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69
제67장 마도사화 (4)
객잔은 입구에서 푹 꺼지는 형태로,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토벽을 쌓아, 그 너머로 나무를 덧대 만든 기괴한 형태였다.
나무와 벽돌로 집을 짓는 중원과 달리, 모래 폭풍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막의 독창적인 형태.
앞으로 자주 볼 모습이기도 하다.
자리를 잡자, 주인이 술과 고기를 내어왔다.
“오늘 밤은 조용할 거요.”
그가 떠나고 공력을 일으켜 기막을 펼친 독고율이 입을 열었다.
“곧 옥문관을 나서면, 진짜 고향이로군요.”
“뭐, 그렇지. 검마에게서는 따로 온 소식이 없어?”
“없습니다.”
“교에 대한 소식은.”
“아시다시피 교내의 소식은 얻기가 쉽지 않은 터라. 요 루주가 고생을 했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습니다.”
“주-군. 나 고기 더 먹어도 돼?”
단야 앞으로 그릇을 밀어주자, 독고율이 말을 이었다.
“교내의 변화가 상당했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기존의 장로들이 거의 모두 축출당했습니다. 이후 새로운 이들이 장로의 위를 물려받았죠.”
“구일소가 제 수족을 장로로 임명한 것이겠지?”
“주군께서 직접 멸문한 마도명가에 손을 댄 것을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많은 단과 대가 정비되었다고 하더군요. 특히 눈여겨볼 것은 천살혈마단입니다.”
“천살혈마단? 처음 듣는 이름인데?”
“주군께서 떠나시고 만들어진 곳이니까요. 듣기로는 역시나 마도명가의 사람들로 채워졌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삶에서 눈을 뜨고, 초운휘는 많은 것을 뒤바꾸었다.
개중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전생에 망천회에 붙어 교를 배신한 세력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마도명가(魔道名家).
천마조사 당시 충성심을 인정받아 각자 독창적인 무공을 전수 한 전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무공을 바탕으로 빠르게 힘을 늘리고, 세력을 일궜으며,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마도의 기둥으로 존재해왔다.
무림맹으로 따지자면 구파일방과 십대세가가 뒤섞인 형태랄까?
“나쁜 선택은 아니야.”
오랫동안 마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이들이다. 단지 자신이라는 희대의 별종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거대한 권력을 쥐고 있을 터.
“호교원은?”
반면에 초운휘는 다른 곳이 궁금해졌다.
마도명가는 한때 교주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성세를 가지던 곳이다.
반면에 성세는 아랑곳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교주조차 어쩌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호교원이었다.
이름처럼 교주에 대한 충성보다는, 오직 교의 율법을 세우고, 교의 존치가 위험할 때만 나서는 이들.
무엇보다 호교원의 원로들은, 한때, 교의 요직을 차지했던 거물들로 아무리 교주라도 그들이 한목소리를 내면 무시할 수가 없다.
그들을 따르는 젊은 평신도들도 상당하니까.
“호교원은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엉덩이가 무거운 작자들이니.”
“하지만, 망천회와 손을 잡는 금기를 저지르고, 교인들을 제물로 바치는 와중에까지 침묵하고 있으니, 구일소의 힘에 굴복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를 지키고 수호해야 할 교주가 교인들을 산 제물로 바치는 미친 짓을 벌이는 상황이다.
누구보다 이를 저지해야 할 원로원이 침묵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교주의 힘이 호교원의 원로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강세해졌을 수도 있겠지.
그런 면에서 독고율의 추측은 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초운휘는 조금 달랐다.
“호교원의 깐깐한 노인네들이 조용한 것이 수상해. 순순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
자신이 교주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자, 입에 칼을 물고 달려들던 자들 아닌가?
죽으면 죽었지, 율법을 어기는 것을 두고 볼 리가 없다.
“더군다나 현재의 호교원에는 아직 그자가 있어.”
“누구 말입니까?”
“전전대 교주. 구세기.”
“그분이 살아계시겠습니까? 교주직을 물려주고 틀어박힌 것이 벌써 오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에도 세수가 백여 세를 헤아렸는데.”
“지금쯤 백오십 세 정도 되었겠네.”
“아무리 고수라도 생명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일설에 의하면 무당파의 시조 장삼풍 진인은 삼백여 년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전설일 따름이다.
‘그 대단하던 천마도 이백 년을 사는 것이 고작이었다니까.’
그러나, 두 사람은 하나 같이 고금에 적수를 찾기 힘든 무극(武極)에 이른 천재들.
강호사를 뒤바꾼 거인들이다.
비록 혈마라 불리며 악명을 떨쳤다지만, 전설적인 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손색이 많은 그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적지 않았다.
살아 있다고 해도 전력이 되느냐는 다른 이야기고.
“지금은 몰라도 돼. 일단은 우리 귀여운 검마를 어떻게 다룰지부터 생각하자고.”
“윽. 위지형을 보러 가는 거야?”
단야가 붕대를 움츠리며 벌벌 떨었다.
‘이놈이 꽤 시달렸지.’
생각 없이 사는 단야는, 빡빡한 검마에게 항상 혼나는 쪽이었으니까.
“걱정 마라.”
픽 웃으며 손을 뻗어 단야의 흰머리를 헤집으며 웃었다.
“위지 놈이 널 괴롭히면, 내가 ‘떼끼!’ 할 테니까.”
“히-. 히-. 주군이 그렇다면야.”
다시 고기를 공략하는 단야를 보며, 초운휘가 독고율에게 턱을 까딱였다.
“후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사막에 흩어진 교의 세력도 입니다.”
휘이이이.
옅은 외벽 너머에 거친 모래바람 소리 속에서, 독고율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옥문관을 넘어, 계속해서 북으로 움직였다.
한동안 신법을 펼치며, 지치면 사막의 모래 폭풍을 피해 잠시 휴식을 가졌다.
아무리 고수라도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너머에서 불어닥치는 모래 폭풍을 뚫고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두렵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다시 사막을 보니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글줄로 보던 것과 직접 대자연을 맞닥뜨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때로는 한없이 자상하다가도, 급변하면 온 세상이 자신을 죽이려 꿈틀거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독고율과 단야는 이 사막에서 무공을 익혔다.
두 사람의 검법은 각기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것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 속에 메마른 사막이 알려준 섭리가 숨어 있는 것은 똑같았다.
“모처럼이니, 실력을 좀 봐줄까?”
“일생의 영광입니다.”
“나도- 나도!”
거침없이 나아가다 마음이 동하면, 멈춰서 수련을 한다.
이후, 다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속세의 떼는 모래바람 아래 묻어두고, 세 사람은 점점 더 사막과 동화되어갔다.
메마른 대지에 살아가는 무인(武人)이 그런 것처럼.
***
세 사람은 옥문관을 넘어 처음으로 토성에 도착했다.
모래바람을 닮은 성은 모처럼 맑은 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엿새 만인가?”
낙타를 타고도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리를 고작 육 일 만에 도착했다.
실로 가공할 만한 속도.
“타하밀입니다. 본교에 속한 분타가 된 곳입니다.”
마도의 하늘은 광활하다.
또한, 일국을 넘어서는 거대한 영향력을 사막 여기저기 미치고 있었다.
“기억이 안 나네. 정확히 어디지?”
“토로번(吐魯蕃)의 부속 성채 중 하나입니다. 마교에 넘어갔던 것을 본교가 빼앗아오며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놈의 성들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어. 쯧.”
투덜대고 있자니, 단야의 붕대가 손 모양으로 뭉쳐지더니 하늘하늘 움직였다.
“여기에 우리 아이들이 있어.”
“사막살수들이?”
“응. 부를까?”
“관둬. 사막살수들이 대거 움직인다면 교에서 알아챌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꽤 도움이 될 텐데….”
“싸움이 벌어지면 큰 싸움이 될 거다. 살수들이 가담한다고 해도 시체만 늘어날 뿐이야.”
애초에 전면전을 펼치려 했다면, 이렇게 조용히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우리끼리만 교와 싸우는 거야?”
“싸우게 된다면. 뭐, 최악의 경우라도, 잔챙이들 도움으로 간신히 이길 바에야 우리끼리 저세상 가는 것이 나아. 괜히 식구끼리 서로 죽이다 궤멸하는 대신.”
“우와. 겁이 나는걸?”
“환영한다. 본격적으로 인생이 X되었음을. 참고로 못 빠져나가.”
“흐흐. 그거 무섭네.”
단야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독고율이 먼저 나아가 토성을 지키는 위병들과 이야기를 하고는 돌아왔다.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출입증은 어디서 구했어?”
“오던 길에 모래 폭풍에 휘말려 죽은 시체들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엇비슷한 사람들의 호패를 주웠습니다. 몇 푼 건네주니 의심 없이 받아들여 주더군요.”
죽음이 익숙한 사막이다.
모래 폭풍이 한번 지나가면 사람도 낙타도 모두 모래 아래 가라앉는다.
와중에 간혹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이들도 있었고, 생환자들은 어찌저찌 토성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이어간다.
“역시 율이야. 꼼꼼하다니까?”
“주군의 칭찬. 언제나 마다하지 않습니다. 후후.”
들떠 보이는 독고율과 함께 나란히 토성을 바라보며, 그가 짊어진 상자에 손을 올렸다.
“사마 아재. 돌아왔어.”
비록 지금은 고작 교의 향기조차 남지 않은 작은 땅에 도착한 것일 뿐이지만.
“곧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거야.”
다시 세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토성을 향해 기울어졌다.
***
몇 개의 성을 지났을 때, 독고율이 방향을 잡았다.
“이쪽입니다.”
“이쪽?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마을 같지 않은 것 정도밖에.”
단야가 대답했다.
“위지 형님은 주-군이 떠나고, 교에서 자리를 내어놓고 나왔어. 그리고, 이곳으로 정착했어.”
“그렇다고는 해도.”
한때, 수라검마대를 이끌던, 혈교 최강의 대주였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은거했다고 해도, 이런 허름한 마을에 처박힐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구일소가 위지극을 싫어했나?”
“그건 아냐. 수라검마대에 꽤 눈독을 들였던 것 같거든.”
아무리 구일소가 멍청이라도, 수라검마대를 버릴 이유가 없다.
수많은 수라장을 거치며, 하나같이 역전의 용사들로 거듭난 검대는 교주를 호위하는 혈마밀영대 에 버금가는 최고였으니까.
“그럼 왜?”
“더는 교에 남아있기 싫었다고 하던걸?”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 부귀영화를 버리고 낙향을 한 건가?
보통 사람이라면 멍청이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지만, 검마의 완고함을 생각하면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치고는 꽤 살벌한 것 같은데.”
모래바람에 단숨에 삼켜질 것처럼 엉성한 마을이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상당히 날카롭다.
흡사 진짜 수라검마대원들이 숨어 있는 것처럼.
단야의 설명이 이어졌다.
“형님이 떠나자, 대원들도 모두 낙향을 했던 것 같아.”
“모두?”
“부단주만 빼고. 그가 지금 천살혈마단의 단주를 맡고 있을걸?”
“이해가 가는군.”
위지극에 향하는 신뢰의 눈빛을 시기하던 한 남자가 떠올랐다.
“뭐, 상관없지.”
조금도 멈추지 않고 초운휘가 길을 나아갔다.
***
낡은 마을의 어귀.
그곳에는 지금까지 보던 것보다 훨씬 추레한 모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낡아 빠진 판자는 비가 오면 지붕 구실도 못 할 것 같았고, 구멍이 난 창은 작은 돌개바람에도 모래를 한 움큼 밀어 넣을 것 같이 낡았다.
그 모옥 앞에는 작은 마당과 함께, 한 사내가 나무 장작을 패고 있었다.
퍽.
크고 낡은 도끼질에 정확히 장작이 여섯 조각이 되며 부서진다.
퍽. 퍽.
가슴에도 못 미치는 싸릿문 앞에 섰음에도 사내는 도끼질을 이어갔다.
퍽. 퍽. 퍽.
마치 구도를 하는 승려처럼, 경건하게 장작을 패고 또 팬다.
일다경이 지나고.
한식경이 지났다.
어느덧 중천에 떠오른 해가 넘어갈 때까지, 사내는 장작을 팼고, 세 사람은 싸릿문 너머에 잠자코 서 있었다.
퍽. 퍽. 퍽. 퍽.
어느덧 노을이 지고, 어둠이 마을 어귀에 드리우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사내가 도끼질을 멈췄다.
한켠에 도끼를 세워두고, 작은 웅덩이에서 물을 퍼마신 후, 그제서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
“왜 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