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43
제37장 장천문 (2)
교관은 해가 중천에 걸린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아, 쫌생이 쉐끼들.”
투덜거리며 나타난 교관은 세상 불공평한 일을 당했다며 한탄을 늘어놓았다.
“은월비적을 내가 다 잡았잖아.”
“그럼 모든 공적과 포상은 내 것 아냐?”
“쫌생이처럼 따박따박 따지기나 하고.”
진짜 쫌생이 같았다.
‘막타만 치셨는데.’
왕우 노사가 나서고, 교관들과 힘을 모아 고군분투해 잡은 은월비적이다. 지분으로 따지자면 왕우 노사가 가장 많았고, 교관의 지분은 가장 적었다.
그럼에도 교관은 주장했다.
“원래 막타가 생명이야.”
내가 살던 곳에서는 그랬다고!
아무래도 좋았다.
“어쭈?”
교관은 자신을 향해 털을 세우는 고양이들을 노려보았다.
고양이들이 후다닥 도망쳤다.
“너희들도 날 무시한다 이거지!”
허공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고양이들을 쫓던 교관은 무척 쫌생이 같았다.
제발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다.
돌아온 교관이 손바닥을 팔랑거렸다.
“야야. 됐고. 이리 좀 와봐.”
슬쩍 심기를 살피자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주춤주춤 다가가자 교관은 낡은 책자를 내밀었다.
“자-. 이거 한번 보자.”
“이건 뭡니까?”
“무공비급.”
어떤 무공인가 다시 책을 살폈지만, 워낙 오래된 탓에 겉장이 너덜너덜했다.
팔랑.
겉장을 넘기자 그제야 남궁윤호는 한쪽에 쓰인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부…. 유…. 비공?”
“헉! 은월비적의 무공 아니에요?”
교관이 킬킬거렸다.
“어때? 내 위대한 교관의 공적을 인정하며 내어준 거야.”
아까는 쫌생이들이 잘 내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니.
상당한 중간 과정이 생략된 것 같았지만, 어느 누구도 진실을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이럴 때의 교관을 자극하면 발차기가 날아온다는 것을 아는 탓이다.
진실을 묻기보다, 백리설은 요령 좋게 쭉 팔을 뻗으며 다른 것을 물었다.
“교관님. 질문이 있답니다.”
“응. 뭔데.”
“이거 진짜 은월비적의 무공 맞는 건가요?”
“어. 맞아. 너희도 겪어 봤으니까 알지? 기괴한 신법 말이야.”
백리설이 검지로 입술을 누르며 긍정했다.
“확실히 무서운 신법이었어요.”
왕우라는 지고의 고수가 있었음에도 번번이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은 바로 곤야평의 신출귀몰한 신법 때문이었다.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갑자기 어둠 속에서 확! 나타나는데, 정말 무시무시했답니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신법은 무척 빠르고, 기괴했다.
“응. 그러니 신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듣고 있던 제갈탄이 끼어들었다.
“교관님. 무공을 익히는 것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왜 아닌데?”
“문파의 어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더군다나 이것은 사파의 무공이 아닙니까?”
사파의 무공을 사사로이 익히는 것은 정파인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도덕적인 이유도 있지만, 다음이 가장 중요했다.
“애초에 정종의 심후한 무공과 달리, 얕은 사술을 짜깁기해 만든 사파의 무공입니다. 익히다가 잘못되면 주화입마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끄덕.
어지간한 일은 교관 편을 드는 남궁윤호도 드물게 긍정했다.
이것은 동천관의 지박령조차 알고 있는 상식.
– 정파의 무공은 천천히 토대를 쌓아가는 장거리 여행에 가깝다.
– 반면에, 사파는 효용만 있다면 무턱대고 뛰듯 급히 익히는 무공.
– 근간이 다른 공부를 함께 익힐 수 없다.
– 잘해야 내공역류. 최악의 경우 사망이다.
이에 대한 교관의 답은 간단했다.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냐?”
“네?”
“가끔 주전부리도 먹고 싶고, 자극적인 것도 먹고 싶잖아.”
“그건 그렇지만.”
“무공도 별거 없어. 입에 넣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돼.”
무공을 반찬 취급하다니.
“신줏단지 숭배하듯 할 것 없단 말이야. 어차피 사람 죽이는 방법인데 뭘.”
듣다 못 한 모용소혜가 돌려 까기를 시작했다.
“교관님. 정파의 무인이 사파의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그럼 왜 생긴 거예요?”
“그건 제 입에 맞지 않는데, 꾸역꾸역 처먹다가 탈이 난 거고.”
하지만 교관은 어수룩하면서 간단한 논리로 반박했다.
반복되는 말싸움에 백리설은 다른 것을 물었다.
“그럼, 익혀도 문제없는 건가요?”
“입에 맞지 않을 때는, 맞는 것만 익히는 선택도 있지.”
이 쉬운 것을 왜 모를까.
팔락 비급을 펼쳐 든 교관이 죽죽 글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몸을 가볍게 하는 경신의 구결이야.”
“이쪽은 딱 봐도 발자국을 찍는 방위와 걷는 법을 적은 보법.”
“딱 진기를 폭발시켜 바람을 타는 방법이잖아.”
“너희는 이게 안 보이냐?”
안 보였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봐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일천 자를 넘는 길고 어지러운 구결이다.
읽고 이해하는 것만 해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내가 부족한 탓인가?’
생각하며 돌아보니.
‘아니군.’
제갈탄이 사자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무표정을 고수하는 친구의 넋 나간 모습을 보니, 일반적인 상황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야, 제갈.”
“네, 교관님.”
“똘똘한 척하는 놈이 이런 것도 못 해?”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아니, 안 되는 건데.”
안 되긴 뭐가 안 돼?
제갈탄은 명치를 때리는 교관의 철권보다, 눈앞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이 더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연신 비급을 들춰보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자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교관이 쯧쯧 혀를 찼다.
“이런 간단한 것도 못 하는 것은 다 네가 근성이 없어서다.”
“근성 이전에 어떻게 이 복잡한 구결을 한번에 이해하고 분해합니까?”
“근성! 마! 근성!”
“근…성!”
교관의 잇소리에 제갈탄이 울적하게 근성을 복창했다.
냉철한 지성이 악과 깡에 무참히 패배하는 순간이 아닐까?
“저. 제가 먼저 읽어볼게요.”
“어. 굳이 다 외울 필요 없어. 처음에는 내가 진기를 이끌어줄 테니까.”
진기도인.
자신의 내공을 상대방의 몸 안에 침투시켜, 상대방의 공력을 움직이는 정교한 기술이다.
혈도를 점하거나, 봉쇄하는 기술을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는 기술로, 보통은 인체와 의술에 능통한 자, 혹은 공력이 인간의 한계에 달한 이들이나 가능한 수법이었다.
이런 고급 기술을 거론하지만, 더 이상 질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가장 먼저 백리설이 나섰다.
“제가! 제가 먼저 익힐게요.”
“어. 등을 내밀고, 돌아서 봐.”
스윽. 등에 교관이 손을 얹자 백리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헤헤. 이것 참 좋네요.”
“입 다물어. 공력을 불어넣는 중에 입을 열면 다친다.”
스으으으.
등에 손을 댄 교관의 손에서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웅웅웅웅.
심후한 공력이 움직이는지, 주변의 공기가 위잉 벌떼처럼 우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뜨거운 열풍이 옷자락을 흔들었다.
‘대기가 공명하는 듯하구나.’
남궁윤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교관을 보았다.
하품을 쩍 하며 귀찮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별반 힘이 들어 보이는 기색도 아니었다.
진기도인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사박.
한 걸음 물러난 교관이 게으름이 가득한 얼굴로 턱을 까딱였다.
“어때?”
“몸에 힘이 흘러넘쳐요.”
“바로 움직여봐. 기운이 남아 있을 동안에는 쉽게 부유비공을 쓸 수 있을 거야.”
“네.”
뒤이어 비급에 적힌, 몸을 움직이는 요령을 설명하자 백리설이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뒤이어 고양이 놀이터용 소나무 가지에 발등을 걸고 거꾸로 박쥐처럼 매달리거나, 작은 나뭇가지를 밟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한참을 움직이던 백리설의 몸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헉헉. 이거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움직일수록 숨이 차지?”
“공력을 움직일수록 혈도가 아려오는 것도 같아요.”
교관이 안타깝다는 듯 턱을 긁적였다.
“으음. 너한테는 맞지 않은 모양이네.”
뭐, 아예 못 쓸 것은 아니야.
작은 나뭇가지를 주워 들더니, 교관이 바닥에 백여 자의 글자를 적었다.
“그래도 몸을 가볍게 하는 경신(輕身)의 구결은 익힐 수 있겠어.”
“신법이 몸을 가볍게 하는 것만이 아니었군요?”
“몸을 가볍게 하는 경신(輕身).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횡신(橫身). 걷는 방식인 보법(步法). 몸을 튕겨 가속하는 탄신(彈身) 등이 합쳐진 거라고 봐야지.”
몸을 가볍게 하는 것만으로도, 백학검법이 한층 더 빠르고 가벼워질 거야.
덧붙이는 말에 백리설이 쪼르르 달려가 작은 붓과 종이를 들고 돌아왔다.
이내 글자의 곁에 쪼그려 앉아 글자를 베껴 쓰기 시작했다.
“다음.”
***
진기도인과 신법의 재현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궁윤호는 백리설보다 더욱 상성이 맞지 않았다.
“쯧. 보법도 익숙하지 않은 녀석에게는 아직 무리였나?”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서.”
“몸을 튕기는 탄신의 구결 정도는 어찌 손보면 써먹을 수도 있겠네.”
다음은 제갈탄.
의외로 제갈탄은 꽤 얻어가는 것이 많았다.
바로 경신과 횡신, 탄신의 구결을 체득한 것이다.
“운이 좋네.”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몸이 무척 가볍습니다.”
“몸에 맞는 거지 뭐.”
“사파의 무공이 몸에 맞다니.”
“알고 보니 정파보다 사파 무공에 재능이 있는 것 아냐?”
제갈탄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쏭달쏭한 얼굴이 되었다.
“흐음. 어디 보자.”
콧소리를 낸 교관이 이번에는 삼백 글자에 달하는 글귀를 써 내려갔다.
부유비공의 삼분지 일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보법을 빠르게 밟으며, 가볍게 움직이는 정도면 되겠지. 환상검법을 더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펼쳐낼 수 있을 거다.”
“네.”
“그런데 너는 안 받아 적냐?”
“쓰시는 동안 모두 외웠습니다.”
당당하게 주장하던 제갈탄은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왜 제게 이러시는 겁니까?”
“그냥.”
마지막은 모용소혜였는데.
타탓!
가볍게 발을 굴러 일장이나 뛰어오른 모용소혜가 눈을 깜빡였다.
“어어?”
뭔가 이상한지, 나무 기둥을 밟고, 소나무를 타올라 곡예를 하거나, 손가락 두께의 얇은 가지에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뒤이어 살짝 발끝을 튕겨 허공을 유영하듯 날아가 전각의 지붕에 올라서자 퍽 기왓장이 깨졌다.
“아직 힘 조절이 안 되는 모양이네.”
다소 어색한 부분은 있었지만, 신법을 반복할수록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가볍게 지면을 차고, 소나무 가지를 밟고, 처마 쪽에 재차 내려앉는 것이 익숙해지는 것은 채 한 식경이 걸리지 않았다.
딱 봐도 한 마리의 날다람쥐 같은 모습 아닐까?
처마 끝에 선 모용소혜가 눈물을 매달고 빽 소리 질렀다.
“이게 왜 돼요?”
“왜긴 왜야. 네가 딱 사파 체질이라 그렇지.”
“이게 왜 되냐고요!”
“멋지다. 비공혈서. 하늘을 날며 강호를 피로 물들이는 거다.”
“우왕-!”
의외로 가장 많은 것을 얻은 모용소혜는 울어 버리고 말았다.
***
신법을 알려 준 교관은 본론을 꺼냈다.
“자. 이제 의뢰로 넘어가야지.”
어쩐지 드물게 성의껏 가르치시더니 이런 속셈이 있었구나.
싶었지만 애초에 교관이 스스로의 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없었다.
“먼저 첫 번째 의뢰부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