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44
제37장 장천문 (3)
첫 번째 의뢰.
바로 고양이 학대범을 잡는 일이었던가?
떠올리고 있자니 교관이 설명했다.
“문주는 백묘난행이 시작되기 전에 범인을 잡고 싶은 모양이야.”
“백묘난행은 언제쯤 열리는 겁니까?”
“글쎄. 무림맹의 부탁으로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욱 성대하게 연다는 것 같던데.”
일정은 잘 모르겠네.
“으음. 시간이 촉박할지도 모르겠네요.”
모용소혜가 검지를 물자 제갈탄이 한 걸음 나섰다.
“그건 아닐 거야.”
“네?”
“일설에는 백묘난행을 통해, 은월비적의 처단을 공표하고, 사기(士氣) 진작의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이니까.”
가능한 한 빨리 행사를 치르려 하겠지.
“아.”
제갈탄이 미간에 손가락을 얹은 지적인 모습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행사에 참석한 강호의 명사들에게 마인들의 처단을 부탁한다지?”
“개중에는 명사를 가려 교관으로 특채도 고려한다더군.”
“이것이 확실한 근거는 본가에도 연락이 왔기 때문이지.”
“행사의 시작은 다음 달 초.”
약 이십 일 하고 닷새가 남았나?
이를 역산해 고려하자면.
“약 열닷새 안에 의뢰를 처리해야 하면 되겠군.”
“똑똑한 새끼는 좋겠네.”
한 마디에 제갈탄이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웃고 있는 교관의 입꼬리를 보며 허옇게 질렸다.
“알아서 일정 잡고, 계획 잡고.”
왜 그냥 네가 교관 해 먹지?
최악의 말이 나왔다.
– 네가 교관 해 먹어라.
이 말이 나오고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
실책을 깨달은 제갈탄이 바로 납작 엎드렸다.
“제가 감히 어찌 하늘 같은 교관님의 자리를.”
“닷새.”
“예?”
“닷새면 충분하잖아?”
백묘난행이고 뭐고 다 모르겠고.
“닷새 안에 그 잡놈 찾아와.”
으드득.
갈아붙이는 교관에 네 사람은 고개만 휙휙 흔들었다.
***
“미쳤어. 미쳤어!”
“맞아요. 무슨 깡으로 교관님 앞에서 아는 체를 한 거예요?”
쏟아지는 여성진들의 타박에 제갈탄은 울적한 얼굴을 했다.
“나름대로 도우려 했던 건데.”
매사에 건성인 인간이니까, 번듯한 지식으로 보좌하려고 한 것뿐이다.
“묘한 구석에서 교관의 권리를 챙기는 분이잖아요.”
“똑똑한 관도는 싫어하고요.”
입이 두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갈탄은 억울했다.
“이상하게. 교관님 앞에서는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는단 말이지.”
그건 인정.
상대의 감정을 멋대로 뒤흔들기를 즐기는 분이니까.
남궁윤호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닷새라…. 촉박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군.”
가능하긴 할까?
모용소혜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가능해야 할 거예요. 실패하면 ‘기대해’라고 했단 말이에요.”
“…심각하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겠어.”
묘진문의 굴뚝 위로 몽글몽글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었다는 뜻.
그럼에도 식사를 거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움직이지. 한시도 지체할 수가 없을 테니까.”
끄덕.
네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불행 중 다행이라면, 한밤중의 요구에도 꽤 많은 이들이 흔쾌히 나서주었다는 점이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전적으로 애묘가들만 있는 묘진문의 문도들은 고양이 학대범에 이를 갈고 있었다.
다른 조력자들도 있었다.
“그쪽이 제갈 소협인가? 일전의 활약은 익히 들었네.”
관복을 입은 뚱뚱한 중년 사내였다. 하지만, 이 사람의 위치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북문의 경비를 책임지는 북문위사장이었으니까.
그가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현령님의 따님께서 기르던 고양이도 당했다지. 덕분에 한동안 말이 아니었어.”
“그랬습니까?”
“응. 여식께서 현청이 떠나가라 울어 버리는 탓에 며칠 밤샘 수색을 해야 했거든.”
그뿐만이 아니라네.
라고 운을 뗀 위사장이 말했다.
“기르던 애완동물을 잃은 높으신 분들이 심기가 꽤 불편하다네.”
“여기저기에서 민원과 신고가 들어오는데, 범인을 찾을 수 있다면 참 다행인 일이야.”
“원한다면 관병을 몇 보내주지.”
첫날이 소기의 성과와 함께 끝을 맺었다.
그 외에도 이상하게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묘진문도의 말로는 하나 같이 ‘묘진문’을 지원하는 이들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소호 어디에나 있었다.
이제 문제는 범인을 어떻게 찾아내야 하냐는 것.
백리설이 한가지 꾀를 내었다.
“범인은 범죄의 현장을 다시 찾는다고 하죠. 고양이 무덤 쪽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괜찮을 것 같군.”
하지만, 오래전 범인이 남긴 흔적만 가지고는 좀처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의뢰 이틀째 접어드는 날이었다.
셋째 날.
수없이 많은 제보에 막혀 버렸다.
조력자가 많은 것은 좋았지만, 이런저런 목격자들의 진술이 난무하다 보니,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미치겠군.”
“이것을 언제 다 읽지?”
잔뜩 쌓인 수상한 인간 명단에 기겁하고 있자니, 잠자코 있던 모용소혜가 나섰다.
“제가 한번 살펴볼게요.”
슥슥 살펴본 모용소혜는 의외로 명쾌한 해답을 냈다.
“가장 의심 가는 사람부터 천천히 살펴보는 거예요.”
“단순히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범인은 잡을 수 있을까?”
“헤헤. 저에게만 맡겨주세요.”
이 작은 소녀가 사람의 마음을 곧잘 읽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은 어렵지 않을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지.”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 낫지 않나?
“그도 그렇군.”
남궁윤호의 말에 제갈탄이 수긍했다.
기대 없이 따라간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제갈 오라버니. 저쪽.”
한나절을 꼬박 돌아다닌 끝에, 밤거리를 거만하게 걷는 이를 가리키며 모용소혜가 말했다.
“어쩐지 [살의]와 [환희]가 느껴져요. 가학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그런가?
흑도의 무인들이 가학적인 성향을 갖는 것은 희귀한 일은 아니지만.
모용소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틀려요. 저 사람은 뭔가 갈망하고 갈구하고 있어요.”
단언하며 모용소혜는 덧붙였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무척 깊고, 어두워요.”
작게 몸을 떠는 모용소혜을 안으며 백리설이 말했다.
“뭐해요? 어서 뒤를 쫓지 않고.”
백리설의 독촉에 어쩔 수 없이 사내를 뒤따른 제갈탄과 남궁윤호는 물가 즈음에서 몸을 낮췄다.
“배를 타려는 모양인데?”
“쉿. 일단은 지켜보지.”
소호의 산책로 어둠에 숨어 얼마나 지났을까.
“끌끌끌.”
소름 끼치는 괴소와 함께 풍덩! 물소리가 들렸다.
한번이 아니었다.
풍덩! 풍덩!
한참을 이어진 소리는 사내가 배를 타고 떠나며 끝이 났다.
황급히 사내가 있던 곳으로 달려간 두 사람은 그곳에서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을 보며 기함했다.
“아무래도 의심할 구석이 확실하군.”
“닭이나, 오리. 개까지.”
참혹하게 늘어진 시체가 강가의 수면을 따라 두둥실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뭘까?’
나흘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
뒷조사를 한 제갈탄은 어렵지 않게 상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장천파의 두목인가?”
“상당히 큰 조직이로군.”
세 개나 되는 도박장에, 기루까지 운영하는 터라, 단순히 흑도 방파라 무시할 수 없었다.
“추궁을 해도 쉽지 않겠어.”
흑도 문파에 쳐들어가서, 고양이 살해자를 찾아왔다고 한다?
웃음거리만 될 뿐이니까.
결국 이번에는 제갈탄이 책략을 쓰기로 했다.
“증거가 없으면, 만들면 돼.”
이에 남궁윤호가 쓰게 웃었다.
“교관님을 닮아가는 건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군.”
제갈탄은 사라졌고, 밤이 깊어서야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요?”
발을 동동 구르는 모용소혜를 향해 제갈탄이 척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내일이면 알게 될 거야.”
***
다음 날.
두목이 다시 움직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한적한 장소 쪽이라는 점이 달랐다.
어째서인지 제갈탄은 두목이 움직일 길을 이미 알고 있는지, 빠르게 나아갔다.
잘은 모르겠지만, 제갈탄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걸려도 최악의 상대가 걸린 것 같군.”
“최악의 상대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사실. 장천파에 작은 소문을 흘렸어. 각 다섯 개의 산책로에 각기 다른 묘약을 흘렸지.”
제갈탄이 나아가며 손가락을 세웠다.
“첫째. 술에 중독된 이들만 맡을 수 있는 주향이야. 중독이 심할수록 황홀하게 느끼지. 둘째는 마약에 중독된 자들이 즐기는 양귀비의 향이었고.”
어째서 그런 것을 가지고 있나 싶었더니, 제갈탄이 슬쩍 변명했다.
“가문에 부탁해 얻은 물건이야. 특별히 만들어둔 묘약이지.”
간혹 특수한 기벽의 사람들을 추궁할 때 쓰는 물건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미향은.”
말을 채 이어가기 전에 저 멀리서 묘진문도가 달려왔다.
“제갈 소협의 말대로였습니다.”
그가 한쪽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
그의 뒤를 따라간 곳에는 갖은 동물들이 무참하게 죽어 있었다.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소와 닭까지 무참하게 죽어 있었다.
“아주 미친 인간인 것 같네요.”
백리설의 말대로였다.
이런 짓을 태연하게 벌일 인간이라면, 정상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남궁윤호가 제갈탄을 돌아보았다.
“다섯 번째 향은 무엇이었나?”
으득.
이에 제갈탄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혈향. 고도로 농축한 혈향이었어.”
그리고 이런 것에 미치는 작자들은.
“대게 마인이 반응하지.”
***
삐-익!
피리를 불자, 다른 묘진문도들도 달려왔다.
그들은 참사의 현장을 보더니 잔뜩 분개하며 이를 갈아붙였다.
“이런 빌어먹을 놈.”
동시에 잘 걸렸다는 투로 말했다.
“소협이 말한 대로였습니다.”
“대동한 관병도 함께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증거가 모였으니 쉽게 발뺌할 수도 없을 겁니다.”
이제 처벌만이 남은 상황.
하지만 의아하게도.
“여기까지 하자.”
제갈탄은 처벌 대신 물러서는 것을 선택했다.
***
“어째서 멈추는 거예요?”
모용소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기껏 범인을 찾고, 증거까지 모았는데 손을 떼자고요?”
제갈탄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여기서 손을 떼는 것이 맞아.”
“도대체 왜요?”
“고작 고양이를 죽인 정도로 흑도 방파를 압박할 수는 없어.”
“마인이라면서요? 그럴듯한 이유라도 붙인다면.”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니까.
덧붙이며 제갈탄이 혀를 찼다.
“최선은 관병에게 신병을 넘기는 거야. 무림인의 싸움이 아니라, 법으로 싸우자는 거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결말은 아쉽지만, 의뢰인의 부탁은 충족했으니까.
닷새째. 밤.
의뢰가 끝을 맺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
“뭐야? 진짜 찾아냈어?”
얄미운 목소리로 교관이 선연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치. 불가능한 일인 줄 알았으면, 시키지나 말 것이지.”
모용소혜가 작게 투덜댔지만, 못 들은 척하는 것을 보니, 교관은 꽤 기분이 좋은 모양.
“으음. 어디 보자.”
팔락 팔락 의뢰 해결 일지를 넘기던 교관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야. 잔챙이 아냐?”
“하지만 상당한 흑도 방파입니다. 저희 선에서 손을 쓰기보다.”
“어. 이런 귀찮은 일은 관부에 넘기는 것이…. 응?”
잠깐.
교관의 시선이 문서의 한구석에서 멈췄다.
“제갈아.”
“네, 교관님.”
교관의 눈이 길 가다 황금을 발견한 사람처럼 반짝였다.
“얘네 도박장 가지고 있네?”
“그…렇습니다만.”
“심지어. 현금 장사야.”
“…불법이니 당연한 일 아닙니까?”
콰악!
침상에서 뒹굴거리다 오뚝 선 교관이 정의롭게 외쳤다.
“이런 흉악한 놈들은 관부에 넘겨서는 안 되지!”
교관이 불길하게 선언했다.
“따라와. 정의의 협객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