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52
52. 52. 월드스타 프로젝트 (2)
박재선은 김희경이 건넨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런 다음 사무실로 최유희와 유지은을 불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희경에게 들었지만 작성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이 정확했다.
“기획사를 확장하라는 말인데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내 생각에는 지금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더 확장한다고 해도 로드매니저 1명 정도 충원하고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영상제작을 담당할 직원 1명, 나중에 음악작업을 보조할 엔지니어 2명 정도 충원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재선은 최유희와 유지은을 앞에 두고 항변을 했다. 물론 그 정도 인원만 채용해도 직원 수가 3명에서 7명으로 늘어나고 인건비도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좋은 기회를 다 놓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요. 그게 다 뒤에서 서포트를 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 같고요.”
“하지만 지금도 하는 일이 많아요. 앨범 준비도 해야 하고 앤 플로린과 같이 작업도 하는 중이고. 중간에 들어오는 각종 행사에 나가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스케줄을 정리한 일정표를 보여 주었다. 외부 행사만이 아닌 각종 연습도 시간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요. 가벼운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고 행사에 나가서 공연한 것을 촬영하여 올릴 수도 있고요. 이런 것은 재선님이 별도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지 않아요?”
유지은과 최유희는 박재선이 너무나 외부 홍보나 노출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신비주의를 표방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기회를 그냥 놓치고 있었다.
“그리고 예능도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광고도 두 개 정도 더 나가고요.”
최유희도 적극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고를 거절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해외 홍보도 필요해요. BTU처럼 해외활동에 올인할 필요는 없지만 찾아온 기회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잖아요. 전역하고 외국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죠?”
둘 다 연예계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박재선이 각 방송국에서 실시하는 해외 스케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MTV에서 하는 MTV 월드스타워어즈는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11월 말에 사이공, 호치민으로 갈 것입니다.”
“MBS가 도쿄에서 연 한류콘서트, SBC가 LA에서 개최한 코리안 뮤직페스티벌에서 섭외 요청이 왔는데도 거절했다면서요?”
“그거야 일정도 맞지 않으니 그런 것입니다. 팬카페에 거기에 나가지 않는다고 불만이 있지만, 다 나갈 수는 없죠.”
박재선은 자신이 변명만 하는 상황이라 뭔가 이상했지만 혼자 조용히 창작을 하면서 적당히 좋은 노래를 발표하는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박재선님이 세계적인 스타, 월드스타가 되었으면 해요. 싱어송라이터이자 악기 연주자이면서 연기까지 잘 하잖아요. 그러면 충분히 될 수가 있다고 봐요.”
유지은의 말에 박재선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은 적당히 잘 나가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 그 정도로 거창한 꿈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좋지만 억지로 해서 될 일도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앤 플로린과의 작업도 반드시 성공해야 해요. 이제 한물갔다고 평가하는 그녀를 멋지게 재기시킨다면 톱 가수들도 러브콜을 보낼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작곡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그 후에 가수로도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인종적인 문제 때문에 벽이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우회할 수도 있고요.”
최유희마저 월드스타가 되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참, 너무 나를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주어진 기회이니 최선을 다해 성공시킬 것입니다. 일단 최선을 다해보죠.”
박재선은 비용을 걱정하여 주저하던 인원충원을 단행하기로 했고 로드 1명과 홈페이지 관리 및 홍보를 담당할 직원 1명을 빨리 채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김희경님과 결혼하면 회사의 관리업무를 맡기면 어떨까 합니다. 한울그룹에서 보면 능력이 없더라도 관리파트에 오너 일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은 차이가 크더라고요. 별로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아요.”
“관리파트에 있다면 그건 좀 ….”
“부부가 같이 가게를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 엄마와 아버지도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어요.”
유지은마저 최유희의 의견에 동조를 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보게 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와 누가 사귄다는 이야기야 사람 사는 곳이니 당연하지만 그 외에 온갖 지저분한 추문이 돌지 않습니까?”
박재선의 말에 두 여자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사정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최유희는 사무실에서 일이 있다고 가고 유지은만 할 말이 있다면서 따로 연습실로 따라왔다. 아마도 드라마 관련된 이야기일 것 같았다.
“드라마는 이제 캐스팅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예상보다 빨리 촬영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1월 25일에 크랭크인을 할 것 같아요. 신혼인데 좀 그렇죠?”
“어쩔 수가 없죠. 신혼여행이 1월 19일까지이니 빠듯하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군요. 성지은씨가 곽나현 역으로 캐스팅 되었다면서요?”
“네, 주조연이라고 하지만 비중이 작아 제안을 하면서도 거절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바로 답신이 왔더라고요.”
“거기는 1인 기획사나 마찬가지이니 본인의 의사만 확실하면 끝이죠. 시나리오는 다 작성했나요?”
“초고는 다 완성을 했고 계속 수정하고 있어요. PPL도 넣어야 하기에 그에 맞도록. 외부 로케이션이나 세트 상황에 따라 수정도 하고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OST 수정본은 들어 보았죠?”
“네, 맘에 들더군요. 저야 음악을 잘 모르니 듣기에 좋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정도만 판단이 되지만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서 묻는데 바이올린 연주할 줄 알아요?”
“저기 바이올린 있잖아요.”
박재선은 거치대에 놓여 있는 세 개의 바이올린을 가리켰다.
“연습용, 연주용, 전자바이올린, 세 개나 있지 않아요? 요즘 바이올린에 관심이 생겨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지은씨도 바이올린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조금 배웠고 이번 글을 쓰면서 자료조사도 했고요. 그리고 아는 사람 중에 바이올리니스트도 있었어요.”
“있었다면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나요?”
박재선은 유지아에 대해 물어볼 기회라 생각하여 말꼬리를 잡아서 질문을 던졌다. 유지은이 사촌 동생이라면 먼저 묻기 곤란했는데 자연스럽게 물을 기회가 된 것 같았다.
“나보다 11살 많은 사촌언니가 있어요. 지금 살아있다면 36세이죠. 혹시 바이올리니스트 유지아라고 들어보셨어요.”
“들어는 봤어요. 암으로 쓰러졌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7년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스물아홉, 만으로 27세였죠. 천재예술가들의 마의 벽, 27세를 넘지 못했어요. 사실 엘프의 여왕을 쓰면서 그 언니의 이야기가 조금 들어가 있어요.”
유지은은 만 27세에 요절한 많은 천재들과 유지아를 동급의 반열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접한 두 귀신의 공통점이 떠올랐다. 바로 만으로 27세레 불치의 병으로 사망한 점이었다.
고작 두 건이지만 나이가 비슷한 것은 그런 의심을 할 만 했다. 그러다가 불길한 생각이 들어 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희라의 이력, 바이올린과 관련된 스토리의 상당부분이 유지아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유지아을 동경하고 있었다. 대본이 실제보다 더 미화된 면이 있었다.
“제가 그 언니의 바이올린을 몇 번 들었는데 정말 잘 켰어요. 한데 가장 심금을 울렸던 것은 각종 바이올린 명곡이 아니라 ‘머나먼 남쪽’이나 동요를 연주할 때였어요.”
그러면서 초등학생 때 큰집 식구들과 가족들이 같이 미국에 갔고 거기서 연습실에 갔다가 들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박재선은 유지아의 기억 중에 그런 기억이 있는지 살폈고 어렴풋한 영상을 하나 찾아냈다. 하지만 강한 인상은 남지 않았는지 실루엣처럼 흐릿해서 누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 언니가 쓰던 바이올린의 이름이 ‘드루이드’, 나중에 알아보니 초목의 정령을 일컫는 이름이더라고요. 사실 엘프의 여왕이라는 아이디어도 바로 거기서 나온 것이고요.”
일종의 이 드라마의 모티브 자체가 유지아와 유품으로 남긴 바이올린이었고 아무리 각색을 했어도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드라마 중에 바이올린 연주 대역은 누구를 구할 생각이에요? 사실상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를 한다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섭외해야 하는데.”
유지은은 음악감독을 박재선이 맡고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해 물었다. 쉽게 해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곡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가 있지만 너무 성의가 없었다.
“내가 연주를 할까 고민 중입니다.”
“박재선씨가요? 가능할까요? 잘못하면 전문가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을 수가 있어요. 최고의 연주라고 하면서 엉터리 초등학생 연주를 넣었다고.”
유지은은 박재선의 팬이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가차 없었다.
“극 중에 나온 파가니니 카프리스나 바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같은 곡에 도전 중입니다. 10대 난곡으로 꼽히는 것들을 다 연주해 보려고 합니다. 대가들의 수준에는 아직 모자라지만 국내 정상급 바이올린 연주자 수준은 된 것 같아요.”
유지아도 그런 난곡의 완성에 도전하여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도 했다. 난곡을 제대로 연주하려면 기교와 더불어 제대로 된 곡 해석도 필수였다.
“그러면 연주를 한 번 듣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저도 바이올린 연주회는 몇 번 가봐서 듣는 귀는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아직 미숙하지만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하도록 하죠. 암보는 했지만 아직은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박재선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유지은이 의심을 하지 않도록 직접 연주를 했다. 이런 불신이 쌓이면 나중에는 지독한 안티가 될 수도 있었다. 허풍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박재선이 진짜로 연주를 하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번 시나리오를 쓰면서 수도 없이 많은 바이올린 연주 동영상을 시청하고 음반을 들었다. 그렇기에 음색만 들어도 연주자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치 지아 언니가 연주하는 것 같아. 독주회에서 두 번이나 들었는데 거의 비슷해? 언제 저 정도 실력이 되었지? 아이돌 수준이 아닌데. 이 정도면 국내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수준인데.’
박재선은 연주를 하는 것이 버거운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격정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저건 아직 연주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 보이는 모습인데. 뭐랄까 억지로 연주 템포를 맞추는 동작이랄까?’
시나리오를 쓰면서 방안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직접 바이올리니스트를 찾아가서 인터뷰도 하고 서울문화예술대학교의 기악과를 찾아가서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도 살폈다.
‘아직 연주하기 급급한 상황인데 이 정도로 연주를 하다니. 원하는 수준이 너무 높아 지금의 연주가 맘에 들지 않아 쥐어짜는 것인가? 숙달이 되어 제대로 완성이 된다면?’
유지은은 그 때가 되면 박재선의 말이 현실로 나타날 것 같았다. 뭔가 계기만 주어진다면 한 꺼풀 벗어던지고 한 단계 진화할 것도 같았다.
“아직 파가니니 특유의 음색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가끔 소리가 튀는 면이 있죠. 최대한 잘게, 날카로우면서도 매끄럽게 연주해야 하는데 어렵죠. 특유의 무성의한 활대의 놀림도 가능해야 하는데 아직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5분여의 연주가 끝나자 그렇게 말을 했다. 자연스럽게 툭툭 연주해야 하는데 아직은 집중해서 신중하게 운지 해야 했다. 어려운 것을 쉽게 보이도록 연주하는 것이 아직은 부족했다.
“정말로 잘 하는데요. 제가 믿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다들 놀랄 것입니다. 빨리 팬미팅을 해서 이런 실력을 보여야죠?”
“내년 3~4월쯤에 해야죠. 빨리 하고 싶지만 준비가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박재선은 팬클럽도 빨리 결성할 생각이었다. 싱글이라도 두세 곡을 더 발표하고 중간에 각종 악기의 연주로 절반 정도 채우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53. 그 가을의 단풍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