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175
#1174.
시작되다 (4)
“현재 상황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적은 서해를 통해 침투했고, 현재 적 추가 부대의 상륙 지점은 특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분위기에 눌려 있던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지금 저희 애들이 다들 동해 쪽으로 집결해 있잖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현재 동해에 집결해 있는 부대들을 서해로 급격하게 이동시키는 중입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마염들은 동해에 남겨두었습니다.”
“최고 주력 부대를…….”
“소수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는 이들은 마염뿐입니다.”
“음…… 그건 그렇죠.”
방진훈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위긴스가 정돈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적의 선발대가 진입했다는 건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아무리 냉정하게 대처해도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그 틈을 타서 추가 부대도 상륙을 시도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적이 바다로 뛰어드는 방식으로 상륙을 시도한다면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위는 무인의 영역이 아니다. 저들이 배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이쪽도 배를 타고 대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와 배는 서로의 진로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저번 일본 놈들이 쳐들어올 때처럼 대응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바다 위에서 난장을 부려 버리면 될 텐데요.”
방진훈의 말에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무리입니다. 일단 저놈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첫째로 일전에는 다수가 탈 수 있는 대형 유람선을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대의 어선에 병력을 분산했습니다. 한 배에 올라탄다고 해도 다른 배들이 무시하고 가버리면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새끼들, 가오 상하게 비린내 나는 어선에 타고 지랄이야.”
방진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국적의 문제도 있습니다. 저 배들이 중국의 배라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중국이라는 말이 나오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이현수가 말을 보충했다.
“아시다시피 한국이 불법 조업을 막을 힘이 없어서 내버려 두는 게 아닙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서해에 들어온 중국 어선들을 싸그리 다 침몰시켜 버릴 수도 있고, 잡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저 깡패 새끼들이 발악을 해 대니,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는 겁니다.”
“끄응.”
“놈들이 지속적으로 어선을 이용한다면, 해경 단위의 단속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해경은 화기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배로 밀어서 가로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쪽이 그걸 예상하고 대형 어선을 활용하는 터라…… 물리적으로는 막기 힘듭니다.”
“그렇군.”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인즉슨, 일본 놈들이 중국 어선을 활용하는 한 대처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적당히 안쪽으로 밀고 들어와 바다로 뛰어들어 버리면 되니까.
바다로 뛰어든 무인을 무슨 수로 저지하겠는가. 기관총으로 갈겨 버릴 수도 없고, 그물을 던져 잡을 수도 없다.
속수무책이라는 이야기다.
“여하튼, 저 짱깨 새끼들!”
방진훈이 이를 갈았다.
“홍왕계가 뒤에 있겠죠?”
“빤하지.”
이현수의 물음에 위긴스가 혀를 찼다.
차이커창.
그놈이 아니고서야 이리 아픈 곳을 쿡쿡 찔러 댈 수 있을 리가 없다. 당하는 입장이라 솟구치는 열을 걷어내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조치였다.
“결국 추가 병력이 상륙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군.”
“예.”
강진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대처법은 없나?”
“서해를 넓게 감시하는 방법은 있습니디만, 지금처럼 저놈들이 대책 없이 상륙해 버리면 소수로 다수를 상대하는 상황이 나와 각개격파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립니다.”
“음.”
강진호가 지도를 바라보다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하기야.
국경으로 이민족이 들어온다고 병력을 분산해서 배치해 버리면, 약해진 한 점이 뚫려 버릴 뿐이다. 이민족을 상대하는 방법은 높은 장벽을 쌓아 침입을 원천 차단하거나, 들어오는 이들을 끌어들여 요격하는 방법, 둘뿐이다.
그리고 지금 선택해야 할 방법은 두 번째였다.
“위긴스.”
“예!”
“상륙에 대한 대비는 버린다.”
위긴스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 단호한 눈을 본 위긴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선발대를 보내 시선을 끌고, 후위를 쉽게 상륙시키겠다는 생각 같은데…….”
강진호가 손을 들어 군산 쪽을 찍었다.
“그건 선발대가 전멸하지 않았을 때나 이득이 되는 작전이겠지.”
다들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분산시켜 상륙한다는 건 상륙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에는 좋은 작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 모든 작전이나 계략은 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상륙은 쉽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병력이 분산된다는 것은 분명 약점이다.
안 그래도 공격하는 입장은 수의 열세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적은 숫자를 다시 쪼갠다? 발각만 된다면 전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포위망을 구축하고 조여들어. 천 정도야 발각만 되면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
“예!”
위긴스가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움직인다, 바토르.”
“여기 있다, 주인!”
“합류해 현장 지휘를 맡아라.”
“물론이다! 아주 으깨놓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토르의 덩치를 본 이들은 때때로 바토르가 우둔하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바토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이들이라면, 그런 착각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바토르는 절대 힘만 센 멍청이가 아니다. 현장의 지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지장이자 용장이었다.
“위긴스.”
“예, 로드!”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위긴스가 눈을 좁혔다. 빠르게 계산을 끝낸 그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적의 예상 침투 경로가 동해에서 서해로 변경되면서 미리 준비해 둔 마법진은 다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이군.”
“하지만 마법 부대의 활용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마법 부대와 슈발리에의 통제권을 저에게 주신다면 일군(一軍)으로 활용해 보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바토르를 따라라. 하지만 그 지휘권은 너에게 주지.”
“감사합니다.”
“방진훈.”
“예, 회주님. 저는 평회원들을 이끌겠습니다. 전체적인 포위망의 조절과 연락책, 그리고 중군(中軍)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이번에는 강진호가 말하기도 전에 장민이 먼저 소리쳤다.
“마존시이여, 교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저 간악한 이들이 이 땅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교의 세례를 받은 일천의 마인들을 이끌고 적의 뒤를 유린하겠습니다!”
“다만…….”
강진호가 가만히 장민을 보며 말했다.
“여기는 중국이 아니다.”
“예, 마존이시여.”
“날뛰는 것은 좋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도록, 제 마성을 이기지 못하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긴다면, 다름 아닌 네 목부터 뽑아버리겠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장민이 바닥에 머리를 쿵, 찧었다.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그런 장민을 바라보았다.
마교를 움직이는 건 도박수다. 예전부터 마교는 어떤 일을 하든 조용히 처리하는 법이 없었다.
시작은 조용하지만, 한 번 피를 보면 굶주린 늑대가 무색하도록 날뛰는 이들이 바로 마인들이다. 백 명이 좀 넘는 마염들조차 때때로 통제를 벗어나는데, 일천에 가까운 마인들을 통제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마인들도 세상에 적응해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힘이 없을 때는 날뛰려고 해도 날뛸 수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힘이 생긴 이후가 문제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날뛴다면, 결국 마교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이건 단순히 총회의 입장을 고려한 지시가 아니다. 마교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슬쩍 강진호의 눈치를 살핀 장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마존이시여, 교를 통제하는 것은 예전부터 장로들이 고민하고 있던 일입니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해 마존께 폐를 끼치는 이들은 서슴없이 그 목을 쳐 일벌백계하겠습니다. 심려치 마십시오!”
“음.”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수.”
“예, 회주님!”
“바토르에게 붙어라.”
“예!”
“전체적인 전황은 네가 봐야 한다. 바토르를 보좌해라.”
“예!”
이현수가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회주님께서는?”
“나는 따로 할 일이 있다.”
“아…….”
이현수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같으면 강진호라는 전력을 구상에 넣지 않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총회가 100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면, 강진호의 존재는 최소 50 이상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강진호를 제외하고 전략을 짠다는 건 팔 두 짝을 자르고 링에 오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하지만 전시의 명령은 절대적인 법이다. 이현수는 군말 없이 강진호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자잘한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이사들이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방향이 잡혔다면 이제는 그들의 몫이었다.
“가라.”
“예!”
이사진들이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회의실을 채우고 있던 이들이 모두 뛰쳐나가자 강진호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흠…….’
살짝 달아오른 공기가 훅― 밀려오는 느낌이다. 전장이 다가오면 언제나 이런 공기를 느낀다.
강진호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건 기분이 또 다르군.’
어떤 전장에서든 강진호는 늘 선봉에 섰다. 뒤에서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굳이 강진호가 선봉에 설 필요가 없는 전쟁이거나, 외곽의 국지전 정도를 그냥 지켜보았을 뿐이다.
이처럼 대규모의 전투가 일어남에도 가장 앞으로 달려 나가지 않는 것은 강진호에게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참아야 한다.
총회는 과거의 마교처럼 그저 몸을 담은 곳이 아니다. 그의 삶과 인생이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좀 더 가혹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번 전쟁을 통해 총회의 모두가 칼을 쥐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경험을 안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총회는 반드시 더 강해진다.
우우웅.
강진호가 아공간을 열고 적루와 청루를 꺼내 들었다.
익숙한 애검을 잡자 살짝 들뜬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이건 강진호가 처음으로 겪는 지키는 전쟁이다.
하지만 어떤 전쟁이든 전쟁은 전쟁. 강진호가 전쟁에서 지는 일은 없다.
저벅저벅.
적루와 청루를 든 강진호가 텅 비어 음산하기까지 한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그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피 냄새를 맡은 마귀가 천천히 그 손톱을 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