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36
36. 드라마 출연과 오프닝 공연 (5) #36. 36. 드라마 출연과 오프닝 공연 (5)
오프닝 무대에 박재선이 등장하여 공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러 번 음악방송에 나갔지만 보는 사람만 보는 프로그램이라 박재선에 대해 아는 사람만 알았다. 하지만 그 방송을 보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이라 파급효과가 컸다.
“현재 음원차트를 비롯한 각종 차트의 1위를 하는 상황인데 굳이 이번 콘서트에 오프닝 무대에 선 이유가 있나요? 사실 국내 일류 가수들은 외국 가수의 콘서트에 나서는 것을 다소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콘서트 직후 서울문화뉴스의 오진아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여 만나자 그런 질문을 던졌다. 박재선의 행위가 문화사대주의가 아닌지 은근히 비난하는 질문이었다.
외국 가수의 콘서트에서 오프닝 무대에 서는 자체가 자존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우회적으로 비난을 하고 있었다.
“물론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라는 것 자체가 콘서트를 주최하는 가수보다 다소 격이 낮은 가수가 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고 또한 제가 칼리 크리슨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이번 공연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앞으로 제가 어떤 음악, 어떻게 음악을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뮤지션만이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뮤지션과 교류하면서 예술적인 지평을 넓히고자 합니다.”
박재선은 애초에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하기로 했다. 앨범만 냈다면 항상 빌보드 차트의 수위권에 드는 칼리 크리슨과 자신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자존심을 내세우기에는 인지도나 실력이나 차이가 컸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이번에 참여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배웠다고 하니 노골적으로 재차 질문을 던졌다. 말로만 배웠다는 것은 아닌지 따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았던 것이 수준 높은 편곡과 세션입니다. 국내에서 가수들이 콘서트를 할 때 그런 것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편인데 칼리 크리슨은 10여 명의 정상급 코러스, 50여 명에 달하는 최고의 악기 세션이 참여를 했습니다. 그들과 같이 무대를 꾸미는 것 자체가 커다란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오진아는 박재선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지 질문지만 살폈다. 뭔가 다시 한 번 도발을 하고 싶은데 적당한 질문이 생각나지 않아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콘서트의 수익성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국내에서도 그 정도 가격으로 입장료를 받는다면 일류 세션을 동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콘서트를 할 때 그렇게 준비를 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콘서트가 없었으니 직접 볼 기회도 없었고요. 그나마 오프닝 무대를 선 덕분에 리허설에 참여하여 그들의 노하우를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박재선은 기자의 질문에 재차 반박을 했다. 어떻게든 박재선의 행위에 트집을 잡으려고 안달이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를 하러 온다고 하니 데스크에서 질문의 방향을 통보한 상황이라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닝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데 그쪽에서 나선 것 같습니다.”
오진아가 인터뷰를 마칠 때 녹음기를 끄고 난 다음에 자신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소곤대는 것처럼 설명했다. 박재선이 승승장구하자 그 꼴을 보기 싫은 누군가 나서서 농간을 부리려는 것 같았다. 이미 예상한 바이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저도 녹음을 한 상황이고 제가 한 답변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요?”
“약간의 왜곡은 있을 수 있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은 내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책임질 일은 하고 싶지 않고요. 하지만 다른 기자가 나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어요. 사이드로 다른 사람을 취재하여 장난을 칠 수는 있습니다.”
“추측을 하건 멋대로 상상을 하건 그거야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단지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버젓이 내가 했다고 나가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그동안 조용한 것이 이상했는데 결국 먼저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자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몰랐다. 두렵지는 않지만 이후 귀찮아질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박재선은 예전 동료인 이현제와 문세운의 연락을 받고 어떻게 처신할까 고민을 하느라 바로 약속을 잡지 않았다. 물론 드라마를 촬영하고 콘서트 오프닝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같이 식사를 할 시간을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심을 하다가 언제까지 만나지 않을 수는 없어 마침 상암동에 녹화하러 갈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았다.
“모닝에서 연락이 왔다고? 두 사람 생각은 어때? 계약금은 얼마나 준다고 해?”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 인사를 하다가 모닝에서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닝에서 그들에게 연락을 한 이유가 순수하게 그들의 연예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돌그룹이 해체한 이후에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하거나 유닛을 이뤄 복귀를 하지만 성공한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 상황에서 계약금을 2억 원이나 제시한 것은 뭔가 수상했다.
“2억 준대. 계약금이라고 해야 정산금액에서 까는 선급금이니 빚이지만. 큰돈이라 혹했지만 거부했어.”
이현제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문세운의 표정은 착잡했다. 말이 없는 것이 갈등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바보였지. 네가 돈 관리 절대 가족들에게 맡기지 말라고 했는데 맡긴 것이. 필요한 생활비만 적당히 주라고 할 때 들었어야 하는데.”
뜬금없이 후회부터 하는 문세운이었다. 그런 말을 하다가 한 때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그들 개개인이 7년간 정산을 받은 금액은 대략 50억 원 정도 되었다. 세금을 제외하고 30억 원 정도는 족히 되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그 돈을 모두 다 탕진하고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5월이면 세금 낼 돈을 마련하느라 쩔쩔맨 경우가 많았다. 돈이 없어 소속사에서 선불을 받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그러니 그 돈을 갚느라 무리하게 행사에 나가기도 했다.
“참, 바보 같았어. 지금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반면에 너는 악착같이 그 돈을 모았으니 대단하지.”
멤버 여섯 중에 박재선이 가장 돈이 많았다. 아울러 제대로 연예계에서 그나마 자리를 잡은 것도 박재선이 유일했다. 재계약을 한 최한수는 존재감 자체가 없고 나머지는 군대 갔다 제대했지만 예능에도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나마 이현제는 대략 10억 원 정도 있는 것 같지만 해체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막막하다. 같이 일하자고 찾아오는 사람은 모닝이나 그보다 못한 순양아치들이 전부이고. 우리를 이용해서 뭔가 해보려는 자들이니.”
“솔로로 나서는 것은 어때?”
아이돌 가수가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것이 바로 솔로 가수로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길로 나서는 것을 물었다.
“그게 쉽나? 돌판 노래와 가수의 노래는 달라. 더구나 누가 우리에게 노래를 줄까? 그렇다고 허접한 노래를 부르면 그냥 묻히고 말지. 설사 좋은 노래가 있어도 홍보는 어떻게 하고? 노출 자체가 쉽지 않아. 너야 작곡이 가능하고 설사 가수가 아니라도 여러 길이 있지만 우리야 꽉 막힌 것 같아.”
이현제가 씁쓸한 기색으로 한탄을 했다. 하지만 현실을 인식하는 것 같지만 절실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뭐든 기회가 주어지면 하겠다는 마인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크리에이터가 될까 알아봤는데 그것도 수익창출로 먹고 살려면 최소 5만의 구독자는 있어야 한 대. 혼자 뭐든 할 상황은 아니고 촬영팀이 별도로 있어야 하고.”
그들이 한 달 전에 군대에서 전역한 이후에 뭔가 하려고 알아보고 있지만 막상 할 것이 없었다. 모아놓은 돈이 있는 이현제는 그나마 낫지만 가족들에게 맡겼다가 전부 다 탕진한 문세운은 빈털터리 신세였다.
박재선도 그들을 받아들여 활동을 시킬까 고민을 했지만 답이 없어 포기한 상황이었다. 아예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계약한 후에 1~2년 정도는 준비를 해야 가수로 데뷔가 가능한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들이 찾아온 의도가 무엇인지 알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결국 투자를 해야 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자신이 성공한 것은 운도 좋고 여러 가지가 잘 어우러져 가능했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샤이닝로드 시절로 생각한다면 답이 없지.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밑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야 하는데. 나를 보고 그렇게 하지 않겠지.’
바뀐 처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데 그럴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현제나 문세운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실한 사람도 아니었다. 말은 후회한다고 했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전역 축하해.”
박재선은 입바른 소리를 해서 의만 상할 것 같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현실을 파악한 후에 도움을 주더라도 줄 생각을 했다.
이현제와 문세운은 마포의 한 빌라에서 같이 머물고 있었다. 전역한 후에 둘 다 본가에서 나온 상황이었다. 같이 뭔가를 할 생각이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재선이 녀석은 우리를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박재선을 만나고 빌라에 돌아온 상황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직접 도와달라고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빈말이라도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가 없었다.
“걔가 지금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인데 우리를 챙길 여력은 없지. 걔 성격 알잖아? 허튼 소리 하지 못하는 것. 진짜로 도와줄 것 아니면 돕는단 소리 안 해. 돈에 관계된 건 칼 같고. 우리가 세금 문제로 고민해도 절대 돈 안 꿔줬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작곡도 잘 하는 것 같은데 써 놓은 노래 중에 괜찮은 것 하나 골라서 줄 수도 있잖아?”
문세운이 마뜩찮은 기색으로 푸념을 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노래만 받는다고 될 상황이 아니잖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 쟤처럼 계산 빠른 애가 나설까? 쓸데없는 짓은 절대 안 하는 성격이잖아. 오늘도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참는 것 같아.”
“무슨 말이야? 참는다니? 할 소리 다 하는 것 같은데.”
“입바른 소리. 걔가 입만 열면 속 뒤집어 놓았잖아. 지금 생각하면 다 맞는 소리인데 다들 받아들이지 못했지. 해체 전이라면 가감 없이 말했을 것인데 세월이 흘렀는지 말하지 않았어. 그러니 갑자기 거리감도 느껴지고.”
“뭘 말하려고 했는데? 넌 뭔가 아는 거야?”
여전히 현실감각이 없고 눈치가 둔한 문세운이었다. 그러니 가족들이 허튼 짓을 하는 것을 몰랐고 번 것을 홀랑 날려버렸다.
“정신 차리라고. 아마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겠지. 처음 연습생 시작할 때처럼 1~2년 정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그런 소리 하면 우리가 들을 것 같지 않고 소용이 없어 보이니 하지 않은 거야.”
“바닥에서 박박 기라는 말이네. 우리는 자기처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아예 단정하는 것 같네.”
문세운의 표정에서 벌써 화가 난 기색이 드러나고 있었다. 자신을 무시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금 너처럼 말할 것 같으니 말하지 못한 거고. 까놓고 말하면 같은 멤버지만 걔와 우리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해. 걔 갑부는 아니지만 평생 먹고 살 것 모아놓았어. 최소 30억 원은 갖고 있지. 집도 있고 빌딩도 있어. 그리고 악기도 잘 다뤄. 작곡도 잘해. 거기에 연기도 잘 하잖아. 우리가 휴식기 동안 여자들과 놀 때 걔는 그런 준비했어. 휴식기에 온갖 학원에 다녔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자기가 뭔데 그런 걸 판단해.”
“그래서 입 닫고 있었지. 해체 전이라면 그냥 대놓고 말했을 거지만 지금은 참은 거야. 방금 너 같은 소리 나올 것 같아서.”
“어쩌다가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된 건지, 참.”
문세운도 자신이 지레짐작으로 설친 것을 아는지 멈추었다. 화가 가라앉으니 다시 신세한탄을 했다.
“돌판에 들어올 때 이미 정해져 있던 사실이야. 언제까지, 천년, 만년 잘 나갈 것이라 생각하였다면 바보멍청이지. 재선이가 항상 그랬잖아. 아이돌 그룹 해체하면 남는 것은 골병든 몸과 통장인데 그거라도 빵빵해야 한다고. 텅 빈 통장이면 답 없다고.”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박재선을 만나러 갈 때야 뭔가 해결방향이라도 보일까 했는데 그 차이만 확인한 셈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걔가 그나마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끈이라면서? 아무런 성과도 없는데.”
이현제는 짠한 표정으로 문세운을 보았다.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나이를 먹고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선을 마주치자 속도 모르고 머쓱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이현제는 예전에 예능에 출연했다가 들은 한시가 생각나고 있었다. 문세운을 두고 적은 시 같았다. 물론 자신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였다.
‘소년이노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 미각지당춘초몽, 계전오엽이추성.(주자)’
특히 미각지당춘초몽이라는 구절이 뇌리에 떠올랐다. 아이돌그룹 샤이닝로드의 해체와 더불어 좋은 시절은 다 갔는데 문세운은 아직도 봄날인 줄 알고 있었다. 이미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는 가을이 와 있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37. 바이올리니스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