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05
제51장 생태계 교란종 (4)
눈 깜짝할 사이 합석을 하게 된 능풍운이 호방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이렇게 미녀들과 함께하게 된다니.”
형장. 보기보다 인기가 대단한 것 아니오?
‘옆구리 찌르지 마, 쉐기야.’
냉큼 들이받고 싶었지만, 어떻게 처단할까 고민하는 사이, 이미 통성명까지 끝마치고, 대화를 이어가는 세 사람이었다.
“최연소 매화검수….”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매화질풍검의 명성이 운으로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용선야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당금 강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성중에 한 분이니까요.”
“후후. 어림도 없소. 독안신검과 같은 분도 계신데.”
“확실히 독안신검의 무명은 격이 다르긴 합니다만.”
“자자.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즐거운 이야기를 합시다.”
화제를 돌린 능풍운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강호의 소문이나, 때로는 학관의 내밀한 이야기 같은 것이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빨려드는 구석이 있었다.
“와아.”
감탄한 여매홍이 번갈아 시선을 돌리더니 짝 손뼉을 쳤다.
“두 분은 무척 다르면서도, 비슷해 보이네요.”
“어? 그런 구석이 있소?”
“아니에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어요. 자신감이랄까, 긍정적인 부분이랄까.”
비슷한 구석이 있을 리가.
입을 떼려는데 능풍운이 호쾌하게 웃으며 어깨를 걸어왔다.
“하하. 들었소? 형장?”
“누가 형장이야?”
“친구는 비슷하다고 하지. 이것 참 좋은 일이군. 사실 묘하게 쌀쌀맞아 서운했단 말이지.”
쌍욕을 내뱉으려 했지만, 여매홍이 팔뚝을 꼬집는지라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얼른 모용선야가 끼어들었다.
“실례지만, 나이가….”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군요.”
“초 교관님을 스스럼없이 불러 의아했어요.”
“마음이 맞아 친구가 되고 싶은데, 나이가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놀랍네요.”
다른 사람도 아닌 매화검수가.
화산파 내에서도 무공만큼이나 높은 자부심을 가진 것이 매화검수들이다.
말단 교관과 말을 트는 것을 넘어 호형호제하겠다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격이 원체 자유분방해 타박도 꽤 들었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성격인 것을 어찌하겠소.”
영혼이 사라진 눈 두 쌍이 이쪽을 향했다.
어쩐지.
– 이런 사람이 폐급이라고요?
라는 추궁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능 소협.”
“능 교관으로 충분합니다. 같은 한솥밥 먹는 동료 아닙니까?”
“네, 능 교관님. 유독 학관 사정에 밝은 것 같은데 연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몇 년 전까지 학관에 몸을 담았었습니다.”
“하지만, 저나 언니도 능 교관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어요.”
히죽 웃은 능풍운이 비밀이라 장난스레 덧붙이며 말했다.
“그럴 겁니다. 제가 있던 곳은 신천관이었으니까요.”
“신!”
“천!”
“관!”
“도!”
두 사람이 입을 가리며 놀랐다.
하지만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등 뒤에 불콰하게 취해있던 상급 교관들이 불러댄 탓이다.
“능 형제. 어디에 갔는가?”
“이 우형들이 자네가 없으니 심심해 죽을 지경이라네.”
혀가 꼬부라진 와중에서도 살갑게 불러대는 꼴이, 친형제보다 가까운 것 같았다.
“하하. 이거, 형님들이 부르시니. 먼저 일어나 봐야겠군요.”
그럼. 실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물러나는 능풍운.
그를 멀뚱히 바라보던 모용선야와 여매홍이 갑자기 ‘흐윽’ 울먹이며 소매로 눈가를 찍었다.
“…왜들 그럽니까?”
“초 교관님. 무조건 곁에 둬야 하는 분이세요.”
“…왜 갑자기 울고 그럽니까?”
“신천관을 선택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불행한 데다, 안쓰러운 일이지만요오오….”
안절부절못하는 여매홍에 이어 모용선야가 식탁을 치며 주장했다.
“신천관까지 다녔다면 이미 검증된 노예예요! 개인적으로는 무척 비통한 일이지만, 동료로서는 최적의 인재라고요!”
두 사람이 한가지로 외쳤다.
“꼭 잡아야 한다고요!”
“꼭 잡아야 해요!”
‘이럴 수가.’
조언을 구하러 왔다가, 오히려 설득을 당하게 될 줄이야.
***
“어제는 최악이었어.”
끔찍했던 만남과 시간을 떠올리자, 하늘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쯧. 이럴 수는 없지.”
심사숙고해 챙겨 입은 사복을 돌아보며, 초운휘가 빙긋 웃었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휴식이 필요한 법.”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공력을 끌어올렸다.
스으으으으으.
은밀하지만 막대한 기운이 끝도 없이 풀려나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신무학관에서 멀지 않은 대로의 한가운데.
스멀. 스멀.
생명을 가진 듯 퍼져나간 기운이 수백, 수천의 기척을 잡아내며 끝도 없이 확장했다.
‘여기 있군.’
뒤이어 찾고 있던 기척 하나.
시간을 가름하고는 걸음을 조절해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 작은 가판대 앞에 섰다.
“무엇을 찾으시오?”
“하하. 구경 좀 하겠습니다.”
“그러시우.”
가판대에 놓인 것은 각종 재봉 도구들.
덧댈 천이나, 바늘과 침구들이 정갈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것을 구경하는 척하며, 딱 열을 세고 있자니.
“어? 초 교관님!”
기다렸던 목소리와 함께, 진설향이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
“정말 놀랐어요. 초 교관님을 만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럴 만도 하지.
이 넓은 대로에서, 흔한 침구점에서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모르는 척 말을 받으며 웃었다.
“하하. 이것 참 인연인 것 같구나.”
“인연이라…. 그러네요.”
운명이라고 하고 싶지만, 색시 성격에는 아직 이르지.
지금은 넉넉한 연상 교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자.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네.”
“무척 마음에 들어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진설향이 왈칵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얼굴을 붉히며 도로 앉았다.
그녀의 손에는 조금 전 사준 작은 재봉 도구가 놓여 있었다.
“…무척 감사해요. 사실 사고 싶었던 물건이었거든요. 오히려 걱정이네요. 너무 부담이 된 것은 아닌지.”
“부담은 무슨.”
“그런데 초 교관님은 왜 재봉 도구를 보셨어요? 혹시 연인에게 선물이라도.”
우당탕!
의자를 치고 왈칵 일으킨 초운휘가 소리쳤다.
“절대!”
“?”
“…절대 아니다. 나는 연인도 없고, 여자 사람 친구도 없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이야.”
“킥킥!”
왜 웃지? 나름대로 강조하는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재미있는지 눈물까지 흘리며 웃던 진설향이 눈가를 훔치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딱히 놀리는 것은 아니었어요.”
놀려도 괜찮아요, 누나.
“말투가 묘하게 비슷한 연배 같아서요.”
연배가 비슷해서 그래요, 누나.
“어쩐지 장난스러운 것이 남동생 같기도 하고.”
뜨끔. 가슴이 철렁하는지라, 냉큼 정정을 요구했다.
“어른을 너무 놀리면…. 흠흠. 못쓴다.”
“죄송해요.”
놀랐잖아요, 누나.
“안 본 사이 묘하게 키가 큰 것도 같아서 물어봤어요.”
역시 날카로운 안목이다.
최근 십 대 후반에 온전히 넘어가며, 성장이 멈추지를 않는다.
하지만 걱정이 없다. 의약방에서 듣기로는 남자는 스물 넘어서까지 크는 사람도 있다는 모양이니까.
“집안 내력 탓이야.”
“그렇군요.”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야.”
“딱히 의심한 것은 아니에요.”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점소이가 거대한 만두 접시를 내려놓았다.
화아악-.
온기를 내뿜는 만두의 등장에 와아 진설향이 말간 웃음을 터트렸다.
“선물에 식사까지. 이렇게 사주셔도 돼요?”
“그럼. 연상에 번듯한 직장을 가진 어른에게 이런 것은 보통이지.”
“듣기로는 동천관의 봉급은 무척 짜다는데.”
“제게는 마당이 딸린 번듯한 집 한 채와 먹고 살기 풍족한 재산, 그리고, 선량한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킥킥!”
전과는 달리 이번 생의 색시는 꽤 웃음이 많은 모양이다.
어쩌면 각박한 망천회의 세상을 살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지.
“옥랑이 하던 말처럼 재미난 분이시네요.”
“그 새…. 애가 뭐라고 했는데?”
“무척 재미있고 의지가 되는 분이라고 했어요.”
그렇단 말이지.
서옥랑이라면 험담이나 잔뜩 했을 것 같은데,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잘했다. 서옥랑. 이것으로 네 죄를 사하여주마.’
혼성 수업을 멸종시킨 것은 죽여 마땅한 일이지만, 색시에 좋은 평가를 들려두었다니 공으로 죄를 상쇄하지.
“식겠다. 먹자.”
“네에, 잘 먹겠습니다.”
와앙.
작게 입을 벌리는 모습은 저보다 큰 열매를 노리는 박새 같았다.
턱을 괴고 그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것 참 꿈같은 일이네.’
문득 옛일도 떠올랐다.
모두가 사라진 세상 속에서.
[사과의 징표예요.]짙은 재가 하늘에서 내리는 가운데 분명히 그녀가 말했다.
[개봉성의 홍미관이란 곳의 만두예요. 괜찮죠?]‘그때 분명히 약속했지.’
– 나중에 내가 천하의 주인이 되면, 개봉성을 통째로 사주지.
비록 개봉성을 통째로 사주는 것은 어렵겠지만, 마지막 한 조각마저 나눠 준 그녀에게 작은 빚을 갚은 것만 같았다.
‘뭔가 대단히 만족스러운 기분이군.’
언제까지나 이 시간 속에 살아가고 싶구나.
만족하며 웃던 찰나였다.
“어? 형장!”
어디선가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또 이 자식이….’
파리한 안색의 상급 교관 둘과 함께 들어서는 인물. 역시나 능풍운이었다.
“어? 저분은?”
혼백이 입을 통해 빠져나가려는 사이, 다가온 능풍운이 의뭉스레 팔꿈치로 툭툭 팔을 찔렀다.
“뭐요? 이런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소?”
“…….”
“어제도 그렇게 미인들에게 인기가 많더니. 참 부러워.”
말똥말똥 눈을 깜빡이던 진설향이 입을 열었다.
“은천관도 진설향입니다.”
“하하. 우리 귀여운 관도였군. 신입 교관 능풍운이다.”
“능 교관이셨군요. 그런데….”
두 분이 묘하게 비슷하시네요.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심장을 후벼팠지만, 번갈아 움직이는 진설향의 시선에, 온전한 관심이 반쪽이 난 것도 가슴을 후벼팠다.
“그럼 방해하지 않고, 불청객은 사라지지.”
“친하신 것 같은데 같이 있지 않으시구요?”
“하하. 내 친구는 꽤 새침해서 말이야. 숙취 해소도 해야 하고.”
장난스레 덧붙이며 사라지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참 재미난 분이시네요.”
“…그래.”
이미 안 그래도 바닥난 인내심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죽인다. 이놈.’
최후의 무림맹주든, 망천회를 겨눌 날카로운 칼이든 상관없다.
‘가장 끔찍한 모습으로 구겨주마!’
***
“이것 참.”
– 오늘 밤. 습지로 찾아와.
책상에 놓인 쪽지를 발견한 능풍운은 난감함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친해지고 싶어 접점을 늘린 것뿐인데, 화를 돋우고 만 모양이다.
분노의 정도는 짐작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살기등등한 필체는 생사대적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과하긴 했지. 담당 관도들을 직접 지도까지 했으니까.”
어쩌면 관도를 가로채는 것으로 오해를 했을 수도 있었다.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을 보며, 마음이 동한 것이 화근이었다.
“꽤 친분이 한정된 사람이니, 지인과 친해지는 것도 언짢았을지 모르겠어. 친구를 빼앗긴다고 느낄지도 모르고.”
이걸 어쩐다.
단단히 잘못 집고 있었지만, 능풍운은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했다.
“술고래라니, 술이라도 챙겨가 사과할까?”
오던 길에 본 귀한 명주를 떠올리며, 일어서던 참이었다.
“능 소협.”
서늘한 안색의 금정이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아직도 사천동의 괴인과 교류하고 있는 건가요?”
“하하. 안타깝게도 미움만 사버린 모양이야.”
웃으며 말했지만 금정의 목소리는 다소 날이 서 있었다.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무슨 뜻이지?”
온화하던 능풍운의 목소리의 온도가 뚝 떨어졌다.
“듣자 하니 꽤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대체 누가…. 아아.”
어느덧 이쪽을 힐끔거리는 교관들을 보며,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헤집은 능풍운이 냉랭한 어조로 가시를 세웠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여기도 많은 모양이군.”
사아아아아.
“내가 우습게 보인 모양이야.”
장난기를 거둔 능풍운이 일으키는 차가운 기세에 교관실이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