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719
00718 등잔 밑을 밝히는 눈. =========================================================================
“여기는 또 어떻게 오신 건가요?”
“엄마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아빠한테 조르고 떼썼어요.”
“이런. 요즘 아빠도 한창 바쁘실 텐데. 그러면 못써요. 조르고 생떼를 부리는 아이는 나쁜 아이랍니다.”
“마르는 나쁜 아이예요?”
“아니요.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럼 아빠가 안 바쁘실 때는 조르고 떼써도 돼요?”
그러자 세라프는 “그래요. 그때는 괜찮아요. 조금이라면.” 이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쪼르르 달려간 마르를 안고 타이르듯이 하나하나 말하는데, 나는 안중에도 없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도 아니고. 기껏 호출해서 왔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나는 일부러 목을 가다듬었다.
“호출했다고 들었는데.”
낮은 소리로 말하자 그제야 세라프가 고개를 들었다.
“네. 수현. 어서 오세요. 오늘도 고생 많이 하셨지요.”
잔잔한 미소를 짓고서 따뜻한 봄바람같이 말하는 세라프. 문득 무언가 살랑살랑 낯을 간질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말하는 모양새가 꼭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왜 또 스리슬쩍 옆으로 비켜 앉는 건데. 그런다고 내가 제단에 가서 앉을 줄 알아?
“아빠!”
그때였다. 언제나처럼 바닥에 주저앉으려는 찰나, 휙 고개 돌린 마르가 나를 부르며 손을 뻗었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에 그리 좋은지. 입을 한 가득 벌린 채 방실방실 웃는 마르가 눈에 밟혔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마치 ‘아빠도 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차마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느릿느릿 걸어갔지만 서도, 결국 나는 제단에 앉고 말았다. 그나마 최대한 왼쪽 끝에 걸터앉았으나 세라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붙여와, 결국에는 매우 가깝게, 서로의 몸이 닿을 정도로 밀착하고 말았다. 젠장. 닿은 부분이 썩어 들어가는…. 건 아니고, 부드러우면서 감미로운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까르르.”
…그 정도로 좋은가. 저렇게 해맑게 웃는 마르는 나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수현. 잠시만….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세라프는 빙긋 웃으면서 양해를 구하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르를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쓰다듬어달라고 어리광부리는 걸 품에 꼭 안고서 등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괜스레 심술이 돋아 작고 하얀 발을 간질이자, 마르가 깔깔 웃으며 마구마구 몸부림을 쳤다. 이왕 내친 거 옆구리까지 찔러보려고 했지만 세라프가 난처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봐 그만두기로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계속 난리를(?) 치던 마르는 제풀에 지쳤는지 서서히 눈꺼풀을 닫고 있었다. 세라프는 자장가를 부르듯 고요한 콧노래를 부르다가, 마르가 완전히 눈을 감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튼, 이제 겨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가. 마르가 잠든 사이 최대한 빠르게 보상을 받고 나가야겠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상관없어. 그나저나….”
“네. 수현을 호출한 이유는 예전 의뢰에 대한 보상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어…. 그래?”
“우선 의뢰에 관한 기본 보상으로, 구출한 사용자 1인당 100 골드 포인트를 지급하겠습니다. 또 그와는 별개로, 현재까지 모인 골드 포인트를 확인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그래?”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절로 떨떠름히 말하고 말았다. 세상에. 세라프가 말을 돌리지 않는다니. 아니.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말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흡사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서 대륙 사용자 구출’ 의뢰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으로 43,100의 골드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현재 사용자 김수현은 10,857,460의 골드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기본 보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동안 쌓은 골드 포인트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아마 반신으로 각성한 쿠샨 토르 덕분일 것이다. 그때만 거의 6백만 가깝게 벌었으니까. 하기야 잘 생각해보면 많은 것도 아니지. 제로 코드를 얻었을 때는 억대가 넘는 골드 포인트를 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기, 갑옷, 장신구, 주문서 등등…. 보상으로 정말 많은 말이 나왔습니다. 허나 앞서 말한 것 중 어느 것도 수현이 만족하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들려오는 세라프의 조용한 음성.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나를 부르는 호칭이 거슬린다.
“잠깐만. 세라프. 너 아까부터 자꾸만 내 이름을….”
“그리하여 제가, 이미 소진되기는 했지만 한 번 더 사용자 비밀 상점을 열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어떻겠냐 발의했고, 이 안건이 통과됨으로써 수현을 호출한 것입니다.”
그 순간 나는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77,777 골드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써 개방할 수 있는 사용자 비밀 상점. 이 기능은 사용자당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1회 차에서는, 기껏 이 기능을 밝혀낸 사용자가 지급 후 남은 골드 포인트가 없어 구매하지 못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또한 2회 차 통과의례를 마치면서 소진하기도 했고. 그런데 그 권한을 되살려주겠다고? 이건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음. 좋아! 그러면 체력을 올릴 수 있는 영약이랑, 아니. 그냥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영약은 모조리…!”
그러나 나는 도중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세라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었다. 한껏 상승하던 기분이 조금은 시들해졌다.
“…안 돼?”
“안 되는 게 아니라, 수현이 원하는 체력을 올릴 수 있는 영약은 더 이상 항목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잊으셨습니까?”
나는 아차 탄식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체력 영약은 내가 냉큼 먹어버리지 않았는가.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영약은 각각 하나씩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한 번에 딱 하나밖에 구매할 수 없다. 그러면 천사의 눈물도 마찬가지일 터.
“그러면 다른 건? 근력, 내구, 민첩, 마력, 행운 영약은 있을 거 아니야.”
“그렇습니다. 각 영약은 해당 능력치를 2 포인트 올려주는 효능이 있으며, 이용 기능이 부활하는 동시 살 수 있는 권한도 되살아납니다. 하나밖에 사지 못한다는 제한은 여전히 존재합니다만.”
그렇구나. 나는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였다. 체력 능력치를 올리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우나 이거라도 어디인가. 만족, 대만족이다. 보상은 섭섭지 않게 주겠다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순간이었다.
“음…. 역시, 보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갑자기 세라프가 헛소리를 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멋대로 보상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 단정 짓는 거지?
“하기야 단순히 권한만 부활할 뿐, 결국 직접적으로 골드 포인트를 소비해야 하니 완전한 보상으로 보기는 어렵겠지요. 이해합니다. 그러면 우선 사용자 비밀 상점의 품목을 천천히 둘러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보시면 마음이 달라지실 수도 있으니까요. 원래 이러면 안 되지만, 이번 한 번에 한해서 항목을 개방하겠습니다. 물론 구매는 하실 수 없습니다.”
“어…. 어? 그, 그럴까?”
세라프가 상당히 길게 말을 이었다.
이상하다. 확실히 이상하다. 딱 꼬집지는 못하겠는데 말을 미리 준비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가 어떻게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듯이.
이윽고 눈앞 허공으로 비밀 상점의 신속하게 떠오른다. 가만히 구경 좀 하려고 했으나 돌연 세라프가 손을 움직이더니 손수 항목 하나를 짚어주었다.
『통과의례 입장권(150,000 GP).』
설명 : 사용자의 신분으로 통과의례 지역에 입장할 수 있다. 입장 시 7일 동안 머무르는 게 가능하다.
“이건 어떠십니까?”
“통과의례 입장권? 글쎄. 딱히?”
세라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래의 항목을 짚었다.
“그럼 이것도 한 번 봐주십시오. 이번에 신설한 항목인데….”
『괴물 소환 상자 1(1,000 GP)』
『괴물 소환 상자 2(10,000 GP)』
『괴물 소환 상자 3(100,000 GP)』
『괴물 소환 상자 4(1,000,000 GP)』
설명 : 홀 플레인 전역에 존재하는 괴물을 무작위로 소환할 수 있다. 상자에 각인된 숫자가 높을수록 더욱 강력한 괴물이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길 수만 있다면, 사체나 괴물이 착용한 장비를 가질 수 있다.
“동, 서, 남, 북 대륙뿐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의 미개척 지역에 돌아다니는 괴물까지 소환할 수 있는 상자입니다.”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항목의 설명은 이해했다. 그러나 운만 좋으면 장비를 주렁주렁(?) 걸친 괴물을 소환한다손 쳐도, 확실성이 없다. 그나마 가능성을 높이려면 4번을 구매하면 되겠지만, 가격이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싸고.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나 할까.
“글쎄. 잘 모르겠네. 그런데 이건 너무 행운에 기대야 할 것 같은데…?”
그 순간 세라프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면 내 착각일까.
“이런.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보군요. 이것 참, 보상은 섭섭지 않게 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세라프는 폭 한숨을 흘리면서 비밀 상점의 항목을 종료했다.
아니야. 나는 비밀 상점 이용 기능의 부활이면 충분히 만족해.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서도, 나는 입을 닫았다. 그리고 세라프를 응시하며 차분히 상념에 잠겼다. 문득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용자 아카데미서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세라프는 은근슬쩍 조언을 흘렸다.
‘Look Before You Leap. 사용자 김수현. 이 말을 잘 기억하십시오.’
뛸 곳을 먼저 보고 뛰어라. 실행에 옮기기 전 모든 상황을 잘 고려해 판단하라는 뜻이다. 그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 나는 제갈 해솔이라는 굴지의 재능을 지닌 사용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면, 수현은 추가적으로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말씀해주신다면 최대한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윽고 세라프가 ‘추가적으로’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말한 순간, 나는 비로소 그동안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왜 세라프가 이해 못할 말과 행동을 했는지도.
우선 보상은 확정된 상태,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해서, ‘천사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비밀 상점의 존재는 아직 나밖에 모르거니와, 밝혀지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말인즉 기본 보상의 기준을 골드 포인트가 아닌 비밀 상점 이용으로 맞추고, 그 이상을 요구하라는 소리였다.
그래. 세라프는 처음부터 내게 말하고 있었다. 급할 게 없다고. 추후 이런 상황이 다시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뽑아먹으라고. 이번 한 번에 한해서라면 조금 선을 넘는 추가 요구라도 먹힐 가능성이 높다. 세라프가 지원해주기만 한다면.
왜 갑자기 세라프가 나를 밀어주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이렇게까지 멍석을 깔아주는데 거부할 도리는 없었다.
“한 번….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지.”
역시 정답이었을까.
“Yes. 알겠습니다.”
세라프는 마르의 머리카락을 부드러이 쓰다듬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런 말이 있다.
추억은 내일을 살아가는 양분이 된다고.
김수현이 떠난 후. 도로 제단 중앙으로 이동한 세라프는 홀로 빙그레 미소 지었다. 더 이상 고독해 보이지도, 쓸쓸해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행복을 품은 따뜻한 기운이 소환의 방에 가득히 넘실거리고 있었다.
‘네. 수현. 어서 오세요. 오늘도 고생 많이 하셨지요.’
‘수현은….’
몇 번이나 연습했던 말과, 몇 번이나 꿈꿨던 상황.
조금 전을 떠올리자, 지그시 눈을 감은 세라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피었다.
그러나 그 행복을 두고 보지만은 못하겠는 걸까.
– 세라프. 지금 제정신인가요?
– 미쳤군.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
아까의 상황을 곱씹으려는 찰나, 돌연 여러 음성이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러나 세라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히 눈을 뜨고서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 그걸 몰라서 묻나요?
– 비밀 상점 이용 기능의 부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라프는 어깨를 으쓱 들먹였다. 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 어이가 없네요. 통과의례에 있는 레어, 시크릿 클래스는, 재능 있는 예비 사용자를 위한 안배에요. 그런데 그것마저 빼앗아갈 속셈인가요?
“제가 그 안배의 장소를 가르쳐주기라도 했습니까?”
– 그럼 상자는 왜 소개했지?
“어차피 그 항목은 곧 정식으로 공개할 생각이 아니었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 거짓말! 상자에서 등장하는 괴물이 사용자의 행운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노린 거잖아! 그러니까 사용자 김수현의 옆에 사용자 안솔이 있다는 걸 알고…!
“저는 그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만?”
세라프가 천연덕스레 말하자 폭풍처럼 이어지던 두 음성이 뚝 끊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확실히 세라프의 말이나 행동만 놓고 보면 딱히 문제 삼을 여지는 없었다. 김수현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문제지만.
– …아무튼, 방금 세라프의 행동은 확실히 도를 넘었어요. 오늘 일은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 내가 직접 안건을 올리도록 하지. 두고 보라고.
조용한, 그러나 협박하는 어조가 귓가를 울렸다.
그 순간 훈훈한 기운이 사라지고, 세라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러는 두 분은, 자신 있으십니까?”
– 무, 무슨…?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한 것 같습니다.”
– …….
그러자 또 한 번 끊긴 음성.
확실히 오늘 세라프의 의도는 지나쳤다. 그러나 말이나 행동은 지나치지 않다. 항목을 소개한 것도 ‘사용자 김수현의 만족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여담이지만, 천사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계급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도우미의 특성상, 맡고 있는 사용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수록 계급에 가산점이 주어진다. 그에 따라 세라프의 권한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한 상태였다.
그런 만큼 천사들 중에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어디까지나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자를 챙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사가 도우미 역할에 집중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연히 행해지는 수작이랄까.
결국에는 간단한 이야기였다.
‘그러는 너희는 그런 적 없어?’
세라프는 이러한 뜻으로 두 명에게 물은 것이다.
“어쨌든 저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지만, 굳이 안건을 올리시겠다면 막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세라프는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아 아까의 상황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한편, 같은 시각.
“여기가…. 아틀란타…?”
“대단하군요.”
워프 게이트에서 2명의 사용자가 걸어 나오고 있다. 두 명 모두 두꺼운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지만, 후드 아래로 흘러나온 금발의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사라. 그럼 이곳에서….”
“그래요. 남쪽이라고 들었으니 어서 가도록 해요.”
후드를 눌러쓴 두 사용자는 곧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씨잉! 오늘도 공고가 안 떴잖아!”
“아하하하. 아마 많이 바빠서 그런 게 아닐까?”
아틀란타 남 도시 중앙 광장.
여러 사용자가 이용하는 게시판 앞에서는 사내가 투정을 부리는 여인을 한창 달래고 있었다.
“분명히 회담에서 새로 모집하겠다는 말 들었다며!”
“그, 그래. 맞아. 확실히 들었어.”
“그럼 왜 아직까지 공고가 안 뜨는 건데?”
“그, 그건…. 승윤아. 그게 그러니까….”
곤란해 하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던 사내는 한숨을 흘리며 게시판을 응시했다. 그러나 샅샅이 찾아봐도 머셔너리의 클랜원 모집 공고는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그 공고가 뜨면 샅샅이 찾을 필요도 없겠지마는.
잠시 후.
“아 짜증 나!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하여간 오빠 말만 믿었다가!”
풀썩 주저앉은 여인이 신경질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음…. 승윤아.”
“아 시끄러워!”
“아니. 들어봐. 그러면 있잖아.”
“…그러면?”
이윽고 쩝 입맛을 다신 사내는, 주저앉은 여인에게 손을 내밀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한 번 찾아가 보는 건 어때?”
============================ 작품 후기 ============================
1. 부인과 싸운다. = 다음날 아침 상에 단무지가 오른다.
2. 부인과 잘 지낸다. = 다음날 아침 상에 진수성찬으로 장식된 수라상이 오른다.
김수현은 훌륭하게 2번을 해냈습니다. 박수 짝짝짝짝!
그나저나 앞으로 안솔은 도깨비 방망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