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38
38. 38. 바이올리니스트 (2)
‘터널증후군의 일종인가?’
하지만 퇴원을 하고도 다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는 없었다. 연주를 하려고 하면 팔이 떨리고 손가락에 경련이 일었다. 결국 바이올린 연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바이올린만 연주한 사람에게 그런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여자는 집안에 틀어박힌다. 그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안타까운 마음에 격려를 해주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멍한 상태로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건강이 나빠져 다시 입원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건강이 나빠져서 쓰러진 후에야 병을 발견을 하여 결국은 스물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마지막은 암인가? 간암인지 췌장암인지 모르는 병으로 죽고 말았다. 너무나 낙담한 상태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다보니 겉으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치료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독주회를 했던 곳이 예술의 전당의 공연장이었다. 아쉬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 곳을 헤매고 다닌 것 같다.’
박재선은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사람, 바이올리니스트 유지아에 대한 기억을 얻게 되었고 그의 비원을 이어받게 되었다.
박재선은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 다음 유지아에 대하여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마음을 먹자 능숙하게 검색을 했다.
짤막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8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아울러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본선에 진출하여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 음악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귀국 독주회를 했다는 기사가 마지막 내용이었다.
박재선은 몸을 씻고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몇 가지 사실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몸 안에 있던 양기가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다. 양기라고 하는 것은 이온화 지수에서 +수치로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잠재적 신체능력 및 지적 능력이 상승을 했다. 일종의 잠재력이 커진 것인가?’
박재선은 오케스트라와의 합주라는 부분과 오케스트라 지휘에 대한 지식마저 떠오르는 것에 놀랐다.
‘레트 칼스타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이 높지만 줄리아드 음대 교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10년간 재직하면서, 아 지금도 지휘자이군. 현재는 작곡과 지휘자로 유명하다. 그에게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작곡이나 지휘도 배웠는데 안타깝군.’
자신의 머리에 들어 있는 지식이 무엇인지 전부 다 파악이 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 접하고 집중해야 그 내용이 떠올랐다.
박재선은 정신을 차린 직후에 자신이 벌거벗은 상태이고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깨달았다.
드라마 ‘금새 사랑에 빠지는 사람’에 박재선이 등장하는 13회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처음 1회만 출연하기로 했는데 2회가 되고 실제로는 3회에 걸쳐 등장했다.
“이렇게 되면 3회로 나뉘어야 하는데, 출연료가 증가하는데, 문제없어요?”
원래 박재선이 등장하는 장면은 14회부터인데, 편집하면서 13회 끝부분 두 장면에 등장했다. 박재선이 등장할 개연성을 부여하면서 예고편의 역할을 했다.
14, 15회에 걸쳐 2회 동안 나오기로 계약을 했는데 더 출연을 하면 그만큼 출연료를 더 내야 했다. 그러니 이주나가 오히려 의아한지 질문을 던졌다.
“나야 상관이 없지. 따로 일도 않고 1회 출연료를 더 받는 것이니. 내 출연료라고 해야 회당 300만 원이니 크지도 않고. 그러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분량을 늘인 것 같아.”
박재선도 촬영 마지막에 쪽 대본 두 장면을 찍었는데 그것이 바로 13회에 방영이 되었다. 찍으면서도 약간 의아한 느낌이 들었는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30초 정도 되는 두 장면인데 아주 짧았다.
“아마도 오늘 등장으로 시청률 2~3%는 더 올라갈 것이고 꿈에 그리는 30% 달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김운찬이 정색을 하고 설명을 했다. 현재 ‘금사빠’는 시청률이 24% 정도 되었다. 30%가 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28%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 박스권을 탈출하는 비장의 패로 박재선을 등장시킨 상황이었다.
“15회까지 출연을 하면 15회에서 30%를 넘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시청률이 상승할 것이고 25%는 넘을 것입니다. 내일은 확 솟구치고요. 방송국은 1주일 내내 펌핑을 할 것입니다.”
다시 김운찬이 부가적인 설명을 했다.
“그러면 예고편, 티저 영상이 계속 방송에 나오겠군요.”
이주나도 방송국의 행태를 알기에 그런 예상을 했다. 박재선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계약에 달리 특약이 없나요?”
박재선이 김운찬에게 물었다. 티저에 나오는 것도 출연이니 그 부분에 대한 것도 계약서에 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티저에 사용할 경우 1회당 50만 원의 특약조건이 있습니다. 혹시 몰라 넣었는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운찬이 대답을 했다. 티저나 예고편에 들어가면 한 번 방영될 때마다 50만 원을 더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리 크지 않았다. 1주일에 10번이라고 해도 500만 원이니 크다면 크지만 사실 미미했다. 성제훈만 해도 출연료가 회당 6천만 원에 달했다.
“다음부터는 출연료의 50% 정도로 올려야겠습니다.”
김운찬도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물론 주연이라면 다르지만 카메오 형식의 조연이기에 그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방송국에 이용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인지도가 올라가는 일이니 꼭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달리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바랍니다. 저들이 먼저 요구했지만 그 역할을 탐낸 사람이 많았다니.”
박재선은 불만을 드러내어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직원들을 단속했다. 이런 것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지가 나빠져 좋지 않을 수 있었다.
“연기력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걱정이 됩니다. 티저 만들 때 애매하게 자르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운찬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했다. 촬영현장에서 직접 본 상황이니 그런 오해를 할 장면이 많았다.
“방향 자체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합니까? 인신공격이 아닌 이상 감수해야겠지요. 아무리 잘해도 까려고 마음먹은 사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잘할수록 더 반감만 커지겠죠.”
박재선은 샤이닝로드 시절에도 악의적인 비난이나 악플에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중상모략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소고발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
“앞으로 모니터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굳이 남아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김 실장이나 이주나씨도 알아서 퇴근해요.”
그러자 이주나의 표정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저, 집도 요 근처로 옮겨서 늦게 가도 상관없어요. 그렇다고 패션과 스타일을 책임진 코디니 모니터는 필수고요.”
퇴근이 늦어 걱정했더니 이주나는 이사를 했다고 했다. 위치를 들어보니 근처 원룸이었다.
“알았어. 정 그러면 연습실에 있을 것이니 같이 봐도 돼. 원하면 그렇게 해. 나야 너무 늦어서 걱정한 것이고.”
“언니는 오늘 오지 못했는데 회사일이 바빠요?”
“각자 사생활이 있는데 매번 같이 있을 수는 없지.”
박재선은 김희경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김희경은 모처럼 갖는 부서 회식에 참석했다. 거기서 결혼하기로 한 사실을 발표했다. 결혼 준비를 하다보면 외부에 드러날 수밖에 없기에 차라리 그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것이 나았다.
“결혼을 한다고?”
선임인 주영석 과장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연애하는 조짐도 별로 없어 갑작스러웠고 결혼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김희경의 나이를 생각하면 다소 빠른 편이었다. 지금은 여자라도 나이 30살이 되어 결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스물여덟인 김희경이니 다소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1월 둘째 주 토요일, 1월 12일 12시에 서린 호텔에서 예식을 할 것입니다.”
“호텔에서 한다고? 신랑은 누군데? 뭐하는 사람이야?”
호텔에서 한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상대자가 누군지 바로 질문이 나왔다. 김희경은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 대답할 말을 이미 생각해 두었다. 박재선이라고 알릴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
박재선도 자영업자가 맞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 대답에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직업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궁금한 정도였다.
“그러면 직장은 계속 다닐 거야?”
얼마 전에 그만둔 선배 대신에 온 오시연 과장이 물었다. 같은 여자이니 직장에 다니는 것이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김희경은 박재선과 결혼하는 사실은 알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물론 청첩장을 돌리면 알려지겠지만 해가 바뀌고 난 후에 임박해서 돌릴 예정이었다.
“요즘 결혼한다고 해서 직장 그만두는 경우는 없지. 우리 회사도 눈치 주는 경우는 사라졌어. 누구도 그런 행동 없어야 해.”
팀장인 강경식 부장이 그 사실을 언급했다. 만일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부서 책임자가 문책을 당할 수 있기에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음을 공언했다. 혹시라도 팀원들도 그런 언행을 하지 않도록 재차 당부했다.
“스드메는 아직 정하지 않은 거야?”
오시연 과장은 먼저 결혼한 사람답게 그런 것에 관심을 보였다.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하니 속삭이듯 이것저것 물었다.
“조만간 정해야죠. 요즘은 결혼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그걸 예약을 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아요.”
원하는 날에 결혼식장을 잡는 것이 어렵지 나머지는 한 달 전에만 예약하면 되었다. 물론 그것도 호텔에서 협찬을 해주니 선택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신혼집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하여 질문이 나왔지만 술이 들어가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김희경은 회식자리에서 일어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정해지지 않았다고 넘어갔다. 아직 박재선과 결혼하는 사실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왔어?”
음식점 근처에 박재선이 차를 가지고 왔다. 회사 회식이라고 하니 끝나면 데리러 오기로 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결혼하는 것을 밝힌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집으로 데려다주면 되지?”
“응, 술 취하지는 않는데 조금 열이 나네.”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
“적당히 넘어갔어. 그냥 자영업자라고 말했어. 그건 사실이고. 나중에 알게 되면 뭐라고 하겠지만. 청첩장 돌릴 때까지는 크게 문제없을 것 같아. 그전에 결혼식이 보도가 되겠지만.”
“굳이 알려 괜한 관심을 받을 필요는 없지.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감춰야지. 어쨌든 수고했어.”
박재선은 무사히 넘긴 것을 칭찬했다. 굳이 필요 없는 사실을 밝혀 번거로움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다.
유지은은 집에 돌아와서 모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쁘게 지내다보면 열흘에 한 번 연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글을 쓰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학교 주변에 빌라를 마련했다. 그 때 자금출처조사라는 것도 받아보았다. 투기과열지구도 아니었지만 갓 스무 살짜리가 집을 샀으니 증여여부를 조사했다. 본인이 받은 인세 내역을 제출하자 문제가 없었지만 작가로서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39. 바이올리니스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