸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상자를 살폈다.
들어보니 금속인지 꽤나 묵직했다. 3~4㎏ 정도 되어 보였다. 겉이 반짝이는 것으로 보면 재질은 스테인리스나 양은으로 보였다. 상자에는 뭔가 알 수 없는 글자인지 문양인지 모호한 것이 새겨져 있었다. 제조회사 상표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옆면을 살피니 아라비아 숫자와 영문으로 된 일종의 일련번호가 새겨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졌다. 테이프로 봉인이 되어 있어 배낭 앞쪽 주머니에서 다용도용 칼, 일명 맥가이버 나이프를 꺼내 잘라냈다. 테이프 같지만 생전 처음 보는 재질이었다.
당장 촬영팀의 물건이라면 돌아가서 주인을 찾아주어야 했기에 내용물을 살폈다. 꽁꽁 봉인한 것이 수상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홈이 난 곳의 테이프 비슷한 것을 잘라내자 상자의 윗부분을 열 수가 있었다. 위로 벌어지지만 한쪽이 경첩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분리가 되지 않았다.
상자 안에는 종이인지 스티로폼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완충제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역시 뚜껑이 있었다. 보석 상자처럼 상당히 고급스러운 형태였다.
뚜껑을 들어내자 또 다른 케이스가 하나 더 들어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지 꽉 끼게 들어있어 힘을 주어서 꺼내야 했다. 그 크기는 대략 지름 5~6㎝, 높이 7~8㎝정도 되어 보이는 원기둥이었고 역시 밀봉이 되어 있었다.
은빛의 원통인데 유리인지 플라스틱인지 애매한 재질이었고 뚜껑의 부위에 테이프가 붙어 있어 그냥 열리지 않았다. 완충제 한쪽에 책자 비슷한 것이 끼워져 있지만 그것을 살피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살펴야 할 것 같았다.
“이거 지금 개봉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냥 가지고 있다 혼자 있을 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누군가 잃은 물건이라면 알아서 찾으려고 하겠지.”
박재선은 상자를 원위치 시킨 다음에 배낭 안에 넣었다. 그러자 홀쭉하던 배낭이 불룩해졌지만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나갔다. 등산로에 가자 다시 출발하기 위해 모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자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고 그들은 하룻밤 머물 곳으로 찾아갔다. 다행이라면 야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에는 벌칙으로 야영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식상하고 힐링을 위한 여행을 하는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아 없앴다.
제작진이 예약해둔 펜션에 짐을 풀었다. 일부 스태프와 매니저들은 옆에 있는 다른 펜션으로 가고 촬영팀만 남아서 이후의 일정을 진행했다. 이후의 일정은 방방곡곡의 고정 코너인 저녁식사 준비였다.
고정멤버와 게스트가 가벼운 미션을 수행하여 식재료를 획득하고 획득한 재료를 이용하여 저녁을 준비했다. 식재료는 토종닭이었고 메뉴는 삼계탕을 끓이기로 했다. 인근에 토종닭 농장이 있어 그곳에서 특산물로 협찬을 받았다고 했다.
강성필이나 다른 멤버도 삼계탕을 만들 줄 알았기에 어렵지 않게 요리를 할 것 같았는데 일종의 텃세를 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멤버와 게스트로 나눠서 요리를 하기로 했다.
고정 멤버들은 그동안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삼계탕은 쉽게 요리할 수 있지만 게스트는 그렇지가 못할 것이니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그렇게 했다. 다른 회차에서는 게스트가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도와주기도 했다.
“대접을 해야 할 것 아니에요? 생닭을 뜯어 먹든지 백숙을 하든 알아서 해 먹으라니 그게 말이에요 방구에요?”
조윤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따져들었다. 박재선은 할 수 있지만 나서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상황을 살폈다. 재미를 위해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조윤희씨, 삼계탕 만들지 몰라요? 이거 참, 난감하군요.”
곽부성도 삼계탕은 해보지 않았는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박재선에게는 아이돌이라 그런 것은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아예 묻지도 않았다.
“일단 해봅시다. 안 되면 소금이라도 넣고 백숙으로 끓이면 되겠지요. 일단 삶으면 먹을 수 있겠지요.”
박재선은 일단 장단을 맞추기로 하고 그렇게 말을 했다. 조윤희나 곽부성은 닭 세 마리를 건네받고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반면 고정 멤버는 최대윤이 칼을 들고 벌써 손질을 시작하고 다른 멤버는 닭 안에 넣을 것들을 준비했다.
“일단 닭과 각종 재료를 손질하죠.”
박재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용감한 사람처럼 행동을 했다. 그러면서 식칼을 들고 싱크대로 가서 닭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닭에는 노란 기름이 붙어 있었고 그것부터 제거해야 했다.
“토종닭이라서 오메가로 인해 누린내가 심합니다. 그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인삼이 들어가서 냄새를 줄이겠지만 그 냄새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양념이나 각종 재료를 제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박재선은 칼을 들어 적절하게 기름을 제거하고 각 재료도 준비했다. 박재선이 나서서 준비를 하자 곽부성과 조윤희도 도왔지만 닭 세 마리 요리하는 것이라 별로 할 것이 없었다. 준비된 대추나 밤, 인삼을 씻으니 사실상 준비가 끝났다.
“닭 안에 각종 재료를 넣을 때 적당히 간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간이 제대로 배지 않아 싱겁고 그러면 맛이 없습니다. 처음 삼계탕을 끓이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맞춰요?”
조윤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감이죠. 요리를 하는 사람은 대략적인 감이 있습니다. 이 정도 재료에 이 정도 소금이나 간장을 넣으면 어떤 맛이 날지, 물론 정확하지 않기에 최종적으로 간을 보면서 조정이 필요하죠.”
내용물을 닭의 뱃속에 가득 채운 다음에 무명실을 이용하여 몸통과 닭다리를 묶었다. 압력밥솥 안에 넣을 때 안에 든 재료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했다. 마지막으로 압력밥솥에 물을 붓고 각종 양념과 간장과 소금을 투여했다.
28. 또 다른 행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