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381
제90장 악마를 보았다 (3)
전차처럼 달려들던 일각혈우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대수림의 전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 어떻게. 일검에.”
“놀랍도록 용감한 자다. 아니, 하늘이 내린 대전사인가?”
전사들은 물 흐르듯 움직이며, 괴인과 일각혈우들을 베어 넘기는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신위에 놀란 것은 당가의 무인들도 마찬가지.
“시, 신무학관의 교관이 맞나?”
“어떻게 하면 정확히 놈들의 심장을 일격에 찌를 수 있는 거지?”
“정확히 근육과 뼈 사이를 찌르라니. 조언인지, 농담인지.”
그가 지나치면 꼭 죽음이 생긴다.
거대한 마수도, 흉측한 혈인들도 공평하게 죽음을 맞아 안식을 얻는다.
“전귀(戰鬼).”
누군가 전장을 떠도는 귀신의 이름을 떠올리며 속삭였다.
사람들 사이에 전귀라는 이름이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
일곱 체의 일각혈우를 죽이자, 놈들은 돌진을 멈추고 포위를 시작했다. 돌진하는 대신, 방해자를 제거하려는 모양.
“자존감이 높네. 너희들 가지고 되겠어?”
대답이라도 하듯 마수화된 일각혈우 너머에서, 또 다른 개체들이 덮쳐왔다.
“시벌. 왜 눈치 빠른데.”
구어어어어!
뒤이어 나타난 것은 회색 털을 흩날리는 곰의 마수였다. 그것은 괴인과 함께 놀랍도록 날렵하게 달려들어 거체로 짓이겨 온다.
“카악!”
더욱 까다로운 것은, 곰이 덮쳐온 순간, 그것의 등 뒤에 있던 괴인이 안장을 박차고 달려들며, 강력한 권격을 뿌려왔다는 점이다.
챙!
암혼을 비껴내 권격을 흘려냈지만, 어깨가 뻐근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확실히 성가시군.”
마수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반려와 합을 맞추어 펼치는 공격은 완벽한 야수공인지라 더 까다롭다.
곰이 허공을 할퀴듯 양팔을 번갈아 휘두르기에 역습하려 하면.
“키악!”
빈틈을 비집고 괴인의 도가 쑥 찔러오며 틈을 메웠다.
인수일체가 되어 몰아치는 공격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변칙적이고 파괴적이다.
“커허엉!”
“크헝!”
다른 두 개체가 광기를 터트리며 등과 옆구리를 노린다.
회웅이 자신을 묶어 놓은 사이, 뒤에서 합공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촤악!
빠르게 회웅의 심장을 찌르고, 멈칫거리는 괴인의 심장에 암혼을 꽂아 넣는다.
“컥!”
몸을 뒤틀어 복부를 찔렸기에, 무릎으로 검신을 차올려 갈비뼈를 뚝뚝 가르고, 결국 심장을 베어냈다.
“그르륵.”
피거품과 함께 무너지는 적을 걷어차 밀어내며, 반전, 몸을 낮춰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회웅의 발 뒤 관절을 베어낸다.
촤악!
독혈과 함께 지면에 떨어져 내린 놈이 휘청거렸다. 아무리 광기에 전염된 마수라 한들, 인대를 잘라내면 균형을 잡을 수 없지.
“크윽,”
반려의 고통에 희번덕이는 눈을 주시하며, 괴인의 심장을 베고, 몸을 뒤집는 회웅의 심장을 파헤친다.
“카아악!”
하지만, 세 번째 개체는 어쩔 수 없었다.
‘빠른 놈이군. 늑대과인가?’
돌격과 함께 이빨부터 들이미는데, 피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아니, 생을 취한다.
왼팔을 내밀어 놈의 입에 밀어 넣으며, 놈의 돌진을 저지한다.
쿵! 쿵!
가속도와 함께 밀어붙이는 통에 등에 나무 몇 개가 부딪히며 부숴지는 충격으로 골이 울렸지만, 입에 넣은 손을 튕겨 탄지공을 날린다.
방향은 정확히 뇌가 있을 위치.
퍽!
—!
한순간에 뇌가 파괴된 회웅의 눈에 빛이 사라졌고, 오른손을 찔러 올려 회웅의 심장과 너머의 괴인의 심장을 꿰뚫는다.
“컥!”
이내, 거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후우.”
피가 엉겨 붙은 왼팔을 빙빙 돌리며, 주위를 살피자, 전사들의 혼란스러운 시선이 날아 꽂힌다.
“뭣들 하는 거야? 다들 뒈지고 싶어?”
경악을 거두며 다시 움직이는 이들을 일별하고, 초운휘가 집요하게 적을 찾아 움직였다.
몇 개의 개체를 찾아 사냥하고, 비로소 한쪽에서 벌어지는 분전을 눈에 담았다.
그곳에는, 일단의 마수 무리에 둘러싸인 백리설이 있었다.
언제나 쾌활하던 백리설은 창백한 안색으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마수화 된 혈랑들의 공격에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등 뒤에서 몸을 낮추고 거리를 좁히던 작은 승냥이 마수가 펄쩍 뛰어오른다.
파팟!
돌을 차 날려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던 마수의 머리를 깨트린 후, 거침없이 날아가 놈의 대갈통을 반으로 쪼갰다.
“백리설!”
쏴아아!
허공에서 쏟아져 내리던 독혈에 백리설의 하얀 얼굴이 뚝뚝 떨어져 내렸지만, 그녀의 동공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정신 차려!”
그녀의 곁에 내려선 채로, 늑대 마수와 괴인 둘을 베어버린 후, 초운휘가 타일렀다.
“설아.”
빙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뒤로 돌리며, 검을 떨치고, 멈춰 섰을 때.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었다.
“허억. 허억.”
흥분한 탓인지 거친 호흡과 떨리는 근육의 움직임이 맞댄 등을 타고 전해진다.
“넌 할 수 있다. 아니,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네.”
“전장을 똑바로 주시해. 최대한 넓게, 최대한 긴장을 풀고.”
“어려워요.”
“봉황염천무는 모든 것을 불태우는 거대한 염화의 춤이다. 불길은 작은 장애물을 만났다고 돌아가지 않아.”
“….”
“그렇다고 강하게 한쪽만 향해 가는 것도 아니지.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빠르게 그녀의 호흡이 안정되고 떨림도 잦아들었다.
갑작스러운 적들의 등장과 날뛰는 마수들의 광기에 짓눌린 마음을 한순간에 회복한다.
‘상당한 재능이야.’
빠르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것은 정점을 노리는데 필요한 재능이다. 적어도 백리설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초운휘의 높은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길은 열어주마. 보고 따를지 말지는 네가 판단해.”
가볍게 말을 하고는 살짝 어깨를 튕겨 백리설을 밀어냈다.
“앗….”
멀어지는 온기에 아쉽다는 탄성이 따라왔지만, 백리설은 이내 시선에 초점을 잡았다.
파팟! 팟!
순식간에 혈마수 사이로 미끄러지며, 검격을 날리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그녀가 다시 검을 튕겨 올렸다.
짧은 시간 동안 두려움을 떨쳐낸 백리설의 발걸음이 다시 가벼움을 되찾는다. 한층 더 예리해진 검법에 한숨을 돌린 초운휘가 외쳤다.
“당애희! 무턱대고 움직이지 마! 보조를 맞추고 움직여!”
“모용소혜! 넌 허공을 점했으면, 당연히 전장을 파악해 위험을 알려야지!”
“당간! 이 모자란 새끼야! 제때 보조를 맞추란 말이야!”
지시에 한층 더 혼란을 수습한 당가원과 전사들이 도리어 적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쪽은 되었군.”
사사명과 시선을 맞춘 초운휘는, 허리가 끊어져 산산조각이 난, 고립된 전장을 훑어보며, 암혼을 어깨에 걸쳤다.
이제 전장 곳곳을 누빌 때였다.
***
일 갑자 반에 해당하는 공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짧은 휴식을 통해 미약한 진기를 호흡하는 한편, 남은 진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전장을 휘저었다.
– 공력의 깊이가 승리를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강호의 격언을 누구보다 멋지게 재현하는 것이 초운휘의 모습이었다.
푹. 푹.
현란하게 흔들리는 검 끝은 적의 시선을 빼앗고, 귀신같은 일격으로 심장을 꿰뚫는다.
단순히 검법이 비범한 것만도 아니다.
피잉!
적이 몸에 매달고 있던 암기를 뽑아 던지고, 때에 따라서는 왼팔을 미끼로 적을 유인, 빈틈을 유도해 숨통을 끊어 놓는다.
“…….”
초운휘의 싸움을 보는 사람들은 말을 잊었다.
처음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리한 검법에 놀랐다면, 지금은 지치지 않는 패기에 질려 버렸다.
“죽을 생각으로 싸우는 건가? 전혀 몸을 돌보지 않아.”
용맹하다고 자부하는 전사들조차 자신의 목숨을 미끼로 적의 방심을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심지어 실낱같은 빈틈을 꿰뚫기 위해 살을 내어주고,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단순히 용맹하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온몸이 간덩이로 이루어진 건가?”
철의 심장을 가진 이라도 어떻게 저런 아슬아슬한 혈투를 쉬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까?
인간은 사물이 아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능한 용자도 있지만, 그것도 몇 번을 지속하면 지쳐 버리고 만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혼이 빠질 듯한 조마조마한 혈투를 쉬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가능한가?
헐떡이는 모습을 보면 체력은 바닥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겨 먹은 자인지 눈은 빛나고, 지친 와중에도 시선은 끊임없이 상대의 빈틈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승리를 위해서 싸우는 용자의 싸움이 아니었다.
차라리.
“전장에 떠도는 귀신 같구나. 전귀. 진짜 전귀다.”
승리가 아니라, 더 많은 적을 죽이기 위하여, 더 많은 자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기 위하여, 쉼 없이 전장을 떠도는 악귀.
그럼에도 그들이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감탄, 아니 감탄을 넘어선 감정.
경외(敬畏).
닿을 수 없고, 될 수 없는 존재지만, 그들은 역설적으로 경외의 감정을 느꼈다.
용맹을 숭상하는 무리라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발버둥 치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니까.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전사의 모습이니까.
***
“허억!”
혈마수 셋을 베어내자, 독혈 속에서 튀어나온 그를 보고는 생존자 몇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초운휘는 그중에서 익숙한 인물을 찾았다.
“마라간인가? 다른 이들은.”
생존자 가운데 있던 마라간이 얼떨떨한 채로 대답했다.
“두 번째 돌진에, 뒤쪽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저들이 교묘하게 일행을 분리 시키고 있어. 알고 있나?”
끄덕. 대수림의 전사답게 싸움이 시작되며 어느 정도 적의 전법을 파악한 모양.
하지만 속절없이 밀려나면서도 물러서지 못하는 것은 청랑 때문이겠지.
흑상과 달리, 커다란 늑대에 불과한 청랑은 일각혈우의 돌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벌써 반수나 되는 반려수가 죽어가고 있었다.
“청랑은 강하다. 하지만, 몸집이 작아 일각혈우의 돌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많이 다쳤다.”
“잘했어. 하지만, 계속 이곳에 있다가는 고립되어 모두 개죽음당할 뿐이야. 이동해야 해.”
“알겠다.”
죽어가는 반려수를 내려다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마라간이 결심을 굳힌 듯 외쳤다.
“살아 있는 반려수를 챙겨 이곳을 이탈한다. 남은 아이들은 아쉽지만. 이해해다오.”
헐떡이는 반려수들과 시선으로 짧은 이별을 고한다.
‘다시 이동해야겠군.’
다시 난전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움직이려는데 마라간이 나섰다.
“외지인 친구. 와달이 안쪽에 남았다.”
“와달? 아, 혈웅부족도 고립된 건가?”
“혈웅이 어찌어찌 일각혈우의 돌격을 막아줬다. 하지만, 아마 세 번째 돌진에 휩쓸리며 고전을 하고 있을 거다.”
“알겠어. 그쪽은 내가 확인하지.”
“그대! 조심!”
수풀이 흔들리는 모습에 경고를 보내던 마라간이 본 것은, 허공에서 뛰어내린 검붉은 성성이가 꿈틀거리며 독혈을 게워내는 모습이었다.
스치듯 사라진 뒷모습은 어느새 자림 속으로 사라지더니, 흔적도 남지 않았다.
“참으로 귀신같은 인간이로군.”
당황을 수습한 그가 외쳤다.
“외지인 친구의 말대로다! 어서 이동한다!”
속절없이 밀리던 대수림의 전사들이, 각자 당황을 수습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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