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75
제89장 독기에 물든 숲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2)
흑상 위에서 신형을 박찬 당군악은 화살처럼 사사명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파앗!
때를 맞추어 당현이 비도를 움켜쥐고 힘껏 뿌렸으며, 당가십수가 각자 품속을 더듬어 우모침을 튕겼다.
그때, 망부석처럼 서 있던 독혈곡의 고수들이 움직였다.
펑! 퍼퍼펑!
요란한 장력과 암기가 부숴지는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촤악!
순식간에 십여 장을 날아간 당군악이 수도를 세워 사사명의 목을 찍어가고 있었다.
쐐액!
어찌나 강맹한 공격인지, 손을 뻗은 순간 일진광풍이 사사명의 정수리를 쪼개 갔다.
“자랑하는 암기술은 어디 가고, 적수공권을 펼치는 거요? 가주는 본인을 꽤 업신여기는구려.”
말을 하는 사사명은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오른손을 흔들어 손목을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선반을 받히듯이 밀어 올리는데, 막강한 경력이 일어나며 공기를 웅웅 떨어 울렸다.
펑!
허공에서 수도를 찍던 당군악과 땅에서 장법을 올려 치던 사사명의 기파가 부딪히며 거대한 파공성을 펑펑 터트렸다.
콰가가각!
두 사람의 격돌에 짧은 순간 장내의 공기가 멈추며 진공상태를 이루더니, 이내 거친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동심원이 되어 퍼져나갔다.
우르르!
일수와 일장이 부딪힌 충격으로 반경 십 장여의 모래가 허공으로 솟구치고, 돌들이 잘게 부서져 돌의 비를 내렸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다음 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채, 검지를 튕기며 암기를 내쏘는 한편, 다른 한 손으로는 나풀나풀 잔영을 그린다.
소매를 휘둘러 암기를 튕겨내며 웃고 있던 사사명이 장세가 일으키는 가공할 기세에 웃음을 지웠다.
“붉은 나비의 흔들림이라. 말로만 듣던 혈독장이로군. 당가 무공의 정수를 견식 시켜 줄 줄은 몰랐소.”
“혈독장이 네가 마지막 본 본가의 무공이 될 것이다.”
“하핫! 그럴 수야 없지.”
사사명은 질 수 없다는 듯, 한층 더 장영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스으으으.
허공에 중지가 잘려 나간 손바닥의 잔영이 무수하게 퍼져나가며, 매캐한 독기를 뿜어댔다.
“그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독에는 일가견이 있소. 그대는 나에 미치지 못하니, 앞으로 독왕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암왕으로 남는 것이 어떤가?”
실로 광오한 외침. 당군악은 시커먼 장세가 뿜어내는 독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변화도, 허초도, 심지어 깊은 변칙도 없는 단순한 장법이다.’
그저 강력한 독기를 뿜어낼 뿐.
하지만 단순하지만 강력한 무공임은 확실했다.
펑!
역시 독공을 일으켜 당가의 비전, 적련신장으로 마주쳤지만, 어깨가 뻐근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 갑자의 공력을 지닌 나를 한순간에 밀어내다니. 이 자의 공력이 실로 대단하구나.’
파파팟!
몸을 휘돌려 경력을 회수하며, 내려선 당군악은 다소 손해를 본 기색이 역력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리고, 소매가 독기에 까맣게 타들어 갔다.
“가주!”
“가주님!”
당현과 당가십수가 신형을 뽑아 올리며 가세하려 하였다.
“그만!”
하지만, 당군악은 손으로 제지하고는, 소맷자락을 힐끔 내려다보며 말했다.
“실로 지독한 독공이로군.”
“본좌는 그대처럼 독과 약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지라. 특별한 방법으로 독공을 연마해야 했다오.”
“시독(屍毒)인가? 악랄한 무공을 익혔군.”
시독. 시체가 썩어 녹으며 흘러내린 독을 일컬음이다.
강력한 독이지만, 워낙 무공을 연성하는 방법이 끔찍해 정파에서는 금지된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사명은 도리어 웃었다.
“원한을 품고 죽은, 시체를 특별히 골라 독에 담가 숙성한 후, 특별히 제련한 비전으로 녹여낸 독수라오. 어지간한 이들은 일장에 혈수로 만들지. 사천의 독공이 강력하다고 한들, 본좌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외다.”
“사특한 방법을 통했다고 한들, 본가의 독공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독왕의 이름에 비해 일천한 수준이라 실언했소. 사과하면 되나?”
도발적인 언사에 당군악이 씨익 웃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도록.”
다시 당군악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사사명이 크게 놀라고 말았다.
“이형환위?”
안개처럼 흩어지는 신형은 그조차 찰나 간 잡지 못할 만큼 신속했다.
하지만 더욱 그를 기함하게 만든 것은,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지는가 싶더니, 무수히 많은 암기가 되어 날아온다는 점이다.
“쳇!”
비도. 우모침. 표창. 철질려.
한순간에 이렇게 많은 암기를 쏟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받아칠 궁리를 하였다.
‘쉽지 않다.’
각종 암기가 각기 다른 궤적을 그리며 쇄도한다.
하나씩 모두 쳐내는 것은 아무리 그라도 불가능한 노릇.
“단번에 쓸어주지!”
막대한 독공을 일으켜 압도적인 내공으로 암기를 튕겨내려 할 때였다.
허공을 쥐어짜는 것만으로 거대한 공기의 와류를 일으켰건만.
“걸려들었군.”
팟!
허공에서 뚝 떨어진 당군악의 신형에 사사명이 황급히 물러서며, 재차 독장을 뿌렸다.
파-앙!
독장은 애꿎은 허공을 때리고 말았다. 그사이 당군악은 허공에서 거꾸로 선 채로 도약하더니, 지면으로 솔개처럼 날아내리고 있었다.
“무슨!”
펑! 펑!
대경한 사사명이 연거푸 독장을 쏟아냈지만, 당군악은 짐작했다는 듯 허공에서 땅으로, 옆에서 뒤쪽으로 몇 번이나 허공을 지면처럼 박차며 신형을 꺾어왔다.
“왕의 이름을 얻고자 한다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네.”
어느새 그는 착실히 거리를 좁혀 사사명의 머리 위에 나타나 일장을 때리고 있었다.
“어떻게?”
황급히 피해냈지만, 사사명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허공에서 몇 번이고 도약하며 움직이는 신법은 천하에도 많지 않다.
적어도 그가 아는 사천당문의 어떤 경신법도 이런 신위를 보일 수 없다.
“쳇!”
콰앙!
발작적으로 독장을 뿜어 거리를 벌려봤지만, 당군악은 또다시 허공을 박차며 끈질기게 쫓아와 독수를 내찌른다.
사사명은 그제야 예리한 안법으로 그가 말도 안 되는 공중기동을 보이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암기를 밟고 움직인다고?”
무수히 많은 궤적을 그리는 암기 속에서, 정확하게 암기를 밟고 움직이는 진기를 벌일 수 있다니.
자칫하면 자신이 던진 암기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허공을 박차며 몇 번이고 도약해 방향을 꺾는 모습에서 사사명은 확신했다.
‘이 작자는 자신이 던진 암기의 모든 궤적을 읽고, 통제하고 있구나.’
바람에 따라 암기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공력에 튕겨 나간 암기가 다른 암기와 부딪혀 어떤 궤적으로 나아가는지.
믿을 수 없게도, 암기를 던진 찰나의 순간에, 독왕은 모든 계산을 마치고 몸을 날린 것이다.
“과연 독왕! 대단하군!”
사사명은 짧은 와중이지만, 이렇게 치밀하고 공격적인 인물은 강호를 통틀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이 초식이나 수싸움으로는 결코 상대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허공에서 몇 번이고 교룡처럼 용틀임을 한 당군악이 베어오고 있었으니까.
스팟!
적수공권인가 싶었더니, 그의 중지와 검지에 날카로운 비도가 끼워져 있었다.
‘피해내면 비도를 날릴 요량이로군.’
옆구리를 내어주는 순간, 비도를 튕겨 내장을 곤죽으로 만들 생각이겠지.
일수에 담긴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독수에 사사명은 결국 자신의 장기로 승부를 결하기로 했다.
“크하합!”
초식의 교묘함이나, 정교함은 떨어진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장기가 있었으니.
쿠콰아아앙!
바로 오 갑자에 이르는 막대한 공력.
한순간에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진기가 전신에서 폭발하며, 독기와 함께 휘몰아쳤다.
“사왕시폭!”
시독이 뒤섞인 공력의 폭발에 휘말린 당군악이 호신강기를 일으켜 폭발에 맞서며, 허공에서 신형을 휘돌렸다.
파라라라락!
옷자락이 나부끼는 요란한 소리 사이로, 시커먼 독장이 여섯 개나 일어나 자신을 노리는 것을 발견한 그는 연거푸 좌수를 튕기고, 우수로 권격을 뿌렸다.
펑펑펑펑!
세 번은 삼양지의 지법으로, 또 세 번은 적련신장의 장법으로 독장을 요격했지만, 충격파에 밀려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타타탓.
당군악은 다섯 걸음 밀려나 멈춰 섰고.
타탓.
사사명은 세 걸음 물러서며, 비서장의 장력을 해소했다.
“상당하군. 사왕시폭을 견딜 줄이야.”
당군악은 자신이 두 걸음이나 더 밀린 것에 꽤 자존심이 상했다.
“독의 주인이라더니, 허명만은 아니었군.”
이번 싸움으로 두 사람은 깨달았다.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둘 중 하나가 죽지 않고는 끝나지 않게 될 것임을 말이다.
‘물러설 수 없다.’
하지만 독왕은 싸우기를 택했다.
하지만 그는 곧 맥이 탁 풀려버리고 말았다.
“내 패배요.”
두 손을 들어 보인 구지독주가 간단히 패배를 시인한 탓이다.
“이대로 싸워 좋을 것이 없으니 이만하지.”
“물러난다고 고이 보내줄 것이라 생각하나?”
“후후. 당가주. 이곳이 어디인지 잊었소? 만독연이오. 나와 나의 수하들이 가장 힘을 발휘할 전장이란 말이오. 대족장의 군단이 내게 어떻게 애를 먹었는지 듣지 못했소?”
“요행이 두 번이나 통할 것이라 믿고 싶다면 그렇게 하게.”
전의를 감추지 않는 그에, 사사명이 혀를 차고는 말했다.
“끝까지 가야겠다면 응수해주지. 하지만 괜찮겠나?”
그가 손을 들어 한편을 가리켰다.
“대수림에 어린아이들과 애송이들을 데리고 왔군.”
“…넌.”
“싸움이 벌어지면 난 가장 먼저 저놈들을 죽일 것이오. 약한 놈들부터 죽이는 것이 싸움의 기본적인 병법이니까.”
“…….”
“결정하시오. 하지만, 진짜 싸우겠다면, 아까 보인 어중간한 사왕시폭이 아니라, 진짜 이 숲 전체를 날려버릴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오.”
으름장에 당군악은 잠시 고민했다. 짧은 격돌로 상대의 강력함은 이미 파악했다.
‘무공이 녹록지 않다. 백여 초를 싸워도 결판이 나지 않을 터. 만약 작정하고 아이들을 노린다면.’
엄청난 출혈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의 시선이 초운휘와 그의 동행들을 향했다.
‘초운휘 교관은 어떨지 몰라도, 관도들은 필시 죽겠지.’
전력을 다한다면.
입신경에 올라 세상의 법칙을 뒤틀어 잠시만 무극의 이적을 만들어낸다면 사사명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사사명 또한 입신경에 오른 고수라는 점 때문이었다.
‘저자가 일으키는 이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적은 이쪽을 알고 있으나, 이쪽은 적을 알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사사명이 휴전을 제기해왔다.
“우리는 얻고자 하는 것만 얻고 돌아갈 생각이오. 방해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싸울 이유가 없지.”
“그쪽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
“끌끌. 이것 참 냉담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군.”
다시 웃는 낯 뒤에 살벌한 안광을 숨긴 사사명이 소매에 손을 꿰며 말했다.
“내가 모시는 분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그대 같은 고수가 모시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대에게 말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
사사명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돌아섰다.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당군악은 꽉 쥐었던 주먹에 힘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