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5
제11장 불청객 (3)
“독안신검 독고율 대협 말입니까?”
제갈탄이 금방 대답했다.
“대단히 유명한 분입니다. 워낙 의협심이 대단하여, 행동하는 협객으로 알려져 있죠. 강호를 주유하며 사파의 거두들을 여럿 쓰러트린 것도 있지만, 마인을 끔찍이 증오하여, 신강 마도(魔道)의 일맥(一脈)인 적마문을 단신으로 무너트린 것은 한동안 강호에 회자될 정도였습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남궁윤호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딱히 명가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자질이 대단히 뛰어났다고 들었습니다. 고작 스물의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들어 협의를 위해 검을 든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맞아요. 제가 강호의 여협이 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언젠가 독고율 대협처럼 고강한 고수가 되어 협객행을 하고 싶어서예요.”
모용소혜야.
넌 한눈팔지 말고 어서 허수아비나 깎으렴.
결론적으로 대단히 재능 넘치고, 실력도 좋으며, 심지어 성격까지 정의로운 인간이란다.
마음에 절망이 휘몰아쳤다.
“아. 왜 그 잘난 놈이 여기에….”
우울해하고 있자니, 백리설이 슬쩍 어깨에 턱을 올려놓는다.
“전 독고 어쩌고 하는 사람보다, 교관님이 더 좋아요. 헤헤.”
웃지 마라. 정든다.
“잘리면 저희 집에 같이 가요. 이런 박봉에 취급도 엉망이고, 심지어 평가까지 못된 곳보다 훨씬 나을 거에요. 월봉도 열 배에, 숙식 제공. 계약하면 무려 천이백 개월 근속에 정년까지 보장이랍니다?”
“오, 괜찮은….”
아니, 잠깐.
그건 뭐랄까 종신 계약이잖아?
“발랑 까져서는.”
“아얏.”
백리설의 코끝을 튕겨준 다음 제갈탄에게 물었다.
“제갈탄. 한 가지 묻자.”
“말씀하십시오.”
“그런 자로 잰 듯 협객인 인간이 내 상사로 오면 난 어떻게 될까?”
제갈탄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번에는 남궁윤호를 돌아보았다.
“일설에 의하면 게으른 종자를 무척 싫어하고, 특히 능력 있는데 행동하지 않는 인간은 혐오할 정도라고 하죠. 딱 교관님의 천적입니다. 만약 교관님의 진가를 알게 된다면….”
“남궁 소협. 남궁 소협.”
모용소혜가 남궁윤호의 옆구리를 푹푹 찔렀다.
“왜 그러십니까?”
“교관님의 기운이 [부정]과 [분노]로 가득해요.”
“그게 무슨…. 핫.”
눈을 마주친 남궁윤호가 사색이 되었다.
“저. 그게.”
“윤호야. 요즘 많이 편했지?”
“죄송합니다.”
터벅터벅 걸어가 한쪽에 마련된 장침을 몸에 푹푹 찔러놓고는, 엎드린다.
“그거 가지고 되겠어?”
“시정하겠습니다.”
두 손을 거두어 열중쉬어를 한 남궁윤호가 머리를 땅에 박는다.
지긋이 바라봤더니 이제는 한쪽 다리도 들고 끙끙거린다.
“잘하자. 응?”
“네, 교관님!”
조금 마음이 풀어졌다.
***
소식은 또다시 들려왔다.
아침 조회에 또다시 나타난 충현이 독안신검의 근황을 설명했다.
“원래라면 사흘 후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다소 늦어지신다는군. 용무가 있으신 모양이야.”
“무슨 용무이실까요?”
“조양선 근처에서 알려지지 않은 하오문의 지부를 발견하신 모양이야. 덕분에 맹에서도 꽤 난리가 났다던데?”
“하오문!”
이어지는 독안신검의 소식에 조현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오문의 행사는 지극히 신비해서 보통 사람은 알기도 어렵다는데 과연 대단하신 분이군요.”
“허. 오는 길에도 협행을 멈추지 않으시는군요.”
“독안신검과 같은 분이 있어 강호가 한층 더 안전해지는 것이겠죠.”
이어지는 독안신검의 협객행은 이제 아침 일과가 되어 있었다.
‘짝눈 칼잽이 주제에 제법이네.’
지나치게 성실하다.
실력 또한 성정에 뒤지지 않는다.
들려오는 소식은 하나같이 너무나도 대인배스러워서, 가만히 듣고 있기 힘들 지경이었다.
눈앞에 있으면 날라차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따로 있었다.
‘이런 인간이 왜 알려지지 않았지?’
이번 강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한 번 망한, 멸망했던, 멸망했을지 모르는 강호의 이야기였다.
‘숨이 막힐 듯한 정의로운 협객에, 상당한 실력자.’
행동도 눈에 띄고 실력도 발군이다.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히 선 채로 검을 날려 적을 척살했다? 그거 최소 허공섭물이잖아?’
인간이 평생을 고련해 닿을 수 있다는 경지는 일류, 잘해야 절정이다.
워낙 다음의 경지로 나아가기 힘들어, 더러는 절정의 고수를 상중하로 따로 구분하기도 할 정도다.
절정 하급. 절정 중급. 절정 상급의 순이다.
그만큼 넘어서기 힘들다는 뜻.
그런데 소문만큼의 신위를 보이기 위해서는 절정은커녕, 그 윗줄의 경지인 절정 초월의 영역에 발을 딛어야 가능하다.
혹자가 초절경. 혹은 절정초월이라 부르는 경지.
최소한 그렇다는 뜻이고.
‘서른 중반에 초절경의 경지에 올라섰는데, 기억에 없다?’
뭔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존재감이 넘치는 데다, 행동력 또한 강호를 뒤흔들 이라면 분명 기억에 있어야 할 터.
물론 워낙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혀 일찍이 망천회에 제거당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직감은 다른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뭔가 있긴 한데….’
자꾸 찜찜하기만 했다.
***
“독안신검께서 학무관에 들르셨대요!”
이제는 열렬한 독안신검의 애호가가 된 조현이 발간 볼을 감추지 못한 채 외쳤다.
이에 교관들 사이에 기대감이 뭉게뭉게 퍼져나갔다.
“드디어. 그분을 뵙는 건가?”
“너무 떨려. 설마 실수라도 하지 않겠지?”
“어때? 나 오늘 괜찮나?”
각자 옷자락을 죽죽 당기며 매무새를 단정히 하거나, 급히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한동안 부산함이 이어졌다.
“크흠. 모두 정렬!”
염광의 모습도 평소와 달랐다.
헐렁하게 늘어진 무복 대신 깨끗한 새 옷을 입고, 머리까지 빗어 넘겼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첫인상을 주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금주까지 했다고 하던가?’
그러고 보니 염광과 우칠 등 주당파 교관들의 혈색이 지나치게 좋다.
“어머. 어머. 긴장돼요.”
여매홍도 인기인의 등장을 기대하는 소녀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초 교관님은 긴장 안 돼요?”
“네. 별로.”
“그래도 앞머리는 좀 정갈히 하는 것이. 제가 묶어 줄게요.”
“아, 괜찮아요.”
“잠깐이면 돼요.”
옥신각신하고 있는 사이, 압도적인 기세가 느껴졌다.
“…….”
교관실의 모두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었다.
아무리 실전을 멀리하는 교관들이라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파에 반응한 것이다.
드르륵.
이내 문이 열리고, 잔뜩 굳은 얼굴의 충현이 뻣뻣한 걸음걸이로 들어섰다.
“크. 크흠. 다들 잘 있었나?”
어색하게 말을 한 그가 몸을 돌리며 뒤따라오는 이에게 읍을 하며 말했다.
“이곳이 동천관의 교관실입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뚜벅. 뚜벅.
존재감을 감추지 않고 장내에 들어서는 인물.
짙은 눈썹에, 선이 굵은 턱선, 상대를 꿰뚫어 보는 안광의 사내였다.
거친 무복에, 거칠게 풀어헤친 머리는 한 마리 야수를 연상케 했다.
거칠게 풍겨 나오는 강자의 기도에 지독하게도 걸맞은 모습이었다.
‘이 자가 독안신검 독고율?’
꼴깍.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만큼 조용한 장내에서 누군가 긴장에 침을 꿀떡 삼키는 소리가 울렸다.
뚜벅. 뚜벅. 뚜벅.
아랑곳 않고 교관실의 한가운데로 걸어온 사내가 뺨에 난 상흔을 일그러트렸다.
“환대해주어 고맙소.”
무척 저음에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독고율이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그가 말했다.
“세인들은 이 몸을 독안신검이라고 부른다오.”
초운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
고즈넉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신무학관 총관주 선인혁이 지나가듯 말했다.
“지금쯤 난리가 났겠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소리에 지척에 있던 사람이 반응했다.
“잘은 모르지만, 난리가 나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지요.”
염화광도 마길상이었다.
언제나와 같은 거대한 존재감을 흩뿌리며 마길상이 말했다.
“지금까지 정체되어 왔던 신무학관입니다. 실전에서 한 발 떨어져 관망하듯 지내온 것도 사실이지요.”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요람을 지켜야 할 이들이 일선에서 싸울 수도 없는 일이고.”
“평화로운 강호라면 이해하겠사오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선인혁은 긍정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실감하고 있던 차였다.
“앞으로 맹에 필요한 이들은 안전한 곳에서 검이나 휘두르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그들을 가르쳐야 할 교관들 또한 마찬가지지요.”
염화광도 마길상이 속내를 정확히 집어내었다. 선인혁이 순순히 긍정했다.
“맞아. 이번 일은 나도 충격이었다네.”
다른 곳도 아니다.
무림맹의 코앞인 무한성 인근에서 사고가 있었다.
하오문이 알려온 소식을 반신반의하며 움직인 것이 화근이었다.
안일하게 움직인 이쪽과 달리 적은 공격을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고, 때문에 뼈아픈 피해를 입고 말았다.
“이전(二殿)의 정예로도 피해를 입을 줄이야.”
무림맹에는 이전(二殿)이 있다.
무림맹주와 구파일방을 주축으로 한 내전(內殿)과 오대세가 및 기타 직속 무사들로 구성한 외전(外殿).
보통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은 사안의 위중함을 생각해 예외적으로 내전과 외전이 함께 움직였다.
그럼에도 십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맹의 이전에 간자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안일함이 화를 부른 게지.”
“더욱 심각한 것은 또 있습니다. 취걸개 장로님에 따르면, 무한성에 숨어든 이중간자들은 한 줌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하오문도 그리 말했지.”
세상에 가장 정보력으로 뛰어난 두 세력이 같은 주장을 하는 상황이다.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마길상이 웅변하듯 외쳤다.
“천하의 이목 뒤에 숨어 세력을 넓혀온 이들입니다.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흉계를 뻗은 자들이니 종내에 바라는 바가 얼마나 심대하리라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쩌면 작금의 세상은 전과 달리 마도와의 싸움을 넘어, 그 이상의 것과 부딪쳐야 할지 모르지요. 앞으로 신무학관 또한 변해야 합니다.”
전의가 이글거리는 마길상의 눈빛에 선인혁이 흐뭇하게 웃었다.
“독안신검 독고율이 그리도 마음에 들던가?”
마길상이 얼굴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서도 이렇게 호승심에 가슴이 뛰는 일은 없었던지라.”
“허허허. 자네는 천생 무인이로군. 그래? 어떻던가? 직접 마주한 느낌은.”
마길상은 어제 있었던 비무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검격.
거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도격을 끊어오던 정교함까지.
“비록 전력을 다한 비무는 아니었지만, 서로를 가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무를 통해 충분히 상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인에게 있어 검이란, 혹은 도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니까.
기억 속의 검격을 떠올리며 마길상이 대답했다.
“소문보다 더욱 견실하고 마음이 굳건한 자였습니다.”
“심기가 곧은 이가 성취까지 높다니 몹시 좋은 일이야. 정도 강호의 홍복이로군.”
“무엇보다 사문에서 안전하게 수련하는 대신, 실전을 거듭하며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강호에 혼란이 생길 때 더욱 빛이 날 인재이지요.”
“강호에 혼란이 생길 때 더욱 빛이 나는 인재라….”
선인혁이 흰 수염을 쓸며 탄식했다.
“혼란이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쉽지 않겠지.”
“사파 쪽도 심상치 않습니다. 신강이 조용한 것도 수상하지요.”
“그렇지.”
짧게 탄식한 선인혁이 잠깐의 고민 끝에 말했다.
“세상에 풍파가 이는데, 요람은 언제까지고 잠잠할 수는 없지. 어디 자네 뜻대로 개혁해 보게.”
“결정하신 겁니까?”
“단, 명심해야 하네. 사람을 쓰는데 극히 조심해야 할 것이야.”
안일한 마음으로 움직이다, 배신자에 피해까지 입은 상황이다.
선인혁의 마음속에 피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어찌 모를까?
마길상이 굳게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