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51
51. 51. 월드스타 프로젝트 (1)
박재선은 김희경이 내민 서류를 받았다. 최근에 기자들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눈치만 보다가 모처럼 앤 플로린을 만나러 시간을 냈다. 그들은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왔다.
“뭐야? 갑자기 결혼계약서라도 작성하자는 거야?”
박재선은 김희경이 툭 던지듯이 내민 서류를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그렇지가 않다면 서류를 내밀 이유가 없었다. 달리 서류를 주고받을 일이 없었다.
“유명인들은 그렇게 한다는데 나는 그럴 생각은 없어. 이건 그냥 다른 거야.”
김희경의 말에 박재선은 뭔가 해서 제목부터 살폈다.
“월드스타 프로젝트?”
제목 자체가 유치하기 짝이 없고 보는 순간 뭔가 오글거리는 느낌이었다. 그 대상이 누구일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응, 최유희씨가 유지은씨랑 같이 만들었고 나도 살펴본 다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같이 검토했어. 저번에 결혼 발표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거든. 이런 일은 보통 소속사에서 해야 하는데 너는 그런 것이 없으니 필요할 것 같아. 일종의 마케팅전략이자 소속사 보강계획일 수도 있어.”
그런 지적을 받자 박재선도 공감이 되기도 했다. 엉망이라 생각한 모닝E&M만 해도 전략을 수립하여 앨범 출시를 진행했는데 박재선은 그런 것이 없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당면한 일만 처리했다.
홍보는 그저 방송출연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기자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전부이고 장기적인 전략 자체가 없었다. 그것이 1인 기획사나 소규모 기획사의 한계였다.
“그래서 그들 두 사람이 나섰다는 말이야?”
“나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같이 참가하기로 했어. 들어보니 문제가 있어 보이더라고. 거기에 내 의견도 조금 들어갔어.”
그런 말에 박재선도 내용을 살폈다.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말인데 홍보가 전무한 실정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좋은 기회를 그대로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우리의 경우 각종 SNS와 대형 영상 플랫폼을 통한 홍보가 없는 것은 커다란 문제야. 그나마 팬카페가 있어서 그런 기능을 수행하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고. 대형 영상 플랫폼은 홍보 기능도 있지만 수익까지 창출이 가능하기에 반드시 필요해.”
그러면서 몇몇 가수나 아이돌그룹의 SNS나 플랫폼 사용현황을 보여주고 예상수익마저 추정하여 기재를 해놓았다. 연간 수천만 원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가수는 영상서비스로만 10억 원을 넘게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전담 직원을 두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물론 그런 일만 담당하는 업체도 있지만 그건 왠지 꺼려지고.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니 전담 직원을 두고 생각해 보자.”
“하지만 해외 홍보는 반드시 필요해.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가 더 수익이 높은 편인데 그걸 못하고 있잖아.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지역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
김희경이 팬카페 가입현황을 보여주었다. 국내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3% 정도 가입을 한 상황이었다.
“대형 아이돌 공식 팬카페는 해외에서 가입한 회원이 50%를 넘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우리는 고작 3%야. 팬클럽은 나라마다 지부가 있고 가입이 쉽지 않아 많지 않지만 팬카페는 달라. 조회수를 따지면 해외유입이 더 많고.”
김희경이 열을 내고 있었다. 결혼 상대자가 아닌 열성 팬의 입장에서 팬들과의 소통에 소홀하다는 말을 했다.
“그거 다 비용이야. 지금이야 어느 정도 벌지만 인기 떨어지면 한 달에 몇 백만 원 들어오고 말 수도 있어. 그러면 그 인건비 감당은 어떻게 하는데? 다시 내보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그러면 플랫폼에 커버영상이라도 올리면 되지. 아니면 악기 연주 영상도 올리고. 댄스 커버도 좋고. 그렇게 해서 구독자 10만, 영상 수 1년에 20편 이상이면 기본적인 운영비는 나와. 꾸준히 활동 영상도 올리고. 아니면 일상 화보도 괜찮고. 그리고 작곡도 가능하잖아? 그것도 큰 수익을 내는 길이고.”
박재선은 비용의 증가를 겁내는 성향인데 김희경은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일이 얼마나 많아지고 비용대비 효율을 따지면 손해일 수 있었다.
“음, 거기에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라는 말이야?”
가수로 활동하는 것 외의 창작활동을 좀 더 활성화하는 것이 언급되어 있었다. 물론 저작권 수입만이 아니라 작곡가로서 명성을 높이고 가요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래. 국내이건 해외이건 계속 곡을 줄 필요가 있어. 저작권 수입도 올리고 인지도도 올리고. 골든 메이트에 하나 주었는데 억대 수입이라면서? 그 덕분에 작곡의뢰도 많아졌고. 하지만 그것을 대응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김희경은 계속 문서를 보면서 지적을 했다. 팬카페를 운영하는 두 여자에게 제대로 설득을 당한 것 같았다.
“야, 내가 무슨 철인인 줄 알아? 작곡하는 기계야? 내 앨범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고 앤 플로린과 작업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는데. 거기에 얼마 전에 광고도 찍었고 내년이면 드라마도 들어가는데 누구 바빠 죽는 꼴을 보려는 거야?”
박재선은 김희경이 일을 더하라고 말하는 것 같아 흥분을 하여 외쳤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은 싫었다.
“팬들은 더 많은 활동을 원해. 팬카페 게시판을 봐봐.”
팬카페에서는 박재선의 얼굴이 음방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다. 예능에 나오라는 요구도 많았다.
“그건 팬들 입장이고 거기에 다 맞출 수는 없어. 일단 참고는 하고 좋은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볼게.”
박재선은 김희경이 내민 서류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하지 않으려는 생각보다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살펴보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냥 해도 될 것 같은데. 넌 너무 생각이 많아서 답답해. 광고도 많이 들어오는데 꼴랑 두 개만 하고. 오죽하면 걔네들이 나를 불러 이런 것을 내밀면서 설득하라고 할까?”
박재선은 김희경마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하니 답답했다. 거창하게 일을 벌였다가 잘못되면 그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결혼할 사람이 옆에서 말리기는커녕 부추기고 있었다.
“그리고 소규모 기획사로는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 그러니 규모를 키워야 해.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 특히 뮤지션을 영입하여 가요계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문제가 없어.”
그러면서 솔로 가수들을 영입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해체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영입하여 솔로가수로 육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그게 가능하면 모든 기획사에서 하지.”
“그게 작곡이 되는 프로듀서라면 가능할 것이라 봐. 사실 가수가 뜨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좋은 노래야. 좋은 노래만 있다면 아이돌 멤버의 가창력으로도 가능하지 않아?”
문서를 작성한 세 여자 모두 듣는 귀는 상당했다. 그것도 이미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고 이현제나 문세운을 상대로 진행 중에 있었다.
앤 플로린과는 3일에 한 번 만나서 두 시간 정도 작업을 했다. 공동 작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서로 작업한 것을 같이 들으면서 감상과 평가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서로의 취향과 능력을 파악했다. 곡을 만들기 위한 예비 작업이었다.
‘총 네 곡을 만들었다.’
박재선은 앤 플로린을 만나고 작업을 하면서 그녀의 가창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다. 공개를 할까 하다가 어느 정도 가다듬은 이후에 보이기로 했고 막상 완성이 된 이후에도 보일 기회가 없어 보류 중에 있었다.
‘아직 좀 더 파악을 한 이후에 공개하자. 오늘 노래도 듣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앤 플로린이 사용하는 스튜디오로 갔다. 앤 플로린도 골방에 틀어박혀 작업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박재선처럼 연습실에 키보드와 신디사이저, 기타를 두고 작업을 했다.
“앤은 연습실에 있나보죠?”
입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매니저인 유리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사용하여 뭔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네, 주로 연습실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운동도 하고요. 오셨다고 말씀드릴게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습실로 들어갔다. 앤 플로린은 혼자 작업할 때 상당히 노출이 심한 편이라 복장을 갖추고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기다렸다. 집에서 편하게 작업을 하던 습관이 있어 옷을 끼워 입으면 작업을 못한다는 말을 했다.
“들어가 보세요.”
밖으로 나온 매니저가 그렇게 말했다. 안에 들어가자 여전히 짧은 핫팬츠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나마 그 정도라도 걸친 것이 다행이었다.
“전에 말한 대로 오늘은 앤이 직접 부르는 노래를 들어볼까 합니다. 그래야 정확하니.”
“그렇게 하죠. 몸은 풀었어요. 목은 아직 풀지 않았고요.”
목을 일찌감치 풀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잠기고 그렇게 되면 다시 풀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박재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앤 플로린은 자신만의 독특한 루틴으로 목을 풀어주었다. 물리적으로 몇 가지 스트레칭을 하여 목 근육을 먼저 풀어주고 그런 다음에 저음부터 시작하여 고음으로 넘어갔다.
고음을 내다가 불편한 느낌이 들면 다시 낮은 음을 내기 시작하고 그렇게 조금씩 음역대를 넓혀갔다. 총 다섯 번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고음까지 냈다.
스케일을 반복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박재선도 보통 그렇게 했다. 음역대도 상당히 넓었고 4옥타브는 되지 못하지만 그 정도에 버금갔다. 자신도 높이는 다르지만 그 정도 음역대이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오늘은 컨디션이 꽤 좋은 편 같습니다. 저음역대와 고음역대 모두 가장 좋을 때보다 약간 못 미치는 정도입니다. 쥐어짜면 위 아래로 한음 정도 더 나올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죠.”
앤 플로린은 묻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상태를 먼저 설명했다.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곡을 할 때는 그런 개인의 능력을 파악해야 했다. 너무 낮거나 높은 음은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높은 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낮은 음도 그러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박재선의 말에 앤 플로린은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녹음이 된 노래는 많이 들었기에 무반주로, 육성으로, 라이브로 듣고 가창력을 파악하기 위해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
앤 플로린은 박재선의 요구를 충실히 따라 주었다. 성대의 관리가 잘 된 편이라 노래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선곡도 박재선이 원하는 방향이 뭔지 알기에 능력을 드러내기 좋은 곡으로 했다. 기초 가창능력을 선보인 이후에 감정을 담아 노래했다.
“음색이 너무 어둡죠?”
“그런 면이 있군요. 그렇기에 감정을 담는 것은 어렵지 않는데 자칫 조금만 과하면 감정과잉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 가성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또 너무 가볍다는 말도 합니다.”
그러면서 주로 반 가성을 사용하는 노래 하나를 불렀다. 성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에 그리 많이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진성으로 아까 부른 노래를 다시 해보도록 하죠. 대신 발성만 신경 쓰면서 최대한 감정은 절제하고요.”
박재선이 원하는 방식대로 노래를 했다. 앤 플로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원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뭔가 답이 나왔나요? 다양한 방식으로 제 노래를 편곡하면서 음악적인 지평을 넓히려고 하지만 사실 전에도 시도한 방법이라 큰 성과는 없습니다.”
“그렇겠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죠. 현상을 고치고 스타일을 바꾼다고 해서 바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노래일 것입니다.”
이런 것도 사실 편곡의 단계에서 필요하지 당장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이유는 앤 플로린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초기의 창법과 지금의 창법은 상당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음반을 들을 때는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직접 들으니 확실히 구분이 됩니다. 특히 초기에 발표한 노래를 할 때는 어정쩡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문제가 있나요? 제게 어울리는 창법으로 개선을 했는데요.”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 초기에 보였던 야릇한 느낌,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애매한 느낌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건 목에 무리가 간다고 하여 교정을 했죠. 그러다보니 초기에 부른 노래를 부를 때면 조금 어색합니다. 그 느낌을 내려고 하지만 교정된 창법으로는 불가능하니까.”
“앞으로 편곡을 할 때는 그런 느낌은 배제하도록 하죠.”
특색 있는 창법은 뭔가 문제가 존재했다. 아울러 그것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단점도 많았다.
“저만 노래를 불렀는데 박재선씨도 불러 주세요.”
“그렇게 하죠. 저도 모처럼 목을 풀고 싶기도 하니.”
앤 플로린의 요구에 박재선도 몸을 풀고 목을 푼 다음에 노래를 몇 곡 불렀다. 물론 자신의 노래만이 아니라 앤 플로린의 노래, 유명한 팝송 등을 불러야 했다.
앤 플로린은 박재선의 노래를 듣고 빨리 미국에 진출하라는 말을 했다. 립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자신의 실력을 인정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박재선은 전날 김희경에게 받은 ‘월드스타 프로젝트’가 갑자기 떠올랐다. 거기서 해외진출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앤 플로린의 말이 립 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52. 월드스타 프로젝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