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71
71. 71. 아이돌 기획사 (2)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런데 애들을 데려오면 문제가 없을까요?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키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팀이 만들어진 상황이니 투자비는 그리 많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노래만 좋다면 그리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알지 않습니까?”
가요계는 첫째가 노래였다. 물론 운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노래가 받쳐줄 때 이야기였다. 외모나 가창력, 댄스까지 뛰어난데 뜨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 화이트그레이스였다.
“한 번 강진희 실장을 만나보고 싶군요. 현재 상황도 들어보고요. 내가 알기에 대원에서 이번에 만든 그룹은 꽤나 잘나가는 집안의 애가 둘이나 있다고 들었는데.”
“알겠습니다. 일정을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재선은 회사를 키울 생각이기도 했고 어쩌면 그들을 영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 더구나 최우철에게 받은 최근 자료에 의하면 화이트그레이스는 독립채산제로 운영이 되었고 그 배후에 두 멤버의 부모가 있었다.
최우철의 연락을 받고 그들만의 송년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는 정우전자 박관석 부사장도 같이 있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무척 바쁜 것 같아요. 연예인은 연말에 한가하면 문제라더군요.”
박관석 부사장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붙였다. 전에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이후 조심하고 있었다.
“그렇죠. 한 해 성과가 시원찮으면 불러주는 곳도 없으니 쓸쓸할 수밖에요. 일은 잘 되고 있습니까? 일성그룹은 모닝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현재 정우그룹의 콘텐츠 산업 진출은 연예계를 비롯한 엔터 산업 전반에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사랑스러운 엘프의 여왕’을 제외하고 후속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허풍이라는 좋지 않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쉽지가 않아요. 더구나 중견기획사라고 하는 대원기획과 HX기획이 이번 일로 한방에 몰락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기존에 검토하던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박재선은 슬쩍 최우철을 보았다. 이번 사태의 배후는 바로 최우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우철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런 내용은 알리지 않은 것 같았다.
“거기야 중국 때문에 성장했고 중국 때문에 몰락했죠. 중국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한한령이 발령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2년 이상 있었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은 계기일 뿐이죠.”
이번 일로 드러난 사실 중에 하나가 두 회사 모두 빈껍데기라는 사실이었다. 중국에서 벌어온 것이 많았는데 어느 사이에 다 빼돌리고 남은 것이 없었다.
“부실이 상당하더군. 상장을 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상장이라도 했었다면 일반 주주들이 큰 피해를 봤을 겁니다.”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후에 두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런 계획을 검토했을 것 같은데요?”
연예계 진출을 검토하는 여러 기업에서 인수를 검토했지만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다들 포기했다. 정우그룹도 그런 대열에 포함이 되었을 것 같아 질문을 던졌다.
“망한 회사는 망한 이유가 있고 그런 회사를 회생시키는 것은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더구나 깡패들까지 손을 댄 상황이라 회사 내부가 지저분하기 짝이 없어요.”
박관석이 그렇게 평을 했다. 이미 그들에 얽힌 좋지 못한 사실은 다 파악한 것 같았다.
“어때요? 우리 정우그룹이랑 동업을 하는 것이. 상장을 할 때까지 51%의 지분을 보장하겠습니다. 우리가 처음 200억, 3년 사이에 500억 원까지 투자를 하지요. 박재선씨는 지금 상태에서 추가적인 투자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제3자 배정에 의한 고배율 증자를 해주겠다는 의미였다. 결국 250억 원 정도를 공짜로 준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박재선이나 JS엔터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했으니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울러 경영은 관여하지 않고 자금관리 파트에서 일할 직원만 규모에 맞춰 파견하도록 할 것입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바로 답하기는 그렇군요.”
“이번 일을 보면서 연예계,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직접 투자가 아닌 지분투자, 그것도 박재선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물론 박재선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저에게 동업을 제안하는 이유가 뭔가요? 상장을 앞둔 중견기획사들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조만간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몇몇 기획사가 있었고 실적도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 그런 기획사에 비슷한 제안을 한다면 대부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콘텐츠의 핵심은 아티스트와 창작입니다. 가요계에서 본다면 가수와 작사·작곡일 것입니다. 그걸 해낼 수 있어야 살아남을 것입니다. 최소 좋은 곡을 모으고 판별해야 하고요. 자신이 부를 노래도 잘 만들고 남이 부르는 노래도 잘 만드는 것이니, 그것도 장르를 가리지 않는 면도 있고요. 골든 메이트의 성공과 앤 플로린과의 협업을 보면서 그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재선은 작곡능력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동안 해온 것들을 살피고 작으나마 회사를 운영한 것을 살폈습니다. 물론 말하지 않고 살핀 자체는 조금 그렇지만 업계 평판만 들어도 대부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박재선 주변과 회사를 살핀 것에 대하여 언급했다. 남이 몰래 조사했다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만 자신도 항상 그런 조사를 하는 편이니 탓만 하기도 그랬다.
“견실하게 운영하더군요. 새는 구멍이 별로 없어요. 더구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다들 감탄을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런 자금을 맡겨도 될 것이라 판단이 들었습니다. 곽도훈 팀장이 적극적입니다.”
곽도훈 팀장은 사실상 정우그룹의 콘텐츠 투자 실무를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높은 평가를 내린 것 같았다. 박관석이야 원래 박재선에게 우호적이었고 실무책임자마저 그런 평가를 내렸으니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일단 바쁜 일을 마치고 논의를 하지요. 지금 하는 일도 많으니 새해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낼 일이 아니기에 나중으로 미뤘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만난 두 사람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앤 플로린은 박재선이 만든 MR을 듣다가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뭔가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지금 앤 플로린은 모처럼 개방한 박재선의 스튜디오에 와 있었다. 세 곡에 대한 시험 녹음을 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건반과 기타, 바이올린, 드럼은 그런대로 맘에 들지만 나머지 악기소리는 가상악기를 사용해서 그런지 뭔가 소리가 너무 인스턴트 같아요.”
“이 정도로 맞추기 위해 수많은 가상 악기 프로그램을 살폈는데 미흡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세션을 고용해서 별도의 녹음을 할 수밖에 없죠.”
“미국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수준일지라도 다른 앨범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마니아들의 예리한 귀를 속일 정도는 아니고 말이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투자가 필요해요.”
앤 플로린은 돈보다 빌보드차트 1위를 원하고 있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수백만 달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일단 지금의 MR을 이용하여 가 녹음을 합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컬 능력일 것이니. 문제가 없는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본 녹음을 하기 전에 교정해야 합니다.”
박재선은 더 이상 MR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렇게 말하고 앤 플로린을 녹음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앤 플로린은 헤드폰을 끼고 자리를 잡았고 박재선은 녹음을 시작했다.
세 곡을 끊지 않고 연속적으로 녹음을 했다. 그런 다음 간단하게 믹스를 한 후에 들려주었다.
“그동안 아주 열심히 연습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그냥 발매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마스터링까지 거치면 더 낫겠지만 일단 몇 군데 부족한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박재선은 노래를 플레이시키면서 지적을 했다. 미세한 실수지만 놓치지 않고 다 잡아내고 있었다. 앤 플로린은 박재선의 예리한 감각에 오히려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리차드 그렘린이란 프로듀서가 예리했는데 박재선씨도 그에 못지않게 예민하군요. 어쨌든 이번에 프로듀싱까지 해주면 좋겠군요.”
박재선의 평가가 끝나자 앤 플로린은 그리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었고 오히려 프로듀싱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서로 협업을 하지만 여전히 상대의 실력을 평가하는 면이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추가로 세션들을 모아서 녹음을 해야 하는데 그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일단 세션 녹음을 별도로 진행을 할 것입니다. 샘플 MR도 있기에 이틀 정도 연습할 시간을 주고 스튜디오에서 순차로 녹음을 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굳이 제가 가지 않아도 되고요. 듀라스 스튜디오는 그런 일에 전문이니 의뢰를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끊어서 가보도록 하죠.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중단을 시키고 될 때까지 할 것입니다. 이번이 가 녹음이니 목표 수준은 조금 낮출 것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될 때까지 지적을 하면서 녹음을 했다. 그런 작업을 하여 문제점을 빨리 도출해야 다음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기에 일정이 빠듯하지만 시간을 냈다.
박재선은 집중하여 앤 플로린을 몰아붙였고 녹음을 진행했다. 중간에 조금씩 쉬어 주었지만 집중을 해서 녹음을 했기에 새벽 3시가 되자 녹초가 되고 말았다.
“여기 오늘 녹음한 것이 있습니다. 믹싱까지 어느 정도 했으니 이걸 참고로 연습하시면 될 것입니다. 맘에 들지 않는 파트는 듀라스 스튜디오에 의뢰하여 받도록 합시다. 그리고 최종 믹싱과 마스터링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듀라스에 의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재선씨가 좋지만 미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 중간에 문제가 있다면 그 때 다시 논의하죠.”
박재선은 꼭 자신이 해야 할 필요는 없고 그 부분은 자신이 잘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걸 하려면 며칠을 잡혀 있어야 했다.
박진희 공인중개사가 연습실로 방문했다. 박재선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옥탑방 사무실이 열악한 것을 알기에 새로운 사무실을 구하기로 했다. 그를 위해 사무실로 사용할 건물의 매입을 추진 중에 있었다.
“저쪽 재원빌딩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입니까?”
재원빌딩은 박재성이 사용하는 건물의 뒤쪽의 골목, 전세로 사용하는 빌라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4층짜리 건물이었다. 그것도 꼬마빌딩으로 대지면적은 65평이고 건평은 43평이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인데 캐노피 타입이라 실질적으로는 지상 5층이군요. 건축한지 7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군요. 하지만 골목 안에 있어 가격은 조금 낮군요. 평당 5천이라?”
“근처에 있는 다른 빌딩에 비해 저렴한 편이죠. 지하에는 슈퍼가 있고 1~3층은 입주가 되어 있고 4층만 비어 있어요. 5층이랄 수 있는 옥상에는 역시 옥탑이 있고요. 옥탑도 정식으로 신고가 된 상황으로 20평은 되기에 연습실 2개는 만들 수 있죠.”
“최근 급매로 나왔어요?”
“사실 2년 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었지만 4층마저 얼마 전에 나가니 급매로 처분하려고 5백을 낮췄어요.”
5천5백만 원을 불렀는데 최근 5백만 원을 낮췄다고 했다.
“제가 알기에 순수 건축비만 해도 12억 원인가 들었을 거예요. 땅값까지 하면 40억 이상일 것인데 위치가 조금 외진 곳이라 그렇지만 기획사 건물로 쓰기에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돈만 있다면 제가 잡고 싶은데 저도 그 정도 여유는 없어서.”
박진희가 아깝다는 어조로 빨리 잡으라고 했다. 상술이라는 것은 알지만 꽤나 괜찮은 매물로 보였다.
72. 아이돌 기획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